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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7회(2013.3.25) KBS 우리말 겨루기 문제 함께 풀어 보기(1)

우리말 겨루기 문제 풀이

by 지구촌사람 2013. 3. 26.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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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57회(2013.3.25) KBS 우리말 겨루기 문제 함께 풀어 보기(1)

 

 

1. 개괄

 

 

-출연자들의 면면 : 송은주(20. 성대 노문과 1년). 어제 출연자 중 가장 푸릇푸릇했다. 초등 5학년 때부터 우리말 겨루기를 시청하며 출연을 꿈꿨다는 당찬 젊은이. 그 꿈을 이뤘으니, 무엇이든 외곬로 겨누고 꿈꾸면 이뤄내기 마련이라는 걸 현물로 보여 준 멋진 청년이었다.

 

요즘같이 젊은이들이 끈기가 좀 모자라서 오랜 공을 들이는 일들을 해내지 못하고 눈앞의 것들만 좇는 즉물적인 삶에 치우쳐 있다는 말들을 하는데, 그게 기우라는 걸 미소 속에서 녹여낸 아름다운 젊은이이기도 했다. 다만, 공부량이 적은 게 드러나 보일 정도였던 게 아쉬웠다.

 

하지만, 나이 만 20세에 새내기 대학생인 걸 보면 대기만성형인 듯도 하다. 앞으로 얼마든지 기회가 있고, 또 그런 기회를 스스로 만들어서 도전할 젊은이이기에 그녀의 앞날은 그녀의 맑고 밝은 미소처럼 항상 생기에 차 있을 것을 믿는다.

 

이환수(55. 세탁업). 우리 삶의 귀감이 되고도 남으실 분. 작년 한 해에 중․고교 검정고시를 합격할 정도로 열정적인 노력파. 아들인 듯한 듬직한 청년이 그런 아버지를 향해 방청석에서 묵묵히 박수하고 있는 모습을 대하자 나도 모르게 가슴이 뭉클해져 왔다.

 

요즘 완전 개작이라 할 정도로 원판과는 다른 모습으로 각색된 외화 시리즈 <로빈슨 크루소>를 보면 반(反)왕정파로서 쫓기고 있는 아버지와 이별하는 장면이 있다. 거기서 크루소의 아버지는 낡은 책 한 권을 주면서 ‘너는 내 아들이다’라는 말 한 마디만 한다. 물론 그 책은 가족사의 일부까지 담긴 사연 있는 책이지만, 그 한마디로 아들과 아버지의 두 몸이 한 정신으로 엮인다. 흡사 그런 장면과도 같이, 어제 환수 님의 아들이 치는 박수가 아버지와의 그런 끈으로 엮이게 하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분은 최근 (혹은 근래에) 홍명희의 <임꺽정>을 탐독한 게 아닌가 싶다. 그것도 공부하듯이. 왜냐하면 1단계 문제에서 그가 답한 ‘나장이’나 ‘장명법’은 웬만한 사람들이라면 난생 처음으로 들어보는 말이 될 정도로 잘 쓰이지 않는데, 소설 임꺽정 속에 등장하기 때문이다. ‘나장이’는 흔히 ‘나졸’로 더 많이 불리는 사람들이고, 장명법(長命法)은 아직도 북한에서 실제로 많이 행하고 있는 장수(長壽) 비법의 또 다른 이름이다. (이런 점에서 홍명희의 <임꺽정>은 문학적 가치가 높은 소설이기도 하지만, 우리의 고유어나 옛말 공부의 보고(寶庫)이기도 하다. 멋진 말들이 참 많이 살아 나온다. 북한에서 발간한 <황진이>와 김주영의 <객주>, 그리고 이문구의 <관촌수필>을 틈날 때마다 내가 권장하는 소이연도 그 때문이고.)

 

윤행심(69. ‘공부하는 할머니’). 달리 긴말이 필요 없을 정도로 이런 분들만 계시면 치매니 뭐니 하는 말들이 얼씬도 못하지 싶다. 참으로 멋진 분이셨고, 남편도 그에 어울리게 멋진 분이셨다. 그가 아내의 공부에 외조한 일만을 말하는 게 아니라, 두 분 사이에 오고가는 미소만으로도 두 분 삶의 안팎이 죄다 훤히 내비칠 정도로 참으로 곱고 맑으신 분들이었다.

 

(사족 삼아 덧붙이자면, 햇빛은 두 가지 병균을 박살낸다고 한다. 하나는 우울증 병균이고 또 하나는 집안에 스며들어 있는 곰팡이들. 이불을 햇빛에 소독만 해도 온 집안이 뽀송뽀송해진다든가. 우울증 환자는 하루에 한 번씩만 햇빛과 정면 대결을 해도 한 해 안에 우울증과 이별한다. 부부간에 손발의 수고, 곧 몸수고로 서로를 부지런히 거드는 집안에서는 치매가 내려앉을 방석도 치워진단다. 이 뒷말은 함께 산에 다니시는 노부부님께 들은 말이다. 두 분은 70대이셨는데, 놀랄 정도로 밝고 힘차서 그 비결을 여쭤봤더니 돌아온 답 중의 일부가 그랬다.)

 

김양현(47. 대학 교직원). 한자의 고수라는 말답게 한자능력검정시험 시행기관 9군데의 것을 모두 쟁취한 옹골진 노력파. 그의 공개 구혼 소개말대로 성실하고 정직하고 인정 많고...

 

올 최대목표이자 최고목표인 결혼이 연내로 꼭 이뤄질 것을 함께 빌고 싶다. 딱, 한 가지. 앞머리 내리가림은 내성형의 특징이기도 한데, 앞으로 옆지기는 그 반대 성격인 활달 개방형을 맞으셔서, 신나게 밖으로 끌려다니는(?) 삶을 엮으셨으면 싶다. 하하하.

 

차제에 한마디 보태자면, 대기업 면접에 참가하는 젊은이들은 요즘 유행하는 앞머리 내리붙임 모양을 절대로 하지 말라는 것. 자신도 모르게 혹은 의식적으로 앞머리를 내려서 이마를 가리는 이들은 내향형인데, 당당하지 못하고 조직 생활을 하면서 타인들과 적극적으로 잘 어울리지 못하며 영업 활동에서 덜 적극적이다. 때로는 앞/뒷모습이 다를 때도 많다. 그 때문에, 날카로운 면접관들에게서 알게 모르게 감점을 당한다. 몇몇 그룹에서는 암암리에 유통되는 결격 사유이기도 하고, 실제로 집단 면접을 해보면 적극성/사교성/명료성 등에서 다른 이들보다 낮은 점수로 나온다. 특히, 언론사 S그룹의 취업을 꿈꾸는 이들은 절대로 앞머리로 이마를 가린 채로 면접에 응해서는 안 된다. 거의 백전백패다. 

 

김보승(34. 공무원). 경비행기를 타고서 하늘을 오른 뒤 패러글라이딩의 꿈으로 연결되셨다는 올진 미혼 멋쟁이. 급식 지원 관련 업무를 하면서 빠지는 아이들 없도록 더 신경 쓰시겠다는 말에서 더욱 살진 안 모습을 살짝 내비치셨다.

 

이래저래 우리말 겨루기 출연자들은 참으로 멋진 분들이라는 말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달인 등극 여부에 관계없이, 이 프로그램에 출연하시는 분들은 삶의 안팎에서 크고 작은 등불들로 주변을 밝히실 분들이다. 어제도 그런 생각이 들었다.

 

-공부량과 공부 자료 문제 : 어제 출연하신 분들은 기본실력의 면에서는 뒤지지 않을 정도의 내공(?)들이 만만치 않으셨는데, 달인 도전 수준으로는 덜 준비된 분들이 많았다. 도전자를 가리는 마지막 겨룸에 나서신 두 분, 이환수 님과 윤행심 할머님이 그나마 공부량 면에서 기본량을 넘기셨다고 할까. 나머지 분들은 공부량 자체가 부족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3단계에 진출하셨던 김보승 님의 경우는 공부 자료와 양, 두 가지 면에서 다른 두 분에 비하여 좀 모자라는 게 눈에 띄었다. 도전자로 선정되신 윤행심 님은 공부 자료 면에서 아쉬운 점이 드러나 보였고. 집대성된 자료가 아닌 조각 살림을 하신 듯했다.

 

지난 회에 이어 이번에도 맞춤법 부분의 공부를 건너뛰었거나 덜 준비하신 분들이 도전자 선정에서 밀려 났다. 이환수 님은 참으로 다부지게 준비하셨음에도 시간이 없으셨던지 이 맞춤법/띄어쓰기 부분에 공을 들이지 못하신 게 한눈에 드러날 정도였다. 지난번의 한재옥 님과 거의 비슷한 경우였고, 결국은 다른 분이 도전자의 자리에 섰다. 지난 회에 이어 이번에도 달인이 나오지 않은 데에는 그런 도전자 뒤바뀜도 한몫했지 싶다.

 

달인 자리에 오르기 위해서는 탄탄한 공부가 필요하다. 공부량과 공부 자료 두 가지 면에서. 흔히들 기출 문제를 풀어보고 거기에 곁줄기 조금을 보태어 공부 자료로 삼는 이들이 아주 많은 듯한데, 그래서는 달인 자리에 앉을 수 없다. 잘해야 3단계 진출 아니면 운 좋은 도전자 정도에 머물게 된다.

 

달인 자리는 결코 운으로 오를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십자말풀이에서 14문제를 풀고도 넘어지는 경우가 좀 많은가. 그 한 문제는 도전자가 접해보지 않았거나 공부 자료에서 빠져 있던 것일 때가 많다. 행운에 의지하는 그런 태도는 도전자로서 취해서도 안 되고, 가까이 해서도 안 될 일. 삶의 전반에서도 전혀 도움이 안 된다.

 

겨루기 도전은 삶의 궤적에서 점 하나에 불과할 뿐이다. 나머지 삶을 위해서도 제대로 정도를 택해야 한다. 운에 의지해서 운 좋게 달인 자리에 오른 이들의 뒷모습을 대하면, 우리에게서 선뜻 박수가 나가지 않는 까닭. 그것은 그런 행운 의지형 삶에는 우리가 휩쓸리기 싫기 때문이고, 그래서 박수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기 때문이 아니던가.

 

2. 1단계 초성 문제

 

-제시어 분포 : 도/장/박/망/통. 어제 두 분은 우리들의 관심사인 ‘?0?’ 문제를 가볍게 통과하셨고, 두 분이 거기서 낙마하셨다. 한 분은 첫 문제에서 막히는 바람에 도전 기회도 없었고.

 

이환수 님의 경우에는 위에도 적었듯이, ‘0장0’ 문제와 ‘장00’ 문제에서 ‘나장이’와 ‘장명법’을 답하는 놀라움을 보여, 시청자들을 한껏 긴장시키면서 멋지게 300점 만점으로 출발하셨다. 어제 출연자 중 유일한 만점 출발.

 

순발력이 대단하셨는데, 이 분의 독서량이 아주 매서울 정도라는 게 다른 문제풀이에서도 배어나왔다. (언어와 관련된 순발력은 타고난 빠른 두뇌회전 능력 덕도 있지만, 실은 독서에서 더 많이 확실하게 빨리 나온다.)

 

송은주 양은 ‘0도0’ 문제에서 ‘천도교’로 멋지게 답했는데, 도리어 평이한 ‘도00’의 문제에서 걸렸다. 사회자도 언급했듯이 엄청 많은 낱말들이 있는데... ‘도서실/도서관/도라지/도시락/도깨비/도토리/도둑놈/도둑질/도적질/도시인/도시화/도자기/도지사/도움말/도련님/도덕성/도읍지/도리질/도리깨/도피처... 등등. 그래도 250점으로 출발했으니 첫출발이 산뜻한 편이었다.

 

윤행심 님이 ‘0박0’의 희생물이 되셨다. 쉽게 떠오르는 ‘0박’의 2음절어를 떠올리고 거기에 접미사 덧붙이기 방식을 선택하시면 도움이 되셨을 텐데, 3음절어를 떠올리려고 하시다가 시간이 지나버리신 듯하다. 예컨대, ‘외박/숙박/민박협박/맥박’ 등처럼 쉽게 떠올릴 수 있는 말 뒤에 적합한 접미사 ‘-집/-자/-소/-수’ 등을 붙여 보시면 도움이 되셨을 문제였다.

 

김양현 님은 ‘망’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석패했다. 하기야, 어제 제시된 초성 답 중에서는 가장 까다로운 말이기도 했다. 일단 그 답만 맞혔으면 그 다음에는 활용어 부분에서 아주 광대한 자원이 있었던 말이기도 한데 (‘희망/소망/낙망’ 등의 흔한 말을 이용하여 앞뒤 말 만들기가 아주 용이했고, 3음절어도 ‘망나니/망부석/망아지/망태기/망중한/망원경/망설임/망명자(亡命者)/망명객/망명지’ 등과 같이 자원이 아주 풍부했다), 그래서 더욱 아쉬웠다.

 

김보승 님도 문제의 ‘0통0’에 걸려 넘어지셨다. 아주 쉬운 문제는 아니었지만, 조금만 차분히 생각하셨으면 떠올릴 수 있는 낱말들은 많았다. 즉, 앞서 언급한 것처럼 쉽게 떠오르는 2음절어, 곧 ‘교통/정통/유통/진통/소통/전통/융통’ 등을 떠올리고, 거기에 접사나 명사를 붙여 보는 것이다.

 

그리 해보면 ‘교통’에서 ‘교통량/교통난/교통로/교통비/교통망/교통편/교통축(交通軸)/교통권(交通權)’ 등을, ‘정통’에서는 ‘정통성/정통파/정통론/정통적’ 등이 가능하고, ‘진통’에서도 ‘진통제/진통기(陣痛期)’ 등을 조립(?)해 낼 수 있다. ‘유통’에서도 ‘유통망/유통량/유통비/유통세/유통액(流通額)’ 등의 말들이 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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