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빈섬 이상국의 사쿠라꽃 : 질 때 더 여자 생각이 난다
사쿠라꽃 피면 여자 생각난다. 이것은 불가피하다.
사쿠라꽃 피면 여자 생각에 쩔쩔 맨다. /김훈
이 사람은 사쿠라꽃을 모르는 사람이다. 사쿠라꽃은 질 때 더 여자 생각이 난다. 미친 것들처럼
빨리 그토록 허무하게 화르르륵 지는 그 낙화를 보면 정말 여자 생각이 난다. 사내가 하는 여자
생각이 가장 아름다운 때는 더 이상 누릴 사랑의 여분이 없을 때이다. 지금 아니면 다 끝나버리는
아쉬움과 당혹. 정말 사쿠라같이 가짜같이 이 세상에서 우리가 정말 사랑했던가 하는 회의가 돋는
그 한때의 그리운 비명을 빼놓고, 여자 생각을 논하지 말라. /빈섬.
2. 나의 어떤 답글, 벚꽃 사진을 대하고 나서 긁적인
벚꽃은 꽃이 질 때, 더 아름답죠.
왕성해서 분분하고
의기팽창으로 야무지고
바닥에 내려서도 풍성함으로 의젓하고...
특히, 달빛 아래 소복하게 쌓인 채 안 밟힌 벚꽃들은
한 해 한 번의 요정들 야회(夜會)라고나 할까.
버려져서 보물섬이 되어 버린
그 섬에서
이 벚꽃들은 앞으로 오래 제대로 사랑받을 듯싶군요.
3. 김훈의 사꾸라꽃에 관한 내 생각
벚꽃 앞에서 쩔쩔 매는 작가 김훈은 늙음 탓이다... 라고 한다면
너무 심한 말일까. ㅎㅎㅎ
하기야, 그는 도올 김용옥과 대학 동기로 1948년생.
작년에 환갑을 맞았다.
늙었다고 한 것은 그의 육체적 연령을 이름이 아니다.
그 시대에 가장 화사한 꽃이라고는 '사꾸라꽃'일 수밖에 없는
그런 시절에의 오랜 갇힘 탓에, 꽃앞에서의 사유가 제한될 수밖에 없어서다.
화사 분분한 사꾸라꽃을 대하면,
몸도 파는 여인들의 꽃분홍 치마자락이 떠오를 수밖에 없도록,
김 작가가 살아온 시대는
시청각 자료에 대한 해석용 회로기판이 고정되어 있었던 탓.
마치, <현의 노래>에서
“포구는 늘 시끌벅적했고 아랫녘 갯가의 창기들이 몰려들어
주막은 화사했다"라고 적었듯이...
꽃 중의 상당수는 필 때보다 질 때 더, 안타깝게 여겨진다.
벚꽃은 그 중 하나.
그런 점에서, 빈섬의 관찰이 내게는 더 친근하게 다가온다.
[추기] '사쿠라꽃 피면 여자 생각에 쩔쩔 맨다'는 김훈의 글은
김훈 기행 산문집 <풍경과 상처> 속에 들어 있는
<여자의 풍경, 시간의 풍경>이라는 제목의 소품 첫머리 문장들이다.
[Apr.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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