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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9회(2013.4.8) KBS 우리말 겨루기 문제 함께 풀어 보기(1)

우리말 겨루기 문제 풀이

by 지구촌사람 2013. 4. 9.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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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59회(2013.4.8) KBS 우리말 겨루기 문제 함께 풀어 보기(1)

 

 

1. 개괄

 

 

-출연자들의 면면 : 정민화(50. 버스 운전기사). 자식들에게 자극제가 되고 싶어서 소매를 걷어붙이고 나섰다는 멋진 분. 자신의 머리칼에 손을 대고 ‘사랑한다’는 말을 하는 것으로도 발모 효과를 보셨다는 재미있는 분이셨다.

 

하기야, 식물들조차도 이 사랑한다는 말을 계속 들으면 건강하게 쑥쑥 자라서 다른 것들보다 더 예쁜 꽃과 더 맛있는 열매로 보답한다. 음악을 듣고 자라는 식물들도 그렇고. 이러한 것들은 실증적으로 검증된 진실이기도 하다. 그처럼 사랑의 힘은 동식물을 가리지 않는다. 내놓고 사랑한다는 말을 더욱 열심히, 일상생활에서 버릇 삼아야 할 필요는 그래서도 있다. 가장 가까운 이들부터 시험 삼아서라도 해보자.

 

 

민화 님만이 유일하게 1단계에서 300점 만점을 받으셨다. 최대 난관인 ‘?0?’에서 ‘마’를 이용하여 ‘되마중’이라는 고급 낱말로 답하는 걸 보고, 내공(?)이 만만치 않음을 느껴서 기대를 했는데, 3단계 맞춤법/띄어쓰기의 6문제에서 전패하는 바람에 4단계에서의 맹추격에도 불구하고 달인 도전의 기회를 얻지 못했다.

 

누차 얘기했듯이 공부에서 편식은 금물이다. 웬만큼 기본실력을 갖추고도 맞춤법/띄어쓰기 부분을 등한시하여 달인 도전의 기회까지도 날려버린 분들이 벌써 최근 들어 세 사람째다.

 

안달예(69. 주부). 근래의 출연자 중 최고령자이셨다. 그 연세에 어울리지 않게 목소리가 밝고 당차서 참으로 멋졌다. 공부가 재미있다는 말과 동네 척척박사로 통하신다는 말에서 그 ‘호기심 천국’형 노력파의 모습이 넘쳐나고 있었고, 그 적극적인 힘이 목소리에 고스란히 실려 나왔다. 목소리가 크고 맑고 밝은 분들은 그 자신은 물론이고 주변까지도 밝게 한다.

 

그런 목소리를 들려주시는 도전 모습만으로도 우리에게 귀감이 되고 남으셨다.

 

한향자(51. 공부방 교사). 나는 처음에 아동물 더빙 전문 30대 성우 분이 출연하신 줄만 알았다. 다시 연세를 확인했다. 예전에 흔히 쓰던 표현, 곧 ‘옥쟁반에 굴러가는 구슬 같은 목소리’라는 게 실물로도 존재한다는 걸 배웠다.

 

이분이 언급하신 <독서 마라톤>은 작년에 전국적으로 시행되었던 프로그램이다. 읽은 책의 페이지 수를 합산하여 목표치에 도달하는 이들에게 인증서를 주어 독서 습관을 북돋우려는 좋은 기획. 그분이 읽으신 책이 약 300권 정도라고 하셨던가. 이것은 엄청난 양인데 매일 한 권 정도씩 도전해야 겨우 이룰 수 있는 독서량이고, 한 주일에 두세 권 정도를 읽는 나 같은 사람은 3년 정도 매달려야 하는 분량이다. 저술 작업용 참고도서로 접하는 것들은 빼고이지만 말이다.

 

이분이 1단계의 관문 문제인 ‘0눈0’에서 ‘외눈이’로 답해서 실족하신 것은 이 엄청난 독서량의 부작용(?)이기도 했다. ‘왕눈이/네눈이/짝눈이’ 등을 자주 접하시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외눈이’라는 말도 작명이 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멋진 분이셨다. 독서량 한 가지만으로도, 많은 이들의 스승이 되셨다.

 

독서 이야기가 나왔으니, 잠시 (오늘은 작심하고) 삼천포에 들렀다 가기로 하자.

이 나라에서 공개적으로 근래의 독서량 기록을 세운 이는 김병완이라는 이다. 잘 다니던 유명 회사를 40대에 그만두고 책을 읽기 위해 부산으로 내려갔다. 3년 동안 작심하고 읽어댄 양이 약 9천 권. 하루 열 권 정도를 읽어댄 셈이다.

 

한 시간 반 정도면 평균 한 권 정도를 읽어대는(속독파 중의 중간급인) 나도 도무지 그게 믿어지지 않아 계산을 해봤는데, 나중에 그가 그 독서 비법을 책으로 엮어낸 게 ‘48분 독서법’이라는 것이었다. (내용이 궁금하신 분들은 그 궁금증을 원동기 삼아 서점이나 도서관 방문을 한번들 해보시길.) 그 뒤로도 그는 수많은 책자들을 봇물 터진 듯이 쏟아냈는데 (그 중 가장 권하고 싶은 책은 <40대 다시 한 번 공부에 미쳐라>이다), 그의 말이 걸작이다. “책을 많이 읽고 나니 저절로 써지더군요.”

 

독서와 관련하여 세 사람의 유명 동창생 얘기를 하나만 더하자. 유려한 문체와 고순도 압축 비유 문장의 스승으로 지금도 영문학도들의 필독 에세이 작가로 떠받들리는 서머셋 몸(Somerset Maugham). 그리고 1925년 스웨덴 한림원이 밝힌 노벨문학상 수여 사유가 “뛰어난 시적 아름다움에 스며있는 재기발랄한 풍자로 이상주의와 인도주의 사이에 위치한 그의 작품을 기리기 위해”서였던 조지 버나드 쇼. 사려 깊은 유머와 위트 분야에서 아직도 그를 뛰어넘는 작가들이 없을 정도다.

 

그는 죽으면서도 마지막 말로, ‘죽기는 쉬운데, 코미디(comedy. 희극)는 힘들어...’라는 말로 우리를 끝까지 숙연하게 웃겼다. (비극적 상황으로 넘쳐나는 인생길에서 되새겨 보면 참으로 의미심장한 말이다). 우리에게는 영화 <마이 페어 레이디>로 널리 알려진 <피그말리온>도 있는데, 그는 이것으로 80대에 오스카 각본상을 받았다. (아마도 그 부문의 최고령 수상자가 아닐까 싶다.)

 

마지막으로, 딱딱한 이념서라기보다는 철학 서적으로 더 높이 재평가 받는 명저 <자본론>을 저술한 칼 마르크스. (발간 초기에는 수많은 이들이 이것을 새로운 유파의 철학서로 대했다. 유럽 전역에 애독자가 넘쳐날 정도로. 특히 프랑스에 그와 친교를 맺고 싶어하는 작가들이 아주 많았다.)

 

이 세 사람은 대영박물관 부속 독서실(Reading Room. 도서관이 아닌 독서실로 이름 지어져 있지만 그 규모는 놀랄 정도. 서가가 3층 높이이고 책장의 길이만 4.8킬로. 선반의 길이를 전부 합하면 48킬로에 이른다)의 동창생들이다. 마르크스가 조지 버나드 쇼의 10년 선배쯤 되고, 그 뒤를 서머셋 몸이 따른다. 그들은 몇 년을 두고 드나들면서 그 독서실을 서재로 활용했다. 물론 유명인들이 되기 전의 일이다. 석탄이 없어 불이 꺼진 난로 옆에 가족들을 두고 마르크스는 매일 그 독서실로 출근하다시피 했고, 당시 작성된 그의 ‘출근부’(출입 시 서명하는 장부)는 지금도 대영박물관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눈요기 호사가 되고 있다. (이 독서실의 장기 이용 고객(?) 중에는 코난 도일도 있고 예이츠도 있다.)

 

요약하자. 그들의 명문(名文)과 깊은 사고, 예리한 통찰력, 감동적인 재치 등, 인류의 지적 자산으로 남게 된 것들이 거저 얻어진 게 아니다. 모두 독서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사람이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

 

이제, 삼천포를 빠져 나와 ‘고향 앞으로 갓!’ 하자.

 

 

이수창(21. 홍대 법학과 1년). 자기소개 부분에서 ‘퀴즈 고수’로 자신을 소개했다는 재미있는 청년이었다. 골든 벨 장학 퀴즈의 마지막 1인자로도 남았었다고 했고, 청년답게 목소리도 힘찼다.

 

그런데, 그의 자기소개를 들으며 순간적으로 스쳐간 생각 하나가 있었다. 저 청년 오늘 도전자 자리에도 못 서겠구나... 하는 생각이 그것. 퀴즈에 관한 한 자신 있어 하는 그의 태도에서 우리말 겨루기에 관한 공부를 어떻게 했을지 대충 짐작이 갔기 때문이다.

 

이 우리말 겨루기 프로그램과 관련하여 사람들이 흔히 착각하는 게 있다. 특히 퀴즈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난다 할 정도로 이런저런 문제풀이에 지대한 흥취를 느끼고 있는 사람들의 경우에 그 착각이 더 심하다. 잘라 말하자면, 우리말 겨루기는 퀴즈 프로그램이 아니다.

 

퀴즈 프로그램에서 나오는 문제들은 크게 나누어 두 가지다. 퀴즈로 나올 만한 것들을 추려서 만든 퀴즈용 문제와 (그런 문제들을 추려 모아놓은 것들까지 유통될 정도로 구분되어 있다), 여태까지 출제되지 않았던 것들에서 형식과 내용의 깊이를 바꾸어 개발하는 문제들이 그것이다. 전자의 경우에는 만 개에서 3만여 개 정도의 퀴즈용 단문들을 섭렵하면 대체로 기본 준비는 끝난다. 후자의 경우에는 신문에서 새로 부각시키는 이른바 시사 상식과, 새롭게 밝혀진 역사적 사실, 발굴물, 인간사, 문화적/생태학적 성취 등을 조합하여 만든다. 퀴즈용 문제 제작 전문가들이.

 

그렇기 때문에 일반 퀴즈에 도전하는 사람들은 단편적인 지식 사냥꾼이 될 수밖에 없다. 번뜩이는 눈초리로 퀴즈 문제가 될 수 있을 만한 것들을 사냥한다. 그렇게 해서 포집망의 내용물들을 넓혀간다.

 

그리고는 행운에 의존한다. 세상에 유통되고 있는 지식만으로도 넘쳐날 지경인데, 그 중에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은 만 분의 일도 안 되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그런 이들에게 객관식 선다형 문제가 아닌 주관식 문제가 나오면, 수시로 막히고 넘어진다. 그만큼 일개인의 지식량이란 그야말로 밤하늘의 별 중 하나에조차 미치지 못한다.

 

그러나 우리말 겨루기는 다르다. 깊이와 폭만 제대로 갖추면 그 성취는 또렷해진다. 공부의 대상과 양이 명확하다. 성패를 좌우하는 것은 공부 자료의 양과 성실성일 뿐, 행운에 의존하는 짓은 도리어 걸림돌이 되어 넘어지기 십상이다.

 

일반 퀴즈 프로그램에서 제법 실력을 뽐낸 이들도 우리말 겨루기에서 좌초하거나 넘어지는 이유는 간단하다. 행운이란 게 거의 통하지 않기 때문이다. 요즘의 경우라면 기껏해야 맞춤법/띄어쓰기의 객관식 문제에서 발휘할 수 있는 짚기 실력이라고나 할까. 우리말 겨루기는 진정한 우리말 공부 성과를 겨루는 곳이지, 행운에 의존해서 집어내기를 하는 곳이 아닌 까닭에, 일반 퀴즈에서 어깨에 힘을 줬던 이들도 성실하게 노력하지 않으면 백전백패하는 곳이 바로 우리말 겨루기다.

 

뿌리 없는 지식에서는 싹이 돋지 않는다. 당연히 꽃도 열매도 없다. 단편적인 지식 사냥꾼들의 경우, 어떤 자리에 올랐든 그 뒤로 또 다른 성과물들이 전무하다시피 하는 게 그 좋은 예다. 어떤 퀴즈에서(심지어 우리말 겨루기에서조차도, 이걸 퀴즈로 여긴 사람들의 경우에는) 행운의 도움을 받아 최종 목적지에 도달했다고 하더라도 퀴즈에만 안주하는 이들에게서는 공통적으로 그런 현상들이 보인다.

 

퀴즈는 또 다른 공부를 위한 징검다리일 뿐이다. 그럴진대, 행운에 의존해서 이뤄낸 성과에는 도리어 부끄러워해야 하고, 그 부끄러움을 투자하여 더 큰 공부를 제대로 해야 한다. 지성인이라면... 달인이든 영웅이든 그것이 일회용 꾸미개로 끝나서는 그 자신의 더 큰 삶에서 도리어 부끄러운 일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우리말 달인의 경우라면 최소한 자신의 일기장 한 귀퉁이에서라도 자신이 공부한 우리말들이 숨 쉬고 있어야 한다. 자신의 삶에 조그마한 변화라도 불러일으킬 수 있을 때 비로소 제 공부를 했다고 할 수 있다. 그렇지 않을까.

 

김경숙(30. 공무원). 지난번에도 당찬 젊은 여성 공무원이 출연했는데, 이번에도 그 대를 이어 멋진 분이 나왔다. 해맑은 미소와 또랑또랑한 말씨가 저절로 사랑스러운 모습으로 맺히는 초보 엄마이시도 했고.

 

더구나 시할머니까지 모시고 4대가 함께 알콩달콩 살고 있다고 소개하는 부분에서는 넘치는 자신감과 행복이 고스란히 우리에게도 옮겨질 정도. 만 88세에 이르신 시할머니가 스튜디오에까지 그처럼 몸소 나오셔서 손자며느리의 재롱(?)을 지켜보시는 그림이 참으로 아름다웠다. 어제의 출연자들은 전 가족 응원단 참석이 많았는데, 앞서의 출연자들과 좋은 대조를 이뤘다. 가족이 함께 하는 그런 모습들을 남기는 것처럼 삶의 앨범에 꽂히는 확실한 추억 사진도 없다. 지나고 보면.

 

참, 이분이 걸려 멈춘 곳은 ‘0차0’에서 답한 ‘이차선’. 사회자가 간단히 그 말은 사전에 없는 말이라고 하고서 넘어갔는데, 왜 이 말이 사전에 없는지 궁금해 하신 분들도 계시지 싶다.

 

이 ‘2차선’이라는 말은 여러 가지로 문제가 있는 말이다. 잘라서 말하자면, 우리가 흔히 쓰는 ‘2차선’은 ‘2차로’의 잘못이다. 차선이란 도로에 그어 놓은 ‘선’이기 때문에 차가 그 금 위를 달릴 수는 없기 때문이다. ‘차선’ 대신 ‘차로’라고 해야 한다.

 

그래도 문제는 남는다. 왜냐 하면, ‘이차선’이든 ‘이차로’든 이런 말이 아직은 사전에 없기 때문이다. 위에서 ‘2차로’라고 숫자로 표기한 것은 그 때문이다. ‘이’를 써서 표기하자면 ‘이 차로’라고 해야 하는데, 이게 또 얼마나 혼란을 야기할 것인가. 현재,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이차선’과 ‘이차로’ 모두를 표제어로 올리지 못하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하루 빨리, 어느 쪽으로든 정리해서 일반명사로 정리해줘야 국민들이 불편해 하지 않는다.

 

참고로 ‘차선’과 ‘차로’를 정리해서 보이면 아래와 같다.

 

차선[車線]? ①자동차 도로에 주행 방향을 따라 일정한 간격으로 그어 놓은 선. ②도로에 그어 놓은 선을 세는 단위.

차로[車路]≒찻길? 사람이 다니는 길 따위와 구분하여 자동차만 다니게 한 길.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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