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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0회(2013.4.15) KBS 우리말 겨루기 문제 함께 풀어 보기(1)

우리말 겨루기 문제 풀이

by 지구촌사람 2013. 4. 16.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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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60회(2013.4.15) KBS 우리말 겨루기 문제 함께 풀어 보기(1)

 

 

1. 개괄

 

 

-출연자들의 면면 : 임상주(63. 주부). 노인흥(41. 유치원 영어 강사). 공혜주(32. 화가). 이상선(59. 권투 지도자). 소윤섭(26. 원광대 영어교육과 3년).

 

이 프로그램의 가장 좋은 점은 출연자들을 통해서 시청자들이 하나라도 뭔가를 얻어갈 수 있다는 점이다. 나도 저렇게 살아야지 하는 기본적인(?) 다짐들을 하게 되거나 실행에 옮기기도 하는 그런 좋은 전염력이 있다. 바로 그것이 이 프로그램에 지속적인 생명력을 더하고, 시청자들에게도 뭔가를 깨닫게 하면서 그 깨달음을 일상의 삶에 적용시켜 변화를 이끌어내는 쌍방향 교응력으로 작용한다.

 

구슬공예나 뜨개질과 같은 자기 몰입형 취미생활로부터 평창 동계 올림픽에서의 자원봉사자 활동과 우리말 겨루기 출연이라는, 이른바 바깥세상으로의 비상을 꿈꾸며 하나하나씩 이뤄 나가시는 임상주 님. 60대 나이에도 꿈을 꾸어야 하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 어떻게 노력하고 있는가를 실물로 보여주신 것만으로도 잔잔한 감동을 심어주신 분이었다. 머리나 입으로는 늘 뭔가를 해봐야겠다면서도 여전히 드라마 앞에서 미적거리고 있는 수많은 이들에게 살아있는 교본이시기도 했다.

 

필리핀에서 8년을 지내고 돌아와 보니 정말 한국이 좋은 나라라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되었다는 노인흥 님. 사실 밖으로 돌아다니다 보면 시키지 않아도 저절로 나라 사랑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런 내 나라 사랑과 아끼기의 시선은 짐작과는 달리, 멀리로 번지기보다는 그 반대로 주변으로 좁혀질 때도 많다. 내가 사는 동네의 뒷동산이 설악산보다도 더 소중하고, 근사한 대형 호텔방보다도 내가 머무는 곳이 더 살갑고 따뜻해지게 되는 식이다. 그것이 어쩌면 그 먼 길을 돌아와서 비로소 얻게 되는 진정한 깨달음일지도 모른다. 나 역시 30대 중반에 8년 만에 해외 살이를 정리하고 돌아왔을 때 그랬다.

 

그분은 전화 건을 얘기하셨던가. 한국에 오니 하루 이틀이면 연결이 되더라고. 그런 건 부지기수다. 산골 펜션에서조차도 인터넷이 가능한 우리나라에서 아무 생각 없이 그런 혜택을 누리다가 다른 나라로 가면 가장 불편한 게 바로 인터넷이다. 업무상 5대양 6대주를 바삐 돌아다녀야 했던 내가 호텔 예약을 할 때마다 필수 조건으로 제시했던 품목이 바로 <인터넷 가능> 요건이었다. 어디서고 이메일로 일을 해야 하는 나로서는 그게 ‘목구멍이 포도청이라’와 동급이었으니까.

 

그런데도 자동 연결이 되지 않아 그때마다 호텔의 컴 담당자를 불러 어렵게 연결하거나 심지어는 그네들의 사무실로 내려가 컴을 빌려 사용해야 할 때도 흔했다. 한 번은 러시아의 영향권에서 벗어난 지 얼마 안 되는 에스토니아에 갔을 때 (핀랜드 건너편에 있는 조그만 나라)인데 자기네들 딴에는 영빈관으로 모신다고 일종의 국가급 초대소를 숙소로 배정해줬지만, 이메일을 쓸 수가 없어서 그네들의 군용선을 빌려서 처리한 적도 있었다.

 

이동전화 역시 마찬가지. 그야말로 통신 분야에서는 세계 최고를 달린다고 자만하는 미국조차도 접속방식이 지역마다 CDMA와 GSM이 뒤섞여 있어서, 예전에 자동 전환(로우밍)이 되는 전화기가 없을 때는 공항에서 GSM 방식의 전화기를 추가로 빌려 가지고 나가야 했다. 캐나다 역시 마찬가지이고. 이 두 가지 방식을 동시에 수용하는 전화기를 맨 처음 만든 것도 우리나라였다. 물론 GSM 방식이 더 흔한 유럽 지역을 겨냥하다 보니 쉽게 떠올린 생각일 수도 있겠지만. 그리고, 지금도 전 세계의 가정집 기준으로 유선전화가 설치되어 있지 않은 집이 1/5이 넘는다. 유엔의 통계에 의하면 그렇다.

 

놀랄 일이 아닌 것이 우리나라 역시 1970년대까지 백색전화와 청색전화라는 것이 있었다. 이사 후 전화번호을 반납하면 자동적으로 번호를 받을 수 있는 게 백색전화라는 것이었는데 번호를 팔고 사는 게 허용되었고, 청색전화는 이사 가면 새로 번호를 받을 때까지 무한정 기다려야 했다. (백색전화라고 해서 전화기가 백색이었던 게 아니라, 전화국의 신청 원부 색깔이 그 두 가지로 되어 있었던 데서 비롯된 용어다.)

 

맨 처음으로 내 집에 백색전화를 설치했다는 소식을 듣고 기뻐하던 79년까지만 해도 전화 청약을 하면 2년 정도를 기다려야 했다. 쌀 한 가마니 값이 7만 원도 안 되던 시절에 백색전화기 한 대 값(사고 팔 수 있는 전화 가입권)이 200만 원까지 치솟았으니, 거의 쌀 30가마니 값. (당시 이 나라 최고 수준의 급여를 지급하던 곳이 대우실업이었는데, 대졸 초임이 25만 원이 채 안 되었다. 중고교 초임교사 봉급이 16만 원선이었고. 그때 내가 잠시 귀국해서 서너 달 머물면서 굴린 포니 중고차를 100만 원에 구입했던 기억이 난다.) 전화 형편이 그랬던 탓에, 백색전화 임대 사업자까지 있었다. 월부 전화라고 해서 한 달에 얼마씩 주고 썼다. 전화가 급한 사람들은.

 

그런 시절을 해결하게 된 것이 TABX라는 전전화자동교환기를 우리나라가 전 세계에서 세 번짼가 네 번째로 개발하게 되면서다. 요즘은 TDMA라고 해서 시분할다중접속이라는 어려운 통신 용어로 불리는 기술의 초보 단계인 공통제어식 자동 접속방식을 적용한 것인데, 그 개발 주역 중의 하나가 바로 오명 박사였다. (그는 나중에 없어진 체신부장관 자리 대신 과기부 장관인가를 하는 것으로 그 공을 인정받았다.) 쉽게 말하자면, 교환원이 사라지고 수많은 회선의 동시 접속이 자동적으로 이뤄지게 하는 교환기의 발명이라고 보면 된다. 벽돌을 더 길게 쌓으면 담장이 길어지듯, 시스템의 자가 증식이 쉽고 편하다는 것이 그 발명의 특장점이기도 했고.

 

전화 사정은 그런 수많은 사례들 중의 하나에 불과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이웃집 가듯 하는 일조차도, 그래서 의식도 하지 않았던 일들이, 밖에 나가면 엄청 불편한 일로 다가오는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 반대의 경우도 있고. (일부 유럽 지역에서는 국가 간 이동에서 여권 없이 가능할 때도 많다. 심지어 여권을 깜박 했다고 하고, 운전면허증으로 대신할 수도 있다. 물론, 확실한 신원을 확실하게 증빙할 만한 다른 자료들이 있어야 하긴 하지만. 당시고 지금이고 간에 우리야 꿈에도 생각할 수 없는 일.)

 

사람은 그래서 우물 안과 우물 밖을 오갈 필요도 있다. 내 가까이에 있는 것이 가장 소중한 것이라는 걸 그렇게 힘들여서 알게 될 때, 그 소중함의 두께와 깊이가 제 자리를 찾게 되면서 제대로 뿌리가 돋고 새싹이 자라나게 된다.

 

엉뚱한 얘기로 삼천포에 또 다녀왔다. 원위치!

 

공혜주 님과 이상선 님도 살아있는 감동의 실물이자 배움에의 길에서 접하게 되는 감화 스승의 현신(現身). 학원조차 가지 않은 채로 비전공자가 독학으로 화가로 일어선 혜주 님이나 나이 43살에 권투를 시작해서 생활 복싱 대회에서 금메달을 따고, 소설가의 꿈까지 가꾸고 있다는 16년차의 권투 인생, 상선 님. 운동하는 사람들이 공부를 안 한다는 편견을 깨고 싶어서 출연했다는 그 말을 들으며, 시청자 중 일부는 자식들의 옆구리를 찌르며, ‘저 봐라. 저 아저씨 말씀 좀 들어봐라’ 하시지 않았을까. (하기야, 그 시간대에 부모와 자식들이 함께 앉아서 우리말 겨루기를 시청하는 가족이라면 그런 말을 할 필요조차 없는 가정이긴 하지만.)

 

소윤섭 학생도 지난번 출연자에 이어 외국어 교육이나 학습에서 깊이 있는 우리말 공부가 얼마나 중요하고 필요한 일인지를 이야기했다. 노인흥 님도 같은 말을 했고. 전에도 말했지만, 외국어를 잘 못하는 사람은 우리말 실력이 별로다. 반면 외국어를 잘하는 사람은 우리말 실력도 빼어난다.

 

나 역시 그걸 절실히 체감한 사람 중의 하나다. 웃기는 소리이긴 하지만, 가끔 외국인들로부터 상찬의 박수를 받기도 하는 내 영어 연설의 뼈대는 우리말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재미와 촌철살인의 위트를 항상 짧은 표현에 담아내곤 하는데, 그 기본 용기(用器)는 우리말이다. 우리말에서 비롯한 아름답고 적확한 표현 찾기의 버릇이 외국어로 이어진 것이다. 생각하고 표현해 내는 도구가 영어인 것일 뿐. 사고의 태도가 사고의 내용을 결정한다.

 

2. 1단계 초성 문제

 

-제시어 분포 : 열/새/말/적/치. 어제 출연자들 중에는 300점 만점 취득자가 없었다. 그만치 평균적으로(?) 공부량들이 많지 않았다고 한다면 야박한 표현일까. 두 분이 그 마의(?) 앞뒤 걸치기 말인 ‘?0?’에서 넘어지셨고, 소윤섭 학생은 날렵하게 돌아가던 두뇌가 ‘00치’에서 머뭇거렸다. 아무래도 제대 복학생 후유증이 남아 있어서였음인가.

 

지지난번에 언급했던 제시어 간의 형평성 문제는 많이 개선된 편이지만 아직도 조금은 더 출제자들이 신경을 써야 하지 않을까 싶다. 예컨대, 노인흥 님이 선택한 ‘새’의 경우는 고유어이다 보니 잠재적 답안 낱말 수는 물론 즉각적으로 동원할 수 있는 가용 자원(?)의 측면에서 다른 한자어 계통의 말들에 비해서 현저하게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출연자들이 실족하셨던 부분들만 살펴보기로 하자.

 

상주 님은 ‘0열0’에서 고생하셨다. 위에서 제시어 전체를 제시한 데서도 보이듯, 한자어를 활용하여 쉽게 답할 수 있는 것들이 세 개 (‘열/적/치’)였는데, 그 중의 하나였다.

 

이 열은 ‘열(熱)/열(列)/열(裂)/열(閱)’ 중에서 두어 개만 떠올려도 답하기는 손쉬운 편이었다. ‘가열/감열(-熱), 행렬, 파열, 검열’ 등을 떠올린 다음 거기에 활용할 수 있는 접사들만 갖다 붙이면 되니까. ‘가열기, 감열기, 검열관, 검열대, 행열식, 행열도...’ 등등. 다만 출연자가 여성분인데다 연세가 있으셔서 이러한 남성 중심의 한자어들을 떠올리시는 데는 한계가 있었을 터였다. 한자어 낱말들의 단점이 바로 그런 것이기도 하고.

 

노인흥 님의 경우는 ‘새00’에서 멈추셨는데, 이유는 위에서 간단히 언급한 바와 같다. 비교적 친숙한 한자어들과는 달리 우리말에서 ‘새-’로 시작되는 말들 중 흔히 쓰이는 말들을 얼른 쉽게 떠올리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찾아보면 없는 건 아니다. ‘새가슴/새고기/새금물/새김질/새김위/새끼줄/새김칼/새끼틀/새내기...’ 등등의 말이 있지만, 일상생활에서 흔히 쓰이는 말들도 아닐 뿐만 아니라 여성과는 거리가 먼 말들이다.

 

출연자들의 성별을 고려하라는 게 아니라, 출제자가 남성일 경우는 이런 점들을 고려하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에, 출제할 때는 가능하면 생활 주변에서 남녀의 생활 배경/공간 등과 무관하게 공통적으로 떠올릴 수 있는 그런 것들을 배치하려고 애를 쓰는 것도 출제자의 고급 역량에 속한다.

 

소윤섭 학생이 넘어진 ‘00치’ 역시 한자어 한두 개만 떠올려도 아주 쉽게 통과할 수 있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가물치’ 등의 친근한 낱말이 아니더라도. 예컨대, ‘-치(値)’를 생각해 내면 그 다음은 식은 죽 먹기. ‘기대치/가중치/최고치/최저치... ’ 등 좀 많은가. 제시어가 한자어일 경우에는 얼른 그에 관련된 한자를 두어 개 빨리 떠올리면 답 찾기가 아주 쉬워진다. (그것이 한자가 가지고 있는 순환/확장 연상력이다. 그래서 한자 공부를 시키는 것이기도 하고.)

 

상선 님이 실족한 ‘00적’은 참으로 아쉬웠다. 이 난에서 이 ‘-적’은 만능 무기(?)라 할 정도로 제일 요긴하게 대우받는 접사라고 한 적이 있는데... 현재의 표준국어대사전 체제에서는 웬만한 명사 뒤에 이 ‘-적’을 갖다 붙이면 명사와 관형사가 된다. (예전에는 관형사로만 인정되었는데,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명사로도 인정한다. 즉, 관능적/외설적/경이적... 등의 말을 찾아보면 명사로도 뜻풀이가 되어 있다. 예컨대, ‘관능적’의 경우에는 ‘관능적(官能的)「관형사·명사」성적인 감각을 자극하는. 또는 그런 것.’으로 나온다.)

 

전에, 이 ‘-적(的)’의 만능 용도는 ‘?0?’와 같이 가장 고생하는 관문에서 활용하라고 적었었는데 (예컨대 제시어 ‘능’이 들어간 ‘0능’이라는 말을 떠올렸으면 거기에다 이 ‘-적(的)’만 갖다 붙이면 쉽게 멋진 답이 된다는 뜻), 상선 님의 경우처럼 아예 ‘00적’으로 나온다면야 정말 식은 죽 아니겠는가?

 

아무튼, 저마다 이런저런 애로들이 있었음에도 1단계를 마친 뒤의 점수는 200, 150, 200, 100, 250. 대차 없이 서로 사이좋게(?) 출발선을 떠났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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