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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처녀 치마를 들춰 보다

[촌놈살이 逸誌]

by 지구촌사람 2013. 4. 20. 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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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봄나물이 한창이다.

냉이는 거의 끝물이지만.

 

냉이는 꽃대가 나오면 뿌리가 억세지기 때문에

뿌리까지 먹으려면 그 전에 손을 봐야(?) 한다.

 

이곳 파주 기준으로 지난 주까지가

꽃대 솟기 직전이었던 듯하다.

 

꽃대가 나와도 사실 먹는 데는 지장이 없다.

잎으로 그 향이 옮겨지기 때문에, 굵거나 질기다 싶은 뿌리는

잘라내고 먹으면 된다. 

 

 

냉잇국이다.

입맛 없는 아침 상 요리로는 그만이다.

나도 저 냉잇국 바람에 한 그릇 뚝딱했다.

 

 

 

 

 

이건 민들레다. 민들레무침.

요즘 외래종 민들레(노란 꽃이 핀다)가 판을 치고 있는데

다행히도 이곳 파주에는 재래종이 아직은 더 많다.

 

재래종(하얀 꽃이 핀다)은 잎이 가늘고 길다.

반면 외래종은 이파리의 톱날 모양이 선명하고 매섭다.

하지만 봄나물로 먹는 데는 그다지 차이가 없다.

 

씀바귀의 쓴 맛(좀 독하다)을 싫어하는 이들에게는

이 민들레를 권한다.

약간 쓰면서도 단 맛이 있어서 맛이 독특하다.

 

  

 

이건 씀바귀다. 씀바귀무침.

씀바귀도 한 해에 두 번 솟는데, 가을에 자라나 월동을 하고

봄에 모습을 보이는 것들이 제일 맛있다.

뿌리가 마치 어린애들 종아리처럼 포동포동하다.

옴포동이라는 말이 저절로 떠오를 정도로.

 

요즘엔 웬만한 것들은 한 해에 두어 번씩 모습을 보인다.

냉이도 그렇고, 고들빼기도 두어 번 모습을 보인다.

늦봄이나 초여름에 뿌려진 씨앗들이 초가을 이전에 싹 터 오르기 때문이다.

 

씀바귀는 엄청 쓰다.

쓴맛을 정복한 분들에게도 만만치 않다.

쓴맛 앞에서 항복하시는 분들은 3일 정도 물에 담가 두었다가 조리하고

쓴맛을 즐기시는 분들은 이틀 정도...

씀바귀를 이틀 담갔던 물을 손으로 찍어 보면

화들짝 놀랄 정도.

그 물까지도 쓴맛이 배어 있다.

 

좋은 약은 입에 쓰다던가.

그래서일지도 모르겠다. 

씀바귀는 예전부터 사랑을 받았다.

 

고들빼기김치라고 불리는 것의 대부분이 저 씀바귀로 담근 것들이다.

(고들빼기는 씀바귀의 전라도 지방 이명이기도 하다)

진짜 고들빼기로 담근 것들은 씀바귀보다 잎이 좁다.

씀바귀 잎은 짧고 통통한데, 고들빼기 잎은 길고 좁다.

뿌리도 씀바귀는 짧고 통통한데, 고들빼기의 그것은 씀바귀에 비해

좀 길다. 통통한 정도는 시기별로 다르다.

 

    

 

 

 

 

내가 어디서 처녀 속살 맛이라고 표현했던 원추리다.

정말이지 봄나물 무침 중에서는 최고급에 든다.

한번 먹어본 이들은 반드시 또 찾는다.

 

그래선가. 요즘 모 대형 마트에서는 한 달 전부터 저걸 팔기도 하는데

불행히도(?) 비닐 하우스 재배품.   

온실에서 자란 것들이 그렇듯, 제 맛이 안 난다.

물기만 많고 천연의 단맛이 나질 않는다. 그래서 '밍밍하다'

 

이제 바야흐로 천연 노지 제품이 저처럼 모습들을 보이기 시작한다.

작년에 저 원추리 맛을 본 어느 분이

학수고대 하고 있기에

오늘 첫 작품(?)으로 한 봉지 해서 보내드리려고 한다.

 

 

 

봄나물 중 또 하나의 걸작품인 홑잎나물 재료인 화살나무.

저 새순을 따서 만든다.

 

요새 이곳 파주에는 저 새순이 막 돋기 시작하는데

두 사진 중 아래 사진에서처럼 싹이 돋기 시작하는 게 있는가 하면

아직 멀뚱멀뚱 두리번거리고 있는 늦둥이도 있다. ㅎㅎㅎ하.

 

저 홑잎나물은 새순을 한 번밖에 딸 수 없기 때문에

나올 때 작심하고 좀 따서

그걸 삶아서 갈무리하면 두고 두고 먹는다.

우리는 그래서 저걸 1년 내내 먹는다.

두어 달에 한 번씩 저걸 대하면 그 또한 여간 별미가 아니다.

 

위 사진들 중에 쑥국이 빠졌다.

아주 맛있게 먹고 있다.

요즘 쑥 철이다.

 

요즘 쑥은 쑥국용으로 알맞고

쑥개피떡용으로는 5월 쑥이 알맞다.

5월 쑥이 통통하고 양도 많고 따기 쉽기 때문인데다

떡에 넣어 찧기에는 약간 거친 쑥이 적격이다.

어린 쑥은 삶고 나면 녹을 정도로 쉽게 흐물거리기도 한다.

방앗간을 거치고 어쩌고 하려면 약간 거친 게 좋다.

 

우리 집에서는 5월 쑥을 따서 그걸 쌀 두 말 정도와 섞어서

방앗간 신세를 진 뒤에 김치냉장고에 보관했다가

한 해 내내 쑥개피떡을 해먹는다. 특미다.

가족 행사 때마다 모든 집에서 찾아대는. 

당진 쑥을 대하고 나서 생긴 우리 집 전통(?)이다. 

 

(참. 쑥개피떡과 쑥개떡은 다르다.

개떡은 나깨/노깨와 같은 밀기울이나 보릿겨 같은 질이 낮은 것으로

적당히 반대기를 만들어 먹는 싸구려(?) 하품의 이름이고

쌀가루로 만든 것은 개피떡이다. 계피와 무관한 것은 물론이고...) 

 

저 위에서 봄처녀 치마 얘기를 했는데, 낚시질용으로 지어낸 이름인가 할까봐

그 실물을 보인다.

'처녀치마'라는 정식 이름을 달고 있는 우리나라 특산 야생화다.

 

녀석은 봄눈이 다 녹기도 전에 꽃을 피워 올릴 정도로 야무진데다

주로 그늘에서 자란다.

낙엽을 깔아줘야 할 정도로 습기도 필요하고.

당진에서 한 그루를 길러봤는데, 측백나무 아래에 그늘을 만들고

산에서 낙엽과 부엽토을 갖다가 특별 대우를 해드렸더니

저처럼 꽃을 피워 올리셨다.

 

꽃을 잘 보면 처녀치마 같이 생겼다.

내가 누구인가.

그 처녀치마를 손으로 살짝 들어올려서 그 안을 확인해 봤다.

희한하게도, 잘못 들어올리면, 꽃이 꽃탁에서 떨어질 정도로 꺾여 있었다.

처녀다웠다. 목숨 걸고 지키려는 그 기백과 절개가. ㅎㅎㅎㅎ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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