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탉이 홰를 친다"를 영어로 하면?
최 종 희
이 글은 당초에 위의 제목과 같은 의도로 쓰여진 건 아니다.
아래 제목처럼, 7-8년전 아들 녀석이 입대 후 병영생활 짬짬이
영어 공부를 해보겠다는 갸륵한 편지를 보내왔기에
격려 삼아 회신했던 내용이다.
그런데, 엊그제 우연히 퇴근길에 라디오를 듣고 있노라니
어느 저명한 국제정치학자가 나와서
북한이 최근 콘돌리자 라이사 국무장관에 날린 직격탄, 곧
"암탉이 홰를 치면 집안이 망한다"는 혹평에 대해서
아주 유창한(?) 해설을 하고 있었다.
만날 그게 그 소리인, 이른바 전문가적 견해답게 적당히
포장한, 그렇고 그런 '쓰잘데없는' 잔소리를 길게 늘어놓았다.
그런데, 그 시사 프로그램의 진행자가 날 웃겼다.
해설이 끝나자, 이런 질문을 던지는 게 아닌가?
"그런데, 참 교수님. 그 북한이 했던 말을 영어로 번역해서 전달해야 하는
사람들도 꽤 힘들겠어요. 암탉이 홰를 친다를
영어로 뭐라고 해야 하는지 혹시 교수님 아세요?"
방송 전 사전 배포된 질문지에 그런 항목이 들어가 있을 리 없을 건 뻔한 일.
저명하신 교수님에게서는 답변이 없었고,
어색한 짧은 침묵이 흐르자, 사회자는 아주 노련하게 마무리를 지었다.
"북한은 참 이래저래 여러 사람들을 곤란하게 하는군요.
외교 성명조차 영어로 번역할래도 쉽지 않은 그런 말들을 해서 말이죠..."
쉽게 답을 말하자면 영어로도 그런 표현은 있다.
Cackling hen makes home broke.가 거의 그런 의미다.
(정확하게는, 암탉이 설치면 집안이 망한다는 뜻.)
홰를 친다는 말을 정확히 살피자면 그건 소리 높여 울기 위해서
닭장 안의 홰(가로막대)를 날개로 건드릴 정도로 요란을 떠는 걸 뜻한다.
(북한이 사용한 그런 의미, 곧 엄청 설쳐댄다라는 그런 의미와는 좀 다르지만.)
수탉이 그렇게 소란을 떠는 건 crow로 표현한다.
일상생활에서는 흔히 쓰이는 단어들이지만
울 나라의 책방도령 스타일로 공부하신 분들은
이런 단어들 앞에서 얼굴부터 붉히기에 바쁘다.
아래 글은 이런 상황들과 관련된 내 당부를 아들에게 전하기 위해 썼던 편지인데,
영어 익히기에 대한 평소의 내 생각의 일단도 담겨 있고,
어떠한 단어들이 우리들에게 더 값나가는 것인지에 대한 실물도
일부 들어 있기에 옮겨 싣는다. [June 2005]
군에 가 있는 아들에게 (4)
--- 영어 공부 정말 해볼 테냐?
지난 번 편지에서 네가 군에 있는 동안 영어 공부를 다시 해보고 싶다고 적었더구나. 그걸 대하면서 아빠는 반갑기도 했지만, 놀라기도 했다. 네가 자라면서 영어 때문에 어떻게 부대껴 왔는지 내가 너 못지않게 잘 아니까... 네가 영어를 가지고 나를 놀라게 하는 것은 어렸을 때나 커서나 여전하구나. 이번에는 그 내용이 전혀 다르기는 하지만 말이다.
나는 네가 맨 처음 영어를 구사했을 때를 뚜렷이 기억한다. 너무나 놀라운 일이었으므로. 아마 그때 네가 다섯 살이었을 게다. 퇴근을 하고 돌아오니 너는 맞은편 집의 네 또래 영국인 아이의 자전거를 타고서 그 아이와 놀고 있었고, 나를 보자 너는 내 쪽으로 자전거를 몰고 오면서 이렇게 말했다.
Keep away, Daddy! Keep away! Here me going......
너는 나를 보고, 아빠 비켜비켜! 내가 여기 나가신다구요... 라는 의미로 그런 말을 했지 싶은데, 그것이 내가 네게서 최초로 들어본 영어였다.
그리고, 훗날 내가 국내로 들어와 우연히 그룹사 직원들을 상대로 <국제화>에 관한 강의를 몇 차례 하게 되었을 때, 그 일부분으로 영어를 쉽게 생각하라는 말을 하면서, 네가 했던 그 말을 화두 삼아 문제로 던지곤 했다. "비켜라, 비켜! 대장 나가신다"를 영어로 말해 보라고 질문을 던지는 것으로 강의를 시작하곤 했으니까.
물론, 당시에 네가 말했던 Here me going이라는 표현이 100% 완벽한 건 아니었다. 하지만, 그런데도 그와 비슷한 답변조차 했던 사람들이 청중 중에서 거의 없었다. 대학 정도는 기본적으로들 나왔고, 개중에는 미국땅에 가서 그 비싼 학비를 내고 MBA과정까지 마치고 온 친구들도 여럿 있었는데 말이다.
내가 너희 둘에게 영어를 가르치거나 한 적은 없다. 당시 너희들이 집안에서 놀면서 매일 보고 또 보았던 그 비디오 테이프의 제목이 <동마적(東馬賊, East Bandit)>이었다는 것을 내가 지금도 기억하고 있는 것은, 바로 그날 네게서 영어를 처음 듣게 되었을 때의 놀람 때문이었다.
너는 그때 세 살이었던 네 동생과 둘이서 집안에서 놀게 되면 그 테이프를 셀 수 없이 여러 번 틀어놓고 보았고, 이따금 내가 영화 속에 나오는 인물들의 대화 내용에 대해 물으면 그런 대로 이런저런 의미들을 갖다 붙이기에, 아빠는 너희들이 하도 그걸 봐서 줄거리를 외우기 때문인 줄로만 여겼다.
그런데, 그건 아빠의 잘못된 짐작이었다. 옆집 아이들과 노는 너희들의 모습을 유심히 관찰해 보니, 너희들은 어느 사이 그 영화에 나오는 꽤 어려운 단어들까지도 제법 구사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
너희들은 반년도 안 되는 사이에, 영화 테이프 하나를 삶아먹듯이 공부한 사람들처럼 입과 귀가 뚫려 있더구나. 너희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려고 의도하지도 않았고 전혀 노력하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그러던 너희들이 엄마를 따라 먼저 한국으로 돌아와 학교를 다니게 되면서부터 점점 영어 점수가 낮아졌고, 끝내는 제일 싫어하는 과목이 되면서 너희들은 마음고생이 여간 심하지 않았다. 이상하게도 가르치는 선생님과의 불편한 관계가 거듭된 것이 그 원인이기는 했지만 말이다.
희미한 기억이기는 하지만 한때는 네 또래의 서양 아이들과 큰 불편 없이 구사하던 영어였는데도, 바로 그 영어 과목의 점수가 시원치 않아서 성적이 낮아지고, 그 때문에 마음고생을 심하게 하던 건 바로 너희들이었기 때문에, 아빠는 그 점수에 대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낮은 점수 때문에 잠조차 제대로 잘 자지 못하는 건 바로 수험 당사자들이므로, 거기에 꾸지람이나 원망을 더한다는 건 너희들 어깨에 무거운 돌을 하나 더 얹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던 네가 다시 영어 공부를 시작해 보겠다고 마음먹고 책을 들었다니, 이 아빠가 얼마나 반가운지...... 그것도 형편이 여의치 않은 군대에서 말이다. 이제야 말이지만, 네가 학교에서 배우고 익히는 영어공부 방식이나 내용은 솔직히 말해서 이 아빠는 그다지 맘에 들지 않는다.
그렇게 해서 조금 높은 점수를 얻는다고 해도, 여전히 "비켜라 비켜, 대장 나가신다"라는 말 한 마디 자유롭게 영어로 구사하지 못할 것이고, 외국인 집에 초대되어 생활속의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재미있게 늘어놓는 일이나, 영어 소설 따위를 실감 있게 읽어내는 데는 아무래도 역부족일 것이 뻔하니까. 이 나라의 제도 교육권에서 가르치는 영어들은 어떻게 해도 논문 같은 것을 쓰는 데나 유용할 뿐 실생활과는 여전히 거리가 있는 것 같더구나.
아들아. 네가 이번에 새로 시작하는 것이 회화 공부가 아니라 근무하는 틈틈이 책을 읽어보며 하는 공부라면, 나는 편하게 읽히는 생활 이야기들을 많이 읽으라고 권하고 싶다. <리더스 다이제스트> 같은 것들 말이다. 인생 상담서도 좋고, 블론디 만화 같은 것도 좋다.
영어로 읽더라도 내용이 푸근한 것에서 편한 마음으로 감동을 챙겼으면 싶어서 하는 말이다. 그리고, 단어 하나를 익히더라도 살아있는 것들에 관심하라는 말을 꼭 하고 싶고, 그런 목적을 위해서는 그런 것들이 도움이 된다는 말을 하고 싶구나. 이 아빠의 경험으로 비추어 보면 말이다.
논문 따위야 어떻게 되어도 쉽게 쓸 수 있으니, 그런 건 걱정하지 마라. 주변에서 쉽게 대하는 책자나 신문 논설체가 바로 그 논문 투들 아니냐. 그러므로 그런 것보다는 즐거운 마음으로 실생활에 영어를 접목시키는 쪽에 더 신경을 쓰는 것이 훨씬 낫지 싶다. 공부란 무엇이든 우선은 즐거워야 하는 것 아니겠니?
그런 생각이 들어 아빠가 예전에 긁적였던 글 하나를 같이 보낸다. 영문과 번역문의 순서를 두고 생각하다가, 영문을 먼저 내세웠다. 사전을 찾지 말고 우선 읽어보라는 뜻에서다. 그리고, 다른 글보다도 이 글을 선정한 이유는 너와 관련된 사연도 있고, 아빠가 너에게 해줄 말도 있어서다.
네가 여섯 살이 되던 해 처음 타게 되었던 그 새 자전거를 네가 아직 기억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어느 날 아빠가 의기양양하게 차에서 내려서 네게 선물로 주었던 그 자전거 말이다. 실은 그게 아빠가 이 글 덕분에 상품으로 타서 가져온 거였다.
그 해 여름, 그러니까 1983년이다. 네가 어렴풋이 기억할지도 모르는 인터내셔널 스쿨에서 그 단지 내에 거주하는 사람들을 상대로 에세이를 공모한 적이 있었다. 이삼십 나라에서 몰려온 수백 명의 가족들이 임시로 모여 살던 곳이라서, 아마도 공동사회 인식을 북돋우기 위해서 시행했던 문화 행사의 하나였지 싶다. 그때 아빠는 지금 네게 보내는 이 글을 응모했고, 다행히도 일등상을 받게 되어 여간 기쁘지 않았다.
그 부상으로 내 아들에게 줄 수 있는 새 자전거가 생겼다는 게 무엇보다도 기쁘기도 했지만, 다른 이유도 있었다. 즉,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영미인들은 물론이고 영어를 또 하나의 생필품 정도로 여기는 유럽인들, 그리고 오랫동안 공용어로 사용해 와서 익숙하게 영어를 구사하는 인도와 필리핀 사람들을 제치고 당선되었다는 기쁨 또한 첫 번째 못지않았다는 걸 이제야 고백하고 싶다.
정말이지, 학원 한번 드나들지 않고 나 혼자서 공부한 순토종 영어로 쓴 글이 우수한 문예물로 대접받았다는 데서 맛보았던 그 뿌듯함도 적지 않았다. 그리고, 그것은 어찌 보면 영어를 모국어로 하지 않아서 내내 불안하게 여기고 있던 내 영문에 대해서 영어권 사람들이 내려준 객관적인 판정으로도 여겨졌다. 그래서 내 기쁨은 은근히 컸었다.
새삼스럽게 네게 이 글을 보내는 건 앞서 이야기한 대로다. 즉, 영어를 즐겁게 공부하되 네 실생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으로, 네가 읽고 싶고 이야기하고 싶은 것들을 중심으로 해보라는 뜻이다. 기왕 네가 독서 생활을 영문서적을 읽는 것으로 시작했다니, 네가 독서를 우선적으로 즐기면서 공부를 해보라는 뜻이기도 하고...
그리고, 거듭 말하지만 죽은 단어보다는 살아있는 단어들을 많이 접하고 발굴해내라는 말도 꼭 하고 싶다. 점수와 무관하게 쉽게쉽게 영문을 대하고 읽어내는 너니까 금새 발견해 내겠지만, 아빠가 보내는 글속에는 네가 평소에 접하지 못했던 단어들이 꽤 많을 거다.
이를테면 넌지시 옆구리를 찌른다는 nudge, 허드렛일을 뜻하는 chores, 징징거리며 보챈다는 whine, 입을 비죽 내미는 pout, 토라지고 수다 떤다는 의미의 petulance와 gab...... 이런 말들이 그런 예에 든다.
그리고 닭 얘기를 하다 보니 그와 관련된 표현들도 제법 많이 눈에 뜨일 게다. 홰를 치고 운다든지 꼬꼬댁거린다는 거 말이다. 너도 짐작하겠지만, 우리가 실생활에서 더 많이 쓰는 단어들은 바로 그런 말들이 아니겠니? 하여간, 네가 유의해서 읽어야 할 부분에는 밑줄을 그어 두었다. 그 부분을 한번 더 살펴 보거라.
아빠가 보내는 글을 접하면서, 네가 다시 시작하기로 마음먹었다는 영어 공부의 내용과 방향이 공허한 것이 아니라 내실 있는 쪽을 겨냥하게 되기를 바란다. 네가 즐기는 가운데 마음을 살찌우면서 하는 공부는 그 흔하디흔한 TOEFL이나 TOEIC, 그리고 STEPS의 점수로 드러나는 형식적인 영어 실력과는 전혀 다른 것이 되었으면 한다.
나는 내 아들이 그런 식의 시험 점수로 표시되는 껍데기뿐인 영어 실력과는 무관한 참다운 실력을 갖추게 되기를 바라고 그렇게 되리라고 확신한다. 아빠가 미리 그렇게 말해도 네가 부담 갖지 않을 거지?
날씨가 정말 많이 추워졌다. 이 추운 날씨에 철책 근무를 교대하게 되어 조금은 다행이구나. 어차피 돌고 돌아서 오는 차례지만 그래도 계절 덕을 보는 것도 행운 아니겠니?
어둔 불 밑에서 책 오래 들여다보지 말고, 활자가 너무 작은 책자도 택하지 마라. [Nov. 1999] - 항상 너를 믿는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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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ck-and-hen Society
One day by chance a pretty magazine pinned onto the office bulletin board attracted my attention. The publication was apparently a coterie magazine of office girls named "Mil Al (grain of wheat)". Especially my eyes were attracted to an account with a bold announcement that reads ; " All StaffMEN Are Requested To Read This Thru!".
At first, I confess that such imperative punch line did not please me, but reminded me of an old saw in Korea, to wit : cackling hen [wife] at home makes the family broke. My potential feeling of refusal, however, failed to restrain my curiosity to get on and read it.
It was likely to be summed up by a representative at large of women employees in order to nudge the in-house men employees, inclusive of colleagues and boss of the stronger sex, and in turn to provide them with the room for realizing that a line should be drawn between the odd jobs being nowadays carried out by girls in the office. Her argument was that there are many a no-no of the office chores that were frequently asked by men colleagues (or male bosses) to do and in same direction, there go scores of musts that men colleagues (or male bosses) should follow in view of the employees' morality. Right there!
However, I have no intention to underscore which part is right and who is wrong. Neither am I a crowing mouthpiece of rooster --- men employees. If I am forced to categorize myself, I may be pinned under the group of male-bosses. But, I swear that my statement presented in here does not emerge from the pulse dying to speak loud that "men must draw the line somewhere in listening to what women say."
With regard to the attitude on which the writer of the account in question is based, I would like to leak some thought collected from the accounts in the English periodicals.
Mrs. Ferraro, the woman running mate focused on for presidential election in November in the States, was described by a weekly magazine that contained somewhat interesting reading "women in Congress must not whine, they must not pout and they most certainly not cry." The way I understand here is that a woman in the man-dominated organization should keep herself from revealing womanly trait in dealing with the tough things in the arena of hard business like politics, enterprise, and so forth. However, the brilliant and animated smile, which I dare to say makes woman womanly, was not the case.
While the story about the big O in Los Angeles swept newspapers, a by-lined column whispered that the town of Wayne, Nebraska, hosted the Chicken Olympics, featuring Egg Drop and the Chicken Flying Contest, not to mention the Cluck Off and the Crowing Contest. Exaggeratedly enough, the Cluck Off gold went to a farmer whose imitation of a rooster had all the hens in Wayne in a uproar.
I wonder, however, if there could have been the winner of farming stock but for hens that had responded to the imitation and made him win the prize. So was my case when I was clerical neophyte at a trading company and was abashed so often with botch, since I have never seen even a piece of copy of Letter of Credit before I joined the company. It was teeny-weeny typist girl (my due apology to her for the expression) that rescued me from going worse with the botches lined up.
It is understandable to see that it is bunch of sap for women employees to serve all the odd jobs in the office asked by all and sundry men employees, not because they are weaker sex, but because they are flourished under the name of flowers in the office.
Meanwhile, men, regardless of age, act like children. An old Russian proverb goes well to them : wash a dirty animal as much as you like, it goes right back to the mud. My only suggestion to help man act his age is that man be taken care of with the ceaseless love and broad-mindedness situated deep in hearts of girls. Attention and affection cures all.
For the man who suffers from the girls' petulance and gab, simply be a deaf man. (I got to know this to my cost.) In this connection, there goes another wise saying : deaf man and blind woman makes the best couple.
Cocks and hens make a chicken yard. Chickens of sorts maintain society. Hens too busy cackling and the rooster busy crowing make it broke, except for those heard when mother hen feeds grain to her chicken, and those audible when cock crow sonorously for Cockcrow.
P.S. : Neither roosters nor the hens are, however, encouraged to pick up my ecological reflection of cock-an-hen society, aimed at quibbling about the substance of it, since I am still, to be honest with you, one of those who jump on the bandwagon that emerges from stag party and is bound for henpacked but sweet home.
Furthermore, my door open to receive the whiplash of opinion on the above may often be slammed behind me by my lady, leaving me squirming but safe inside. [July 1983]
(번역) 남녀 공존 사회
어느 날 우연히 예쁘장한 잡지 하나가 사무실 게시판에 꽂혀 있는 게 내 관심을 끌었다. <밀알>이라는 이름이 붙은 여직원 모임의 잡지였다. 특히, 그 중에서도 "모든 남자 직원들은 이 글을 읽으시라!"는 대담한 제호의 기사가 시선을 끌었다.
처음엔 그런 명령조의 경구(警句)가 솔직히 말해서 싫었는데, 한국의 속담 하나가 떠올랐다 ----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는. 좀 내키지 않긴 했지만 그럼에도 그런 기분이 그 기사를 읽고 싶어하는 내 호기심을 억누를 수는 없었다.
그 글은 회사의 전체 여직원을 대표한 여직원 하나가 회사 내의 동료 직원과 상사를 포함한 남자 직원들을 넌지시 찔러서,요즈음 사무실 내에서 여직원들에게 맡겨지고 있는 허드레 일 중에서도 해야 될 일들[과 그렇지 않을 일들]을 구별할 수 있는 여지를 주려는 뜻에서 여러 가지 사례를 모아놓은 것 같았다.
그녀의 말인즉, 남자 동료 또는 남성 상사가 빈번히 시키는 사무실 내 잡무 중에는 시켜서는 안 될 일도 많고, 또 같은 얘기로 남성 동료나 상사가 직장 윤리로 보아 꼭 지켜야 야 사항도 많다는 것이었다. 옳은 말이다.
그러나 나는 어느 편이 옳고 누가 그르다는 것을 강조할 생각은 없다. 더구나 나는 수탉들--- 남성 직원들---을 대표해서 떠들어대는 대변인도 아니다. 내 자신을 분류하기로 한다면 아마 남성 상사 그룹에 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여기서 하는 말은 "남자들도 여자들이 하는 말을 듣고 참는 데에도 한도가 있다"고 외치고싶어 죽을 것 같은 충동에서 하는 말은 결코 아니다.
문제의 그 글을 쓴 사람이 취한 태도에 대해서, 주로 근착(近着)의 읽을거리에 속하는 영문 잡지와 신문을 보면서 느낀 점을 이야기해볼까 한다.
오는 11월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여성 부통령 후보자로서 주된 관심거리인 페라로 여사를 묘사하면서, 주간 잡지 하나가 "여성 의원들은 징징거리며 보채도 안 되고 입을 삐죽 내밀며 토라져서도 안 되고 울어서는 더더구나 안 된다"고 꽤 재미있게 표현하고 있다. 이것을 나는 남성이 지배하는 조직 내에 있는 여성은, 정치나 기업 등과 같이 딱딱한 업무의 분야에서 힘든 일을 다룰 때, 여성적인 면모를 드러내지 않아야 한다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하지만, 밝고 생기 있는 미소 --- 나는 그것을 여성을 여성답게 만드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는 거기서 제외되고 있었다.
LA올림픽 얘기가 신문 지상을 휩쓸고 있을 때, 기명(記名) 칼럼 하나는 네브라스카 주 웨인에서 <닭 올림픽>을 열었는데, 종목 중에는 '계란 떨구기'와 '닭 날리기 대회'도 있었고, '암탉 울리기'와 '잘 우는 수탉 뽑기'도 물론 있었다고 조그맣게 전했다. 과장되기는 했지만, '암탉 울리기' 종목의 금메달은 그가 수탉 울음소리를 내자 웨인 읍에 있던 모든 암탉들이 들썩거렸다는 어떤 농부에게로 돌아갔다고 한다.
나는 그 사람이 수탉 소리를 내자 거기에 화답함으로써 그에게 상이 돌아가게 한 암탉들이 없었다면, 그 농부 출신의 수상자가 있을 수 있었을까 하고 생각해본다.
무역회사의 신참 관리직 사원일 때의 내 경우도 마찬가지였던 것이, 나는 그 회사에 입사하기 전까지는 신용장(L/C)의 사본 하나도 본 적이 없어서 종종 일을 그르치고는 얼굴이 달아오르곤 했다. 그때 줄줄이 망쳐놓은 일들이 그나마 더 악화되지 않았던 것은 아주 쬐끄만 타자수 아가씨 (이렇게 표현해서 그녀에겐 아주 미안하지만) 덕분이었다.
여성들이 사무실에서 약자로서의 여성이기 때문이 아니라 사무실의 꽃이라는 미명 아래, 이 사람 저 사람 모든 남자직원들이 부탁하는 온갖 일을 다 해내야 하는 게 귀찮고 짜증나는 일이라는 것은 충분히 알 수 있는 일이다.
그런데, 남자들이란 나이에 관계없이 어린애들 같다. 더럽혀진 짐승을 정성 들여 씻어놓으면 그놈은 곧장 또 진흙 구덩이로 가버린다는 러시아 속담이 그들에게 딱 들어맞는다. 남자가 나잇값을 하도록 하는 데에 거들기 위해 딱 한 마디만 하자면, 사내들이란 여성들의 가슴속 깊숙이 자리 잡은 끝없는 사랑과 아량으로 감싸주어야 한다는 점이다. 관심과 애정은 모든 것을 치유해준다.
남자들이 혹 여자들이 잘 토라지고 수다 떠는 데 애먹는다면, 간단히 귀머거리가 되면 된다. (나는 이것을 비싼 대가를 치른 경험으로 안다.) 이런 점에서, 귀머거리 남자와 장님 여자가 제일 좋은 짝이라는 또 다른 격언도 있다.
수탉과 암탉이 있어야 양계장이 된다. 갖가지 닭이 있어야 사회가 이뤄진다. 소리 지르기에 바쁜 암탉이나 으스대기에 바쁜 수탉들만 있으면 그 사회는 망한다. 물론 암탉이 병아리에게 모이를 주기 위해 꼬꼬거리는 소리나 수탉이 새벽을 알리기 위해 웅장하게 내지르는 소리는 빼고 말이다.
추기(追記) : 그러나, 수탉들과 암탉들이여! 그대들은 남녀 공존 사회에 대한 실체를 적당히 얼버무리려고 쓴 나의 이 생태학적 소고(小考)를 본받아서는 안 된다. 솔직히 말해서 나 역시도 남자들끼리 모여 놀다가 엄처시하의 (그러나, 달콤한) 가정으로 돌아가게 되어 있는 그렇고 그런 사람 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위의 내 글에 대해 의견을 가진 분들의 질책을 받으려고 개방해둔 문호가 어쩌면 이따금 마누라님에 의해서 쾅 닫힐지도 모른다. 물론 나는 그 문안에서 우물쩍하면서도 안전하게 있고 말이다. [07/19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