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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6회(2013.5.27) KBS 우리말 겨루기 문제 함께 풀어 보기(1)

우리말 겨루기 문제 풀이

by 지구촌사람 2013. 5. 28.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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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6회(2013.5.27) KBS 우리말 겨루기 문제 함께 풀어 보기(1)

  

1. 개괄

  

-출연자들의 면면 : 박진희(34. 주부. 세 살배기의 모), 조은아(30. 지라니문화사업단. 아프리카 자원 봉사 경험자), 박혜민(24.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과 4년. 초등생 시절부터 우리말 겨루기 출연을 벼름), 강완석(57. 회사원. 트레바리에서 벗어나서 어글어글한 사나이로!), 배찬조(34. 신용회복위 인사팀).

  

박진희 주부. 육아에만 모든 것을 쏟다보면 자신의 것들이 비어지는 느낌이 불쑥 밀려들 때가 있다. 내 나름으로는 그걸 ‘감자사랑 후유증’으로 불러왔다. 감자가 싹을 틔우고 나면 껍데기만 남게 되는데, 그와 비슷한 껍데기 자각 의식이 몰려올 때가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고된 사춘기를 부모에게 선물하고 떠나는 바람에 생기는 ‘1차 빈 둥지 증후군’과는 또 다른 허전함이다. 그런 시기를 극복하기 위하여 시작한 우리말 공부. 공부는 이처럼 여러 모로 쓸모있는 일이기도 하다.

  

조은아 씨의 아프리카 봉사단 생활에서 얻은 소중한 가치 체험. 작은 것이라도 조금씩 나누면 그것이 곧 한 아이를 살리고 가정을 살려서 세상도 바꿀 수 있다는 나눔의 철학을 그 나이에 얻은 것은 참으로 크나큰 소득, 든든한 밑천이 아닐 수 없다. 그 나이에 ‘하나뿐인 인생!’을 그처럼 자신 있게 큰소리로 외칠 수 있음은 그런 실물 체험이 주는 알짜배기 교훈. 그녀의 앞날에 이미 바위 같은 받침돌이 자리 하고 있었다.

  

강완석 님의 출연기 또한 자못 흥미로웠다. 자신이 지금까지 트레바리로 살아왔음을 고백하면서 이제부터는 그 틀을 벗어나 어글어글하게 살아내겠다는 늦깎이의 고백성사라고나 할까. 새로운 언어의 발견은 새로운 삶의 시작이기도 하다. 왜냐, 언어는 그 사람의 생각을 엮어내는 도구이자 뿌리이기 때문이다. 생각이 행동을 결정하고 이끈다. 삶은 그 행동이 짜내는 직물일 뿐이고.

  

박혜민 양의 출연은 <꿈은 이뤄진다!>의 우리말 겨루기 판이었다. 초등학생 때부터 방송을 보면서 꼭 출연해서 달인에 도전하겠노라는 말을 했고 가족들과의 그 약속을 지켜내기 위해 출연했다는 당찬 젊은이였다.

  

배찬조 씨의 경우도 독특했다. 사회적인 관심을 받는 일터에서 늘 바쁠 사람인데도 짬이 나면 사진에 푹 빠져 지내는 것이라든지, 여러 해 전 성심으로 대해드린 어느 할아버지가 네잎클로버로 그 마음에 보답해온 일화를 가질 정도로, 안으로 따뜻함이 넘쳐나는 그런 멋진 사나이. 삶은 무슨 일에든 몰두하는 사람의 모습을 아름다운 실루엣으로 남긴다. 지켜보는 이들에게 특히나. 

    

-문제와 공부 : 어제 승부 중 아주 재미 있는 결과가 몇 번 있었다. 특히, 2단계에서. 첫 도움말에서 모두 멈추는 일이 두 번이나 벌어졌고, 그럼에도 전원 정답. 특히 전원이 정답을 쏟아내는 일이 네 번씩이나 있었다. 문제가 쉬워서라기보다는 출연자들의 내공(?)이 만만치 않았음을 보여주는 멋진 장면들이었다.

  

또 한 가지 재미 있었던 것은 1단계 제시어 선택에서 출연자들이 자신의 번호순으로 고른 것. 즉, 1번 출연자인 박진희 님은 1번을, 2번 출연자인 조은아 님은 2번을 선택해서, 5번 출연자 배찬조 님까지 그렇게.

  

어제도 4단계 낱말 뜻풀이 문제가 아주 기발했다. ‘아랑곳하다/서슴다/엔간하다’와 같은 평이한 낱말들의 올바른 뜻을 묻는 신선한 착상이 지난 회부터 뒤를 잇고 있다. 우리말 겨루기에 출제되는 낱말들이 일상성과 거리를 둔, 일종의 출제를 위한 낱말들인 듯하다는 비난도 있어 왔는데, 그러한 점을 고려한 듯도 하다. 아무튼 신선한 발상이다. 우리말 겨루기가 지니고 있는 언어 생활의 선도적 역할이 만만치 않음을 생각하면 더욱이나.

  

2단계 중반까지 빼어난 실력을 보이신 박진희 님의 석패는 두 가지를 생각게 한다. 이곳에 늘 적었듯이 공부는 편식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과 맞춤법/띄어쓰기 부분을 경시해서는 도전자 자리에 설 수 없다는 게 그것이다. 그리고, 충분한 준비 시간을 가져야 한다. 성급한 도전은 금물이다. 만약 달인을 꿈꾼다면.

  

4단계 뜻풀이에서 박진희 님과 강완석 님이 1500점 중 겨우 200점밖에 획득하지 못한 채 낙마한 것은 두 분의 공부 자료에 문제가 있었거나, 편식(?)을 했다고 보여진다. 아니면 공부량이 모자랐거나...... 공부는 골고루 해야 하고, 행운에 의존해서 도전하다 보면 뒤에 몰려오는 씁쓰레함이 갈수록 쓴 맛을 더하기 마련이다.

  

2. 1단계 문제

  

-제시어 : 기/대/살/장/한

-검토 : 어제의 제시어들은 낱말 분포도나 한자어/토박이말 분포도 등에서 아주 잘 어울린 편이었다. 즉, 누가 어느 것을 뽑아도 낱말 답 제시에 큰 어려움이 없었고, 한자어든 고유어든 어느 쪽으로 생각해도 답하기가 어렵지 않았다. 출제자들이 고심한 흔적이 배어 있었다고나 할까.

  

어제도 조금 아쉬웠던 것은 출연자들이 새로운 낱말을 떠올리려고 애쓰는 장면들이 많았다는 것. 전혀 새로운 낱말을 떠올리려 하기보다는 앞서 답한 낱말들을 활용해서 답하는 것이 손쉬운 일인데, 그런 쪽으로 생각하지 못하는 분들이 대부분이었다. 출연자들이 답한 내용들을 중심으로 간단히 훑어보기로 하자.

  

박진희 님 : ‘찻길/인’에 이어 ‘00기’에서 멈췄다. ‘인기’를 활용해서 ‘개인기’ 등을 떠올렸으면 연관어가 되어 답하기가 쉽지 않았을까.

  

조은아 님 : ‘대한/지구대/대림절/극대화’ 등의 다양한 낱말 구사가 도리어 발목 잡히기로 이어지신 듯하다. 즉, 문제가 주어질 때마다 새로운 낱말을 떠올리려고 애를 쓰다 보니 뇌의 부하가 심해져서, 손쉬운 ‘대00’에서 막히게 된 것. 관련 낱말들로 통합해서 떠올렸더라면 좀 더 무난하지 않았을까 싶다.

  

큰대 자가 들어간 ‘대한’에서 ‘대학’으로만 바꿔도 ‘대학생/대학교/대학원’ 등은 손쉽고, ‘대통령/대기업/대도시’ 같은 것들이 손쉽게 줄을 이었을 터. 한자어를 활용한 답을 하면서도 막상 그 해당 한자인 ‘大’를 떠올린 것이 아니라 표음문자로만 떠올린 탓에 고생을 자초하신 듯하다.

  

박혜민 양은 출연자 중 유일하게 300점 만점을 쟁취했다. 그녀가 답한 것은 ‘창살/살쾡이/역마살/도살장/살림꾼’ 등으로 아주 다양했는데, 이는 박 양의 평소 언어 구사 능력이 광범위했음을 보여준다. 즉, 독서에서 배어나온 힘이 뒷받침되고 있다.

  

강완석 님은 ‘포장/장다리’로 잘 운행하다가 ‘00장’에서 멈췄다. 앞에서 답한 ‘포장’을 활용하여 ‘돌포장/훈포장’ 등으로 답해도 되는데, 아쉬웠다. 물론 낱말 뜻이 너무 달라서 한자어에 익숙한 경우는 그처럼 얼른 전환하기가 쉽지 않지만, 우리말은 발화되는 순간 표음화되어 남기도 하므로 그 꼬리를 놓치지 않고 거머쥐면 다음 답을 찾는 데에 큰 도움이 되기도 한다. 앞에서 답한 낱말들을 활용하라고 거듭 이야기하는 소이연이기도 하다.

  

배찬조 님의 경우는 ‘방한/한가위’로 답하다가, 완석 님의 경우처럼 ‘00한’에서 멈췄다. 하기야, 얼른 떠오르지 않는 게 문제이긴 하지만 ‘한(限)’만 떠올렸어도 ‘최소한(最小限)/최대한(最大限)/무제한(無制限)/무기한(無期限)’ 등이 있었다. 사회자가 답한 ‘문외한(門外漢)’이나 ‘망중한(忙中閑)’ 등은 행운에 의지해야 떠오를 수 있는 말이라고 해야 옳으리라.

  

또, ‘방한’이 ‘방한(防寒)’으로 답한 것이라면 그 ‘한(寒)’을 활용해서 ‘대소한(大小寒)’도 생각할 수 있긴 하지만 일반 수준으로는 어려운 말이었고, ‘-한(漢)’의 경우에도 ‘무식한(無識漢)/무지한(無知漢)/목석한(木石漢)/무모한(無謀漢)’ 등 즐비했지만, 얼른 떠올리기에는 무리였다.

  

이리하여, 1단계에서는 각각 150/250/300/150/150점이라는 근래 보기 드문 우수한(?) 성적을 얻어, 모두들 산뜻하게 출발하였다. 0점도 나오던 것에 비하면 괄목할 만한 변화. 그만큼 출연자들의 기본 실력이 탄탄하게 짜이고 있다는 말도 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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