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7회(2013.6.3) KBS 우리말 겨루기 문제 함께 풀어 보기(1)
1. 개괄
-출연자들의 면면 : 최재문(24. 호텔 전문대 2년. 인도네시아에 여자 친구 있음), 양윤정(19. 경인고 3년. 댄스/악기 연주 등 팔방미인), 한남임(63. 초등 교사. 예심 1등), 김재용(43. 교도관. 수원구치소), 최희정(40. 주부. 남편의 외조가 빛나는).
최재문 군. 어머니의 치료비 마련차 출연했다는 대목에서 눈가에 이슬이 잠깐 비치기도 했다. 양윤정 양. 참으로 훌륭하신 부모님 밑에서 자라고 있었다. 고3인데도 우리말 겨루기 출연을 부모님이 허락했느냐는 이 시대의 몰지각한 당위적(?) 질문에 도리어 부모님의 반듯한 태도를 들이대어 시청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한남임 님. 참으로 멋지셨다. 실력자이면서 무척 아쉽게 4단계에서 탈락하셨는데도 우리말 겨루기를 계속 성원하시겠다는 멋진 후일담을 남기셨다. 김재용 교도관. 소원한 대로 아들에게 멋진 아빠로 우뚝 서시고도 남았다. 녹화 후 정리 화면에서 아들에게 해대는 뽀뽀를 아이는 평생 기억하리라. 최희정 주부. 참으로 당찬 모습을 보여주셨다. 그것은 남편과 딸이 지어낸 가족 사랑의 힘 덕분이라는 것을 시청자들은 이미 꿰뚫고 있으리라.
-특이사항 : 어제의 겨루기는 오랜만에 아주 박진감이 넘쳤다. 3단계에 진출한 세 분의 실력이 근래 보기 드물게 빼어났는데(각각 1450/1400/950점으로, 1400점대는 올 들어 2단계 마친 뒤의 최고점 그룹에 든다), 그 조짐은 1단계에서부터 보였다.
한 교사와 김 교도관 두 분이 300점 만점으로 출발했는데, 그 답변 내용이 한 선생님의 경우에는 재치가 번뜩였고, 재용 님의 경우에는 ‘난든벌, 찰가난’과 같은 데서 보이듯 깊은 내공(?)이 엿보였다. 오늘은 참으로 멋진 한판이 되겠구나 싶은 생각에서 한걸음 더 화면 앞으로 다가선 분들이 많았을 듯하다.
4단계에서 최희정 님이 선전하셨다. 한 선생님과 500점의 차이로 4단계를 출발했는데, 4단계에서 3번째 문제까지 풀었을 때 한 선생님은 300점을 취득한 반면 희정 님은 500점을 얻었고 그 뒷심으로 마지막 문제를 거머쥐셨다. 그것도 한 선생님의 결정적 도움으로.
4단계 마지막 문제에서 초성이 주어지는 것에 대해서, 이번에도 여러 의견들이 나왔을 듯하다. 실력 겨루기에서 지나치게 행운과 순발력에 의존하게 만든다는 타박에서부터 행운을 거머쥐고 놓치지 않는 것도 실력이다라는 반박도 가능하고. 그런 역전의 기회가 주어져야만 삶의 현장에서 인생 역전의 희망을 붙들고 살아갈 수 있지 않느냐는 논박도 나올 수 있다.
구절양장 우여곡절을 지나 희정 님이 달인 도전자의 자리에 섰다. 그런데, 근래 보기 드문 결과가 나왔다. 첫 문제에서의 실족으로 두뇌 백화현상이 시작되었는지 10번 문제까지 연속으로 오답이 나오는 이변이 벌어진 것. 11번 문제에서 첫 정답 ‘우듬지’가 나왔다. 손쉬운 속담 답에서 실족하다 보니, ‘불모지/되트집/부엉이살림’ 등과 같은 답들의 도움도 전혀 받을 수 없었다. 십자말풀이 15문제 중 도전자가 정답을 두 개만 맞힌 경우도 처음이 아닐까.
옥에 티. 요즘 1단계에서 출연자가 답을 말하면 사전에 ‘있는 말’이라든가, ‘없는 말’이라는 사회자의 확인 발언이 생략될 경우가 잦다. 녹화 중 검색이나 확인에 필요한 시간 때문에 흐름이 끊긴 부분에서 그러는 듯한데, 편집상의 실수로 보인다. 되풀이되는 잦은 실수는 실수가 아니라 무관심이라고 해야 하고, 그런 게 쌓이면 탓 들을 일이 된다.
2. 1단계 문제
-제시어 : 망/연/중/난/독
-검토 : 어제의 경우, 공부량이 많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1단계에서부터 확연히 표가 났다. 최재문 군이 특히 그랬다. 양윤정 양의 경우는 고3생임을 감안하면 탄탄한 실력을 갖추고 있다고 해야 할 정도.
최 군의 경우는 ‘패망’을 답한 후 ‘망00’에서 막혔는데, 자주 하는 말이지만 첫 답으로 제시한 말을 활용해서 답하는 것이 덜 힘이 든다. 그리고 그럴 때 큰 힘이 되는 것이 한자어 활용이고. ‘패망’과 관련되는 ‘망명자’나 ‘망명지’ 등으로 연결시켰더라면 좀 더 쉽지 않았을까. 사회자가 언급한 ‘망설임’ 등과 같은 말은 좋은 답이기는 하나, ‘패망’을 답한 상태에서 고유어 쪽으로의 급회전은 연상 작업에서 쉽지 않다. ‘망나니/망아지’와 같은 손쉬운 말로의 전환이 어려운 것도 그 까닭에서다.
양윤정 양의 실력은 앞에서도 적었듯 고3생으로는 빼어난 편. 그 마(魔)의 ‘0연0’에서 막혔는데, 앞서 답한 ‘연설’ 쪽으로 집중했더라면 ‘강연회/강연장/공연장’ 등으로 확장할 수도 있었다.
한남임 님의 경우는 앞서 짧게 언급했듯 재치가 번뜩였다. ‘중생/까까중/중학교/대중성/중학생’ 등으로 답하셨는데, 앞서 답했던 ‘중학교’를 활용하여 ‘중학생’으로 답하신 것이 그 좋은 예. 새로운 낱말을 무리하게 떠올리려 하지 말고, 한 선생님처럼 활용하면 머리도 좋아진다. 즐거운 머리 쓰기처럼 좋은 두뇌용 윤활유는 없기 때문이다.
김재용 님의 답변은 빛났다. ‘재난/난든벌/찰가난/장난기/난쟁이’ 등으로 종횡무진. 그 짧은 시간에 그 넓은 벌판을 날렵하게 뛰어다녔다. 그 정도로 공부량이 많았음의 증표. 한 선생님과 재용 님의 답을 들으면서 어제의 겨루기가 멋진 한판이 되리라는 예감이 들었다.
최희정 님의 답도 멋졌다. ‘독감/명감독/독수리/장독대’ 등으로 순항하다가 ‘독립문’에서 실족하셨는데, ‘독감/독수리’처럼 서로 연관성이 적은 낱말들을 섭렵하다 보니 또 다른 그런 말에 착안해야 하는 부담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독감(毒感)’ 쪽을 선택하셨더라면 ‘독버섯/독극물/독화살’ 계통의 낱말을 떠올리기가 어렵지 않았을 터인데.
어제의 1단계 취득 점수는 각각 100/200/300/300/250점. 요즘 들어 가장 우수한(?) 성적들을 얻으셨다. 지난 몇 회에서 나오던 성적들에 비해서는 월등한 편인지라 시청자들도 군침(?)을 흘리셨을 듯하다. 아, 오늘은 뭔가 근사한 일이 벌어지겠구나 하면서. 하하하.
3. 2단계 연상 문제 : 7문제, 최대 1400점.
-특징 : 어제 출제된 문제들은 공부량 순서대로 답할 수 있는 것들이었다는 것이 특징이었다. 많이 제대로 공부하신 분들은 첫 번째 도움말만으로 멈출 수 있는 것이 4문제 이상이었으니까.
예전에 비해서는 많이 달라진 부분이랄 수 있는 것이 전에는 첫 번째 도움말만으로 정답을 유추하는 일은 위험한 편이었다. 하지만 어제의 문제는 그렇지 않았다. 2차 연상이나 곁가지를 거치는 일 없이 즉답이 가능했다. 출연자들을 덜 어렵게 한다는 점에서 정통적 문제라 할 수 있으려나.
문제풀이로 가자.
-(ㅈ)(ㄴ) : 붓00/말00/물00/불00 ->‘장난’
첫 번째 도움말에서 두 분이, 두 번째 도움말에서 세 분들이 모두 멈췄다. 전원 정답. 그만큼 평이한 문제였지만 이 ‘장난’의 관련어들은 무척 많고, 앞으로도 출제 가능성이 아주 높다. 특히, 십자말풀이의 고급 낱말로 출제될 수 있는 것들도 적지 않다.
차제에 몇 가지 말들을 내 책자에서 추려서 일부만 전재한다. 내 책자를 갖고 계신 분들은 ‘장난의 관련어’ 부분을 펼쳐서 차제에 다른 말들도 한 번 더 훑어보시길.
쏠쏘리? 장난이 심한 조무래기.
매꾸러기? 장난을 심하게 하거나 잘못을 저질러 어른에게 자주 매를 맞는 아이.
흙장난? 흙을 가지고 노는 장난. ¶~하다?
불장난? ①불을 가지고 노는 장난. ②몹시 위험한 행위의 비유. ③남녀 간의 무분별한 사귐의 속칭.
붓장난? ①붓으로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는 일의 낮잡음 말. ②글씨/그림을 아무렇게나 내갈기는 짓.
쥐장난? 몹시 잘고 얄미운 짓거리의 비유.
소꿉장난≒각시놀음, 소꿉질? 소꿉놀이를 하며 노는 장난. ¶~하다?
손끝장난? ①손끝을 놀려서 하는 장난. ②대수롭지 아니하게 일을 처리함의 비유.
도깨비장난*? ①도깨비가 사람을 홀리려고 하는 못된 장난. ②도무지 까닭을 알 수 없거나 터무니없는 짓의 비유.
보스락장난? 행동/소리가 크지 아니하면서 조심스럽게 하는 장난.
바스락장난? 바스락거리는 정도의 좀스러운 장난.
손장난? ①쓸데없이 손을 놀려서 하는 장난. ②손을 놀려 잔재주를 부리는 간단한 요술. ③‘노름’의 다른 표현.
쏠라닥장난? 남의 눈을 피해 가며 좀스럽게 하는 못된 장난.
물장난? ①물을 가지고 장난을 하며 놂. 물에서 하는 장난. ②큰물이 져서 일어나는 재앙.
가댁질*? 아이들이 서로 잡으려고 쫓고, 이리저리 피해 달아나며 뛰노는 장난. ¶~하다?
감정놀음[感情-]? 마음에 이끌려 공연히 하는 장난.
공상볼기? 친구들끼리 장난으로 치는 볼기.
김첨지감투[金僉知-]*? ①무엇이든지 도깨비장난같이 없어지기 잘함의 비유. ②걸맞지 아니한 사람에게 맡긴 벼슬자리의 비유.
뒤장난질? 남몰래 뒤에서 나쁜 장난을 하는 짓.
-(ㅅ) : 0 까먹은 소리/볏/보금자리/0가슴 ->‘새’
첫 번째 도움말에서 재용 님이 멈췄고, 마지막 도움말까지 본 두 사람도 정답을 맞혔다.
여기서 ‘볏’은 세 가지 점에서 주목할 만한 말이다. 하나는 흔히 ‘닭벼슬’에서처럼 ‘벼슬’로 잘못 쓰는 경우가 많은데, 그건 ‘볏’의 잘못으로 맞춤법에서 바로 쓰기 문제로 흔히 나온다. 약방의 감초 격이랄 정도로 기본적인 문제. 그리고 이 ‘볏'은 닭에서만 쓰이는 게 아니라, 조류에는 일반적으로 쓰이는 말이라는 것도 중요하다. 이번 문제에서도 그 점을 주목해서 사용되었다.
또 다른 하나는 이 볏과 같은 말로 ‘변두’가 있는데 이 또한 한자어가 아닌 고유어라는 점이다. 마지막으로는 쟁기에 달린 보습의 맨 위에 엇비슷*하게 덧댄 쇳조각도 ‘볏’이라고 한다. 요즘에는 쟁기 구경을 하기가 힘들어서 이 ‘볏’을 아는 이들이 많지 않은데 예전에는 이걸 타고 흙이 멋지게 뒤집어지는 부분이어서 반질반질했다.
속담 ‘새 까먹은 소리’는 출제 가능성이 높아서 내 책자에 밑줄 처리를 해두었던 부분. 흔히 쓰는 간편한 말이지만 그 정확한 뜻풀이가 필요한 말들은 출제 가능성이 높기 마련이다.
내 책자에서 해당 뜻풀이 부분을 옮긴다.
변두≒볏1? 닭/새 따위의 이마 위에 세로로 붙은 살 조각. 빛깔이 붉고 시울이 톱니처럼 생 겼다. ≒계관[鷄冠]/육관[肉冠] ☞[주의] ‘변두’는 고유어!
볏2? 보습 위에 비스듬하게 덧댄 쇳조각. 보습으로 갈아 넘기는 흙을 받아 한쪽으로 떨어지게 함.
볏밥≒볏밥덩이? 논밭을 갈 때에 보습의 볏으로 받아 뒤집어 놓은 흙덩이.
새 까먹은 소리 ? 새가 낟알을 까먹고 난 빈 껍질 같은 소리라는 뜻으로, 근거 없는 말을 듣고 퍼뜨린 헛소문의 비유.
*엇비슷하다 : ‘엇비듬하다’는 북한어. ‘엇비슷하다’에는 흔히 아는 ‘어지간히 거의 비슷하다’는 뜻 외에 ‘약간 비스듬하다’라는 의미도 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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