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출장은 마치 철인 십종경기에 출전한 듯만 하다.
10여일 동안에 7나라를 훑어야 하는 강행군.
파리에 기착 후 독일, 에스토니아, 네덜란드, 벨기에를 거쳐
다시 프랑스로 돌아왔다. 그 사이, 항공편 사정 때문에
덴마크의 코펜하겐을 두 번 거쳤고, 스웨덴 스톨홀름 공항에서
대기 승객으로 머물기도 했다. 연결편을 놓치는 바람에.
현지에서 어렵사리 짬을 짜내어 만든 벨기에 여정에서
돌아오는 뱡기 시각과 맞지 않아 중도 포기하고서
암스테르담으로 허겁지겁 돌아온 허탕질도 있었다.
이제 프랑스로 돌아와, 한 주일만에야 겨우 서너 시간의 휴식시간을 맞았다.
내일 파리로 돌아가 벨기에에서 서로 바람 맞힌(?) 사람들과
저녁 식사로 그 뒷마무리를 한 뒤
밀라노에 들러 3악동 이태리 친구들과 일을 끝내고
런던(히드로)으로 날아가 공항에서 악수 한 번만 하면 끝이다.
집으로 가서 발 뻗고 잔다. (미리 만세! 만만세!)
그러므로, 일요일은 이래저래 좋은(?) 날이라고 해야 한다.
일요일날까지도 일을 하려 드는 억척들이 그래도 드무니까.
오전 중 상담을 마치고 오후에는 늦은 점심식사를 겸해서
뚤루즈 나들이에 나섰다.
아참, 그 전에...
내 호텔방 구경을 시켜드려야겠다.
그런 대로 괜찮은 편이다. 아늑해서.
욕실. 샤워 커튼 대신 유리로 반쪽만 가린 게 특이하다.
좋긴 한데 물이 꽤나 밖으로 튀는 단점이 있다.
변기 뚜껑 위 쪽으로 벽에 보이는아주 넓적한 흰 색...
물 내리는 플러싱밸브다.
여느 곳들에 아주 흔한 손잡이 형태나 작은 버튼이 아닌, 큼지막한 거.
유럽 여러 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쉽게 잘 눌러져서 아주 편하다.
침실과 욕실을 한꺼번에 보여드리면 이렇다.
근데, 어째서 저 배스로브는 하나뿐인 겨??
침대... 다 좋은데 딱 한 가지가 빠져있다.
이럴 땐 무지무지 서울 생각이 난다.
(별 거 아닌 호텔방 사진을 올리는 꿍꿍잇속도 바로 그거이고, ㅎㅎ히)
우선 늙다리 사진부텀 올리자.
저 꼴에도 보구 싶어하는 사람덜이 있응게로.
사진 장소는 캐피틀 플라자로 약칭되는 광장. 프랑스의 대표 광장에 오를
정도로 괜찮다. 사진의 4면이 죄다 저런 건물들로 둘러싸여 있다.
정식 이름은 쁠라스 뒤 까삐톨 Place du Capitole.
가론(Garonne)강을 가로지르는 퐁 네프 다리.
다리 건너로 니콜라스 성당이 보인다.
퐁 네프라면 대뜸 <퐁 네프의 연인들>을 떠올린다.
그 두 젊은이들의 불쌍하고도 애틋한 사랑 이야기 말이다.
하지만, 그건 파리에 있는 거.
잔소리 : '퐁네프 다리'는 이중 번역이다. 퐁 pont이 다리이므로.
그래도 알아듣기 쉬우라고 그리 썼당.
** 정정 : 위 사진은 잘못 올렸다. 퐁 네프는 저 다리 왼쪽으로 150여미터 떨어져 있다.
궁륭상(弓隆狀)의 아름다운 벽돌 개구부가 보이는 특이한 전탑식 교각이 받치고 있다.
나중에 사진을 찾아서 올리고자 한다.
프랑스의 대도시 뒷골목은 좁고 불편하다. 일방통행이 대부분이고...
하지만 그건 오래 된 건물이라 할지라도
함부로 헐고 다시 짓는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
고생을 감수하고 옛것을 지켜내려는 노력이기도 하다.
위의 사진속 성당을 좀더 가까이 가서 찍었다.
얼마나 자연스런 풍경화 구도인가...
사진 속 성당은 피에르 성당인데
이곳 툴루즈에는 저런 멋진 성당들이 즐비하다.
Daurade 성당, Taur 성당, 성 오벵 성당, 성 에띠엔느 성당...
그런 멋진 풍경화 구도 속에다
못생긴 놈 하나를 저렇게 잘못 세워놓으면?
답 : 그림 망친다.
저 피에르 성당을 끼고 광장에 서는 노점상 시장.
대부분 서민층에 속하는 아랍계, 아프리카 이민들의 무대인 듯하다.
어디서는 2-300 유로쯤 하기 마련인 부츠조차도 20유로 근방에 살 수 있을 정도...
저곳을 빠져 나가면 도시를 가로지르는 가론강변으로 간다.
이곳 툴루즈에는 작은 공원들이 제법 있다. 잠깐 돌면서도 대여섯 개를 봤다.
그런 공원에 들어설 때마다, 낯익지만, 몹시 어색한 (고약하다고 해야 맞는)
냄새가 풍기곤 했다.
설마, 이렇게 추운 곳에??? 다가가 보니, 맞다. 아이고...
그 냄새가 하도 지독해서 처음에는 열이면 열 사람 다 고개를 돌리기 마련인
과일의 황녀 두리안이 있지 않은가.
저 노랗게 매달린 것들이다.
까삐톨 전철역 입구에 있는 작은 공원.
저 사진 속에도 잘 보면 두리안이 있다.
안쪽으로 노란색으로 보이는 것들.
크으... 두리안. 그 냄새가 이곳까지 전해지는 듯하다.
또 다른 곳에서 만났다.
그런데, 이 두리안 옆에는 은행나무도 있고, 꼭 마로니에 한 그루씩이
나란히 심어져 있곤 했다. 마치 세트를 이루듯...
먹을거리 통일시장에 운좋게도 들어갔다.
온갖 해산물, 정육들, 그리고 완성 요리들까지 파는 먹을거리 총집결판.
프랑스는 버섯의 나라다. 사진 속의 버섯은 그물버섯.
갓 아래에 스펀지 같은 게 보인다. 그게 죄다 그물버섯속이다.
이곳에서는 일반 버섯 요리 중에서는 최고급으로 친다.
버섯을 물에 씻지 않고 수건으로 닦아서 요리할 정도.
여기서는 세프cepes 버섯요리로 통한다.
식용버섯인데도 울 나라에서는 저걸 먹는 이들이 거의 없다.
그만큼 잘 몰라서이기도 하지만 맛도 약간 다르긴 하다.
크기도 엄청 크다. 어린애들 머리통만 하다.
나도 울 나라에서(수락산) 지름 20센티 가까운 걸 딴 적도 있긴 하다.
버섯나라 소리에 어울리게 온갖 버섯들이 즐비...
사진 속엔 빠졌는데, 꾀꼬리 버섯은 모양과 크기까지 울 나라 것도 똑 같아서 반가웠다.
꾀꼬리 버섯이 안 보여서 섭섭하니까, 한 장 더.
사진 위 맨 왼쪽이 그 녀석이다.
소시지들 집합!!
아마도 70-80종 이상이 일상적으로 유통되지 싶다.
걸려있는 것들이 무엇인지 감이 잡히시는가.
순대형 소시지다.
울 나라에서도 일부 특급호텔에 가면 직접 만든 저런 것들을 맛볼 수 있긴 하다.
예컨데, 인터컨티넨탈 호텔 같은 곳...
요즘엔 좀더 일반화되어 있을 듯하다.
퀴즈 : 요게 뭘까아요?
답 : 소의 혀
퀴즈 : 요건 또 뭘까아요?
답 : 통구이용 양 한 마리
해산물들도 온갖 것들이 즐비. 대부분은 울 나라와 대동소이.
특이한 게 있는데 정확한 이름을 모르겠다.
이빨은 갈치처럼 날카롭고 몸체는 긴 대구. 맛은 민어 비슷한 녀석.
내가 임시로 바라쿠다 사촌이라고 작명했다.
울 나라와 거의 비슷한 품목들이다.
낙지에 새우, 가리비도 있고
뿔고동도 있고, 큰구슬우렁이도 보인다.
참치를 저처럼 조각내어 파는 모습이 특이하다.
워낙 비싸기도 해서지만.
코코넛 크랩을 조금 닮은 큰 게들...
다가가 보니 대서양산이라고 쓰여 있다. 물론 불어로.
족발을 이렇게 내놓고 팔고도 있다.
온갖 치즈들. 종류와 크기가 다양하다. 300여종쯤? 베개만한 것도 있다.
하기야, 실제로도 빵과 치즈를 괘나리 봇짐에 넣어가지고 다니면서
베개로 쓰다가 베어먹기도 했던 게 북구인들이었다.
치즈 같은 건 사실 왠만한 위생문제에서 거뜬하게 벗어나는 발효식품이기도 하다.
(시간이 없어 오널은 여기서 그쳐야겠다. 벌써 8시가 넘었다.)
시장 밖으로 나오니 꽃들을 파는 곳에서 쑥부쟁이가 보인다.
흐미... 대빵으로 반가운 거.
(나이아가라 폭포에 갔을 때,
폭포 쪽 담장 아래를 기웃거렸을 때 거기에 망초꽃이 있었다.
얼마나 반가웠던지. 촌것은 고향과 잇닿은 것들 앞에서 쉽게 감동한다.)
그 순간 서울로 얼른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제련소 굴뚝 연기처럼
무쟈게 피어 올랐다. 뛰어가구 시포다.
뚤루즈 대충 훑기 1편 요기서 끄읕.
2편을 언제쯤이나 올릴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도... [24 Oct 2005]
- 최 종 희
** 위의 글에 '뚤루즈/툴루즈'식으로 외래어 표기가 분단 국가 꼴이다.
올바른 표기는 툴루즈/파리/퐁 네프... 등이다.
외래어 표기에 경음 표기를 할 수 없도록 되어 있어서다.
하지만 원지음은 경음이다. 뚤루즈/빠리/뽕 네프... 등으로.
하여, 두 가지 표기를 임의대로 해본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