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485회(2013.10.7) KBS 우리말 겨루기 문제 풀어보기(1)

우리말 겨루기 문제 풀이

by 지구촌사람 2013. 10. 8. 09:40

본문

728x90
반응형
SMALL

485회(2013.10.7) KBS 우리말 겨루기 문제 풀어보기(1)

-‘늦둥이/고시생’ 최현석 님의 우승을 축하합니다!

 

1. 개괄

 

-무대를 빛내신 분들 :

정부경 (22. 중앙대 3년생. 우리말 가꿈이. 아버지와의 약속) ->3단계 진출

박상욱 (41. 소방 공무원. 자랑스러운 아빠가 되자! 주경야독파) ->3단계 진출

이춘화 (34. 꿈 많은 주부. 영어 잘하기. 좋은 목소리 가꾸기. 책 쓰기)

이재영 (56. 주부. 한국어 지도사. 우리말 공부로 인생의 황금기를 맞이하다)

최현석 (26. 지구환경과학과 학생. 행정고시 준비 중. 부모 권유로 출연) ->우승자

 

두 주부들의 활약상이 특이해서 눈길을 끌었다. 춘화 님은 영어 잘하기, 우리말 관련 책 쓰기, 좋은 목소리 가꾸기 등을 구체적인 꿈의 목록으로 지니고 열정적으로 살아가시는 아름다운 분. 말씀을 듣는 사이에, 영어를 잘하기 위해서 매일 아침 배움터로 나가는 바지런하신 모습이 머릿속에 선명하게 그려질 정도로 나날을 아주 열심히 살고 계셨다. 그런 분들은 뜻하신 것 모두를 반드시 이뤄내시게 된다. 구체적인 꿈의 목록처럼 나날의 삶을 확실하게 이끌어주는 공짜 ‘원기소’도 없다.

 

캐나다로 이민했다가 남편의 일을 따라 귀국하여 머무는 동안 평생 교육원에 나가 우리말 공부를 하면서 인생의 황금기를 맞게 되셨다는 재영 님. 한국어 지도사 자격증을 취득한 뒤 다문화센터에서 우리말을 가르치고 계시단다. 제자 격인 외국 출신의 여인들이 해준 반짝이 목걸이가 다이아몬드 목걸이보다도 더 소중하다는 말씀의 의미를 우리들은 안다.

 

‘우리말 가꿈이’ 동아리 활동까지 할 정도로 우리말 사랑이 유별한 부경 양은 이 프로그램 덕분에 아버지(정형우)와 6개월 만에 즐거운 함께하기를 하게 되었다고 했다. 부친의 직업상 전국을 돌아다녀야 하다 보니 집에서 아버지를 뵙는 일이 참으로 힘든데, 이 프로그램에 출연하게 되면 만사를 젖혀두고 응원에 참여하겠다는 아버지가 그 약속을 지키셨다면서. 우승자를 결정하는 문제에서도 결판이 나지 않아 동점자 문제까지 풀면서 현석 군과 치열한 접전을 치를 정도로 열심히 공부한 학생.

 

인간이 동물과 다른 점은 꿈이 있다는 점일 게다. 꿈(구체적인 목표)은 낭비하지 않고 흔들리지 않는 삶, 몰두하는 삶을 엮어가게 해주는 가장 좋은 활력소이자 채찍 없는 감독관이다. 어제 무대를 빛내신 분들은 물론 지금까지 이 프로그램에 출연하신 분들의 공통점이 그러한 꿈들을 죄다 지녔거나 가꿔가고 계시다. 이 프로그램이 고정 시청자들을 확보하고 있는 근저에는 그러한 분들을 향한 박수와 그분들을 닮아서 나도 그렇게 해봐야지 하는 말없는 다짐들을 매주 일깨워가고 있음 덕분이 아닐까 싶다. 나는 그런 꿈틀거림이 참 좋다. 그 세세 내역이나 결과와 무관하게.

-출제 경향 : 큰 틀에서는 여전히 최근의 출제 경향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 특히 2~3단계에서는 큰 변화가 없다.

 

어제 4단계에서는 변화가 있었다. 몇 주 이어지던 ‘깜찍한’ 출제 대신, 예전 방식으로 돌아간 듯하다. 약간 고난도의 우리말 뜻풀이 방식. 그럼에도, 출제가 예상되었던(출제되어도 좋을 낱말이라고 여겨져, 내 사전에 밑줄을 그어놓은) 그런 말들이 나왔다. ‘몰강스럽다’와 ‘무양무양하다’가 그 좋은 예.

 

십자말풀이에서 새로 선을 보이는 낱말들이 갈수록 꽤나 독특하다. 한마디로, 몹시 까다롭다. 어제 처음으로 선을 보인 ‘날사이’나 ‘벌레퉁이’ 같은 말들은 표준국어대사전의 고유어 항목을 시시때때로 자주 꼼꼼이 훑고 또 훑을 정도의 노력이 따라야만 따라잡을 수 있는 그런 말들이었다. (‘날사이’는 세 해 전 검색 당시 고유어 항목에서 보이지 않던 말이었다. 나의 실수였는지는 몰라도.)

 

그 대신에, ‘충영(蟲廮)’이라는 어려운 용어로 식물 관련자들에게만 널리 알려진 말이 있는데, 그 말의 순화어로 선정된 ‘벌레혹’ 같은 것을 출제했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일었다. ‘벌레혹’은 일반인도 참나무 계통이나 과일나무들에서 자주 접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어제 십자말풀이 부분 진행에서 다소 의아한 게 있었다. 내가 잘못 들은 건지, 아니면 듣지 못했는지 모르지만, ‘척하면 삼천리’를 정답으로 요구하는 문제에서 진행자가 이것은 속담이 아닌 관용구이고 정답이 몇 글자라든지 하는 식의 설명을 듣지 못했다. 나도 ‘척하면’에 해당되는 세 글자에만 답란 표지 불이 들어온 걸 대하고 무척 당혹해 했다. 진행자가 세로로 몇 글자의 관용구라고 설명을 했는데 내가 잘못 들었거나 흘려들었기를 바란다.

 

2. 1단계 문제 : 최대 300점

 

-징검돌 말들 : 난/악/벌/석/추

득점은 100점에서 250점까지 그 분포가 고른(?) 편이었다. 3단계에 진출한 부경 양과 현석 군이 250점을 얻었다.

 

순항하던 부경 양이 마지막 ‘난00’에서 좌초했는데 ‘난장판/난민촌/난투극’ 등의 낱말이 떠오르지 않은 것은 아무래도 그 말들의 음지성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그런 말들은 부역 양의 맑음표 안색과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뒤늦게 들었다.

 

현석 군도 마지막 ‘00추’에서 멈췄는데, 그에 앞서 ‘풋고추’를 답했기에 나는 ‘통고추/실고추’ 같은 걸 답할 줄로 기대하다가, 혼자서 부끄럽게 실망했다. 사실 그런 자리에서 앞서 답한 말들을 계속 품고 간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사전에 없는 ‘악기상’을 답하는 바람에 좌초하신 상욱 님은 불운이랄 수밖에 없다. 수많은 ‘00상’이 있는데 하필이면 그 말이 그때 떠올랐을까...이니까. 이 ‘-상’이 들어간 말들은 엄청 많다. ‘고철상/노점-/보부-/가구-/보석-/소매-/도매-/시계-/서적-/수출-/수입-...’ 등. 그런데 하필 ‘악기상’만 없다. 마치, ‘음식점’은 있어도 ‘음식상’이 없는 것처럼 사전에 빠져 있다. 오르지 못할 이유가 없는데도. 하기야, ‘시계상/시계방’은 있어도 ‘시계점’은 사전에 없다. 그래서 불운이라고 적었다. 하지만, 상욱 님의 날렵한 연상 순발력은 나중에 2단계 문제풀이에서 놀랍게도 괭하게 빛나게 된다.

 

3. 2단계 연상 문제 : 6문제 x 최대 200점, 총 최대 1200점

 

-(ㅂ) : 손가락0/얼레0/참0/머리0 ->‘빗’

어제 재미있는 일이 있었는데, 전원 오답이 두 번 나왔고 전원 정답도 두 번 나왔다. 그 중 첫 번째로 전원 오답이었던 문제.

 

나는 ‘얼레빗’에서 재영 님이 알아채실 줄 알았는데, 생각이 미치지 못하신 듯하다. 이 ‘얼레빗’은 우리가 흔히 쓰는 말 중에서 ‘얼레-’가 접두어로 들어간 말로는 유일할 뿐만 아니라, 이 빗을 실제로 사용해본 사람들의 연령대는 여유 있게 잡아도 50대 이상이기 때문이다. 옛날에 빗장수들이 ‘차아암빗, 얼레빗 사아려어’ 하면서 동네 골목길을 돌아다녔다. [주의 : 가끔 보이는 ‘얼레미’는 ‘어레미(바닥의 구멍이 굵은 체)의 방언이다.]

 

‘손가락빗’은 공부하신 분들도 뜻풀이로 나오면 즉시 맞히지만 연상 문제로는 쉽지 않은 낱말. 이와 관련하여, ‘군빗질’과 ‘빗쓸다’도 함께 공부해 두시는 게 좋다. 군빗질도 기출 낱말이다. 내 사전에서 뜻풀이를 전재한다.

 

군빗질*? 자고 일어나 바쁠 때에, 빗/손가락으로 대강 윗머리만 빗는 빗질.

빗쓸다? 손가락으로 머리카락을 빗는 것처럼 어루만지며 쓸다.

손빗≒손가락빗*? 빗을 대신하여 머리를 쓸어 넘기는 손가락의 비유.

 

-(ㅈ)(ㄱ) : 간당간당/찔끔찔끔/할짝할짝/야금야금 -> ‘조금’

다섯 분이 모두 정답을 적었는데, 놀라운 것은 상욱 님은 첫 번째 도움말에서, 나머지 분들은 두 번째 도움말에서였다.

 

상욱 님은 그 뒤로도 전원 오답이었던 두 문제를 제외하고는 4문제 전부를 첫 번째 도움말에서 멈췄는데 모두 정답. 참으로 놀라운 연상 순발력이었다.

 

‘간당간당’을 제외하고는 별다른 설명이 필요 없는 말들. ‘간당간당’은 기출 낱말이기도 하지만, 지난번 ‘한댕거리다’를 다루면서 함께 다뤘던 말이다. 다시 한 번 더 보인다.

 

간당간당*? ①달려 있는 작은 물체가 자꾸 가볍게 흔들리는 모양. ②물건 따위를 거의 다 써서 얼마 남지 않게 된 상태. ③목숨이 거의 다 되어 얼마 남지 않게 된 상태. 간당거리다?

간댕간댕<근뎅근뎅? ①느슨하게 달려 있는 작은 물체가 자꾸 위태롭게 흔들리는 모양. ②물건 따위를 많이 써서 거의 남지 않게 된 상태. ③목숨이 거의 다 된 상태. 간댕거리다?. 근뎅거리다?.

한댕한댕? 작은 물체가 위태롭게 매달려 잇따라 흔들리는 모양. ¶한댕거리다*?.

 

-(ㅎ)(ㄹ) : 00를 잡다/00가 잘리다/00를 펴다/00가 휘다 -> ‘허리’

첫 번째 도움말에서 네 분이 멈췄고 모두 정답. 신중하게 하나를 더 보고 쓴 분이 ‘하루’를 적었다. 그 바람에 신중한 시청자들은 세 번째 도움말까지 보지 않았을까. 나 역시, 재영 님처럼 첫 번째 도움말에서 쉽게 떠오르기 마련인 ‘허리’가 함정이지 않을까 싶어서 내처 도움말들을 보고 싶었을 정도였다. 그러고 보면 참 운이란 묘한 법이다.

 

‘허리’와 관련된 속담/관용구는 아주 많다. 관련된 부분만 내 사전에서 전재한다.

 

허리가 꼿꼿하다 ? ①나이에 비하여 젊다. ②몸이 약간 피로하다.

허리가 부러지다 ? ①어떤 일에 대한 부담이 감당하기 어려운 상태가 되다. ②당당한 기세가 꺾이고 재주를 펼 수 없게 되다. ③몹시 우습다.

허리가 잘리다 ? ①국토가 분단되다. ②어떤 행동/일이 중단되다.

허리가 휘청거리다[휘청하다] ? 경제적으로 매우 힘들다.

허리 부러진 장수[호랑이]≒날개 부러진 매[독수리] ? 위세를 부리다가 타격을 받고 힘없게 된 사람의 비유.

허리에 돈 차고 학 타고 양주에 올라갈까 ? 언제 많은 돈을 마련하여 학을 타고 양주 구경을 갈 수 있겠느냐는 뜻으로, 평생소원을 언제 풀어 보겠냐는 말.

 

허리를 굽히다 ? ①남에게 겸손한 태도를 취하다. ②≒허리를 꺾다. 정중히 인사하다. ③남 에게 굴복하다.

허리를 못 펴다 ? 남에게 굽죄여 지내다.

허리를 잡다[쥐고 웃다]≒허리가 끊어지다 ? 웃음을 참을 수 없어 고꾸라질 듯이 마구 웃다.

허리를 펴다 ? 어려운 고비를 넘기고 편하게 지낼 수 있게 되다.

 

-(ㅇ)(ㄷ) : 어슬어슬/00살/이슥하다/깜깜나라 -> ‘어둠’

전원 정답이었지만, 두 분은 첫 번째 도움말에서, 또 다른 두 분은 마지막 도움말까지 보고 답을 적었을 정도로 연상 과정에 차이가 컸다. ‘어둠살(어두운 기미)’은 기출 낱말인데 공부하지 않으신 분들이 많은 듯했다.

 

처음 나온 ‘깜깜나라’는 실제로 어둠을 뜻하기도 하고 아무 것도 모르는 무지한 상태(‘깜깜밤중’과 동의어)를 뜻하기도 하는 말. 내 사전에서 뜻풀이를 전재한다.

 

깜깜나라*? ①아주 깜깜한 어둠 ②≒깜깜밤중[-中]. 깜깜하게 전혀 모르는 상태.

 

-(ㅂ)(ㅅ)(ㅌ) : 비비대기/뒤스럭/시끌벅적/야단법석 -> ‘북새통’

정답자가 하나도 없었던 상급의 문제. ‘비비대기’와 ‘뒤스럭’의 뜻을 웬만큼 알아도 ‘북새통’으로 연결시키기가 쉽지 않았다. 참고로 적자면 이 ‘북새통’이란 낱말은 예전에도 한 번 연상 문제로 출제된 적이 있는 말이다.

 

‘비비대기’는 기출 낱말인데, 사회자도 언급했듯이 ‘비벼대기’는 잘못된 말이다. ‘비벼대다’는 ‘비비대다’의 잘못으로 없는 말이다. ‘뒤스럭’은 처음 나온 말이지만, 전에 ‘뒤스럭쟁이’와 관련해서는 한 번 다룬 적이 있다. 내 사전에서 관련어들을 전재한다.

 

비비대기*? ①마구 비비는 일. ②복잡한 일을 치르느라고 부산하고 분주하게 서두름.

비비대기치다*? ①비좁은 곳에서 많은 사람이 몸을 맞대고 비비적거리다. ②바쁜 일을 처리하기 위하여 부산하게 움직이다.

비비대다? ①두 물체를 맞대어 잇따라 마구 문지르다. ②어떤 사람/집단에 자꾸 들러 붙어 의지하다. ③어려운 상황을 이겨 내기 위하여 억척스럽게 자꾸 버티다.

 

뒤스럭? 부산하게 이리저리 자꾸 움직임.

뒤스럭스럽다? 말/행동이 수선스럽고 부산한 데가 있다. ¶뒤스럭뒤스럭?

뒤스럭쟁이*? 말/하는 짓이 수다스럽고 부산하며 변덕스러운 사람.

오만소리*[五萬-]? 수다하게 지껄이는 구구한 소리.

너스레*? 수다스럽게 떠벌려 늘어놓는 말/짓.

말재기*? 쓸데없는 말을 수다스럽게 꾸미어 내는 사람.

광대덕담[-德談]? 실속 없이 수다스럽게 늘어놓는 듣기 좋은 말.

가납사니*? ①쓸데없는 말을 지껄이기 좋아하는 수다스러운 사람. ②말다툼을 잘하는 사람.

재재보살[-菩薩]? 수다스럽게 재잘거려서 어수선하고 경망스러운 여자의 놀림조 말.

입방정*? 버릇없이 수다스럽게 지껄이면서 방정을 떠는 일.

 

-(ㅁ)(ㄱ) : 땀직하다/듬쑥하다/점잖다/묵직하다 ->‘무게’

문제 수준은 중․상급이었는데도 전원 정답을 적었다. 차이점이라면 상욱 님이 여전히 첫 번째 도움말에서 놀랍게도 멈췄다는 것인데, ‘땀직하다’에서 ‘듬직하다’를 떠올리는 그 연상 순발력이 놀라웠다.

 

‘땀직하다’의 본말은 ‘땀지근하다’이고 ‘뜸직하다’의 작은말이다. 출제 가능성이 있어서 내 사전 표제어에 밑줄 처리를 해뒀던 말. ‘듬쑥하다’는 기출 낱말이다. 이 ‘듬쑥-’은 ‘듬직/든직-’과도 관련된 어근. 내 사전에서 관련어들의 뜻풀이를 전재한다.

 

땀지근하다<뜸지근하다? 말/행동이 좀 느리고 무게가 있다.

땀직땀직? 말/행동이 한결같이 매우 속이 깊고 무게가 있는 모양. ¶땀직하다?

 

든직하다? ①사람됨이 경솔하지 않고 무게가 있다. ②물건이 제법 번듯하고 그럴듯하다. ¶든직한 행동; 든직하여 믿을 만한 사람

듬직하다? ①사람됨이 믿음성 있게 묵직하다. ②나이가 제법 많다. ③사물이 크고 묵직하여 굳건하다.

듬쑥하다*1? 사람됨이 가볍지 아니하고 속이 깊다.

 

2단계 문제 풀이를 마치고, 3단계 진출자가 결정되었다. 부경 양과 상욱 님, 그리고 현석 군으로, 쌓은 점수는 각각 750/900/750점이었다. 2단계에서 얻은 점수로만 보자면 각각 500/800/500점. 전원 오답이 2번씩이나 있었던 걸 감안하면 진출자들의 선전이 그려진다. 특히, 상욱 님의 그것이. [계속]

 

 

 

 

 

반응형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