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5회(2013.10.7) KBS 우리말 겨루기 문제 풀어보기(2)
-‘늦둥이/고시생’ 최현석 님의 우승을 축하합니다!
4. 3단계 맞춤법․띄어쓰기 : 6문제 x 100, 총 600점
-살 뺀다고 끼니를 걸렀더니 힘이 부쩍 달리네(o)/딸리네(x).
어찌 보면 기본형을 묻는 기본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달리다’와 ‘딸리다’만 떼어 내어 출제하면 정답률이 훨씬 더 올라갈 정도로 기본적인 문제니까. 정작 문제는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불필요하게 경음 발음을 많이 하고 산다는 데에 기인한다. 뒤이어 나온 문제도 바로 경음화 표기 바로잡기 문제였다.
엉뚱한 얘기지만, 요즘 우리들의 언어생활에서 이 경음화 현상이 우심하다. ‘내 꺼, 네(늬) 꺼’라는 말 정도는 예사로 쓰인다. 물론 ‘내 거(것), 네 거(것)’의 잘못이다. ‘장(長)’이라는 말로는 한참 모자라 ‘짱’이라는 말까지 만들어 쓴 지 오래다. 그런 것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 경음화 현상은 삶의 각박함과 직결된다고들 한다. 환경적 요인이 크다는 얘기다.
일례로 혹서/혹한 지방에 속하는 아프리카 열대 지역과 시베리아 지역의 말에는 경음 발음이 많다. 즉 ‘ㄲ/ㄸ/ㅃ/ㅆ/ㅉ’가 많이 튀어 나와서 듣는 이들까지 조금 날카롭게 만든다. 하지만, 같은 혹한/혹서 지방에 살아도 알라스카 원주민이나 남미 대륙의 원주민들 발음에는 이 경음이 적다. 그리고, 그들에게서는 마음의 여유가 엿보인다. 극한적이질 않다. 말이 사람을 만든다. 말이 그 사람의 내면을 지배한다는 말이다. 앞으로는 이 경음 발음 사용을 자제해서 말을 좀 부드럽게 한다면, 스스로 더 각박해지는 일에서 한 발을 빼게 되는 득도 있지 않을까.
삼천포에서 원위치! 두 사람이 정답을 짚었다. 내 책자에서 해당 부분을 전재한다.
◈힘이 딸려서 도저히 어떻게 해볼 수가 없었다 : 달려서의 잘못. <-달리다[원]
달리다? 재물/기술, 힘 따위가 모자라다.
딸리다? ①어떤 것에 매이거나 붙어 있다. ②어떤 부서/종류에 속하다. ¶곁딸리다/뒤딸리다/붙딸리다?
-내가 조금 이따가 연락할게(o)/연락할께(x).
고전적인 문제다. ‘고전적’이라는 말을 붙인 까닭은 1988년 맞춤법 규정이 바뀌면서 변경된 대표적인 두 가지 중의 하나가, ‘-습니다’ 표기로의 변경과 더불어, 바로 이것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어미 중에서 의문문에 쓰이는 ‘-ㄹ까/-ㄹ꼬/-ㄹ쏘냐’ 외에는 경음(된소리)으로 적는 게 없다. 그렇게 못 박아서 기억해두는 게 좋다. 이렇게 정한 것은 된소리를 인정할 예외적인 특별한 이유가 없기 때문. (한글 맞춤법 제53항 참고.)
이 문제에서 정답을 짚은 이는 한 사람뿐이었다. 내 책자에서 해당 부분 설명을 전재한다. [참고] 위의 ‘이따가’는 부사. 연결어미가 쓰인 ‘있다가’와는 구별해야 한다. <예> 거기에 조금 더 있다가 천천히 와.
◈이번에는 잊지 않고 꼭 가져올께 : 가져올게의 잘못.
[설명] 어떤 행동을 할 것을 약속하는 뜻을 나타내는 종결어미는 ‘-ㄹ게’임. ‘-ㄹ게요’ 꼴도 마찬가지로 ‘-ㄹ께요(x)/-ㄹ게요(o)’. [참고] 의문형 어미 ‘-ㄹ까/-ㄹ꼬/-ㄹ쏘냐’ 외에는 경음(된소리)으로 적지 않음.
-요즘 우리말 공부에 맛 들렸어(x)/맛 들였어(o).
‘들이다’와 ‘들리다’를 구분하는 좀 까다로운 문제. 여기서 쓰인 ‘들이다’는 ‘들다(버릇/습관이 몸에 배다)’의 사동사이고, ‘들리다’는 자동사로서 ‘병이 걸리다/귀신이나 넋 따위가 덮치다’의 뜻이다.
조심할 것은 ‘맛(을) 들이다’가 관용구이지 한 낱말이 아니라는 점이다. 어제 방송분에서 유심히 살펴보질 못했는데, 만약 ‘맛들렸어’나 ‘맛들였어’로 출제되었다면 잘못이다. ‘맛들이다’는 표준국어대사전에 없는 말이다.
한 사람만 정답을 골랐고 설명도 올바르게 했다. 내 책자 초고에서 해당 부분을 전재하는 것으로 상세 설명을 대신한다.
◈요즘 한창 골프에 맛들렸다며/맛 들렸다며? : 맛 들였다의 잘못. 관용구.
[설명] ①‘맛(을) 들이다’는 관용구로서, ‘맛들이다’도 잘못. 없는 말. ②여기서 쓰인 ‘들이다’는 ‘들다(버릇/습관이 몸에 배다)’의 사동사이고, ‘들리다’는 자동사로서 ‘병이 걸리다/귀신이나 넋 따위가 덮치다’의 뜻. ¶새 차에 길을 들이다; 여인은 강아지에게 정을 들이고 살아 왔다; 컴퓨터 게임에 재미를 들인 그는 밤을 새운다. ¶귀신 들린 여자; 아이가 감기에 들렸어.
-이야기가 얽히고섥혀(x)/얽히고설켜(o)/얼키고설켜(x) 도무지 이해를 못 하겠어.
의미소라 할 수 있는 실질 형태소 문제로 자주 출제되는 낱말. 어려운 문제는 아니지만 확실하게 익혀두면 좋다. 두 사람이 맞혔다.
이 말과 관련하여 주의할 것은 형용사 ‘얼기설기하다’의 큰말인 ‘얼키설키하다’는 올바른 표기라는 점이다. 상세 해설은 내 책자의 해당 부분 전재로 대신한다. 아울러 내 책자를 갖고 계신 분들은 이참에 ‘의미소’ 항목을 다시 한 번 더 훑어보시길 권한다. 올바른 표기법을 익히는 데 아주 크게 도움이 되는 부분이라서다.
◈얼키고 설키다 보면 다 이웃이지 뭐 : 얽히고설키다의 잘못. <-얽히고설키다?
일이 한번 얽혀지고 나면 영 해결하기 어려워 : 얽히고의 잘못. <-얽히다[원]
아휴 복잡도 하다. 여간 얽히설키해야 말이야 : 얼키설키>얼기설기의 잘못.
[설명] ①‘얽다’의 피동사는 ‘얽히다’. ‘얽혀지다’는 ‘얽히다’에 ‘-어지다’를 덧댄 이중 피동. ②‘얽히설키(x)/얼키설키(o)’ : ㉮‘얼키설키’에서 의미소 ‘얽’은 중요하지만, 문제는 뒤에 연결되는 ‘설기’와의 부조화. 어울림을 위해서는 ‘얽히섥히’여야 하는데, 이는 더욱 어색. ∴얼키설키. ㉯[원칙] ‘얽’의 -ㄺ- 받침에서 앞 받침만 발음되므로 소리 나는 대로 표기. ☞♣의미소[意味素]의 특징과 활용 참조.
얽히고설키다? ①가는 것이 이리저리 뒤섞이다. ②관계/일/감정 따위가 이리저리 복잡하게 되다.
얼키설키하다>얼기설기~? ①가는 것이 이리저리 뒤섞이어 얽혀 있다. ②엉성하고 조잡하다. ③관계/일/감정 따위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얼키설키>얼기설기?
-공부 좀 할라치면(o)/할라 치면(x) 잠이 쏟아진다.
‘-ㄹ라치면’은 어미다. 따라서 형태가 다소 익숙지 않더라도 앞말에 붙여 적어야 한다. 이것은 얼마 전에 ‘주의해야 할 어미’라는 항목으로 설명한 바가 있다.
설명의 되풀이를 피하기 위해 해당 항목 중 일부만을 내 단행본 초고에서 전재한다. 정독들 하시기 바란다.
[주의] 보조사와 혼동하기 쉬운 것으로 일부 어미가 있음. 이들 어미는 어간에 붙는다는 점에서 보조사와 구별되며, 보조사는 이들 어미 뒤에도 붙을 수 있음 (예: ‘할라치면요’; ‘할밖에요’.<=‘요’는 종결보조사). 괄호 안 표기가 어미임 : 죽을망정(‘-ㄹ망정’); 할라치면(‘-ㄹ라치면’); 내놓을밖에(‘-ㄹ밖에’); 없을뿐더러(‘-ㄹ뿐더러’); 먹지 못하리만치(≒못하리만큼); 지나치리만큼; 학생이니만큼; ~만 할진댄(혹은 ‘-ㄹ진대는’); ~에 가거들랑; 내가 주인일세말이지(‘-ㄹ세말이지’); ~까지 잡아먹을쏘냐(‘-ㄹ쏘냐’); 뭘 해야 할지 몰라(‘-ㄹ지’); 입사하자마자(‘-자마자’); 좋고말고(‘-고말고’); ~ 한이 있더라도(‘-더라도’); 확인한바(‘-ㄴ바’); 곧 해드릴게요(‘-ㄹ게요’). ☞주의해야 할 어미 항목 참조.
-아니, 이게 얼마만이야(x)/얼마 만이야(o).
이때의 ‘만’은 의존명사다. ‘만’이 조사일 때도 있고, 관형사일 때도 있다. 이처럼 의존명사인 한 낱말이 여러 가지 품사로 쓰이는 말들이 적지 않다. 이곳에 모두를 전재하기에는 무리라 할 정도로. ‘만’에 대해서만 아래에 내 책자 내용을 전재한다. 위 문제와 더불어 두 분이 정답을 택했다.
만? 동안이 얼마간 계속되었음. ¶단 두 걸음 만에 따라 잡았다; 일 년 만에 돌아오다; 닷새 만에 돌아오다.
만? ¶닷새만 기다려라; 일 년만 기다려라; 단 두 걸음만 걸으면 되는 걸; 너만 와라; 짐승만도 못한; 오래간만에 가 보다.
만? 관형사로 쓰일 때도 띄어 씀. ¶만 38세; 만 9개월 만에 구조.
3단계 문제까지 풀었을 때 세 사람의 점수는 각각 1050/1100/1250점. 희한하게도 지난 회의 점수와 두 분이 똑같았고, 현석 군만 100점을 더 얻었다. 현석 군은 5문제를 맞혔고, 나머지 두 사람은 반타작.
5. 4단계 낱말 뜻풀이 : 총 4문제 x 최대 500점, 최대 2000점
-출제된 낱말들 : 결결하다/몰강스럽다/무양무양하다/주접/잦감
지난 몇 주 동안 이어져 오던 ‘깜찍한’ 출제, 곧 흔히 쓰는 말들의 작은말이나 여린말, 유의어의 뜻 캐보기가 사라지고 예전 방식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이번에 선을 보인 말들은 출제되어도 좋을 말들이었다. 그만치 발굴(?)해서 전파할 가치가 있는 말들. 앞서도 적은 것처럼, ‘몰강스럽다’와 ‘무양무양하다’는 출제 가능성이 높아서 내 사전 표제어에서 밑줄 처리를 해두었던 말이었다.
우승자 결정용으로 ‘주접’이 출제되었음에도 우승자가 결정되자 않아 추가로 문제를 더 푸는 일도 벌어졌다. 그만큼 마지막까지 겨뤘던 두 젊은이들의 실력은 막상막하였다고나 할까. 마지막 문제어 ‘잦감’을 두고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겨룬 끝에 결국은 ‘잦감’에 쓰인 의미소 ‘잦-’에 충실한 답을 찾아낸 현석 군이 우승을 거머쥐었다.
뜻풀이를 내 사전에서 전재하는 것으로 설명을 대신한다.
결결하다? 얼굴 생김새/마음씨가 지나칠 정도로 빈틈없고 곧다.
결곡하다*? 얼굴 생김새/마음씨가 깨끗하고 여무져서 빈틈이 없다.
몰강스럽다? 인정이 없이 억세며 성질이 악착같고 모질다.
목강하다[木强-]? 억지가 세고 만만하지 않다.
무양무양하다? 성격이 너무 고지식하여 융통성이 없다.
잔주접1? ①어릴 때의 잦은 잔병치레로 잘 자라지 못하는 탈. ②헌데/옴 따위의 총칭.
잔주접2? 되지 아니한 경박한 말/행동.
조잡? ‘주접’의 속칭.
주접*? ①여러 가지 이유로 생물체가 제대로 자라지 못하고 쇠하여지는 일. 그런 상태. ②옷차림/몸치레가 초라하고 너절한 것.
주접대다?, ①음식 따위에 대하여 지나치게 욕심을 부리는 짓을 자꾸 하다. ②추하고 염치없는 짓을 자꾸 하다. ¶~떨다?, ~부리다? ☞‘주접들다’는 ‘주접이 들다’의 잘못.
흙주접*? 한 가지 농작물만 연이어 지어서 땅이 메마르는 현상. ☞<‘조잡’과 ‘주접’> 항목 참조.
잦감*? 밀물이 다 빠져나가 바닷물이 잦아진 때.
5. 달인 도전 : 십자말풀이 15문제
달인 도전 문제에서 새 낱말 발굴(?) 노력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그 바람에 안방 달인분들조차도 좀 고생했을 듯하다. 어제 나온 말 중 처음으로 선을 보인 ‘날사이’와 ‘벌레퉁이’가 그러한 말들이었다. ‘회돌이목’도 처음 선을 보인 말이지만, 난도 면에서는 앞서의 두 말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였고.
어제도 부사 문제가 빠지지 않았고(‘이를테면’), 속담 대신 관용구가 선을 보였다. (‘척하면 삼천리’.) 앞서도 적었지만 이 부분에서 진행자가 세로로 6글자의 관용구라는 설명을 했는지 어떤지, 내게 기억이 없다. 실제로 녹화장에서는 그런 설명이 있었으리라 짐작해 보지만.
위에 언급한 낱말들과 몇몇 낱말들에 대한 뜻풀이를 내 사전에서 전재하는 것으로 오늘의 문제 풀이를 마친다. 달인의 꿈을 향해 오늘도 열심히 공부에 매진하고 계시는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빈다.
연리지*[連理枝]≒연리[連理]? ①두 나무의 가지가 서로 맞닿아서 결이 서로 통한 것. ②화목한 부부나 남녀 사이의 비유.
비익연리*[比翼連理]? 비익조와 연리지라는 뜻으로, 부부가 아주 화목함.
연리지락[連理之樂]? 부부가 화합하는 즐거움.
비익조*[比翼鳥]≒비익[比翼]? ①암컷과 수컷의 눈과 날개가 하나씩이어서 짝을 짓지 아니하면 날지 못한다는 전설상의 새. ②남녀나 부부 사이의 두터운 정.
회돌이목? 길/냇물 따위가 굽이도는 좁은 목.
날강목*? ①광물을 캐낼 때 조금도 얻는 것이 없게 된 헛일. ②성과 없이 한 헛수고. ¶날 강목을 치다.
벌레퉁이? 재목에 벌레가 먹어서 생긴 흠.
벌레혹? 식물의 줄기, 잎, 뿌리 따위에서 볼 수 있는 혹 모양의 불룩한 부분.
충영[蟲廮]? 식물의 줄기, 잎, 뿌리 따위에서 볼 수 있는 혹 모양의 팽대한 부분. 식물체에 곤충이 알을 낳거나 기생하여 이상 발육한 부분. 조직 세포는 정상적인 유사 분열을 하지 않고 무사 분열에 의하여 증식하는 경우가 많으며 세포 내에 많은 핵이 들어 있거나 거대한 핵을 가진 것이 있다. ‘벌레혹’으로 순화.
날사이? 지난 며칠 동안. ¶날사이 안녕하셨는지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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