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9회(2013.11.4)KBS 우리말 겨루기 함께 풀어 보기(1)
-‘동안(童顔)의 열정파’ 이경희 님의 우승을 축하합니다!
1. 개괄
- 무대를 빛내신 분들 :
이동숙(31. 회사원. ‘우리말 공부를 통해 변해가는 내 모습이 즐겁다’.)
임정은(29. 공무원. ‘도전은 동생이 먼저. 2단계 통과는 내가 먼저!’) ->3단계 진출
이경희(50. 법무사무소 사무장. 동안의 비결은 열정.) ->우승자
현자섭(53. 미용사. 세계 여행을 꿈꾸며, 가족들을 위해 출연) ->3단계 진출
최원국(25. 서울대 경영학과 4년. 부모의 ‘상금 타 와라!’에 ‘무조건 타 온다!’)
이번에는 20대 후반 ~ 30대 초반의 청춘(!)들이 셋이나 나오는 바람에 40대 자리가 비었다. 그 자리를 30대 후반 내지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이경희 님이 채웠다. 나이 소개 자막을 보고 모두들 놀랐으리라.
50대 초반의 자섭 님이 웃어른 자리를 차지했을 정도로 어제는 출연자들이 파릇파릇해서, 그만큼 더 열띤 겨루기를 예상했는데 결과는 기대를 밑돌았다. 출연자들이 모두 너무 점잖으셨던 탓이 아닌가 싶다. 하하하.
- 출제 경향 : 1단계~3단계 문제들은 여전하다. 눈에 띄는 큰 변화는 없다는 점에서. 2단계 문제 출제에 들이는 공은 여전히 돋보인다. 3단계의 맞춤법/띄어쓰기 문제에서 기본적이라 할 수 있는 것들을 문제로 내세우는 것도 여전하다.
어제의 경우는 더욱더 기본적(?)인 낱말들을 다뤘다. ‘목돈(o)/몫돈(x); 닭 벼슬(x)/닭 볏(o); 역사 상(x)/역사상(o)’ 등의 문제는 거의 약방의 감초 격이라 할 수 있는 것들. ‘주 무기(o)/주무기(x)’ 문제가 깜찍했다.
어제의 4단계 뜻풀이 문제 낱말들은 공부를 한 사람과 하지 않은 사람이 저절로 구분될 정도였다. 출제 낱말들을 훑어 보았거나 그 횟수가 한 번이라도 더 많은 이에게 점수가 돌아갔다. 두 번에 걸쳐 경희 님이 혼자서 다 맞히는 바람에, 우승자 확정에 마지막 네 번째 문제가 필요하지 않았다.
출제된 3낱말의 위상(?)도 재미있었다. 난도 배치도 그렇고(‘깐보다, 드리다, 비기다’의 순), ‘깐보다/드리다’는 다른 형식으로 예전에 선을 보인 낱말이었는데, 그중에서도 쉽게 ‘깔보기’ 마련인 ‘깐보다’는 그 정확한 뜻을 확인 사살(?)하자는 깜찍한 의도도 담겨 있었던 듯하다. 가장 고난도의 낱말이랄 수 있는 ‘비기다’의 뜻풀이를 제대로 추적/연상해낸 경희 님은 뿌린 대로 거둔다는 공부의 왕도(?)를 확인시켜 주었다.
달인 도전 십자말풀이에서, 3~4주 전에 가끔 보이던 ‘애먹이는’ 문제가 지난 회에 이어서 이번에도 보이지 않았다. 좋은 일이다. 출제진에서 조금만 신경을 쓰면 출연자들은 물론 공부하는 이들이나 시청자들 모두가 깔끔한 기분을 맛보게 된다.
2. 1단계 문제 : 최대 300점
-징검돌 말들 : 상/질/발/차/한
어제 출연하신 분들의 점수가 아주 흥미로웠다. 한 분을 빼고는 모두가 나란히 150점을 기록하는 신기록을 세웠다. 또, 주어진 말이 가운데에 들어가는 곳에서 모두 실족했다. 마치, 출연 전 미리 어깨동무를 하고 그렇게 하자고 약속이나 한 듯이.
이 글을 읽는 분들은 출연자들이 실패한 아래 말들의 칸 채우기를 연습 삼아 해보시기 바란다.
-0질0 : (예) 찜질방/고질병/간질병/생질녀/무질서/저질탄/상질지
-0발0 : (힌트) 개발-/반발-
-0차0 : (힌트) 기차-/전차-
-0한0 : (힌트) 무한-/유한-
3. 2단계 문제 : 6문제 x 최대 200점, 최대 1200점
-(ㅅ)(ㅈ) : 번개00/틈새00/도깨비00/벼룩00 ->‘시장’
몸풀이 문제이긴 한데, 신경제학 흐름이 반영된 최신 표준어들이라고 해야 할 듯하다. ‘번개시장’도 그렇지만 ‘틈새시장’이라는 말이 경제학 용어로 인정받기 시작한 건 20년도 채 되지 않았으니까. 이처럼 표준어 중에는 최근 들어 편입된 것들도 적지 않다. 이른바 ‘국어심의회’에서 해마다 표준어들을 심사하여 사전 표제어로 삽입할 것인가를 정하는데 그 심의를 통과하면 표준어로 인정되기 때문이다.
이번에 ‘번개시장’까지 선을 보이면서, 위의 도움말로 나온 ‘-시장’들은 이제 모두 기출 낱말이 되었다. 정리하여, 아래에 보인다. 몸풀이 문제답게 출연자 모두 정답을 맞혀서 가뿐하게 출발했다.
도떼기시장*[-市場]≒도깨비시장*? 상품/중고품/고물 따위 여러 종류의 물건을 도산매/방매/비밀 거래 하는, 질서가 없고 시끌벅적한 비정상적 시장.
번개시장[-市場]? 아침에 잠깐 섰다가 어느 틈에 파장이 되어 버리는 무허가 시장.
틈새시장*? 유사한 기존 상품이 많지만 수요자가 요구하는 바로 그 상품이 없어서 공이 틈새처럼 비어 있는 시장.
벼룩시장*[-市場]? 온갖 중고품을 팔고 사는 만물 시장.
-(ㅅ)(ㅅ)(ㄹ) : 가르랑가르랑/씩씩/할딱할딱/새근새근 ->‘숨소리’
지난번과 똑같이 공부량 점검 문제라고 해야 할 문제. 하기야, ‘숨소리’라는 낱말을 떠올리기가 쉽진 않았지만 준말인 ‘가랑가랑’으로 일상생활에서도 가끔 쓰이는 ‘가르랑가르랑’의 뜻을 제대로 꿰고 있었으면 연상 순발력의 뚜껑 열기가 한참 수월해지지 않았을까.
그래선지 세 번째 도움말까지 차분하게 챙겨 본 두 사람만 정답을 적었다. ‘가르랑가르랑’은 ‘목구멍에 가래 따위가 걸려 숨을 쉴 때 자꾸 가치작거리는 소리’인데, 일상생활에서는 ‘가랑가랑’으로 많이 쓰인다. 즉, ‘가르랑가르랑’의 준말이 ‘가랑가랑’이다.
-(ㅂ) : 0의 때를 벗다/0 내밀다/0 두드리다/0 아프다 ->‘배’
위의 두 번째 문제에서 오답을 적은 이들이 많아서인지, 두 번째 도움말과 세 번째 도움말에서 서둘러 모두 멈췄다. 정답인 ‘배’ 대신 ‘발’을 적은 이도 둘이나 되었다. ‘발의 때를 벗다’가 이상한 표현인데도 ‘0의 때’라는 구절에 이끌려 그리 된 듯하다.
‘배(腹)’와 관련된 관용구와 속담은 적지 않다. 그리고, 일상적인 낱말인 까닭에 이 프로그램에서도 사랑받는 그런 낱말 무리(群)에 든다. 내 사전에서 해당 부분을 전재한다.
배(를) 내밀다* ? ①남의 요구에 응하지 아니하고 버티다. ②자기밖에 없는 듯 몹시 우쭐거리다.
배(를) 앓다 ? 남 잘되는 것에 심술이 나서 속을 태우다.
배가 등에 붙다 ? 먹은 것이 없어서 배가 홀쭉하고 몹시 허기지다.
배가 남산만[앞 남산만] 하다 ? ①배가 불러 앞으로 나왔다는 뜻으로, 임신부의 배가 부름의 비유. ②되지 못하게 거만하고 떵떵거림의 놀림조 말.
배 안엣[안에] 조부는 있어도 배 안엣[안에] 형은 없다 ? 자기보다 나이가 어린 사람이 할아버지뻘은 될 수 있으나, 자기보다 나이가 어린 사람에게 형이라고 할 수는 없음의 비유.
배 안의 아이 아들 아니면 딸이다≒밴 아이 사내 아니면 계집이지 ? 쓸데없는 걱정을 하는 경우를 핀잔하는 말.
배만 부르면 제 세상인 줄 안다 ? ①배불리 먹기만 하면 아무 근심 걱정을 모른다는 말 ②돈만 있으면 제 세상인 줄 알고 제멋대로 행동한다는 말.
배에 기름이 오르다[끼다] ? 살림이 넉넉하여지다.
배에 기름이 지다 ? 잘 먹어 몸에 살이 오르다.
배에 발기름이 꼈다[끼다] ? 배에 기름살이 끼어 불룩하게 나왔다는 뜻으로, 없이 지내던 사람이 생활이 넉넉해져서 호기를 부리고 떵떵거림의 비유.
배의 때를 벗다* ? 형편이 나아져서 주리던 배를 채울 수 있게 되다.
-(ㅊ)(ㄹ)(ㅅ) : 선바람/멋/매무시/몸치장 ->‘차림새’
두 번째 도움말 ‘멋’에서 모두 함께 멈췄고, 전부 정답을 적었다. 문제가 평이한 편이기는 했지만 출연자들의 기본 실력이랄 수 있는 연상력 역시 비범한 분들이었다. 다만, 사회자가 ‘선바람’의 뜻을 묻자 출연자들 모두 답하지 못했는데, 그만치 공부량의 면에서는 좀 아쉬웠다.
이 ‘선바람’은 이 프로그램에서 사랑받는 말이라고 할 정도로, 쓸모를 달리해서 여러 모습을 드러내는 말 중의 하나다. ‘-바람’이 들어간 말들로도 나오고, 이번처럼 차림새와 관련해서도 나온다. 내 사전에서 해당 부분을 전재하니, 다른 낱말들도 꼭 챙겨서 제대로 훑어두시길 바란다. 모두 출제 가능성이 높은 말들이다.
봄봄이*? 눈에 보이는 겉 차림새.
차림새*? 차린 그 모양. [유]용모, 차림, 모양
옷차림새? 옷을 차려입은 모양새.
차림차림? ①차림새의 이모저모. ②여럿의 차림새.
선바람*? 지금 차리고 나선 그대로의 차림새.
맨머릿바람? 머리에 아무것도 쓰지 아니한 차림새.
초라떼다*? 격에 맞지 않는 짓/차림새로 창피를 당하다.
깔밋잖다? 모양/차림새 따위가 깔끔하지 않다.
깔밋하다<끌밋하다? ①모양/차림새 따위가 아담하고 깔끔하다. ②손끝이 야물다.
꺼벙하다? ①모양/차림새가 거칠고 터부룩하여 엉성하다. ②(낮잡아) 성격이 야무지지 못하고 조금 모자란 듯하다.
꾀죄죄하다>괴죄죄하다? ①옷차림/모양새가 [매우] 지저분하고 궁상스럽다. ②마음 씀씀이나 하는 짓이 [매우] 좀스럽고 옹졸하다. [유]궁상맞다, 좀스럽다, 지저분하다
두리벙하다*? 차림새/행동이 깔끔하지 못하고 엉성하다.
허줄하다*? ①차림새가 보잘것없고 초라하다. ②물건이 헐고 너절하다.
-(ㅇ)(ㅅ) : 감싸다/기울다/끼고돌다/편들다 ->‘역성’
어제 출제된 문제 중에서는 가장 고난도라 할 정도로 2차 연상을 필요로 하는 고급 문제였다. 그래서였으리라. 마지막 도움말까지 보고 답을 적은 네 분들 중에서도 정답자가 없었고, 세 번째 도움말을 보고 답을 적은 현자섭 님만 유일하게 정답을 적었다.
달리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의 평이한 낱말들임에도, 정답에 해당되는 낱말을 올바르게 연상하기가 쉽지 않았다. 참, ‘끼고돌다’는 ‘상대편을 무조건 감싸고 변호하다’라는 뜻의 한 낱말이다. 즉, 그 표기에서 ‘끼고 돌다’는 잘못.
-(ㄱ)(ㅇ) : 00삼다/물00/쪽00/손00 ->‘거울’
상급의 문제였는데, 갈수록 도움말이 출연자들을 헷갈리게 하는 데 기여(?)했다. 즉, ‘00삼다’에서 ‘거울’을 떠올린 사람도 ‘물00’에서 갸우뚱해야 했고, ‘쪽거울’을 공부하지 않은 이들은 정답을 놓고 고심해야 했을 정도로. 그래도 이 프로그램에 출연할 정도의 기본 실력들이 있는 분들이다 보니, 네 사람 정답 행진.
‘거울’의 종류(?) 몇 가지 설명을 아래에 전재한다.
몸거울? ≒체경[體鏡](몸 전체를 비추어 볼 수 있는 큰 거울).
물거울*? 모양을 비추어 보기 위하여 거울로 삼은 물.
업거울? <민속> 업의 구실을 한다는 거울.
쪽거울*? ①작은 거울. ②깨진 거울 조각.
손거울*? 가지고 다니기 편하게 만든 작은 거울.
나무거울? (비유)겉모양은 그럴듯하나 실제로는 아무 쓸모도 없는 사람/물건.
늘 그러하듯, 2단계 풀기 뒤에 3단계 진출자가 가려졌다. 정은/경희/자섭 님. 점수는 각각 650/600/950점으로 현자섭 님의 점수가 단연 압권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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