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6회(2013.12.23.)우리말 겨루기 문제 풀어 보기(1)
-멋진 총각 이충희 님의 우승을 축하합니다!
1. 개괄
-무대를 빛낸 분들 :
이충희 (36. 공무원. 자신과 같은, 전국의 장가 전 ‘삼촌’들에게 힘을!) ->우승
조옥희 (59. 중매 실력 5쌍 성공. ‘이리 떨려서야 어찌 달인이...’) ->3단계 진출
나영희 (48. 공인중개사. 3자녀에 빛나는 애국자! 기출 문제 정리분만 5권).
이혜영 (28. 교사. 육지의 섬마을 오지 – 영양군 내 – 선생님) ->3단계 진출
전한웅 (58. 농부. 최대 4시간 정도만 자는 ‘밤귀신’. 개천에서 용 나는 날!)
이 프로그램에 출연하시는 분들은 예사로운 분들이 아니다. 출연을 꿈꾸는 것부터가 보통 일이 아니니까. 출연을 생각한다는 것 자체가 예삿일이 아닐뿐더러 공부하는 일 역시 여간만 한 일이 아니다. 달인을 꿈꾸는 이들이라면 최소한 한 해 정도는 성실하게 투자해야 할 정도로 공부량이 많고, 준비해야 할 분야도 여러 가지다.
그래서일 게다. 어제의 우승자 이충희 님은 공부 시간이 모자랐다고 첫머리에서부터 이실직고(?)하는 것으로 자신의 부담을 요령 있게 덜었다. 그러고는 아주 여유 있게(?) 3단계에 진출했고, 우승까지 거머쥐었다. 실력과 여유, 표정 등 모든 면에서 우승자로서 손색이 없었다고 하면 아부이려나. 하하하.
조옥희 님 또한 걸출한 인물이셨다. 몹시 떨린다고 하면서도 할 말은 다 하셨고, 열 살 연상의 부군에게 무척 잘 어울리는 넥타이는 (세는나이 70인 할아버지들에게 잘 어울리는 넥타이를 찾기란 여간 어렵지 않은 법이다) 그녀의 특허품이었다. 정식 특허까지 받았다는.
나영희 님도 무척 아까웠다. 기출 문제를 정리한 노트만 해도 5권이 넘어 보였는데, 그 자료 준비에 들인 정성과 시간이 참으로 대단했다. 그런 정성이 힘이 되어 멋진 결실을 맛보았더라면 더욱 좋았을 텐데, 그렇잖아서 안타까웠다.
육지에 있으면서도 섬마을이라 해야 할 정도로 오지에서 근무하신다는 이혜영 교사. 근무지가 경북 영양군 내 모처인데 방송국까지 오는 데만 7시간이 걸렸단다. 누나의 그런 장한 출전(?)을 응원하기 위해 함께한 착한 남동생의 그림이 참으로 아름다웠다.
시골 출신으로서 청계천을 건너 여의도까지 왔으니 개천에서 용 난 셈이라며, 다음번에는 등용문을 거쳐 달인에 올라 용트림을 해보겠노라는 재미있는 소개를 앞세운 전한웅님. 며느리에 손자까지 대가족의 응원을 받으며 무대에 서서 시종일관 재미있는 모습을 보여 주셨다.
밤에 잠을 적게 자기 때문에 낮에 잠깐씩 낮잠을 자는 날이 일주일에 이틀 있는데, 출연일이 하필 그 낮잠을 자야 하는 날이란다. 그러질 못해서 좀 어지럽지만 용감하게 버티겠노라는 너스레와 너스레웃음 모두가 아주 자연스러운 분이었다.
-출제 관련 : 어제 몇 가지 특징이 엿보였다.
1~2단계에서의 미흡한 변별력 부분을 보강하려고 노력한 흔적이 많이 보였다. 그 바람에 1단계 문제가 지난주부터 좀 까다로워지기 시작했고, 어제의 문제들은 만점자가 한 사람뿐일 정도로 은근히 까다로웠다. 특히, 2음절어 부분에서 속담 활용까지 선 보일 정도로.
그리고, 비교적 고난도라 해야 할 문제도 1단계에 섞여 있었는데, 제시어와 연관되는 낱말을 찾는 문제이긴 하지만, 제시어 ‘함정’에서 ‘거미줄’을 찾아내어 답하도록 한 것은 다른 문제들과의 형평성에서 약간 문제적이었다. 출제자가 모든 점에서 완벽할 수는 없음을 관용하기로 하고 넘어가자.
2단계 문제에서 난이도 조정이 많이 이뤄진 것 역시 지난주와 좀 다른 부분. 쉽게 즉답으로 연상할 수 없는 상당히 고난도 낱말들을 답으로 요구하기도 했는데, ‘부부 ->일편단심, 도움 ->자선냄비’ 등은 그야말로 마지막 도움말까지 지켜봐도 행운의 연상 순발력이 따라주지 않으면 떠올리기 어려운 것들이었다.
이러한 변별력 향상을 위해 출제진들이 노력했음에도 여전히 남는 아쉬움 하나. 그것은 어딘지 이런 수준과 방식의 2단계 5문제로 3단계 진출자(우리말 진짜 실력자)를 정한다는 게 뭔가 덜 충족된 상태인 듯한 느낌이 지워지지 않는다는 거였다. 나만의 느낌만은 아닌 것이 내 주변에서 그런 소리들이 수런거린다.
3단계 진행 방식이 처음에 비해서는 꽤나 개선되었지만, 아직도 재고해야 할 것들이 눈에 띈다. 앞서 문제를 풀던 사람이 실수한 경우에 뒷사람이 그 문제를 풀면, 해당 차례를 제대로 한 것으로 여겨서 또 다른 문제를 풀게 하는 이중 부담 방식은 이번에 바뀌었다. 당연히 그렇게 해야 했다. 오답 부분을 맞힌 정답자에게 상은 못 줄망정 또 다른 문제를 풀게 하여 이중으로 부담으로 주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어제도 출연자들이 맞히지 못한 문제들에 대한 정답 제시가 없었다. 3단계가 끝나서 우승자가 정해진 뒤에도 시청자들에게 알려지지 않았다. 진행자에게 정답 제시 시간(30초 정도면 충분할 듯)을 줘도 진행의 흐름에 지장이 없고, 시청자들에게는 그런 친절한(?) 서비스도 없는 일인데... 만약 진행자가 정답을 제시하기가 그렇다면 자막으로 처리해서라도 시청자들에게는 알려줘야 하지 않을까. 그게 우리말을 널리 제대로 알리기 위한 이 프로그램 취지의 본령이 아니겠는가.
특히, 어제 5번 문제로 출제된 ‘두리기’는 흔히 잘못 쓰는 ‘두레반상’과도 관련되는 말이어서 정답 풀이가 꼭 필요했고, 2번의 정답이었던 ‘고전물’은 문학/예술품에서의 클래식 작품들을 표현하는 말이지만 일반적으로 널리 번지지 않은 말이라서 그 또한 정답 풀이가 절실했다. 처음 선을 보인 ‘말품앗이’(22번 문제) 또한 마찬가지였다.
지난번에도 언급했지만 중도 탈락 방식은 재고되어야 한다. 시청자에게 긴장을 제공한다는 점에서는 좋지만 부작용이 적지 않다. 참가자들에게는 그것처럼 신경 쓰이는 족쇄도 없다. 그리고, 실력 발휘의 기회가 요행수나 복불복으로 주어질 수 있다는 것도 달갑지 않은 방식이다. 오답의 경우 점수를 취득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에게 기회가 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벌을 받는 셈이니, 세 사람이 끝까지 경쟁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낫지 않을까? 문제 풀이도 하다 말고 중도에 끝나곤 한다. 의도되지 않은 곳에서 경쟁이 끝나니 김이 샌다. 그것도 엉뚱한 곳에서...
어제도 출제진은 애써 25문제를 준비했지만 선을 보인 것은 겨우 15문제. 10문제는 뚜껑도 못 열어봤다. 이런 상황에서 시청자, 출연진, 제작진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길은 뻔하다. 오락적인 요소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 중도 탈락이라는 인위적 긴장 장치를 배치한 것은 이 프로그램의 우리말 공부라는 효용 면에서 볼 때 가치가 떨어지는 장치일 뿐만 아니라, 대단히 부적절한 시도다. 세 사람이 끝까지 불꽃 튀기는 경쟁을 엮어가는 모습만으로도 충분히 시청자와 참가자들은 ‘스릴’을 공유할 수 있다.
어제의 맞춤법/띄어쓰기 문제. 나도 한 방 먹었다. 아무리 봐도 띄어쓰기 외에는 손댈 부분이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방송을 함께 보고 있던 집사람도 고칠 맞춤법이 없다며 갸웃거렸다.
그런데, 세상에... 참으로 깜찍한 출제였다. 문장 전체의 뜻에 맞게 알맞은 낱말로 고쳐야 하는 문제. 즉, ‘달려나오다’를 ‘딸려 나오다’로 고쳐야 하는, 그런 깊은(?) 뜻이 있는 문제였다. (이 문제 정답에 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있다. 왜냐 하면 표준국어대사전에 채택된 예문들의 일부가 문제적 예문인 까닭이다. ‘딸리다’는 ‘달리다’의 잘못이라고 주장하는 이도 있고, 이런 내용이 국립국어원 자료에도 나온다. 상세 내역은 해당란에서 살펴보기로 한다.)
문제 풀이로 가자.
2. 1단계 문제 : 최대 300점
-이충희 : 장단 ->춤(o), 흔적 ->꼬리(o), 하늘 ->함박눈(o). 300점
-조옥희 : 인사 ->절(x)*, 솥뚜껑 ->자라(o), 참견 ->잔소리(o). 250점
-나영희 : 바가지 ->돈(x), 용 ->개천(x), 함정 ->거미줄(x). 0점
-이혜영 : 결혼 ->함(o), 꾸러미 ->선물(o), 정리 ->갈무리(x). 150점
-전한웅 : 콩알 ->간(x), 국수 ->사리(x), 도움 ->이바지(o). 150점.
[절(x)* : 답은 ‘절’이었으나 ‘경’으로 답하였음. 즉 (x) 앞의 말이 정답임을 뜻함.]
앞서 간단히 적은 것처럼, 이번 1단계 문제들은 지난번에 비하여 전체적으로 난도가 상향 조정된 것으로 보인다. 단순 즉답형 연상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그런 제시어들이 대다수였다.
아울러,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와 ‘개천에서 용 난다’처럼 속담을 연계시킨 문제도 나왔고, 3음절어인 ‘함정 ->거미줄’, ‘정리 ->갈무리’, ‘도움 ->이바지’ 등은 순발력이 따르지 않고는 10초 내에, 그것도 어순이 뒤엉킨 말들에서 찾아내기가 아주 쉬운 일은 아니었다.
어제의 경우, 1단계에서 전혀 점수를 얻지 못한 경우도 나왔다. 나영희 님의 경우, 1음절어에서 실족하고 나니 그 충격이 2음절어로도 이어져서 비교적 용이한 문제에서 실수가 이어진 듯하고, 거기에 불운까지 보태져 가장 어려운 연상 낱말에 속했던 ‘함정->거미줄’ 앞에서 또 다시 당황. 무척 열심히 준비하신 게 눈에 띄는 영희 님의 경우여서 함께 안타까워 한 시청자들도 많으셨을 듯하다.
3. 2단계 문제 : 5문제 x 최대 200점. 총 최대 1000점
1) 부부 : 0과/0물/다릿0/건너0 ->‘일/단/심/편’ -> 일편단심 (정답자 : 1인)
첫 도움말에서 멈춘 한웅/영희 님을 필두로 네 분이 두 번째 도움말을 보고 멈췄고 혜영 님만 마지막 도움말까지 보고 멈췄다. 제시된 답안들은 ‘사랑싸움/백년해로/일심동체/일심단체’로 다양. 결과는 혜영 님만 정답. 사실 제시어 ‘부부’에 대한 답으로 제시된 ‘일편단심’은 시쳇말로 좀 뜬금없는 경우였다.
2) 도움 : 0위/신0/노른0/흙0새 ->‘비/선/자/냄’ -> 자선냄비 (정답자 : 3인)
다섯 사람 모두 세 번째 도움말에서 멈췄는데, 뒤의 표기가 ‘-남비’와 ‘-냄비’로 나뉘었다. 정답은 ‘자선냄비’.
이 ‘냄비’의 표기 문제는 지난 회 495회 문제 풀이에서 다뤘던 말인데, ‘-나기(x)/-내기(o)’; '-쟁이(o)'; ‘냄비(o)’의 세 가지는 ‘ㅣ’모음 역행동화를 인정하는 대표적인 경우들이다.
출연자들 모두 대단들 하셨는데, 나는 마지막 도움말까지 보고서야 ‘자선냄비’ 생각이 났다. 제시어 ‘도움’을 보고 ‘자선냄비’를 떠올리기는 정말이지 나 같은 형광등파에게는 힘들었다. 참, ‘자선냄비’와 동의어로 ‘사회냄비’가 있다. 대부분 처음 듣는다 싶을 정도로 낯선 말이리라. 이참에 기억들 해두시기 바란다.
3) 허수아비 : 동0/0말/조0/0대기 ->‘시/두/각/꼭’ -> 꼭두각시 (전원 정답)
네 분이 세 번째 도움말을 보고 동시에 멈출 정도로 비교적 평이했던 문제. 최초로 다섯 분 모두 정답을 적었다.
4) 잠자리(寢) : 도0/너0/삼0옷/0 ->‘리/머/베/갯’ -> 베갯머리. (정답자 : 2인)
네 분의 표기가 ‘베갯-’과 ‘배갯-’으로 각각 두 분씩 짝을 이루며 답이 나뉘었다. ‘베개’는 머리를 ‘베’는 데 쓰이므로 ‘베다’와 관련되는데, (한웅 님이었던가) 설명은 그렇게 하면서 표기는 ‘배-’가 맞다고 하신 것으로 기억된다. 내가 잘못 들은 건지.
마지막 한 문제를 남겨놓고, 출연자들의 점수는 각각 550, 350, 300, 500, 350점. 충희 님과 혜영 님은 안정권이었고 나머지 분들은 모두 거기서 거기인 300~350점대.
5) 대중 : 장0/조0/방0책/차0표 ->‘작/림/어/림’ ->어림짐작 (전원 정답)
옥희, 영희, 한웅 님이 첫 도움말을 보고 멈출 정도로 열전. 전원 정답을 적었고 결과는 옥희 님과 한웅 님이 550점으로 동점. 동점자 문제로 ‘남자아이’가 제시어로 주어졌다. 답은 ‘떡두꺼비’였는데, 차분하게 기다렸다가 답을 적은 옥희 님의 승리.
이충희, 조옥희, 이혜영 세 분이 3단계 겨루기 자리에 섰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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