띄어쓰기 공부에 왕도는 없다. 그러나, 바른길은 있다.
흔히들 묻는다. 띄어쓰기 공부에 지름길이 없느냐고. 답은 ‘없다’다. 다만 있는 것은 바른길이다.
띄어쓰기처럼 일일이 몸수고로 익혀야 하는 것도 없다. 궁금한 것을 보면 즉시 사전이나 참고 서적을 이용해서 찾아보는 길, 그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이러한 방법은 사람을 쉬 지치게 만들기도 하고, 띄어쓰기 공부를 포기하게도 만든다.
그래도 굳이 지름길을 찾는다면 나는 바른길을 제시하고 싶다. 내가 생각하는 바른길이란 이런 것이다.
띄어쓰기 공부에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기본적인 것들을 먼저 익히는 것이다. 우리말의 올바른 사용법을 규정한 것으로 <한글 맞춤법 규정>과 <표준어 규정>이 있는데, 띄어쓰기를 다룬 것은 <한글 맞춤법 규정>이다. 41항부터 50항까지 10개 항목이 있는데 이것을 흔히 띄어쓰기 원칙 10항목이라 부르기도 한다*.
[* 가끔 내가 맞춤법 속에 띄어쓰기도 포함된다고 말해 온 것은 이처럼 맞춤법 규정의 일부로 띄어쓰기가 들어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맞춤법이라고 하면 이 띄어쓰기를 빼고 생각할 때가 많아서 내가 굳이 맞춤법∙띄어쓰기라는 표기를 사용해 오곤 했다.]
물론 띄어쓰기를 전부 익히기에 이 10항목만으로는 한참 모자란다. 그래도, 이 10항목을 익혀두면 기초적인 도움은 크게 받는다. 오늘 이 10항목의 규정과 해설을 전재하는 이유다.
이 10항목을 대하다 보면, 문법 용어가 적지 않게 나온다. 의존명사에서부터 수 관형사, 보조용언... 등등. 이런 용어들에 대한 초보적인 이해는 필수다. 용어 익히기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설명을 봐도 명확하게 와 닿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앞서 이곳에서 문법 용어 익히기를 먼저 게재했다.
이 문법 용어들에 대해 지니고 있는 이해도는 사람마다 다르다. 예컨대, 의존명사는 반드시 앞 말과 띄어 적어야 하고, 그 앞에는 대체로 관형어들이 필수적으로 온다. 그 관형어의 형태를 보면 의존명사 여부를 판가름하는 데에 크게 도움이 된다. 물론 그 관형어 한 가지만 봐도 그 중에는 체언도 있어서 다시 복합어 여부를 판정해야 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기도 하지만. 이런 것들을 얼마나 알고 있는가 하는 습득 정도가 사람마다 다르다.
또 단위로 쓰이는 낱말들의 대부분이 의존명사라는 특징도 있다. 물론 명사로 규정된 것들도 적지 않다. 이러한 낱말들이 알게 모르게 많다. 100여 개가 넘는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일반인들의 기준으로 이런 복잡한 단위용 낱말들을 전부 다 익혀야 할 필요는 없으니까. 다만 그렇다는 걸 알아두면 도움이 된다.
물론 그 다음 과정으로 익혀야 할 것들도 적지 않다. 띄어쓰기에서 의존명사 못지않게 머리를 아프게 하는 것에는 접사, 보조사, 어미 들도 있다. 보조용언 붙여 쓰기 항목도 만만하지 않다. 그 조건 충족을 세밀히 따져야 한다. 보조용언인가 하면 앞의 말과 대등한 자격으로 쓰인 본동사일 때도 흔하기 때문이다. (하기야, 이처럼 문제시되는 보조용언의 숫자가 그다지 많지 않다는 게 우리에겐 천만다행이다. 까다로워서 특히 주의해야 할 보조용언은 열댓 낱말 정도이다. 본동사로만 쓰이는 것들이 99.9%라는 말이다.)
여기서 오늘 전부 다를 늘어놓을 수는 없다. 차차 이야기하기로 하고, 오늘은 앞서 적은 대로 기본 중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원칙 10가지를 익히기로 한다. 특히 [해설] 부분을 유심히들 살펴보시기 바란다. [2014. 1. 18.] -溫草
[추기] 띄어쓰기 공부라는 게 지름길도 없고 효율도 떨어지는 그런 것이라고 겁을 준 것처럼 이해하실지도 몰라서 한마디 보태자면, 띄어쓰기 기본 실력 갖추는 데에는 2~3주, 일반적인 수준에 도달하는 데에는 4~5주면 된다. 지레 겁을 먹거나 자신감을 버릴 필요 전혀 없다. 고급 수준에 오르기 위해서는 그 뒤로 늘 궁금한 말들을 대하면 즉시 찾아보는 걸 몸에 배게 해야 한다. 그것이 관건이다.
[추기2] 참, 5천여 예문을 포함한 내 띄어쓰기/맞춤법 책자가 2월 중에 간행된다. 우리나라의 맞춤법 관련 단행본 중 띄어쓰기를 포함한 유일한 책자다. 그것도 40% 이상을 띄어쓰기에 할애하였다. 내 사전 <고급 한국어 학습 사전>에 별책 합본으로 옹색하게 끼워 넣었던 것이 여러 모로 마음에 걸려 그 두 배의 내용을 보완한 것인데, 단행본이긴 하지만 일반 단행본 두 권보다 두꺼운 750쪽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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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맞춤법 규정 및 해설>
제5장 띄어쓰기
제1절 조사
제2절 의존명사, 단위를 나타내는 명사 및 열거하는 말 등
제3절 보조용언
제4절 고유명사 및 전문 용어
제41항 조사는 그 앞말에 붙여 쓴다. <예>꽃이/꽃마저/꽃밖에/꽃에서부터/꽃으로만/꽃이나마/꽃이다/꽃입니다/꽃처럼; 어디까지나/거기도/멀리는/웃고만.
[해설]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조사는 독립성이 없기 때문에 다른 단어 뒤에 종속적(從屬的)인 관계로 존재한다. 조사는, 그것이 결합되는 체언이 지니는 문법적 기능을 표시하므로, 그 앞의 단어에 붙여 쓰는 것이다. 조사가 둘 이상 겹쳐지거나, 조사가 어미 뒤에 붙는 경우에도 붙여 쓴다. <예>집에서처럼/"알았다."라고/학교에서만이라도/여기서부터입니다/어디까지입니까/나가면서까지도/들어가기는커녕/옵니다그려.
제42항 의존명사는 띄어 쓴다. <예>아는 것이 힘이다; 나도 할 수 있다; 먹을 만큼 먹어라; 아는 이를 만났다; 네가 뜻한 바를 알겠다; 그가 떠난 지가 오래다.
[해설] 의존명사는 의미적 독립성은 없으나 다른 단어 뒤에 의존하여 명사적 기능을 담당하므로, 하나의 단어로 다루어진다. 독립성이 없기 때문에, 앞 단어에 붙여 쓰느냐 띄어 쓰느냐 하는 문제가 논의의 대상이 되었지만, 문장의 각 단어는 띄어 쓴다는 원칙에 따라 띄어 쓰는 것이다.
동일한 형태가 경우에 따라 다르게 쓰이는 예를 들어 보면 다음과 같다.
(1)‘들’이 ‘남자들, 학생들’처럼 하나의 단어에 결합하여 복수를 나타내는 경우는 접미사로 다루어 붙여 쓰지만, ‘쌀, 보리, 콩, 조, 기장 들을 오곡(五穀)이라 한다.’와 같이, 두 개 이상의 사물을 열거하는 구조에서 ‘그런 따위’란 뜻을 나타내는 경우는 의존명사이므로 띄어 쓴다. ‘ㅂ, ㄷ, ㄱ 등은 파열음이다.’처럼 쓰이는 ‘등’도 마찬가지다.
(2)‘뿐’이 ‘남자뿐이다, 셋뿐이다’처럼 체언 뒤에 붙어서 한정의 뜻을 나타내는 경우는 접미사로 다루어 붙여 쓰지만, ‘웃을 뿐이다.’와 같이, 용언의 관형사형 ‘-을’ 뒤에서 ‘따름’이란 뜻을 나타내는 경우는 의존명사이므로 띄어 쓴다.
(3)‘대로’가 ‘법대로, 약속대로’처럼 체언 뒤에 붙어서 ‘그와 같이’란 뜻을 나타내는 경우는 조사이므로 붙여 쓰지만, ‘아는 대로 말한다; 약속한 대로 이행한다.’와 같이, 용언의 관형사형 뒤에서, ‘그와 같이’란 뜻을 나타내는 경우는 의존명사이므로 띄어 쓴다.
(4)‘만큼’이 ‘여자도 남자만큼 일한다. 키가 전봇대만큼 크다.’처럼 체언 뒤에 붙어서 ‘그런 정도로’라는 뜻을 나타내는 경우는 조사이므로 붙여 쓰지만, ‘볼 만큼 보았다; 애쓴 만큼 얻는다.’와 같이, 용언의 관형사형 뒤에서 ‘그런 정도로’ 또는 ‘실컷’이란 뜻을 나타내는 경우는 의존명사이므로 띄어 쓴다.
(5)‘만’이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른다. 이것은 그것만 못하다.’처럼 체언에 붙어서 한정 또는 비교의 뜻을 나타내는 경우는 조사이므로 붙여 쓰지만, ‘떠난 지 사흘 만에 돌아왔다; 온 지 1년 만에 떠나갔다.’와 같이 경과한 시간을 나타내는 경우는 의존명사이므로 띄어 쓴다.
(6)‘집이 큰지 작은지 모르겠다.’처럼 쓰이는 ‘-지’는 어미의 일부이므로 붙여 쓰지만, ‘그가 떠난 지 보름이 지났다; 그를 만난 지 한 달이 지났다.’와 같이, 용언의 관형사형 뒤에서 경과한 시간을 나타내는 경우는 의존명사이므로 띄어 쓴다.
(7)‘차(次)’가 ‘연수차(硏修次) 도미(渡美)한다.’처럼 명사 뒤에 붙어서 ‘~하려고’란 뜻을 나타내는 경우는 접미사로 다루어 붙여 쓰지만, ‘고향에 갔던 차에 선을 보았다.’와 같이, 용언의 관형사형 뒤에서 ‘어떤 기회에 겸해서’란 뜻을 나타내는 경우는 의존명사이므로 띄어 쓴다.
(8)‘판’이 ‘노름판, 씨름판, 웃음판’처럼 쓰일 때는 합성어를 이루는 명사이므로 붙여 쓰지만, ‘바둑 한 판 두자; 장기를 세 판이나 두었다.’와 같이, 수 관형사 뒤에서 승부를 겨루는 일의 수효를 나타내는 경우는 의존명사이므로 띄어 쓴다.
제43항 단위를 나타내는 명사는 띄어 쓴다. <예>한 개; 차 한 대; 금 서 돈; 소 한 마리; 옷 한 벌; 열 살; 조기 한 손; 연필 한 자루; 버선 한 죽; 집 한 채; 신 두 켤레; 북어 한 쾌. [예외] 순서를 나타내는 경우나 숫자와 어울리어 쓰이는 경우에는 붙여 쓸 수 있다. <예>두시 삼십분 오초; 제일과; 삼학년; 육층; 1446년 10월 9일; 2대대; 16동 502호; 제1실습실; 80원; 10개; 7미터.
[해설] 단위를 나타내는 의존명사(수량 단위 불완전 명사)는 그 앞의 수 관형사와 띄어 쓴다. <예>나무 한 그루; 고기 두 근; 열 길 물 속; 은 넉 냥(-쭝); 바느질 실 한 님; 엽전 두 닢; 금 서 돈(-쭝); 토끼 두 마리; 논 두 마지기; 쌀 서 말; 물 한 모금; 실 한 바람; 장작 한 바리; 열 바퀴; 새끼 두 발; 국수 한 사리; 벼 석 섬; 밥 한 술; 흙 한 줌; 집 세 채; 밤 한 톨; 김 네 톳; 풀 한 포기.
[예외] 수 관형사 뒤에 의존명사가 붙어서 차례를 나타내는 경우나, 의존명사가 아라비아 숫자 뒤에 붙는 경우는 붙여 쓸 수 있도록 하였다. <예>제일 편→제일편; 제삼 장→제삼장; 제칠 항→제칠항. ‘제-’가 생략된 경우라도, 차례를 나타내는 말일 때는 붙여 쓸 수 있다. <예>(제)이십칠 대→이십칠대; (제)오십팔 회→오십팔회; (제)육십칠 번→육십칠번; (제)구십삼 차→구십삼차.
다음과 같은 경우에도 붙여 쓸 수 있다. <예>(제)일 학년→일학년; (제)구 사단→구사단; (제)칠 연대→칠연대; (제)삼 층→삼층; (제)팔 단→팔단; (제)육 급→육급; (제)16 통→16통; (제)274 번지→274번지; 제1 연구실→제1연구실.
또, 연월일, 시각 등도 붙여 쓸 수 있다. <예>일천구백팔십팔 년 오 월 이십 일→일천구백팔십팔년 오월 이십일; 여덟 시 오십구 분→여덟시 오십구분.
[예외] 수효를 나타내는 ‘개년, 개월, 일(간), 시간’ 등은 붙여 쓰지 않는다. <예>‘삼 (개)년 육 개월 이십 일(간) 체류하였다.’ 그러나 아라비아 숫자 뒤에 붙는 의존명사는 모두 붙여 쓸 수 있다. <예>35원; 70관; 42마일; 26그램; 3년 6개월 20일간.
제44항 수를 적을 적에는 ‘만(萬)’ 단위로 띄어 쓴다. <예>십이억 삼천사백오십육만 칠천팔백구십팔; 12억 3456만 7898.
[해설] 십진법(十進法)에 따라 띄어 쓰던 것을 ‘만’단위로 개정하였다. 따라서 ‘만, 억, 조’ 및 ‘경(京), 해(垓), 자(秭)’ 단위로 띄어 쓰는 것이다.
십진법에 의하여 띄어 쓰면, 그것이 합리적인 방식이긴 하지만, 너무 작게 갈라 놓는 것이 되어서, 오히려 의미 파악에 지장이 있다는 의견이 많았다. 그리하여 아라비아 숫자로 금액을 표기할 때 쉼표를 치는 것처럼 세 자리 단위로 띄어서, ‘십 이억삼천사백 오십육만칠천 육백구십팔(1,234,567,698)’과 같이 띄느냐 하는 문제도 검토되었으나, ‘십’과 ‘이억’, ‘사백’과 ‘오십육만’이 떨어지는 등 불합리한 형식이 되므로, ‘만, 억, 조, ……’ 단위로 띄어 쓰기로 한 것이다. <예>삼천이백사십삼조 칠천팔백육십칠억 팔천구백이십칠만 육천삼백오십사; 3243조 7867억 8927만 6354.
[예외] 금액을 적을 때는 변조(變造) 등의 사고를 방지하려는 뜻에서 붙여 쓰는 게 관례로 되어 있다. <예>일금: 삼십일만오천육백칠십팔원정; 돈: 일백칠십육만오천원임.
제45항 두 말을 이어 주거나 열거할 적에 쓰이는 말들은 띄어 쓴다. <예>국장 겸 과장; 열 내지 스물; 청군 대 백군; 책상, 걸상 등이 있다; 이사장 및 이사들; 사과, 배, 귤 등등; 사과, 배 등속; 부산, 광주 등지.
[해설] ①‘겸(兼)’은 한 가지 일 밖에 또 다른 일을 아울러 함을 뜻하는 한자어 형태소다. ‘국장 겸 과장’ 같은 경우, 한문 구조에서는 ‘겸’이 뒤의 ‘과장’을 목적어로 취하는 타동사로 설명되는 것이지만, 국어에서는 ‘뽕도 딸 겸 임도 볼 겸’처럼 관형어의 수식을 받는 구조로도 사용되므로, 의존명사로 다루어지고 있다. <예>장관 겸 부총리; 친구도 만날 겸 구경도 할 겸. ②‘청군 대 백군’의 경우도, 한문 구조에서는 ‘대(對)’가 뒤의 ‘백군’을 목적어로 취하는 타동사로 설명되지만, 예컨대 ‘윗마을 대 아랫마을, 다섯 대 셋’처럼 고유어 사이에서 ‘상대하는’, 또는 ‘짝이 되는, 비교되는’ 같은 뜻을 나타내기도 하므로, 의존명사로 다루어지고 있다. <예>한국 대 일본; 남자 대 여자; 5 대 3. 그러나 ‘대(짝)를 이룬다.’처럼 쓰이는 경우는 자립 명사이며, 또 ‘대미(對美) 수출, 대일(對日) 무역’과 같이, ‘대’가 앞뒤 두 단어에 관계되지 않는 구조일 때는, 뒤의 형태소와 결합하여 하나의 단어를 형성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③‘내지(乃至)’는, 순서나 정도를 나타내는 데 그 중간을 줄일 때 쓰는 말이라고 풀이되고 있으나, 흔히 ‘혹은, 또는’ 같은 뜻을 표시하므로, 접속 부사로 다루어 띄어 쓴다. <예>하나 내지 넷; 열흘 내지 보름; 경주 내지 포항. ④‘및’은 ‘그 밖에도 또, ~와 또’처럼 풀이되는 접속 부사이므로 띄어 쓰는 것이다. <예>위원장 및 위원들; 사과 및 배, 복숭아. ⑤‘등(等), 등등(等等), 등속(等屬), 등지(等地)’ 따위는 열거의 뜻을 표시하는 의존명사이므로 띄어 쓴다. <예>ㄴ/ㄹ/ㅁ/ㅇ 등은 울림소리다; 과자, 과일, 식혜 등등 먹을 것이 많다; 사과, 배, 복숭아 등속을 사 왔다; 충주, 청주, 대전 등지로 돌아다녔다.
제46항 단음절로 된 단어가 연이어 나타날 적에는 붙여 쓸 수 있다. <예>그때 그곳; 좀더 큰것; 이말 저말; 한잎 두잎.
[해설]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글을 띄어 쓰는 것은 그 의미를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하려는 데 목적이 있다. 그런데 한 음절로 이루어진 단어가 여럿 이어지는 경우, ‘좀 더 큰 이 새 집’처럼 띄어 쓰면 기록하기에도 불편할 뿐 아니라, 시각적 부담을 가중시킴으로써 독서 능률이 감퇴(減退)될 염려가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좀더 큰 이 새집’처럼 붙여 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예>이 곳 저 곳→이곳 저곳; 내 것 네 것→내것 네것; 이 집 저 집→이집 저집; 한 잔 술→한잔 술.
그러나 이 허용 규정은 단음절어인 관형사와 명사, 부사와 부사가 연결되는 경우와 같이, 자연스럽게 의미적으로 한 덩이를 이룰 수 있는 구조에 적용되는 것이므로, ‘훨씬 더 큰 새 집→(×)훨씬 더큰 새집’, ‘더 큰 이 새 책상→(×)더큰 이새 책상’처럼, 한 개 음절로 된 단어는 무조건 붙여 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단음절어이면서 관형어나 부사인 경우라도, 관형어와 관형어, 부사와 관형어는 원칙적으로 띄어 쓰며, 또 부사와 부사가 연결되는 경우에도 ‘더 못 간다(×더못 간다); 꽤 안 온다(×꽤안 온다); 늘 더 먹는다(×늘더 먹는다)’와 같이, 의미적 유형이 다른 단어끼리는 붙여 쓰지 않는 게 원칙이다.
제47항 보조용언은 띄어 씀을 원칙으로 하되, 경우에 따라 붙여 씀도 허용한다. <예>불이 꺼져 간다. →불이 꺼져간다(허용); 내 힘으로 막아 낸다. →내 힘으로 막아낸다(허용); 어머니를 도와 드린다. →어머니를 도와드린다(허용); 그릇을 깨뜨려 버렸다. →그릇을 깨뜨려버렸다(허용); 비가 올 듯하다. →비가 올듯하다(허용); 그 일은 할 만하다. →그 일은 할만하다(허용); 일이 될 법하다. →일이 될법하다(허용); 비가 올 성싶다. →비가 올성싶다(허용); 잘 아는 척한다. →잘 아는척한다(허용).
[예외] 앞말에 조사가 붙거나 앞말이 합성 동사인 경우, 그리고 중간에 조사가 들어갈 적에는 그 뒤에 오는 보조용언은 띄어 쓴다. <예>잘도 놀아만 나는구나!; 책을 읽어도 보고……; 네가 덤벼들어 보아라; 강물에 떠내려가 버렸다; 그가 올 듯도 하다; 잘난 체를 한다.
[해설] 여기서 말하는 보조용언은, (1)‘-아/-어’ 뒤에 연결되는 보조용언, (2)의존명사에 ‘-하다’나 ‘-싶다’가 붙어서 된 보조용언을 가리킨다.
(1)‘-아/-어’ 뒤에 연결되는 보조용언 : 제15항 붙임1에서 다루어진 ‘늘어나다, 돌아가다, 접어들다’처럼, ‘-아/-어’ 뒤에 다른 단어가 붙어서 된 단어의 예가 퍽 많다. 그리고 예컨대 ‘놀아나다, 늘어나다’에서의 ‘나다’와 ‘고난을 겪어 났다.’에서의 ‘나다’는 차이가 있는 것이지만, 얼른 생각하기로는 양자의 구별이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아/-어’뒤에 딴 단어가 연결되는 형식에 있어서, 어떤 경우에는 하나의 단어로 다루어 붙여 쓰고, 어떤 경우에는 두 단어로 다루어 띄어 써야 하는지, 명확하게 분별하지 못하는 곤혹을 겪기가 쉽다. 그리하여 ‘-아/-어’ 뒤에 붙는 보조용언을 붙여 쓰자는 의견이 많았으나, 각 단어는 띄어 쓴다는, 일관성 있는 표기 체계를 유지하려는 뜻에서, 띄어 쓰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붙여 쓰는 것도 허용한 것이다.
보조용언 원칙 허용
가다(진행) : 늙어 간다, 되어 간다 늙어간다, 되어간다
가지다(보유) : 알아 가지고 간다 알아가지고 간다
나다(종결) : 겪어 났다, 견뎌 났다 겪어났다, 견뎌났다
내다(종결) : 이겨 낸다, 참아 냈다 이겨낸다, 참아냈다
놓다(보유) : 열어 놓다, 적어 놓다 열어놓다, 적어놓다
대다(강세) : 떠들어 댄다 떠들어댄다
두다(보유) : 알아 둔다, 기억해 둔다 알아둔다, 기억해둔다
드리다(봉사) : 읽어 드린다 읽어드린다
버리다(종결) : 놓쳐 버렸다 놓쳐버렸다
보다(시행) : 뛰어 본다, 써 본다 뛰어본다, 써본다
쌓다(강세) : 울어 쌓는다 울어쌓는다
오다(진행) : 참아 온다, 견뎌 온다 참아온다, 견뎌온다
지다(피동) : 이루어진다, 써진다, 예뻐진다
그러나 ‘-아/-어’ 뒤에 ‘서’가 줄어진 형식에서는 뒤의 단어가 보조용언이 아니므로, 붙여 쓰는 게 허용되지 않는다. <예>(시험삼아) 고기를 잡아 본다→잡아본다; 고기를 잡아(서) 본다(×잡아본다); (그분의) 사과를 깎아 드린다→깎아드린다; 사과를 깎아(서) 드린다(×깎아드린다).
(2)의존명사에 ‘-하다’나 ‘-싶다’가 붙어서 된 보조용언 : 의존명사 ‘양/척/체/만/ 법/듯’ 등에 ‘-하다’나 ‘-싶다’가 결합하여 된 보조용언(으로 다루어지는 것)의 경우도 앞 말에 붙여 쓸 수 있다.
보조용언 원칙 허용
양하다: 학자인 양한다. 학자인양한다.
체하다: 모르는 체한다. 모르는체한다
듯싶다: 올 듯싶다. 올듯싶다.
뻔하다: 놓칠 뻔하였다. 놓칠뻔하였다.
[예외] 의존명사 뒤에 조사가 붙거나, 앞 단어가 합성 동사인 경우는 (보조용언을) 붙여 쓰지 않는다. 조사가 개입되는 경우는, 두 단어(본 용언과 의존명사) 사이의 의미적, 기능적 구분이 분명하게 드러날 뿐 아니라, 제42항 규정과도 연관되므로, 붙여 쓰지 않도록 한 것이다. 또, 본 용언이 합성어인 경우는, ‘덤벼들어보아라, 떠내려가버렸다’처럼 길어지는 것을 피하기 위하여 띄어 쓰도록 한 것이다. <예> 아는 체를 한다(×아는체를한다); 비가 올 듯도 하다(×올듯도하다); 값을 물어만 보고(×물어만보고); 믿을 만은 하다(×믿을만은하다); 밀어내 버렸다(×밀어내버렸다); 잡아매 둔다(×잡아매둔다); 매달아 놓는다(×매달아놓는다); 집어넣어 둔다(×집어넣어둔다). ‘물고늘어져 본다, 파고들어 본다’ 같은 경우도 이에 준한다.
그런데 합성 동사 뒤에 연결되는 보조용언을 붙여 쓰지 않도록 한 것은, 그 표기 단위가 길어짐을 피하려는 것이므로, 예컨대 ‘나-가 버렸다→나가버렸다; 빛-나 보인다→빛나보인다; 손-대 본다→손대본다; 잡-매 준다→잡매준다’ 따위처럼, 단음절로 된 어휘 형태소가 결합한 합성어 뒤에 연결되는 보조용언을 붙여 쓸 수 있다. 그리고 ‘기억해 둘 만하다; 읽어 볼 만하다; 도와 줄 법하다;되어 가는 듯하다’처럼 보조용언이 거듭되는 경우는 ‘기억해둘 만하다; 읽어볼 만하다; 도와줄 법하다; 되어가는 듯하다’와 같이, 앞의 보조용언만을 붙여 쓸 수 있다.
제48항 성과 이름, 성과 호 등은 붙여 쓰고, 이에 덧붙는 호칭어, 관직명 등은 띄어 쓴다. <예>김양수(金良洙); 서화담(徐花潭); 채영신 씨; 최치원 선생; 박동식 박사; 충무공 이순신 장군. [예외] 성과 이름, 성과 호를 분명히 구분할 필요가 있을 경우에는 띄어 쓸 수 있다. <예>남궁억/남궁 억; 독고준/독고 준; 황보지봉(皇甫芝峰)/황보 지봉.
[해설] 성명에 있어서, 성과 이름은 별개 단어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곧, 성은 혈통을 표시하며, 이름은 특정한 개인에게만 부여된 식별부호(識別符號)이므로, 순수한 고유명사의 성격을 지니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성과 이름을 띄어 쓰는 게 합리적이긴 하지만, 한자 문화권에 속하는 나라들에서는 성명을 붙여 쓰는 것이 통례이고, 우리나라에서도 붙여 쓰는 게 관용 형식이라 할 것이다. 더구나, 우리 민족의 성은, 예외가 있긴 하지만, 거의 모두 한 글자(음절)로 되어 있어서, 보통 하나의 단어로 인식되지 않는다. 그리하여 성과 이름은 붙여 쓰기로 한 것이다. 이름과 마찬가지 성격을 지닌 호(號)나 자(字)가 성에 붙는 형식도 이에 준한다. <예>최학수(崔學洙); 김영애(金榮愛); 유버들(柳~ ); 정송강(鄭松江) (‘송강’은 호); 이태백(李太白) (‘태백’은 자). [예외] 예컨대 ‘남궁수, 황보영’ 같은 성명의 경우, ‘남/궁수, 황/보영’인지 ‘남궁/수, 황보/영’인지 혼동될 염려가 있는 것이므로, 성과 이름을 분명하게 밝힐 필요가 있을 때에는 띄어 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한편, 성명 또는 성이나 이름 뒤에 붙는 호칭어나 관직명(官職名) 등은 고유명사와 별개의 단위이므로 띄어 쓴다. 호나 자 등이 성명 앞에 놓이는 경우도 띄어 쓴다. <예>강인구 씨; 강 선생; 인구 군; 총장 정영수 박사; 백범 김구 선생; 계 계장(桂係長); 사 사장(史社長); 여 여사(呂女史); 주 주사(朱主事). 우리 한자음으로 적는 중국 인명의 경우도 본 항 규정이 적용된다. <예>소정방(蘇定方); 이세민(李世民); 장개석(莊介石).
제49항 성명 이외의 고유명사는 단어별로 띄어 씀을 원칙으로 하되, 단위별로 띄어 쓸 수 있다. <예>대한 중학교(원칙) →대한중학교(허용); 한국 대학교 사범 대학(원칙) →한국대학교 사범대학(허용).
[해설] 예컨대, ‘한국 정신 문화 연구원’처럼 단어별로 띄어 쓰면, ‘한국, 정신, 문화, 연구원’의 네 개 단어가 각각 지니고 있는 뜻은 분명하게 이해되지만, 그것이 하나의 대상으로 파악되지 않는 단점도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둘 이상의 단어가 결합하여 이루어진 고유명사는 단어별로 띄어 쓰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단위별로 붙여 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단위’란, 그 고유명사로 일컬어지는 대상물의 구성 단위를 뜻하는 것으로 설명된다. 다시 말하면, 어떤 체계를 가지는 구조물에 있어서, 각각 하나의 독립적인 지시 대상물로서 파악되는 것을 이른다. 예컨대 ‘서울 대학교 인문 대학 국어 국문학과’는 ‘서울 대학교/인문 대학/국어 국문학과’의 세 개 단위로 나누어지고, ‘한국 상업 은행 재동 지점 대부계’는 ‘한국 상업 은행/재동 지점/대부계’의 세 개 단위로 나누어진다. <예>서울 대공원 관리 사무소 관리부 동물 관리과(원칙) →서울대공원관리사무소 관리부 동물관리과(허용); 한국 방송 공사 경영 기획 본부 경영 평가실 경영 평가 분석부(원칙) →한국방송공사 경영기획본부 경영평가실 경영평가분석부(허용)
‘부설(附設), 부속(附屬), 직속(直屬), 산하(傘下)’ 따위는 고유명사로 일컬어지는 대상물이 아니라, 그 대상물의 존재 관계(형식)를 나타내는 말이므로, 원칙적으로 앞뒤의 말과 띄어 쓴다. <예>학술원 부설 국어 연구소(원칙) →학술원 부설 국어연구소(허용); 대통령 직속 국가 안전 보장 회의(원칙) →대통령 직속 국가안전보장회의(허용).
[예외] ‘부속 학교, 부속 국민 학교, 부속 중학교, 부속 고등 학교’ 등은 교육학 연구나 교원 양성을 위하여 교육 대학이나 사범 대학에 부속시켜 설치한 학교를 이르므로, 하나의 단위로 다루어 붙여 쓸 수 있는 것이다. <예>서울 대학교 사범 대학 부속 고등 학교(원칙);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부속고등학교(허용). 의학 연구나 의사 양성을 위하여 의과 대학에 부속시켜 설치한 병원의 경우도 이에 준한다. <예>한국 대학교 의과 대학 부속 병원(원칙); 한국대학교 의과대학 부속병원(허용)
제50항 전문 용어는 단어별로 띄어 씀을 원칙으로 하되, 붙여 쓸 수 있다.
원칙 허용
만성 골수성 백혈병 : 만성골수성백혈병
중거리 탄도 유도탄 : 중거리탄도유도탄
[해설] 전문 용어란, 특정의 학술 용어나 기술 용어를 말하는데, 대개 둘 이상의 단어가 결합하여 하나의 의미 단위에 대응하는 말, 곧 합성어의 성격으로 되어 있다. 따라서 붙여 쓸 만한 것이지만, 그 의미 파악이 쉽도록 하기 위하여 띄어 쓰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편의상 붙여 쓸 수 있도록 하였다.
원칙 허용
만국 음성 기호 (萬國音聲記號) : 만국음성기호
모음 조화 (母音調和) : 모음조화
긴급 재정 처분 (緊急財政處分) : 긴급재정처분
무한 책임 사원 (無限責任社員) : 무한책임사원
배당 준비 적립금 (配當準備積立金) : 배당준비적립금
손해 배상 청구 (損害賠償請求) : 손해배상청구
관상 동맥 경화증 (冠狀動脈硬化症) : 관상동맥경화증
급성 복막염 (急性腹膜炎) : 급성복막염
지구 중심설 (地球中心說) : 지구중심설
탄소 동화 작용 (炭素同化作用) : 탄소동화작용
해양성 기후 (海洋性氣候) : 해양성기후
두 팔 들어 가슴 벌리기 : 두팔들어가슴벌리기
무릎 대어 돌리기 : 무릎대어돌리기
여름 채소 가꾸기 : 여름채소가꾸기
[예외] 명사가 용언의 관형사형으로 된 관형어의 수식을 받거나, 두 개(이상)의 체언이 접속 조사로 연결되는 구조일 때는 붙여 쓰지 않는다. <예>간단한 도면 그리기; 쓸모 있는 주머니 만들기; 아름다운 노래 부르기; 바닷말과 물고기 기르기.
두 개(이상)의 전문 용어가 접속 조사로 이어지는 경우는 전문 용어 단위로 붙여 쓸 수 있다. <예>감자찌기와 달걀삶기; 기구만들기와 기구다루기; 도면그리기와 도면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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