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까다로운(복합어로 혼동하기 쉬운), 단음절의 부사
아래의 몇 가지 예문을 보자. 밑줄 그은 부분들은 일상생활에서 흔히 쓰는 표현들인데, 띄어쓰기에서 열에 아홉은 틀리기 십상이다.
-시절이 하수상하여 믿을 수가 있어야지.
-그 사람 알고 보니 들은 얘기와는 영딴판으로 사기꾼이더군.
-이제 갓스물이 뭘 알겠는가.
-부자지간이 어쩌면 그리 꼭같은지.
-이 녀석 이것 순날강도 같은 놈 아닌가.
-식사가 끝나는 대로 막바로 출발하시게.
-태양은 내일 또다시 떠오른다.
-그거야말로 지금 이 상황에 딱맞는 해결책이로군그래.
위에서 붙여 적은 것들은 모두 다 잘못이다. 단음절의 부사들이므로 띄어 써야 하는데, 붙여 적었으므로(그중 ‘꼭같다’는 아예 없는 말로, ‘똑같다’의 잘못). 이러한 실수들은 붙여 쓴 말들을 한 낱말의 복합어로 혼동/착각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단음절의 독립부사들로서 반드시 띄어 써야 하는 대표적인 것들로는 ‘갓, 꼭, 다, 더, 딱, 또, 막, 못, 순, 안, 영, 하’ 등을 들 수 있다. 신경 써서 꼭 기억들 해두시기 바란다.
그중에서 주의해야 할 것은 ‘못하다(o)/못 하다(o)’가 있다. 몹시 까다로운데다, 고급에 속하는 부분이다. 앞서 한 번 간단히 언급한 바 있는데, 다시 한 번 더 아래에 설명을 붙인다. 되풀이해서라도 자주 대해서 몸에 익혀 두는 것이 지름길인 듯하다. 문법적 지식이 모자라는 분들은 한두 번 읽어서 얼른 감이 잡히지 않기 마련이다. 하지만, 낙심 말고 여러 번 꾸준히 대하시길 권면한다. 많은 분들도 실은 형편이 거기서 거기니까, 동지애를 느끼셔도 된다. 하하하.
이제, 부사/부사어 부분에서는 한 가지만 남았다. 마지막으로 ‘부사구 형태로 수식할 때의 띄어쓰기’만 다루면 끝이다. 우리말 겨루기에서 출제 가능성이 높고, 공무원 시험이나 한국어 능력 시험 등에서도 약방의 감초처럼 사랑받는 부분이다. 공부량이 많지 않아서, 그 부분은 아주 쉽게 ‘룰루랄라*’ 하면서 해내실 수 있다.
[*주 : 흔히 쓰는 ‘룰루랄라’, ‘랄랄라’ 등은 아직까지는 사전 표제어에 오르지 못한 말들이다. 이와 비슷한 ‘아싸’ 역시 마찬가지인데, 구어로 표기할 때도 ‘앗싸’는 잘못이다. 경음 앞에서 사이시옷을 받치지 못하므로 ‘아싸’로 적어야 한다.]
<이하 실전 연습 문제와 해설>
◈시절이 하수상하다 보니 : 하 수상하다의 잘못. <=‘하(아주, 몹시)’는 부사.
[설명] 이 ‘하(아주, 몹시)’의 강조어가 ‘하도’임. ¶하도 졸라대는 바람에.
하 심심하여 길군악이나 하지? 심심풀이로 한가한 놀이라도 하자는 말.
◈그 사람 알고보니 영딴판이더군 : 알고 보니, 영 딴판의 잘못. <=‘영’은 부사.
◈에라, 이 순날강도놈아 : 순 날강도 (같은) 놈의 잘못. <=‘순’은 부사.
에라이 순 ... : 에라, 이 순... 의 잘못. <=‘에라’만 감탄사.
[설명] ①부사는 명사를 꾸밀 수도 있다. (예) ‘순 날강도 같은 놈, 꼭 그곳(으로), 바로 여기(서)’ 등. ②‘에라, 이 순...’에서 ‘에라’는 실망의 뜻을 나타낼 때 내는 감탄사. ‘에라이’는 없는 말로 ‘에라 이 순 도둑놈같으니라고’에서처럼 쓰이며, ‘에라 이 순’은 ‘도둑놈’ 이하를 줄이거나 차마 말하지 못할 때 씀. ¶에라, 이 죽일 놈아; 에라, 이 순 (도둑놈아); 에라 이 자식아, 그걸 일이라고 했니? ③‘도둑놈’은 있지만 아직 ‘강도놈’은 사전에 없는 말. =>강도 (같은) 놈.
순? ‘몹시’ 또는 ‘아주’의 뜻을 나타내는 말. ¶그놈은 순 도둑놈; 이런 순 거짓말쟁이 같으니라고; 넌 몹쓸 악질이구나.
◈어쩌면 그리 꼭같을까. 영낙없군그래 : 똑같을까. 영락없군그래의 잘못.
[설명] ‘꼭같다’는 없는 말. ‘꼭 같다’로는 쓸 수 있으나, 위의 경우는 문맥상 ‘똑같다’가 나음.
◈정말 그 상황에 딱맞는, 아주 알맞는 말이군 : 딱 맞는, 알맞은의 잘못.
[설명] ①‘딱맞다’는 없는 말 =>‘딱’(부사)+‘맞다’(동사). ‘딱-’이 들어간 부사는 ‘딱히/딱딱/딱따그르르/딱따글딱따글’뿐임. ②‘맞는’(o) : ‘맞다’는 동사. 동사에 붙는 어미는 ‘-는’. [비교] ‘알맞은’(o)/‘걸맞은(o)’ : ‘알맞다/걸맞다’는 형용사.
◈또다른 아픔을 남겨 주는데 : 또 다른의 잘못. 없는 말.
◈내일 또 다시 태양은 떠오르는가: 또다시의 잘못. 한 낱말.
[설명] ①관용적 사용 굳어지기로서 ‘또 다시’로 띄어 쓸 실익이 없음. ②그러나, ‘다시 또’(o)/‘다시또’(x). 이때의 ‘또’는 ‘어떤 일이 거듭하여. 그 밖에 더.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뜻하는 부사.
[정리] ‘또다시’ 외에는 되풀이/중복의 의미로 ‘또~’를 붙여 쓰는 낱말이 없음.
◈막바로 차를 탔는데도 지각했어 : 막 바로의 잘못. 두 낱말.
그 말을 듣자마자 막바로 나선 참일세 : 막 바로(혹은 곧바로/바로)의 잘못.
[설명] ‘막바로’는 없는 말. ‘막’과 ‘바로’의 두 낱말. ‘막-’이 들어간 부사는 ‘막해야’뿐.
[참고] 다음은 ‘-바로’가 들어간 한 낱말의 부사들이며, ‘손바로’는 명사 : ‘손바로(손이 닿을 만한 가까운 데)/곧바로/길바로(길을 제대로 잡아들어서)/똑바로/바로바로/맞바로(마주 정면으로)/면바로[面-](①바로 정면으로. ②어떤 겨냥/판단이 어김없이 똑바로)/올바로’.
◈아무리 막 해야 그가 꼴찌야 했을라고 : 막해야?의 잘못. 한 낱말.
아무리 막해도 일을 그리 해서야 : 막 해도의 잘못. 두 낱말.
막해야? 아무리 나쁘다 하여도.
◈한층더 노력하라는 뜻일 게야 : 한층 더의 잘못.
우리 더 한층 노력해 보세 : 더한층의 잘못. ‘더한층’은 한 낱말.
◈모두 다같이 : 다 같이의 잘못. <=‘둘 다, 다 함께’를 띄어 쓰는 것과 같음.
[참고] 모두다 부러워하는 신의 직장이라는 은행원 : 모두 다의 잘못.
[참고] 다함께 노력하면 안 될 게 없지 : 다 함께의 잘못.
[보충] ‘전부 다, 모두 다’의 경우도 띄어 씀. 이때의 ‘전부’, ‘모두’ ‘다’는 부사지만, 간혹 문맥에 따라 ‘다’가 명사일 수도 있음. 아래 뜻풀이 중 ‘다’의 명사 기능 참조.
[설명] ‘다같이’는 《표준》의 표제어에 없는 말. 일부 예문에 붙여 쓴 것이 있으나 잘못. ¶술잔을 들고 다 같이 건배합시다; 다 같이 힘들게 결정해 놓은 일이 그의 변심으로 허사로 돌아갔다; 다 같이 잘못을 했는데 나만 혼내다니 이럴 수가.
다? ①남거나 빠진 것이 없이 모두. ¶올 사람은 다 왔다; 줄 것은 다 주고. ②행동/상태의 정도가 한도(限度)에 이르렀음을 나타내는 말. ¶기운이 다 빠졌다; 사람이 다 죽게 생긴 판인데. ③일이 뜻밖의 지경(地境)에 미침을 나타내는 말. 가벼운 놀람, 감탄, 비꼼 따위의 뜻을 나타낸다. ¶원, 별꼴 다 보겠네; 네가 이 시각에 집에 오다니, 이게 웬일이냐?; 세상에. 그런 일이 다 있군그래; 우리 형편에 자가용이 다 무어냐; 듣자 듣자 하니 별소리를 다 하는구나. ④실현할 수 없게 된 앞일을 이미 이루어진 것처럼 반어적으로 나타내는 말. ¶숙제를 하자면 오늘밤 잠은 다 잤다; 비가 이렇게 오는데 소풍은 다 갔다.
? ①남거나 빠짐없는 모든 것. ¶그년이 한 짓은 이게 다가 아니야. 다 알면 기절초풍할 걸; 네 가진 것 전부 다를 달라는 건 아니야. ②더할 나위 없는 최상의 것. ¶인생에서 돈이 다가 아닌데도, 거기에 매여서 인생 망치는 사람들 참 많지.
[주의] ‘같이’가 다음과 같이 격조사로 쓰일 때도 있으나 이때에도 ‘다 같이’에서의 ‘다’는 명사로 쓰인 것이 아니므로, 띄어 적어야 함. ☞‘같이’와 ‘같은/같다’의 띄어쓰기 항목 참조.
같이 ? ①‘앞말이 보이는 전형적인 어떤 특징처럼’의 뜻을 나타내는 격조사. ¶얼음장같이 차가운 방바닥; 눈같이 흰 박꽃; 소같이 일만 하다; 나같이 해도 돼; 마음같이 그리 쉽게 될까. ②앞말이 나타내는 그때를 강조하는 격조사. ¶새벽같이 떠나다; 매일같이 지각하다. 단, 격조사이므로 당연히 체언에 붙여 써야 하고, ‘~같은’의 꼴로 활용하지 못함.
◈[중요][고급] ♣‘못하다’의 띄어쓰기(1)
[예제] 그는 지금도 술을 전혀 못 해 : 못해의 잘못. <-못하다[원]
그건 시간 맞춰 못하더라도 괜찮아 : 못 하더라도의 잘못. <=‘못’은 부사.
시간 내에 하지 못 하더라도 괜찮아 : 못하더라도의 잘못. <=설명 참고.
결국 참다 못해 일어섰다 : 참다못해의 잘못.<-참다못하다[원]
안절부절하더군 : 안절부절못하더군의 잘못. <=‘안절부절하다’는 잘못.
[설명] ①일반 원칙 : ‘못’은 부정을 뜻하는 부사. ¶술을 못 마시다; 잠을 통 못 자다. ②‘못하다’로 붙여 쓰는 경우는 세 가지임 : ㉮하나의 복합어로 굳어져 뜻이 변한 경우는 붙여 씀. ¶?술을[노래를] 못하다; 음식 맛이 예전보다 못하다. ¶?잡은 고기가 못해도 열 마리는 되겠지. ㉯보조용언으로서 ‘~지 못하다’의 꼴로 쓰일 때. ¶말을 잇지 못하다; 동창회에 가지 못했다; 편안하지 못하다; 아름답지 못하다‘. ㉰‘못하다’가 접사 기능으로 바뀐 다음의 다섯 말들은 항상 붙여 씀 : ‘마지못하다/되지못하다/참다못하다/새수못하다(손을 대지 못하다)/안절부절못하다’. [주의] ‘하다못하다/듣다못하다’는 없는 말이지만 ‘하다못해/듣다못해’는 독립부사임.
◈[중요][고급]♣‘못하다’의 띄어쓰기(2)
[예제] 술이 들어가니 못하는 말이 없네 : 못 하는의 잘못. <=‘못’은 부사.
못 해도 너무 못 하는군 : 못해도, 못하는군의 잘못. <-못하다?
아무리 못 해도 열 명은 더 될걸 : 못해도의 잘못. <-못하다?
보다못해 소매를 걷어붙였다 : 보다 못해의 잘못. <-못하다??
참다 못해 소리를 꽥 질렀다 : 참다못해의 잘못 <-참다못하다[원]
병이 나서 일을 못했다 : 못 했다의 잘못. <=하지 못했다. ‘못’은 부사.
그건 생각 못했다 : 못 했다의 잘못. <=생각하지 못했다. ‘못’은 부사
그는 술을 전혀 못 해 : 못해의 잘못. <-못하다?
나이가 들으니 건강이 젊은 시절보다 못 해 : 못해의 잘못. <-못하다?
못하다? 어떤 일을 일정한 수준에 못 미치게 하거나, 그 일을 할 능력이 없다. ¶노래를 못하다/술을 ~/말을 ~/답을 ~/구실을 ~/출세를 ~/공부를 ~/졸업을 ~/도리를 ~/결정을 못하다.
? ①비교 대상에 미치지 아니하다. ¶맛이 예전보다 훨씬 못하군; 건강이 젊은 시절만 못하다. ②아무리 적게 잡아도. ¶잡은 고기가 못해도 스무 마리는 넘을걸; 아무리 못해도 스무 명은 족히 넘을 거야.
?? (동사 뒤에서 ‘-지 못하다’의 꼴로) 앞말이 뜻하는 행동에 대하여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거나 그것을 이룰 능력이 없음을 나타내는 말. ¶기침 때문에 말을 잇지 못하다; 바빠서 결혼식에 가지 못하다; 배가 아파서 한 술도 뜨지 못했다.
?? ①(형용사 뒤에서 ‘-지 못하다’의 꼴로) 앞말이 뜻하는 상태에 미치지 아니함을 나타내는 말. ¶편안하지 못하다; 아름답지 못하다; 음식 맛이 썩 좋지 못한 편; 그런 태도는 옳지 못하다. ②(‘-다(가) 못하여’의 꼴로) 앞말이 뜻하는 행동/상태가 극에 달해 그것을 더 이상 유지할 수 없음을 나타내는 말. ¶희다 못해 푸른빛이 도는 치아; 먹다 못해 음식을 남기다; 보다 못해 간섭을 하고 말았다.
[설명] ①‘노래를/술을/말을 못하다’에서처럼 ‘~을/를’ 할 능력이 없는 경우나 비교 대상에 미치지 못할 때에는 ‘못하다’이며, 어떤 사유로 하지 못하거나 이뤄지지 않았을 때 부정의 뜻으로 사용하는 부사 ‘못’의 경우에는 ‘못 하다’임. 즉, ‘하다’를 부정하는 부사로서 ‘못’을 사용하여 ‘~를 하지 못하다’를 뜻할 때는 띄어 씀. ¶그 바람에 공부를 (하지) 못 했다; 가지를 못 했다; 먹지를 못 했다. ②[주의] 그러나 ‘못하다’가 ‘~지 못하다’의 꼴로 쓰일 때는 ‘못하다’로 붙여 씀 : 이때는 보조용언으로서 각각 보조동사와 보조형용사로 기능함. ¶먹지 못했다; 하지 못했다; 가지 못하다; 웃지 못하다; 일어서지 못하다; 편안하지 못하다; 아름답지 못하다; 좋지 못하다; 옳지 못하다.
[정리] ①‘~지 못했다’ 꼴의 보조용언일 때는 무조건 붙여 쓰고 ②본동사 ‘하다’의 앞에 쓰여(‘못 하다’) 부사로서 ‘못≒안’의 기능일 때는 띄어 씀. ③본동사로 쓰인 경우라 하더라도 할 능력이 없는 단순 불능의 경우에는 한 낱말이므로 붙여 씀.
[보충] ‘못하다’ ‘못살다’ ‘못쓰다’를 빼고는, 다른 경우의 동사에서는 ‘못’은 부사. ¶술을 못 마시다; 초등학교도 못 마치다; 잠을 통 못 자다; 아무도 못 말린다. 그러나, 형용사는 조금 더 있음 : 못되다/못나다/못마땅하다/못생기다/못지않다(≒못지아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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