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렬한 유혹은 원초적 갈등들의 간이 정거장에 붙여진 이름표
치자꽃 사랑은 견딜 수 없는 유혹에 잠시 한눈을 파는 일이다. 팔 수밖에 없게 만드는 치자꽃 앞에 무력하게 투항하는 일. 그리고, 순백의 순결 앞에서 감내할 수 없는 유혹과의 짧은 전쟁을 치른 뒤 반짝이는 청록의 이파리들을 대하는 순간 정신이 번쩍 들어 일상으로 순순히 복귀하는 일이기도 하다.
청순의 극치만 같은 순백의 꽃잎 속 어딘가에 그토록 짙은 향기를 내장한 꽃치자가 열매를 맺지 못하는 원예종이라는 걸 떠올리는 순간, 소매 속에서 동글리던 삶의 지향이 비로소 대지 위로 놓인다. 강렬함뿐일 수도 있는 유혹의 손짓을 멀리 한 채, 추운 비와 더운 바람을 모두 껴안으며 내딛은 걸음 앞에서만 실한 열매가 맺힐 수 있음을 꽃치자, 그녀가 조용히 일깨워준다.
삶에서 마주치는 모든 강렬한 유혹이란 어쩌면 일시적으로 극복하지 못한 원초적 갈등들의 간이 정거장에 붙여진 이름표가 아닐까. [24/6/2001]
-<치자꽃 사랑과 유혹>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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