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온한 일상은 삶의 축복!”
몇 해 동안 내 전화기의 카톡 프로필에 매달았던 말이다.
올 들어서는 “항상 어제만 한 오늘은 생의 축복!”으로 살짝 바뀌고
그 뒤에 “공주 사랑해!!”를 덧붙였다.
딸랑 하나 있는 ‘딸랑구’에게 잘 보이려고. 하하하.
평온한 일상!
어찌 보면 활력이나 물기가 부족한 무미건조한 삶,
늘 반복되어 재미적은 삶인 듯도 해서
야망과 정열이 넘쳐야 할 젊은이나 큰일을 꿈꾸는 이들은
선뜻 한 표를 던지기 어렵다.
하지만, 액션과 활극이 넘치는 장면들은 영화에 더 잘 어울린다.
영화가 욕망의 대행자로서 우리에게 카타르시스를 안기는 이유다.
일상에서의 액션과 활극은 최소한으로도 폭력과 연관되거나
즉결될 때가 더 많다. 주연이든 조연이든, 행동이든 말이든...
평온한 일상의 주축은 마음이다.
마음의 파도가 그리는 그림에 의해 좌우된다.
마음에 파도가 일 때
답답함, 섭섭함, 속상함은 약과다.
우울과 짜증의 그림자가 고민으로 고이고,
끝내 고통으로 다가올 때,
마음의 파도는 격랑이 되어 마음 벽을 거세게 친다.
그래서 마음이 아프고, 가슴 속 깊이까지 아프다.
돌아보면 이따금 그러한 출발은 사소한 것일 때가 많다.
아침 인사 한마디를 하지 않는 일이 눈에 들어오거나
출근길의 얌체 새치기 운전자가 도저히 용서가 안 되는 날.
그런 날은 그 뒤로 이어지는 일들도 약속이나 한 듯 매한가지들이다.
평온함이 깨지는 것은 그것을 대하는 이의 몫인 듯도 하다.
오늘 하루는 뭐가 되는 일이 없다면서
서둘러 하루를 마감하려는 이는
어쩌면 그날 아침부터 자신의 마음에 파도가 일고 있었던 건 아닐까.
평온하게 살기 쉽지 않다.
평온해지려고 무척 노력해야 겨우 평온해지는 듯하다.
고승들조차 면벽수도 10년 만에야
마음의 평안을 얻은 이도 있고
출가 몇 십 년이 지난 승려들도 여전히 하안거/동안거를 거르지 않는다.
번뇌를 끊고 평온해지기 위해.
우리 같은 범인들은 그러한 경지에 오를 수도 없거니와
그 정도까지 노력할 엄두를 낼 필요도 없다.
그저 내게 주어진 몫의 크기를 감사하는 것과,
여전히 주어지는 그것들을 분수껏 향유하고 있음을 깨닫는 것으로
자신의 삶에서 과분한 행운아라는 생각으로 돌아오는 것으로라도
평온해지려 애를 쓰면 될 듯하다.
그럼에도 평온은 애를 써야만 얻어진다.
제법 끈지게, 그리고 야무지게, 노력해야만 어렵사리 내 것이 된다.
그러니, 평온한 일상은 삶의 축복이 아니겠는가.
평온한 일상은 삶의 축복이다!
그리고...
평온한 사람만이 타인의 평온을 배려하고 지켜줄 수 있다. [Aug. 2014] /溫草
언어 세계는 열려야 하고, 언어는 발화되어야 한다 (0) | 2014.08.22 |
---|---|
삶을 정독하는 그대는 명품입니다 (0) | 2014.08.14 |
강렬한 유혹은 원초적 갈등들의 간이 정거장에 붙여진 이름표 (0) | 2014.07.26 |
벗어놓은 스타킹은 육신의 곤고함이 응결되어 써내는 일기장 (0) | 2014.07.26 |
지는 해가 아름다울 때, 뜨는 해도 아름다울 수 있다 (0) | 2014.07.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