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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정독하는 그대는 명품입니다

유치원으로 간 꼰대의 돌직구

by 지구촌사람 2014. 8. 14. 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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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을 정독하는 그대는 명품입니다

 

                                                                                     최 종 희

 

 

건성건성

편리와 속도에 묻혀

 

짧게짧게

오감에 육신을 매다는 사이

 

오디오와 비디오가 독판치는 세상에서

멀찍이 떼어놓은 머리를 찾아들고

 

한 구석에서 문자언어를 곰곰이

들여다보는 당신.

 

인생을 정독하는 그대

당신이 바로 명품입니다.

 

- 어느 날 나의 낙서첩에 긁적여 놓은 것 중의 하나


  요즘 세상에서 판치는 것은 소리와 그림입니다. 흔히 오디오로 요약되는 온갖 소리들과

비디오로 묶여지는 영상들이 소비자들을 사로잡습니다. 문화도 인생도 그러한 소비자들이

주축이 되어 그 겉장들이 소리만 요란하게 넘겨지고 있습니다. 요즘 시대에 어울리는 날렵한

소비자들입니다.

  그러한 사람들을 사로잡기 위해 소리와 그림은 점점 소란해지고 야해갑니다. 잠시라도

이목을 끌기 위해서 하루가 다르게 변신을 거듭합니다. 그래야만 소비의 대상이 되어 먹혀

들어가니까요.

 

  그처럼 끊임없이 변신을 거듭해야 하니 어제의 그것들이 어느 곳의 쓰레기장에 버려지고

있는지 관심하는 일 따위는 생각할 수도 없습니다. 오늘을 좇아가기에도 벅찬데요 뭐.

  그래서일 겁니다. 오랜 동안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 요긴하게 쓰이던 문자언어들이 문화

생활의 한 귀퉁이로 밀려나 있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시대의 처분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어떻게 보면, 산더미 같이 버려지는 소리와 그림의 쓰레기에 압사하지 않고 버텨나가고 있는

것만도 신기할 지경이지요.

 

  그런 판국에 문자언어에 주목하는 사람들은, 광고 전단지든 책이든, 아니면 모니터든,

어디서고 문자에 코를 박고 의식의 안테나를 쫑긋 세우는 사람들은, 삶을 읽어내려고,

삶의 속살을 잊지 않고 읽어내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랄 수도 있습니다.

  그런 노력을 잊지 않고 때때로 챙기려 드는 당신, 바로 당신이 명품입니다. [Dec.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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