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텃밭엘 또 갔다.
수확해야 될 것들이 적지 않은데, 요즘 장인 양반의 몸 상태가 안 좋으시다.
대상포진에 걸리신 것.
우리가 바지런히 다니며 거둬야 한다.
기르는 것 못지않게 거두는 것 또한 제대로 해야 한다.
농삿일은 기르는 것 못지않게 거두는 일에도 사랑이 스며들어야 한다.
안 그러면 때를 놓치고, 때를 놓친 농부에게는 농산물들이
눈을 흘기거나, 토라져 버리거나, 심하면 자진하기도 한다.
스스로 기형이 되거나 녹아버리는 것.
우선, 퀴즈~~~
위 사진 속의 꽃들이 무엇일까?
(공주가 따와서 아빠에게 낸 퀴즈이기도 하다.
사진 속의 손과 팔이 공주... ㅎㅎㅎ)
답 : 고구마꽃
예전엔 고구마꽃을 보기가 참 힘들었다.
요즘 지구온난화 현상으로 고구마도 고향 탈환을 해간다.
꽃을 피우는 일이 잦아졌다.
몇 해 전부터 부리기 시작하는 귀여운 요염 떨기다. ㅎㅎㅎ
꽃 이야기가 나온 김에...
이건 뭘까.
가지꽃이다. 흔히 볼 수 있는.
그런데, 이녀석들에게도 오붓한 비밀이 있다.
가지꽃은 꽃이 수평 또는 그 이하의 각도로 핀다.
즉, 수평 이상의 각도로 하늘을 올려다 보는 식으로 오만을 떨지 않는다.
그리고 정면을 향할 때도 많지만, 오른쪽 사진에서처럼
부끄럽다는 듯이 자신의 얼굴을 감추는 경우도 흔하다.
그런데... 가지나 오이 등과 같이
열매가 아래로 처지는 것들, 자신의 꽃보다도 수백, 수천 배의 무거운 것들을
결실로 거두는 것들은 하나같이 꽃들이 겸손하다.
익은 벼는 고개를 숙인다고 쉽게들 말하지만
사실 벼꽃은 엄청 도도하다.
똑바로 하늘을 향해 올 누드로 자신을 뽐낸다.
그런 뒤에 열매인 벼가 익어가면 그 무게 때문에 저절로 고개를 숙인다.
벼꽃은 엄청 건방을 떠는 꽃이다. 작아서 더 오기를 부리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제발 나 좀 봐 달라고 앙탈을 부리는 꽃, 그게 벼꽃, 수수꽃, 옥수수꽃 등이다.
자디잔 열매를 많이 매다는 것들일수록 꽃은 오만하다.
큰 열매를 매다는 것들은 아주 점잖다.
경망스럽지 않고, 우직할 정도로 미련해 보이기도 한다.
호박꽃이 그 좋은 예지만...
옥수수와 고추도 따줘야 할 때, 따야 한다.
충분히 익혀서 딸 것들과 그렇지 않은 것을 용도에 맞게
때를 맞춰 거둬줘야 한다.
삶아 먹을 옥수수와, 튀밥을 만들어 먹을 옥수수는 그 거두는 시기가 조금 다르다.
옥수수를 거두는 시기의 판별은 이 수염으로 한다.
지금 상태는 거두기에 조금 이른 편.
1주일 정도는 더 두어야 한다.
수염이 좀 더 누렇게 변하고 고스라지는 상태가 더 진행되어야 한다.
그래도 덜 딱딱한 (무른) 상태로 삶아 먹고 싶은 이들은 따도 된다
다만, 씹는 맛은 좀 떨어진다.
강냉이로 만들어 먹고 싶은 경우에는
저런 상태에서 10일 ~ 보름 정도 두었다가 따는 게 좋다.
알이 딱딱하게 굳는다.
그날 우리가 따온 옥수수에서 거둔 수염들.
이른바 '옥수수수염차'의 재료가 된다.
집에서도 그냥 바람 잘 통하는 데에 두어 말린 후, 끓여 마시면 옥수수수염차가 된다.
아주 쉽다.
이건 아웃릿 쪽 텃밭에서 수확한 게 아니라
동패리 야산 쪽의 밭에서 수확한 것.
그곳엔 호박, 들깨, 고구마만 기르고 있는데
애호박과 단호박이 풍년이다.
생긴 건 저래 봬도, 엄청 맛있다.
껍데기채로 먹어도 아주 부드러워서 간식용으로 그만이다.
내가 좋아하는 부추.
다른 요리보다도 부추김치를 좋아한다.
부추줄기를 한 손가락으로 꺾을 때 심줄이 잡히지 않는 상태가
무침으로 삶아먹을 때나, 김치로 담글 때 모두 좋다.
너무 뻣뻣한 것은 발효돼도 뻣뻣함이 남고
너무 여린 것은 빨리 무르게 되어, 김치맛이 덜 나고 김치에서 풋내가 난다.
부추김치에는 젓갈이 필수.
흔히 쓰는 새우젓보다는 황석어젓과 같이 육질이 단단한 것이 발효된 게 좋다.
그만큼 부추가 아주 억센 것이라서...
대파 수확도 여름철에 시간을 끌면 좋지 않다.
맘 놓고 푹푹 삶아도 되는 조리용이 아니면 억센 대파는 맛도, 저작감도 떨어지므로...
대파는 노지에 오래 두는 것보다도
적당한 시기에 수확해서 그걸 썰어서 락앤락 등에 넣어
김치냉장고 등에 보관해 두고 오래 먹는 게 도리어 낫다.
이건 아버님 텃밭 한 귀퉁이에서 자라는 대국(大菊).
국화 농사(?)를 지어 보지 못하신 아버님이신지라
버려진 교회 화분에서 자라는 것들을 우선 밭에 심으셨는데...
대국은 어릴 때부터 줄기 자르기를 해줘야 한다.
사정없이(?) 가운데 줄기를 잘라주면 거기서 2~3개의 새 줄기가 나온다.
어렸을 때부터 10센티 높이 정도로 줄기가 자랄 때
계속 잘라주면 대국 하나에서 보통 꽃대가 10개 이상 나온다.
(우리나라 기록은 한 대에서 191개의 꽃을 매단 것.
몇 년 전 고양꽃박람회에 출품된 적이 있다.)
그런데... 그걸 잘 모르시는 아버님인지라
대충 관리하신 탓에, 대국이 아니라 감국 수준이 되어 버렸다.
그래서 내가 뒤늦게 한 번 줄기치기를 해주었더니
3~4가지씩이 나오고 있다. (사진 우측)
그때 줄기치기를 하면서 나온 것들을 갖고 와서
삽목을 했다.
국화 삽목이든 뭐든, 삽목을 할 때의 기본 원칙(?)이 있다.
내 방식이긴 하지만.
우선 줄기 크기에 따라 남길 잎의 숫자를 정한다.
국화와 같이 생육력이 강한 것들은 3잎~4잎 정도도 되지만
생육력이 약한 것들은 작은 잎으로 3잎 이하만 남기고 따줘야 한다.
뿌리도 없는 줄기로 물을 흡수해서 잎에까지 그걸 공급해야 하는데
잎 수가 많으면 힘들기 때문이다.
줄기의 길이도 조절해야 한다. 물을 빨아들이는 데에
줄기가 길면 벅차기 때문에.
나는 전체 길이를 10센티 이내로 한다.
그리고 뿌리 내리기를 해야 할 곳에
영양부식토를 깔고(2~3센티) 그 위로 마사토를 6~7센티 덮은 뒤
받침 접시가 있는 화분에 심고서 받침 접시에 물이 고이도록 흠뻑 준다.
위의 사진들이 삽목 후 한 달이 지난 모습.
뿌리 내리기가 성공한 것이, 새로 나는 이파리들이 싱싱하다.
요즘 날이 하도 뜨거워서 노지에 심으면 땡볕에 고사할 우려가 있는지라
장마가 끝나고 햇볕이 좀 약해졌을 때 노지 식목을 할까 했는데
오늘 보니, 이파리들에 곰팡이가 생기고 있었다.
오래 계속된 반침수 상태도 문제지만
장마 기간의 습기들까지 한몫해서
어린 국화들을 괴롭히고 있는 것.
얼른 내다 심었다.
12그루 삽목해서 모두 건졌다.
저 녀석들은 키가 1미터 이상 자라고, 꽃 하나가 어린아이 손바닥만 한 대국이다.
자라는 대로 줄기 자르기를 두어 번 해서
한 대에 4~6개의 꽃을 매달려 한다.
지들이 우리 사랑에 그 정도는 보답하리라 생각한다.
아니, 우리가 국화의 그 놀라운 생육력 앞에서
그 정도 정성을 담은 기대를 살뜰히 지켜나가고 싶다.
최소 하루 한 번 정도의 관심이면 국화도 서운해하지는 않을 듯하다.
그렇지 않은가, 국화 아짐씨?? ㅎㅎ하. [Aug.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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