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6회(2015.2.22.) 우리말 겨루기 왕 중 왕전 문제 함께 풀어 보기(1)
-최희태 님의 우승을 축하합니다!
1. 출연자 관련
- 무대를 빛낸 분들
나인애 (32. 2011년 24대 달인. 23대 달인 이상아(24세)에 이은 두 번째 최연소 달인 등극. 왕 중 왕전 예심에서 1위. 달인 등극 시 ‘장조림’ 가게 창업 희망. 개업하지 못했음. )
최희태 (34. 중학교 한문 교사. 2014년 35대 달인. 달인 축하 현수막이 4개나 걸림) => 왕 중 왕 등극!
곽영희 (35. 분당 중앙고 교사. 2012년 27대 달인. 어린이집 입학 때 ‘달인’ 덕 조금 보았음.)
이찬기 (59. 노동부 민간조정관. 2014년 36대 달인. 달인 등극 후 지역 신문 등에 보도되고 KBS 라디오 생방송 인터뷰도 함.)
새로운 진행 형식을 선보일 겸 3년 만에 왕 중 왕전*이 열렸다.
[*참고 : ‘왕 중 왕’은 흔히 쓰는 말이지만 한 낱말이 아니므로 띄어 써야 하며, ‘-전’은 형태소로 쓰일 수 있으므로 원칙적으로 올바른 표기는 ‘왕 중 왕전’. 어제 자막에 ‘왕중왕전’으로 표기되었는데, 그도 가능한 표현. 연속되는 단음절어는 붙여 쓰기가 허용되기 때문임.]
출연하신 분들 모두가 달인들만의 예심을 거쳐 출연한 분들다웠다. 최희태 님의 그 여전한 맑고 너른 웃음기는 그 표정만으로도 포용의 크기가 너끈히 짐작되었는데, 거기에 이찬기 님의 환한 웃음이 보태진 한 판은 오래 기억될 듯하다.
특히, 찬기 님의 웃음은 압권인 것이 잇몸과 이틀이 다 보이는 것조차 괘념치 않은 채로 활달하게 웃는 모습은 참으로 본받아도 좋을 정도. 가리는 것 없이 속내가 착한 이들은 두 분처럼 웃음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그 반대의 경우는 웃어도 웃음 자체가 맛깔스럽지 않은 법이고.
나인애 님은 어제 여러 모로 또렷하셨다. 포근해서 나긋나긋한 표정도 그렇지만 옥구슬이 굴러가는 듯한 또랑또랑한 발음은 가청도(可聽度. 청감도) 면에서 아나운서들의 그것보다도 더 좋았다고 해도 좋았다. 요즘 일부 학생들이 윗.아랫입술을 제대로 떼지도 않은 채로 잇몸이나 이에 혀끝을 자주 대면서 오물거리듯 해대는 문제적 발음을 교정하기 위한 본보기로 내세워도 좋은 분이셨다. (영어에서도 발음이 또렷하게 들리는 경우는 어제의 나인애 님 같이 발음하는 경우다.)
그분의 올해 소망을 표현하는 말마디들이 참으로 아름다웠다. “올해는 짝을 찾고 싶다. 내가 제대로 머물 곳, 있을 곳을 찾아서 그곳을 빛내고 싶다.” 인애 님의 올해 소망이 꼭 이뤄지리라 믿는다. 그리 믿고 싶다. 인애 님은 그 직전 23대 달인에 오른 이상아 양(당시 서울대 정외과 4년 졸업 예정으로 행시에 합격하여 발령 대기 중)에 이어 두 번째로 20대에 달인에 오른 이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곽영희 님 또한 재직 중인 학교의 학생들이 동영상을 찍어 응원할 정도로 멋진 분. 진행 방식에 익숙하지 않은데다 버저 누르기에도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아 엄청 고생을 하셨는데(특히 어제의 진행 방식으로는 버저 누르기의 성패가 예전보다도 더 최종 승패와 직결되었다), 그럼에도 꼴등*만을 면했으면 좋겠다고, 그 와중에도 바른 말을 쓰시면서 소박하게(?) 염원하셨다. 예각적인 외모에 못지않게 생각 또한 깎아낸 듯 깍듯하셨다.
[*‘꼴등’과 ‘꼴찌’ : ‘꼴등’은 ‘등급의 맨 끝’이고, ‘꼴찌’는 ‘차례의 맨 끝’. 일반적으로는 함께 쓰지만, 어제처럼 등수가 분명하게 드러나는 경우에는 ‘꼴등’이 더 적절하다. (예) : 나는 밥을 맨 꼴찌로 먹었다. 넷이 뛰어 꼴찌로 들어왔다. 넷이 뛰어 꼴등을 했다. ]
2. 이것저것
- 이번 회의 특징 : 새로운 진행 방식의 도입
1) 가장 큰 특징은 기존의 방식을 일부 유지하되, 이 모든 문제들의 정답은 35개로 구획된 십자말풀이의 낱말 판에 담겨 있음.
2) 1단계 문제들은 없애고, 2단계 문제인 초성 문제와 음절 조합 문제는 유지하되 모두 개인전 방식으로 전환하고, 초성 문제와 음절 조합 문제를 1인당 각각 1문제씩 풀도록 하여, 개인별로는 두 문제씩 풀게 됨.
오답자가 있을 경우, 음절 조합 문제에서는 다른 출연자들이 맞힐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초성 문제에서도 그러한지는 불분명.
3) 개인별 몸풀기라 할 수 있는 8문제 풀이가 끝나면 본격적인 십자말풀이 (예전의 3단계)로 진입함 : 몸풀기 단계에서는 개인별로 200점 취득. 타인의 오답을 맞힐 경우 추가 점수 획득 가능.
4) 십자말풀이에서는 순서 정하기 문제를 버저 방식으로 풀어 정답자가 문제를 고르고 문제를 끝까지 듣고 나서 (예전에는 중도에, 혹은 문제를 듣지 않고도, 누구든지 먼저 버저를 누를 수 있었으나) 답을 말함.
5) 문제 풀이 중 오답이 나왔을 때는 다른 출연자들만 버저를 눌러 정답을 말할 수 있으며 다른 모든 출연자들에게서 정답이 나오지 않을 때는 오답자도 다시 참여할 수 있음.
6) 정답을 맞힌 이는 계속 문제 선택권이 있으며 중간에 공통 쓰기, 연상 쓰기, 상품권 타기, 낱말 잇기 등을 진행해도 그 문제 선택권은 변함이 없음. <= 낱말 잇기는 출연자가 임의로 이어가는 것이 아니라 제작팀에서 사전에 획정한 낱말을 맞혀야만(십자말풀이 판에 정해 놓은 낱말만) 정답으로 인정됨.
-상품권 타기 (<이심전심>) 문제는 네 사람 모두 맞혀야 상품권이 지급되고
낱말 잇기 문제는 개인전. 정답 수 구간을 1~6개, 7~9개, 10개 등으로 나누어
상품권 차등 지급.
7) 쓰기 문제 중에서도 연상 쓰기 문제는 다른 문제들과는 달리 정답을 맞힐 경우에도 제시어가 주어질 때마다 200점, 150점, 100점 등의 순서로 점수에 차이가 있음. 즉, 예전의 2단계 음절 조합 문제와 흡사한 방식인데, 십자말풀이에서 일부가 열린 상태에서 제시어를 순차적으로 줌. 오답 시에는 0점.
어제의 경우에는 ‘장00’와 ‘0토0’ 꼴로 정답(‘장맛비/옥토끼’)의 일부 형태가 보이는 상태에서 제시어들이 각각 ‘개부심 ->빨랫말미 ->여름’과 ‘절구 ->보름달 ->깡충깡충’의 순서로 주어졌음.
7) 몸풀기 문제를 포함하여 35문제 중 30문제를 풀었을 때, 최고 점수와 500점 이상의 차이가 나는 출연자는 더 이상 문제 풀이에 참가할 수 없으며, 1인을 제외하고 나머지 3사람 모두 그러할 경우에는 더 이상 문제 풀이 진행을 하지 않고, 우승자가 자동 결정됨.
이상이 어제 진행된 방식인데, 이 결과 예심 성적 1위이자 한국어능력시험에서 세 번씩이나 전국 수석을 차지한 인애 님이 그만 30문제 풀이 후 ‘계속 참가’ 자격을 잃게 되었다. 1위인 희태 님이 1250점, 인애 님이 700점으로 550점의 차이가 났던 것. 꼴등만을 면하자고 다짐/소망(?)하셨던 영희 님은 300점에서 머물다가 26번째 문제 풀이에서부터 500점을 추가하여 800점으로 금사망(金絲網)을 벗어났다. 어쩌면 식은땀을 흘리셨을지도...
몸풀기 문제가 끝났을 때 영희 님의 오답을 낚아채어 300점으로 수위에 오르시기도 했던 인애 님의 결정적인 패인은 자신의 차례에서 ‘얼낌덜낌’에 막혀 두 문제(200점)밖에 수확하지 못한 것. 희태 님이 자신의 차례에서 700점을 거두어 900점에 오른 것과 대조를 이뤘다. 그 뒤로 연상 쓰기에서 오답인 ‘장대비’를 홀로 적어서 득점과 연결시키지 못하다가 또 다른 연상 쓰기인 ‘옥토끼’에서 추가한 200점이 전부였다. 그러고는 기회 자체가 주어지지 않았다.
이러한 심각한 문제점 탓이었는지 설밑에 진행된 달인 도전전에서는 위의 6)번 방식에 조금 변화를 준 듯도 하다. 방송을 보아야 확실히 알게 되겠지만, 문제 풀이 중 공통 쓰기 문제 등이 나오면, 그 뒤로는 다시 진행자가 순서 정하기 문제를 주어서 풀어나간 듯하다. 즉, 자기 순서에서 공통 쓰기나 연상 쓰기 등의 문제를 열면 문제 선택권이 사라지는 방식으로 바뀐 것이 아닌가 한다. 그러다 보니, 문제 선택권 자체가 또다시 복불복의 지뢰로 변했다고나 할까.
어쨌든 새로운 방식에는 문제점들이 있기 마련이므로, 최선의 방향으로 개선이 된다면 이 정도의 문제는 손쉽게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문제 선택권 숫자를 1인당 3~4개로 줄여서 1인에게 돌아가는 점수 차이가 크게 나지 않도록 하되, 이번처럼 쓰기 문제 등이 나와도 문제 선택권은 그대로 유효하도록 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일 수 있겠고, 오답 시에 다른 이가 맞힐 경우에도 점수는 주되 문제 선택권의 차례는 그대로 유지하는 것도 보완책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머리를 맞대고 조금만 생각해 보면 개선책이 어렵지 않게 도출되리라 믿는다.
-좋은 점 : 어제 쓰기 문제에서 출제진들이 준비한 ‘장맛비’ 외에 ‘장마철’을 복수 정답 처리하는 장면이 나왔다. 아주 좋은 일이다. 예전에는 이러한 경우에 녹화를 중단하고 출연자들에게 상황을 설명한 뒤, 다시 그 정답을 말하게 하여 녹화를 해서 내보냈는데, 이제는 시청자들도 유사 답을 말했을 때 어떻게 처리되는지를 알 수 있게 되었다. 예전처럼 방송분만 보면 자신의 답이 오답인 것으로 여길 사람들에게도 복수 정답이 있을 수 있음을 공개적으로 알려주었다는 점에서 아주 좋은 일로 여겨진다.
-출제된 낱말 관련
. 처음으로 선을 보인 낱말 : ‘거리낌/여남은/가능성/얼낌덜낌/회까닥/삽질/옥토끼/뜨내기표/무릎도리/강기침/기침머리/인사체면/체면치레’
. 재활용 낱말들 중 주목할 만한 것들 : ‘저울질/번지수/번개시장/개부심/도담도담/무람하다’
이번에 출제된 낱말 중에는 아주 희한한 것들이 있었다. 내가 잘못 들은 건지는 몰라도 ‘강기침머리/인사체면치레’와 같은 말들이 그것이다. 이 말들을 표준국어대사전을 검색해 보면 나오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말들은 신조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법에는 맞는다.
즉, ‘기침머리’라는 낱말에 쓰인 ‘-머리’를 ‘강기침(마른기침)’에 결합한 말이 ‘강기침머리’다. 즉, 복합어다. ‘인사체면치레’ 역시 비슷하다. ‘-치레’는 접미사인데 ‘인사체면’이란 말에 붙인 것으로 이 또한 복합어다. 사전에는 올라와 있지 않지만 조어법에 어긋나지 않는 말들이다. <= [추기] 여러 사람의 의견을 들어보니, 내가 잘못 듣거나 본 모양이다. 각각 '강00, 00머리'와 '인사00, 00치레'에 공통으로 들어가는 말을 출제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위에 적은 것처럼 '강기침머리'나 '인사체면치레'라는 말도 조어법에는 맞는 말이어서 쓸 수 있는 말이라는 것. '-머리'는 현재 명사로만 규정되어 있어서 '강기침머리'는 합성어가 되고, '인사체면치레'는 파생어로 성립되는 말이다. 좀 더 자세한 것은 문제 풀이에서 다루기로 한다.
물론 이러한 말들은 출연자들이 달인 출신들이기 때문에 이 정도의 고난도 낱말을 내놓아도 능히 소화(?)해 낼 수 있으리라 생각했을 듯도 한데, 일반 출연자들에게는 버거운 과제라 아니할 수 없다. 출연자들 모두가 ‘부동표(浮動票)’를 뜻하는 ‘뜨내기표’를 즉시 조립해낸 인애 님 수준에 어금버금한 수준들이라는 건, ‘강기침머리’에 쓰인 ‘기침’을 답한 것만 보아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달인들에게나 가능한 일이었지만.
- 쓰기 문제 : 쓰기 문제가 여전히 4문제 출제되었는데(‘회까닥/장맛비(장마철)/옥토끼/끄르다’), 다룬 분야와 방식 면에서 예전과는 차이가 있었다. 그럼에도 ‘회까닥’과 ‘끄르다’는 여전히 맞춤법 문제였고, 몸풀기 문제에서 함정으로 나온 ‘꺼리낌(x)/거리낌(o)’도 맞춤법 문제. 십자말풀이에서의 '구태어(x)/구태여(o)'도 맞춤법 실력을 필요로 하는 문제였다.
전과 크게 달라진 것은 ‘연상 쓰기’라는 게 새로 도입된 것. 연상 쓰기 문제는 앞서 설명한 것처럼 예전의 2단계 음절 조합 문제와 흡사하지만, 제시어가 한꺼번에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순차적으로 주어지며, 정답을 맞히는 경우에도 멈추는 점수대에 따라 점수를 얻는 방식. 이 연상 쓰기 문제가 향후 우승자 결정에 어쩌면 크게 영향을 미치게 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어제 인애 님은 ‘장맛비(장마철)’에서 홀로 0점을 얻어 결국 조기 낙마했다.
- 속담/관용구/부사(형)/형용사 : 골고루 포괄적으로 출제되었으며 관용구가 4문제나 나왔고, 속담도 빠지지 않았다. 부사(‘구태여/회까닥/도담도담’), 형용사(‘무람하다’), 사이시옷 관련(‘번짓수(x)/번지수(o)’) 등으로 폭넓게 출제되었고, 한자어 문제들도 대체로 일상생활에서도 많이 쓰이는 생활어 중심이어서 애 먹이는 게 없었다. 이러한 한자어 출제 수준/방향이 홀수 회에서도 그대로 이어지리라는 보장은 없지만.
-시청률 : 6.1%(1월4일) ->5.3%(1월11일) ->6.8%(1월18일) ->5.2%(1월25일) ->6.1%(2월1일) ->6.3%(2월8일) ->5.4%(2월15일) ->7.4%(2월22일)
어제 처음으로 7%대로 올라섰다. 일요일 오전대로 편성 시간이 바뀐 이후로 처음 있는 일. 아무래도 설 연휴 덕분이 컸을 듯하고, ‘왕중왕전’이라는 타이틀 덕분이 아니었을까. 그러지 않았기를 바라지만.
진행 방식 변경 관련 얘기가 길었다. 문제 풀이는 다음 편으로 미룬다. [계속]
우리말 겨루기 557회 (0) | 2015.03.02 |
---|---|
우리말 겨루기 556회(2) : 왕 중 왕전 (0) | 2015.02.24 |
우리말 겨루기 555회(2) (0) | 2015.02.17 |
우리말 겨루기 555회(1) (0) | 2015.02.16 |
우리말 겨루기 554회(2) (0) | 2015.02.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