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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다 만 사랑 같은 비 - 호들갑에는 감질 안 내기

[내 글]슬픔이 답이다

by 지구촌사람 2015. 6. 14.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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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다 만 사랑 같은 비/최종희

        -호들갑에는 감질 안 내기

 

오늘 아침 5시 무렵, 이곳 파주에는 굵은 빗방울 소리가 찾아왔다.

후드득 탁탁, 툭툭 툭툭툭툭...

얼른 손을 내밀어 빗방울을 맞아들이니 손바닥이 아리하다.

 

쩍쩍 갈라진 논바닥 사이로 그 빗방울들이 꽂히는 그림이 떠올랐다.

내 속이 후련해져 왔다.

낡은 우산살쯤은 꺾여도/부러져도 좋은 일.

 

그런 소리가 한 30분쯤이나 계속되었을까.

멈췄다. 갑자기. 몹시 아쉽고 서운하다.

마치 하다 만 사랑처럼.

논바닥들도 그랬으리라.

 

그래도, 그 뒤로도 간간이 여린 빗방울은 이어졌다.

옹자물(도랑 같은 데에 조금 괸 물)에 낙서를 해대듯이.

반시간쯤 더, 새로 내리는 빗물들이 괸 물들과 놀았다.

 

                           *

오늘 아침 같은 비는 자연의 호들갑만 같다.

순간적으로 온 세상을 향해 시원스레 내뱉는 소리만으로도.

 

자연의 호들갑은 길지 않다.

그리고 그건 정직한 예고편인 경우가 흔하다.

대체로 그 결과가 짐작되거나 읽힌다. 올곧고 정직하다.

천둥 번개가 비를 몰고 올 때처럼.

나무들의 온몸 막춤은 폭풍우의 전조인 것처럼.

 

인간의 호들갑은?

그건 속 들여다보이는 얕음일 때가 대부분이다.

수선스러워 시끄럽고, 들뜨다 보니 차분한 생각들은 빠진다.

메르스 앞에서도 그렇다.

 

공영방송이 방송하는 메르스 예방법은 또 다른 겁주기.

메르스 공포 확산 보조제나 마찬가지다.

 

예방법과 함께, 감기의 하나일 뿐이라고

수많은 감기 바이러스 중에서 그 모양에서 이름을 딴 코로나바이러스일 뿐이라고

그래서, 건강한 사람들은 설령 메르스에 걸리더라도

감기 치료를 하듯 제대로 치료만 받으면 나을 수 있는 것이라는

그 간단한 치료 얘기는 쏙 빼놓는다.

 

불행히도 돌아가신 분들은 어차피 넘어지실 일이지만,

죄송하게도 그리고 불운하게도,

하필 그분들 앞에 메르스라는 돌부리가 솟아나서였을 뿐이라는 걸

머리 있는 사람들은 죄다 알고 있는데, 그런 얘기들은 빠진다.

예의도 차릴 때 차려야 하는 법, 아닌가.

 

감기에 걸렸다고/걸린다고 온 나라 사람들을 들쑤셔

떠들어대기만 한 적은 이 나라에 역사상에 없다.

 

감염자 수 방송에는 매 시간마다 목청을 돋우면서,

완치 퇴원자 수 얘기는 하루에 겨우 몇 번도 안 된다.

 

어제 중앙일보의 논설을 보니 희한한 얘기가 있었다.

메르스가 번지기 시작했을 때

여당이 당정협의를 열자고 하자 대통령은 그 제의를 단칼에 자르고

홍보 수석은 여당 원내대표를 헐뜯기 위해

언론사들에 전화하기에 골몰하고 있었다는 거다.

 

온 국민을 볼모로 삼는 메르스보다도

대통령의 심기를 불편하게 한 <국회법>이 그들에겐 더 높은 값이었다.

대통령의 기분 하나가 다른 그 무엇보다도 최우선 순위에 못 박혀 있었다.

단순히 한 사람일 뿐이기도 한 대통령의 기분 나쁨 하나가

온 국민의 근심 걱정거리보다도 더 위에서 군림하는 나라.

 

                                    *

오늘 아침에 내리다 만 비.

하다 만 사랑만 같아서 감질나는 비.

 

감질나다를 손바닥에 올려놓고 뒤적거려본다.

바라는 정도에 아주 못 미쳐 애가 타다이다.

 

좋은 일로만 감질내면서 살 수는 없을까.

오늘 아침의 비 앞에서처럼.

 

좋은 사람들이 몸수고로 이뤄내는 좋은 일들과

좋은 사람들의 고운 마음 씀씀이로 번지는 아름다운 얘기들과

사랑하는 이가 내뿜는 살맛나는 생력소 앞에서는

무턱대고, 실컷, 한껏 감질내고 싶다.

 

그런 애 태우기라면 기꺼이 내 안을 홀랑 태워도 좋으리니...

뜨겁게 더 뜨겁게 태워 달라고 내 안을 활짝 열어젖히고

맨발로 뛰어가리라.

아니, 발가벗고라도 뛰어가리라.

오늘 같이 비오는 날이면 더욱.

 

수주 선생이 비 오는 날

홀딱 벗은 채 소 등에 올라 혜화동까지 입성하셨듯이. 하하하. [June 2015]

                                                                - 溫草

 

 

뜬금없이 웬 군인? 게다가 별을 단 여자 사진이냐고들 할지도.

미국에서는 40여 년전인 1970년부터 (우리나라는 2008년부터)

여성 장군들이 배출되었는데, 사진 속의 Ann. E. Dunwoody(1953~)

4성 장군.

 

뉴욕주립대 출신의 학사 장교인데

그녀의 4성 장군 진급 원인 중 하나로 적시된 내용이 흥미롭다.

합리적이고 인간 지향적인 리더십의 소유자로서, 그녀의 추종자(follower)

대부분이 훗날 빼어난 지휘관으로 양성된 공이 크며...‘

 

문득, 요즘같이 답답할 때면 저 합리적이고 인간 지향적인 리더십이라는

낱말이 그리워진다.

(그녀는 뉴욕 양키즈 팀의 팬들이 뽑은,

 개막식에 초청하고 싶은 인사 1위에 올라 야구장에도 갔다.

군인이 그곳 야구장에, 그것도 개막실 날 초청된 건 그녀가 유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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