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4회(2016.2.8.) 우리말 겨루기 : 설맞이 연예인 특집
-또순이 조갑경 월등한 성적으로 우승하다!
□ 무대 위에 선 사람들
이광기(탤런트/배우), 조갑경(50살. 가수/주부), 황현희(37살. 개그맨), 안영미(34살. 개그우먼)
출연자 중 앞의 두 사람은 알겠는데, 뒤의 두 사람은 난생 처음 이름과 얼굴을 대했다. 하기야, 내가 개그 프로그램을 졸업(?)한 지 15년이 넘으니, 40대 미만의 개그계 종사자들은 전혀 모른다. 개그계뿐만 아니라 탤런트/배우/가수 모두 그렇지만.
티브이 볼 시간이 넉넉지 않기도 하지만, 시간이 있을 경우에도 지상파 프로그램엔 아예 눈길을 주지 않는다. 채널을 돌렸다가도 몇 초도 머물지 못하는 일들이 반복되곤 해서다. 취향 탓이지만, 난 시청 시간이 있으면 FBI 프로파일러 시리즈나 의미 있게 제대로 만든 중국 사극, 산에 들어가 살고 있는 이들을 다루는 ‘오지’ 프로그램이나,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여러 하부 장르 프로그램 따위를 본다.
프로파일러 시리즈는 말미에 인용되는 명구(名句)들을 챙기는 게 쏠쏠한 재미였는데, 요즘 시간대가 안 맞는 건지, 보기가 어렵다. 대신 ‘메이저 크라임(Major Crime, 중[범]죄)’을 본다. 시나리오 작가들의 노고가 배어 있음이 느껴질 정도로 대사들이 탄탄해서다. 내가 대놓고 싫어하는 건 티브이 화면에 한 시간을 투자(?)해도 빈손으로 나와야 하는 것들. 배움/감동이 없는 프로그램에 코 박는 일은 내게 고문이다. 그걸 보고 있는 동안 은근히 부풀어 오르는 짜증을 내내 참고 있어야 하므로.
삼천포에서 원위치로! 출연자들을 보며, 처음에는 뭔가 신진들에게 놀라운(?) 잠재력이 있어서 출연시킨 줄 알았다. 하지만, 프로그램 중반 이후로는 내가 지녀 온 조갑경에 대한 신뢰(?)가 나를 배반하지 않았다. 아니, 또순이와 ‘똑순이’를 겸하고 있는 그녀의 실력 앞에 도리어 놀라고 말았다.
이곳의 여느 우승자 못지않을 우리말 실력자였다. 우승자들과 겨뤄도 손색이 없을 정도. 준비 시간을 조금만 넉넉히 갖는다면 현재 수준의 출제에서는 너끈히 달인에 오르고도 남을 만한 빼어난 실력을 갖추고 있었다. 그것이 평소 실력이라면 더욱더 놀라운 일이고... 명예 달인 도전 문제에서도 딱 두 군데에서만 실수했다. 출제 수준이 일반인들과 비교해서 낮은 편이 아니었음에도.
[주 : 현재 사전에 ‘또순이’는 보이는데, 똑똑함을 강조해서 귀엽게 이르는 ‘똑순이’는 아직 표제어에 오르지 못했다. 표준국어대사전이 챙겨서 보완해야 할 말들이 내가 뽑은 것들만도 200여 개가 넘는다.]
□ 되돌아보며 공부할 것들
그럼에도 어제의 프로그램에 등장한 말들 중 몇 가지는 되돌아볼 만했다. 특히 쓰기 문제로 나온 것들은 일상적으로 흔히 틀리기 쉬운 것들이었고, 낱말 중 일부는 다시 짚고 가도 될 것들이 보였다. 특히 자물쇠 문제에서는 여전히 주목할 만한 것들이 나왔다. ‘거덜/털털이/잠꼬대’ 등이 그것이었는데, 그런 낱말들을 몇 개만 훑어보기로 한다. 이 중에서 ‘털털이’만 처음으로 선을 보인 말.
1) 공부해 두어도 좋을 말들
-까치설날
이 말과 ‘작은설’은 동의어다. 함께 익혀 두시면 좋다. 관련어로는 ‘까치두루마기’도 있다.
까치설날•? ≒까치설. 어린아이의 말로, 설날의 전날 곧 섣달 그믐날을 이르는 말.
작은설? ①설 하루 앞의 날. 섣달 그믐날을 설에 상대하여 이르는 말. ②예전에, 동지를 설에 상대하여 이르던 말.
섣달그믐? 음력으로 한 해의 마지막 날. [주의] ‘날’이 붙으면 ‘섣달 그믐날’
까치설빔? 까치설날(≒작은설. 섣달그믐)에 입는, 아이들의 설빔.
까치두루마기•? 까치설빔으로 주로 남자아이들이 입는 오색 두루마기. 요즈음에는 설날뿐 아니라 다른 명절이나 아기의 돌에도 입음.
까치설빔? 까치설날(≒작은설. 섣달그믐)에 입는, 아이들의 설빔.
섣달그믐? 음력으로 한 해의 마지막 날. 한 단어임!
섣달받이? 음력으로 섣달 초순에 함경도 연안에 몰려드는 명태의 떼.
동지받이•? 동짓달 보름께에 함경도 바다로 몰려드는 명태의 떼. 볼이 붉고 등이 넓으며 알배기가 많다.
-거덜
아래에서 보듯, 아직 ‘거덜나다’는 표제어로 보이지 않는 말. 아무래도 ≪표준≫의 실수인 듯하다. 조어법상으로도 흠이 없기 때문에 표제어에 등재되어야 할 말이다.
거덜1•? ①재산/살림 같은 것이 여지없이 허물어지거나 없어지는 것. ②옷/신 같은 것이 다 닳아 떨어지는 것. ③하려던 일이 여지없이 결딴이 나는 것. ☜[주의]거덜 나다 : ‘거덜나다’는 표제어에 없는 말. ‘거덜(이) 나다’로 써야 함. 그런데, ≪표준≫의 뜻풀이에서 ‘거덜나다’는 표현을 자주 사용하고 있음. ≪표준≫의 실수!
결딴나다? ①어떤 일/물건 따위가 아주 망가져서 도무지 손을 쓸 수 없는 상태가 되다. ②살림이 망하여 거덜 나다.
날나다? ①짚신 따위가 닳아서 날이 보이다. ②일이 거덜 나다.
패하다[敗-]? ①살림이 거덜 나거나 망하다. ②몸/얼굴이 여위고 안되게 되다.
뽕빠지다? 소득은 없이 손실이나 소모되는 것이 많아 거덜 나다.
닳아나다? 갈리거나 오래 쓰여서 어떤 물건이 낡아지거나 크기 따위가 줄어들다.
달창나다? ①물건을 오래 써서 닳아 해지거나 구멍이 뚫리다. ②많던 물건을 조금씩 써서 다 없어지게 되다.
단물나다? 옷 따위가 낡아 물이 빠지고 바탕이 해지게 되다.
거덜2? 조선조에, 사복시에 속하여 말을 돌보고 관리하는 일을 맡아 하던 종.
거덜마[-馬]? ①조선조에, 궁중의 말을 돌보는 거덜이 타던 말. ②걸을 때 몸을 몹시 흔드는 말.
사복거덜[司僕-]? 배종(陪從)의 옷차림에 벙거지를 쓰고 벽제(辟除)를 하며 권마성(勸馬聲)을 외치던 하인.
-털털이
‘텁텁이’와 동의어다. ‘털털하다’의 유의어들 중에는 까다로운 것들도 제법 있다. 흔히 쓰는 ‘헐하다’의 의미를 제대로 아는 것도 중요하다. 이처럼 접미사 ‘-이’를 붙여 어떠어떠한 사람을 뜻하는 말들이 많은데, 아직 사전에 다 오르지 못한 상태. 예컨대, ‘덩달이/투덜이’ 등이 그러한 상태인데, 사전에 오르지 못했어도 쓸 수 있는 말들이다. 사전이라고 해서 모든 파생어들을 게재하지 못하기 때문. ‘절름발이/애꾸눈이/멍청이/똑똑이/뚱뚱이/딸랑이/덜렁이/짝짝이’ 등은 표제어로 등재되어 있다.
털털이•1≒텁텁이? 하는 짓/성격 따위가 까다롭지 아니하고 소탈한 사람.
텁텁이? 까다롭지 아니하고 소탈한 사람.
털털스럽다? 보기에 하는 짓/성격 따위가 까다롭지 아니하고 소탈한 데가 있다.
털털이2? 몹시 낡고 헐어서 털털거리는 소리를 내는 수레/자동차 따위.
어숭그러하다? ①일이 꽤 잘되어 있다. ②그리 까다롭지 아니하고 수수하다.
숭굴숭굴하다? ①얼굴 생김새가 귀염성이 있고 너그럽게 생긴 듯하다. ②성질이 까다롭지 않고 수더분하며 원만하다. [주의] ‘숭글숭글하다’는 잘못.
수수하다? ②사람의 성질이 꾸밈/거짓이 없고 까다롭지 않아 수월하고 무던하다.
수월하다? ①까다롭거나 힘들지 않아 하기가 쉽다. ②말/태도 따위가 아주 예사롭다. [유]손쉽다/무난하다. ¶수월수월하다/수월스럽다?
헐하다[歇-]? ②일 따위가 힘이 들지 아니하고 수월하다. ③대수롭지 아니하거나 만만하다.
털털하다? ①사람의 성격이나 하는 짓 따위가 까다롭지 아니하고 소탈하다. ¶털털이?. ②품질 따위가 그리 좋지도 아니하고 나쁘지도 아니하다.
텁텁하다? ④까다롭지 아니하여 무던하고 소탈하다. ¶텁텁이?. ⑤날씨가 몹시 후터분하다. ⑥성격/행동이 찬찬하지 못하고 아기자기한 맛이 없다.
-잠꼬대
‘군소리/두말’ 등도 함께 공부해 두어야 할 말들. 내 사전을 갖고 계신 분들은 이참에 한 번 더 훑어두시기 바란다. 분량 관계로 전재는 생략한다.
잠꼬대•? ①잠을 자면서 자기도 모르게 중얼거리는 헛소리. ②사리에 맞지 않는 말의 비유. ☞‘군소리/두말’ 참조.
헛소리? ①실속이 미덥지 아니한 말. ②잠결/술김에 하는 말. ③앓는 사람이 정신을 잃고 중얼거리는 말.
고려 적 잠꼬대 (같은 소리)? (비유) 현실과 전혀 동떨어진, 말 같지 아니한 소리.
꿈에 넋두리로 안다• ? 잠꼬대와 같은 소리로 취급하여 대수롭지 않게 여김을 비꼬는 말.훝부터 다루고 독특한 분들이 출연하셨다. 하기야, 이 프로그램에 출연자로 선정되는 분들치고, 시쳇말로 소설 한 권 정도의 사연을 지니지 않은 분들이 드물지만. 때로는 삶의 궤적 자체가 한 권의 수필집인 분들도 계시고.
2) 맞춤법 관련 낱말들
‘헹가래/왠지/갖은 양념/족집게’ 등인데, 이걸 전부 다 맞힌 이는 조갑경이 유일했다. 일반인 기준 우승자에 못지않거나 그 이상이라 해도 모자라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내 맞춤법 책자의 관련 내용 전재로 설명을 대신한다.
-행가래.행가레.헹가레(x)/헹가래(o)
◈빨래할 때는 잘 행구는 게 제일 중요 : 헹구는의 잘못. ←헹구다[원]
행가레질/행가래질 할 때도 뜻이 맞아야 해 : 헹가래질의 잘못.
[참고] 우리말 중 ‘헹-’이 쓰인 말은 ‘헹구다/헹가래/헹가래질/헹글하다’ 정도이며, 이때의 ‘헹-’은 ‘헹구다’에서 보듯 (좌우로) 흔드는 것을 뜻함.
[암기도우미] 가래질하듯(‘가래’) 좌우로 흔드니까(‘헹’), 헹+가래.
헹구다≒헤다? 물에 넣어 흔들어 씻다. 물을 넣어 젓거나 흔들어 씻다. 흔히 세제 따위를 이용하여 한 번 씻은 것을 다시 씻는 것.
헹글하다? 입거나 끼우는 것이 커서 들어맞지 아니하고 헐겁다. ¶헹글헹글?
-웬지(x)/왠지(o)
◈웬지 눈물이 날 것 같아요 : 왠지의 잘못. ⇐‘왠지’는 ‘왜인지’의 준말.
이거 웬지 으시시하다보니 으실으실해지는데 : 왠지 으스스하다보니, 으슬으슬의 잘못.
웬지 기분이 이상하다 : 왠지의 잘못.
[설명] ‘왠지’는 ‘왜인지’의 준말로서, ‘왜 그런지 모르게. 또는 뚜렷한 이유도 없이’를 뜻하는 부사. 즉, ‘왠지’는 이유와 관련된 ‘왜’에서 나온 말이며, ‘웬’은 뜻밖의 일이 일어나거나 일이 기대하던 바와 다르게 전개될 때 ‘어찌 된’이나 ‘어떠한’의 의미로 쓰는 관형사. 복합어를 만들기 위해 ‘웬+지’ 꼴을 이루더라도 의미가 없음. 복합명사로는 ‘웬일/웬셈’ 정도. ‘웬 떡이냐’에서도 관형사. 다만, 복합어로서 ‘웬만치≒웬만큼’은 한 낱말의 부사이며, ‘웬걸’은 감탄사.
◈와, 이게 웬떡/왠떡이냐? : 웬 떡의 잘못.
웬 일은 무슨 웬 일? 예사 일이지 : 웬일, 예삿일의 잘못.
[설명] ‘웬’은 관형사인데, 복합어로는 ‘웬일/웬셈/웬걸?/웬만큼≒웬만치?/웬간(어근)’ 등이 있고, 그 밖의 경우는 관형사로 기억해 두면 도움이 됨.
[참고] 웬일인지(o); 왠지(o)/웬지(x).
[주의] ‘예삿일’과 달리 ‘예사말(例事-)/예사소리/예사내기’ 등은 사이시옷이 없음. 특히, ‘예사말{예ː사말}/예사소리{예ː사소리}’의 발음 주의. ☞♣사이시옷에서 주의해야 할 말들 항목 참조.
웬? ①어찌 된. ¶웬 영문/- 까닭/- 걱정/- 날벼락/- 눈/- 돈/- 걸음/- 물인지 모르겠다. ②어떠한. ¶웬 낯선 사내와 마주치다; 웬 놈이야, 떠드는 놈이?
웬셈? 어찌 된 셈.
-갖은양념(x)/갖은 양념(o)
갖은? 골고루 다 갖춘. 또는 여러 가지의.
갖은것? 가지가지의 것. 고루고루 다 갖춘 것.
갖은삼거리[-三-]? 말안장에 장식한 가슴걸이와 그에 딸린 여러 가지 부속품.
갖은소리? ①쓸데없는 여러 가지 말. ②가진 것도 없으면서 가진 체하며 뻐기는 듯이 하는 말.
갖은색떡? 꽃, 용, 새 따위의 갖가지 모양을 만들어 붙인 색떡
갖은방물[-方物]? ‘갖은색떡’의 잘못!
갖은양념? ‘갖은 양념’의 잘못. ‘갖은양념’은 한 단어가 아님.
양념장[-醬]? 갖은 양념을 한 장.
-쪽집개.쪽집게(x)/족집게(o)
◈그 사람 쪽집게일세그려 : 족집게의 잘못. ☜[암기도우미] 보이는 족족 뽑으므로 ‘족-’. ‘쪽집게’는 잘못. 단, ‘쪽가위’.
족집게장님? 길흉을 점칠 때 남의 지낸 일을 잘 알아맞히는 영험한 맹인(盲人).
□ 달인 도전 문제 :
문제 풀이를 생략한다. 대체로 기본적인 것들이기도 하지만, 대부분 이곳 문제 풀이에서 다룬 것들이거나 어슷비슷하게라도 맛본 것들. 게다가 오늘은 설 연휴 중의 하루. 새벽 시간 이후의 시간들은 가족들과 함께해야 점심 저녁을 얻어먹는다. 하하하.
맛있는 설, 재미있는 설날, 그리고 가족/친지/벗들과 더욱 화목해지는 그런 명절 연휴가 되시기를 빈다. [끝]
<고급 한국어 학습 사전> 2015 개정판
-우리나라의 중대형 종이 국어사전 중 유일하게 2000년대 이후의
<표준국어대사전> 수정 내용을 반영한 사전. 2015년 3/4분기까지의
변경 내용이 담겨 있다. 300여 어휘가 이에 해당된다.
여타 사전들은 개정판이 아니라 단순히 증쇄(늘려 찍어내기)만 한 것들.
안타깝게도, 대형 출판사들의 국어사전 편집팀들이 해체된 지도 10여 년이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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