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5회(2016.2.15.) 우리말 겨루기(2)
-2년 반 만의 재도전, 이선0 님의 우승을 축하합니다!
□ 달인 도전 문제
1편에서 간단히 언급했지만, 이번 회의 문제들은 무척 까다로웠다. 어느 것 하나 대충 공부해서는 제대로 정답을 맞힐 수 없는 것들인데다, 공부하지 않은 사람은 한 문제도 제대로 찍을(?) 수 없을 정도로 은근히 까다로웠다.
문제 유형도 복합적인 편. 복합어 구분 문제가 4문제(‘쏜살같다/납덩이같다/달려 나오다/갖은것’), 단모음 표기 규정의 예외적 낱말(‘강퍅’), 연결어미 형태와 조사 결합형의 구분 문제 (‘있음에/있으매’), 사이시옷 문제(‘먼젓번’) 등이 각각 1문제였고, 올바른 표준어 표기 문제(‘마뜩잖게/알맞추’)가 2문제였다.
게다가 문맥상 부적합하여 정답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것들, 즉 부사 ‘이따가’와 용언 활용형 ‘있다가’의 용례 및 뜻 구분 문제와 사투리인 ‘솔찬히/솔찮이’까지 배치되어 자칫하면 함정에 빠질 수도 있었다.
- 출제된 문제 : 나를 _____ 여기는 ____한 상사에게 종일 시달려 온몸이 ____ . 집에 들어가니 ____ _____ 아내가 _____에 담가 놨던 ____ 익은 김치와 맛있는 _____들로 한 상 차려 놓았다며 나를 반긴다. 아내가 ____ 오늘도 힘이 났다.
- 주어진 말들 : 쏜 살 같이/쏜 살같이/쏜살 같이/쏜살같이; 있음에/있으매; 마뜩잖게/마뜩찮게; 강팍/강퍅; 납덩이같다/납덩이 같다; 이따가/있다가; 먼저번/먼젓번; 솔찬히/솔찮이; 갖은것/갖은 것; 알맞추/알맞춰; 달려나온/달려 나온
- 정답 : 나를 마뜩잖게 여기는 강퍅한 상사에게 종일 시달려 온몸이 납덩이같다. 집에 들어가니 쏜살같이 달려 나온 아내가 먼젓번에 담가 놨던 알맞추 익은 김치와 맛있는 갖은것들로 한 상 차려 놓았다며 나를 반긴다. 아내가 있으매 오늘도 힘이 났다.
문제 풀이는 내 책자 <달인의 띄어쓰기.맞춤법>과 <고급 한국어 학습 사전>의 해당 부분 전재로 대신한다.
-쏜 살 같이/쏜 살같이/쏜살 같이/쏜살같이; 납덩이같다/납덩이 같다;
이 문제들 또한 이곳 문제 풀이에서 두어 번 이상 다뤘던 것들이다. 최근에도 형용사로서 쓰이는 ‘같다’(이 경우는 반드시 띄어 적어야 한다)와 복합어 접사로서의 ‘-같다’ (이 경우는 접사이므로 반드시 앞말에 붙여 적는다)를 다룬 바 있다. 명사 뒤에 접사로 붙는 ‘-같이’와 더불어.
이와 관련된 전반적인 설명은 분량이 많다. 해당되는 부분만 전재한다. 내 책자를 갖고 계신 분들은 이와 함께 그 아래에 있는 것들과, ◈[고급]♣‘같이’와 ‘같은/같다’의 띄어쓰기 항목도 이참에 한 번 더 훑어 두시기 바란다.
◈[고급]♣‘-같다’가 명사 뒤에 붙어 만들어진 복합어들 : 띄어 쓰면 잘못.
[예제] 아 정말 개코 같아서. 더럽다 더러워 : 개코같아서의 잘못. ⇐한 낱말.
좆[개좆] 같은 인생이로군 : 좆[개좆]같은의 잘못. ⇐한 낱말.
아 개떡같은 인생이야 : 개떡 같은의 잘못. ⇐두 낱말.
그는 대쪽같은 사람이야 : 대쪽 같은의 잘못 ⇐두 낱말.
그는 번개같은 한 방으로 끝장을 냈다 : 번개 같은의 잘못. ⇐두 낱말.
○-같다 : 감쪽같다/감태-/개좆-/개코-/굴뚝-/굴왕신(屈枉神)-/귀신-/금(金)쪽-/꿈-/끌날-/납덩이-/다락-/당금(唐錦)-/댕돌-/득달-/득돌-/떡판-/똑-/뚱딴지-/목석-/무쪽-/바둑판-/박속-/벼락-/벽력-/분통(粉桶)-/불-/불꽃-/불티-/비호-/생(生)때-/생(生)파리-/성화(星火)-/신청부-/실낱-/쏜살-/악착-/억척-/옴포동이-/왕청-≒왕청되다/장승-/전반(剪板▽)-/좆-/주옥-/쥐좆-≒쥐뿔-/찰떡-/철통(鐵桶)-/철벽-/철석-/철화(鐵火)-/추상-/하나-/한결-.
①띄어 써야 하는 말들 : 흔히 쓰는 ‘대쪽같다/번개같다/지랄같다/개떡같다’는 없는 말. ‘대쪽 같다, 번개 같다, 지랄 같다, 개떡 같다’의 잘못. ‘개똥같다/둥덩산같다/호박같다’ 역시 잘못. 없는 말. 모두 띄어 써야 함. 그 밖에 띄어 써야 하는 말들. <예>가시 같다/감방 -/강철 -/개 -/개돼지 -/개미 떼 -/개 -/발싸개 -/거미줄 -/거울 -/거인 -/거지 -/거지발싸개 -/거짓말 -/거품 -/걸레 -/곤죽 -/하늘-.
②‘-같다’가 붙어 만들어진 파생어들은 이미 형용사이므로, ‘~같은’의 꼴로 활용할 때에도 띄어 쓰지 않지만, 파생어가 아닌 것들은 반드시 띄어 적어야 함! ¶도둑놈같은 소리만 하고 있네(x) →도둑놈 같은 소리만 하고 있네(o); 굴왕신 같은 차림새(x) →굴왕신같은 차림새(o).
③파생어들은 모두 접미어 ‘~같다’를 ‘~같이’로 바꾸면, 부사어가 됨. 그러나 아래의 세 낱말은 ‘~같다’형의 형용사가 없이 부사로만 쓰임.
이같이/그같이/저같이? 이/그/저 모양으로. 이렇게/그렇게/저렇게. 각각 ‘이와 같이/그와 같이/저와 같이’의 준말. [주의]다같이(x)/다 같이(o)
새벽같이? 아침에 아주 일찍이.
딴통같이? 전혀 엉뚱하게.
[주의] 위와 같이 ‘~ 같은’의 꼴일 때는 띄어 쓰지만 ‘명사+-같이’의 꼴로 부사어로 쓰일 때는 붙여 적음. 이때의 ‘-같이’는 명사 뒤에 붙어 부사 기능을 만드는 격조사이기 때문. 즉, ‘꽃같이, 얼음장같이, 도둑놈같이, 번개같이’로 붙여 적음. ☞‘같이’와 ‘같은/같다’의 띄어쓰기 항목 참조.
같이? ①‘앞말이 보이는 전형적인 어떤 특징처럼’의 뜻을 나타내는 격조사. ¶얼음장같이 차가운 방바닥; 눈같이 흰 박꽃; 소같이 일만 하다; 나같이 해도 돼; 마음같이 그리 쉽게 될까. ②앞말이 나타내는 그때를 강조하는 격조사. ¶새벽같이 떠나다; 매일같이 지각하다. 즉, 격조사이므로 당연히 체언에 붙여 쓰고, ‘~같은’의 꼴로 활용하지는 못함.
<뜻풀이에 유의해야 할 말들>
감태같다? 머리털이 까맣고 윤기가 있다.
끌날같다? 씩씩하고 끌끌하다.
분통(粉桶)같다? (비유) 도배를 새로 하여 방이 아주 깨끗하다.
댕돌같다? ①물체/몸이 돌과 같이 야무지고 단단하다. ②기세 따위가 아주 강하다.
신청부같다? ①근심/걱정이 너무 많아서 사소한 일을 돌아볼 여유가 없다. ②사물이 너무 적거나 모자라서 마음에 차지 아니하다.
왕청같다? ≒왕청되다(차이가 엄청나다).
득돌같다? ①뜻에 꼭꼭 잘 맞다. ②조금도 지체함이 없다.
생(生)때같다? 몸이 튼튼하고 병이 없다. [유]건강하다
생(生)파리같다? ①남이 조금도 가까이할 수 없을 만큼 까다롭고 쌀쌀하다. ②이곳저곳으로 곧잘 나다니며 한곳에 점잖게 있지 못하는 면이 있다.
떡판(板)같다? (비유) 굳세고 든든하다. 크고 넓적하다.
전반(剪板▽)같다? (비유) 머리를 땋아 늘인 여자의 머리채가 숱이 많고 치렁치렁함.
억척같다? 몹시 모질고 끈덕지다. [유]악착같다, 억척스럽다
옴포동이같다? ①어린아이가 살이 올라 보드랍고 통통하다. ②한복 따위에 솜을 두툼하게 두어 옷을 입은 맵시가 통통하다. [주의] ‘옴포동같다’는 잘못!
- 있음에/있으매;
◈나라가[그대가] 있음에 내가 있다 : 있으매의 잘못. ⇐연결어미 ‘-으매’가 적절.
강이 깊음에 큰 고기가 사느니라 : 깊으매의 잘못. ⇐위와 같음.
당신이 있음으로 내가 있다 : 있으므로의 잘못.
[설명] ①어떤 일에 대한 원인/근거를 나타날 때는 연결어미 ‘-으매’를 씀. ‘-(으)므로’ 역시 까닭/근거를 나타내는 연결어미. 그러므로 두 말은 서로 바꾸어 쓸 수도 있으며, 그렇게 바꾸어 뜻이 통하면 ‘-음에’와 ‘-음으로’ 대신 각각 ‘-으매’와 -‘으므로’를 써야 함. ②‘있음에, 있음으로’는 ‘있+음(명사형 어미)+에/으로’의 꼴로서, ‘있음’이라는 명사형에 보조사가 붙은 것. 즉, 위의 예문에서는 ‘있음’이 ‘존재’의 의미로 쓰인 명사형이므로, 그 꼴대로 쓰면 각각 ‘나라가 존재에 내가..., 당신이 존재에 내가...’와 같은 괴상한 문장으로 바뀌게 된다는 걸 떠올리면 기억하기 쉬움.
-마뜩잖게/마뜩찮게;
이 말 역시 이곳 문제 풀이에서 다뤘던 말이다. 이러한 용례로 흔히 출제되는 아래의 것들, 곧 ‘깨끗지/거북지/섭섭지’ 등도 함께 기억하시기 바란다. 내 책자를 갖고 계신 분들은 꼭 ♣어간 ‘-하’의 단축형 항목도 함께 공부해 두어, 어떠한 낱말이 출제되더라도 두려워하지 않게 되시길 빈다.
◈마뜩찮아도 할 수 없어. 그의 말을 따라야 해 : 마뜩잖아도의 잘못.
[설명] 어미 ‘-지’ 뒤에 ‘않-’이 어울려 ‘-잖-’이 되고, 어간의 끝음절 ‘하’가 아주 줄어드는 경우이므로, ‘마뜩하지 않다’와 ‘마뜩하지’의 준말은 각각 ‘마뜩잖다’, ‘마뜩지’의 형태로 적음. 즉, ‘마뜩찮다’가 아님. ⇐어간 ‘하’가 ‘ㄱ/ㅂ/ㅅ'와 같은 무성자음 받침 뒤에서 줄 때의 원칙. [한글 맞춤법 제39항/제40항 붙임2]
[유사] ‘깨끗하지 않다→깨끗지 않다→깨끗잖다’; ‘거북하지 않다→거북지 않다→거북잖다’; ‘섭섭하지 않다→섭섭지 않다→섭섭잖다’. ☞♣어간 ‘-하’의 단축형 항목 참조.
-강팍/강퍅;
이 또한 이곳에서 다뤘던 모음 단순화 표기와 관련된다. 우리 표준어 규정에는 모음 단순화 형태를 표준어로 삼는 것이 기본 원칙으로 되어 있다. 하지만, 예외적으로 인정하는 것들이 적지 않다. 아래에 자세히 설명되어 있으니 잘 익혀 두시기 바란다.
◈♣모음 단순화 형태를 표준어로 삼은 예들 [표준어 규정 제10항]
[예제] 사람이 그리 괴퍅해서야 : 괴팍해서야의 잘못.
미류나무 끝에 걸린 연 : 미루나무의 잘못.
켸켸묵은 얘기를 또 꺼내시나 : 케케묵은의 잘못.
여늬 때와 영 다른 어조로 말을 꺼냈다 : 여느 때의 잘못.
[설명] 위와 같이 모음이 단순화된 형태를 표준어로 삼은 것들 : ‘괴팍하다(o)/괴퍅하다(x) ; -구먼(o)/-구면(x); 미루나무(o)/미류나무(x); 미륵(o)/미력[←彌勒](x); 여느(o)/여늬(x); 온달(o)/왼달(x); 으레(o)/으례(x); 케케묵다(o)/켸켸묵다(x); 허우대(o)/허위대(x); 허우적허우적(o)/허위적허위적(x)’.
[예외] ①‘퍅성[愎性]/퍅하다/강퍅~/암퍅~/오퍅~/한퍅~’과 ‘콩켸팥켸’ 등은 여전히 복모음 인정. ②‘갸-/갹-/뱌-/뱐-/뱝-’ 등을 살려 표기하는 경우 : 갸기≒교기(驕氣)(남을 업신여기고 잘난 체하며 뽐내는 태도); 갸름컁컁하다(갸름하고 파리하다); 갸웃≒갸웃이; 갸자[架▽子](음식을 나르는 데 쓰는 들것)/갸자꾼[架▽子-]; 갹출[醵出]; 뱌비다/뱌비치다(두 물체를 맞대어 가볍게 문지르다)/‘뱌빚-(어근)’; 뱐미주룩하다(어떤 물체의 밋밋한 끝이 조금 내밀어져 있다); 뱌슬뱌슬(착 덤벼들지 않고 계속 슬슬 피하는 모양); 뱐뱐하다(됨됨이/생김새 따위가 별로 흠이 없고 웬만하다); 뱐주그레하다(얼굴 생김새가 그런대로 깜찍하게 반반하다); 뱐죽거리다(반반하게 생긴 사람이 자꾸 이죽이죽하면서 느물거리다)/뱐죽뱐죽; 뱐하다<뺜하다(조금 반하다); 뱝뛰다(깡충깡충 뛰다).
- 먼저번/먼젓번;
기본적인 사이시옷 문제. 발음이 명확하게 [먼저뻔/먼젇뻔]으로 되는 말이기 때문에 사이시옷을 받쳐 표기한다. 사이시옷 관련 사항은 이곳에서 10회 이상 다뤘기에 오늘은 상세 설명을 생략한다.
- 갖은것/갖은 것;
바로 지난 회에 설명했던 말. 한 낱말의 복합어이기 때문에 붙여 적어야 한다. 까다로운 문제 중의 하나였다.
갖은•? 골고루 다 갖춘. 또는 여러 가지의.
갖은것? 가지가지의 것. 고루고루 다 갖춘 것.
갖은삼거리[-三-]? 말안장에 장식한 가슴걸이와 그에 딸린 여러 가지 부속품.
갖은소리? ①쓸데없는 여러 가지 말. ②가진 것도 없으면서 가진 체하며 뻐기는 듯이 하는 말.
갖은색떡? 꽃/용/새 따위의 갖가지 모양을 만들어 붙인 색떡
갖은방물[-方物]? ‘갖은색떡’의 잘못!
갖은양념•? ‘갖은 양념’의 잘못. ‘갖은양념’은 한 단어가 아님.
양념장[-醬]? 갖은 양념을 한 장.
- 알맞추/알맞춰;
‘알맞춰’가 되려면, ‘알맞추다’가 있어야 하는데 이는 없는 말이므로, ‘알맞춰’는 잘못. ‘일정한 기준/조건/정도에 적당하게’를 뜻하는 부사는 ‘알맞추’. 이러한 뜻으로는 ‘알맞게’도 쓸 수 있는 말이다.
◈멋을 낸다고 한껏 갖춰 입은 옷이 되레 꼴불견 : 갖추가 나음.
[참고] 가자미식해가 잔치에 쓰게 알맞춰 익었다 : 알맞추(혹은 알맞게)의 잘못.
[설명] ①‘갖추다’는 ‘의관을/서류를 갖추다’에서 보듯 ‘있어야 할 것을 가지거나 차리다’의 뜻. 위의 문맥으로 보아서는 지나치게 이것저것 입은 걸 뜻하므로 ‘갖추’가 적절함. ‘갖추’의 강조형은 ‘갖추갖추’. ② ‘알맞춰’는 ‘알맞추다’가 없는 말이므로, 잘못. ‘알맞게’나 ‘알맞추’가 적절함.
갖추? 고루 있는 대로. 갖추갖추? 여럿이 모두 있는 대로.
알맞추? 일정한 기준/조건/정도에 적당하게.
- 달려나온/달려 나온
‘달려 나오다’는 한 낱말의 복합어가 아니다. ‘달리다+나오다’의 두 동격 본동사가 활용 형태로 연결되어 있을 뿐이다. 그러므로 띄어 써야 한다.
그러면 보조용언 붙여 쓰기 허용에 해당될 수 있지 않겠느냐고 할지도 모르겠다. 그 또한 아니다. ‘나오다’는 어떤 경우에도 보조용언으로 쓰이지 않는 본동사이기 때문이다. 즉, 위에 설명했듯 본동사로만 쓰일 때는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붙여 쓰기의 대상도 되지 못한다.
‘달려-’가 붙은 복합어는 다음의 세 낱말뿐이다 : 달려가다, 달려오다, 달려들다.
그러면 이처럼 까다로운 복합어들을 죄다 외어야 할까. 아니다. 늘 되풀이해 말했듯, 글자 그대로의 뜻만 가지고 있는 말들은 복합어로 삼지 않는다. 그럴 필요가 없으므로.
- 이따가/있다가; 솔찬히/솔찮이;
이것들은 정답과 무관한 말들이었다. 하지만, 기왕 접한 김에 살펴두는 것도 도움이 된다.
◈[고급]♣‘이따가’와 ‘있다가’
[예제] 지금 바쁘니까 있다가 전화하렴 : 이따가/이따의 잘못.
거기서 이따가 전화해 : ‘이따가’도 가능하지만, 문맥상 ‘있다가’가 나음.
[설명] ①‘지금 바쁘거든. 이따가 전화해’ : ‘이따가/이따’는 ‘조금 지난 뒤에, 조금 있다가’를 뜻하는 부사. ②‘나랑 조금만 여기에 더 있다가 가’/조금 있다가 다시 전화해’. =>이 두 가지 문례로 미루어, ‘이따가(이따)’는 ‘조금 있다가, 잠시 뒤에’라는 추상적인 시간 경과의 뜻을 한 낱말로 압축한 것(부사)이고, ‘있다가’는 ‘있-’이라는 실체적인 행위에 연결어미 ‘-다가’가 붙어 만들어진 전혀 다른 구조의 말. 따라서 이 문례에 쓰인 서술어 ‘있다가’의 자리에 부사 ‘이따가’를 넣으면 전혀 말이 되지 않게 됨을 알 수 있음.
[요약] ‘이따가’는 실체적인 ‘있다’와 무관하게 추상적인 시간의 경과를 주목적으로 하는 부사. ‘있다가’는 연결어미가 쓰인 구체적 서술 기능의 용언 활용형.
◈올해 농사는 솔찮이/솔찬히 재미 좀 봤지 : 적잖이(혹은 꽤, 상당히)의 잘못.
[설명] ‘솔찮이/솔찬히’는 전라도 방언.
[추기] 이 ‘솔찮이’는 사실 표준어로 살려 써도 좋은 말이다. ‘솔다’(공간이 좁다)와 관련되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솔지 아니하다’가 축약 과정에서 촉급화되어 ‘솔찮다’로 굳어지면서, 의미도 ‘솔지 않을 정도로 적지 않다/상당하다/꽤 크다’로 전와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즉, ‘솔지 아니하다’ →(축약 및 촉급화) →‘솔찮다’이므로, 표준어가 될 경우 부사(형)는 ‘솔찮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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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뚱하지만, 고시 공부 얘기 좀 해야겠다. 기본서 얘기를 하기 위해서다. 행시든 사시든 고시 공부를 할 때, 대부분의 수험 준비생들은 과목별로 기본서를 1권씩 정한다. 수많은 책들 중 한 가지를 선택해 그걸 완전히 뗀 후, 그 책에서 모자라거나 누락된 것들을 다른 책/자료 등에서 보충한다. 그렇게 해서 결국 한 권이 된다. 이것은 거의 모든 수험생에게 99.9% 공통적인 공부법이다. 가장 효율적인 것으로 인정되었기 때문이다. 이 책 저 책을 모두 기웃거리는 것은 시간 낭비도 되지만, 근본 줄기를 세우는 데에 도리어 방해가 되거나, 허약한 토대가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시험장에서는 가장 확실하게 익힌 것들만 떠오른다.
어제 2인 대결을 보면서, 이 기본서 생각이 났다. 선녀 님의 경우에는 맞춤법/띄어쓰기 부분에서, 재성 님의 경우는 어휘와 맞춤법 모두에서 기본서가 없거나 잘못된 자료를 기본으로 삼은 듯했다. 1차 도전 때와 비슷한 모습을 보면서 든 생각이다. 두 분 모두 최소한 2년 반 이상 우리말 공부에 매달리셨다. 그런 과정에서 확실한 공부 자료로서의 기본서를 챙기지 않은 건, 몹시 안타까운 일이었다. 선뜻 납득되지 않는다. 효율적인 방법, 고시생들에게서도 검증된 방법인 기본서 챙기기를 하지 않은 연유가 전혀 이해되지 않는다. 그토록 오래 시간과 정열을 쏟아부으면서.
낙방한 고시생들 중 일부는 합격 수기를 읽으며 합격자가 선택한 기본서와 자신의 것을 비교한다. 그리고, 기본서를 바꾸기도 한다. 그러면서 뒤늦게 기본서의 위력을 깨닫는다. 기본서를 여러 번 대하는 사이에 저자의 철학이 저절로 체화되기 때문이다. 공부에서 거두는 알토란같은 부수입 중 하나는 자신의 철학을 가다듬게 되는 일이기도 하다. 그리하여 자신의 옹고집에서 녹까지 벗겨내게 되면 금상첨화이고.
엊그제가 설날이었는데, 벌써 606회가 방영되는 오는 월요일(22일)이 정월 대보름. 해가 바뀐 지 눈 깜짝할 사이에 벌써 2월도 끝판을 향해 간다. 맛있는 대보름맞이를 하신 뒤에 공부들을 이어 가시길. 그동안 겸손하고도 성실하게 우리말 공부에 매진해 오신 분들에게, 그리고 그 대열에 합류하실 모든 분들에게, 행운이 함께하시길 기원한다. [끝]
<고급 한국어 학습 사전> 2015 개정판
-우리나라의 중대형 종이 국어사전 중 유일하게 2000년대 이후의
<표준국어대사전> 수정 내용을 반영한 사전. 2015년 3/4분기까지의
변경 내용이 담겨 있다. 300여 어휘가 이에 해당된다.
여타 사전들은 개정판이 아니라 단순히 증쇄(늘려 찍어내기)만 한 것들.
안타깝게도, 대형 출판사들의 국어사전 편집팀들이 해체된 지도 10여 년이 넘는다.
우리말 겨루기 606회(2) : 노익장 김영용 님의 우승을 축하합니다! (0) | 2016.02.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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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겨루기 606회(1) : 노익장 김영용 님의 우승을 축하합니다! (0) | 2016.02.24 |
우리말 겨루기 605회(1) : 2년 반 만의 재도전, 이선0 님의 우승을 축하합니다! (0) | 2016.02.16 |
우리말 겨루기 604회 : 또순이 조갑경 월등한 성적으로 우승하다! (0) | 2016.02.09 |
우리말 겨루기 603회(2) : 10년 만의 사시 합격자 김영찬 님의 우승을 축하합니다! (0) | 2016.02.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