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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에 물리는 막대기(전지)와 장희빈

우리말 공부 사랑방

by 지구촌사람 2012. 4. 24. 0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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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기] 아래 글은 내가 드나드는 우리말 카페에 우리말 되짚기와 관련하여 늘 좋은 글을 올리고 있는 어느 분의 글을 대하고, 거기에서 언급된 ‘전지’와 장희빈 등과 관련하여 몇 가지를 보탠 것이다.

 

참, 그 글 속에 나오는 아름다운 우리 고유어 '전지'의 의미부터 잠깐 적어야지 싶다. 그 글을 못 본 분들도 계실 터이므로. 사약을 거부하는 장희빈에게 억지로 먹이기 위하여 입에

물렸던 그 막대기, 그게 바로 전지였다.

 

전지 1.아이들에게 억지로 약을 먹이려 할 때 위아래 턱을 벌려 입에 물리는 두 갈래가

          진 막대.

       2.[같은 말] 전짓대(감을 따는 데 쓰는, 끝이 두 갈래로 갈라진 막대).

       3.[같은 말] 전짓다리(삼이나 모시를 삼을 때 쓰는 제구).

 

                                                       *

 

늘 우리말 공부에 필요한 좋은 자료들을 맛깔나는* 글 솜씨로 버무려내는 달인 세무사 철용 님께 감사드린다.

   [* ‘맛깔나다’는 ‘맛깔스럽다’와 같은 의미의 형용사인데, 일부 사전에서는 ‘맛깔 나다’

       로 잘못 띄어 쓴 곳도 있다.]

 

오늘도 우리말 공부에 전념하고 계신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해서, 위 글 속에 나오는 ‘전지’ 및 ‘희빈/소의’와 관련하여 몇 가지 보태기를 한다.

 

1. 하무

 

하무 <역사> 군중에서 병사들의 입에 물리던 가는 나무 막대기. 떠드는 것을 막기

                  위한  것.

 

위에 설명된 것처럼, 이 ‘하무’는 예전에 병사들이 행군하거나 전투에 투입되었을 때 하도 웅성거리고 떠들어서 적군에게 들킬 정도가 되기도 하여 그걸 방지하기 위해서 병사들의 입에 물리던 막대기다.

 

본래, 이 ‘하무’는 ‘함매(銜枚)’라는 한자어에서 온 말로, ‘(입에) 우그려 집어넣는(銜) 판때기(枚)’라는 뜻이다. 그러다 보니, 일부 사전에서는 이 ‘함(銜)’의 의미에 사로잡혀 ‘함우’를 표준어로 잘못 게재하고 있는 곳도 있다. 유명 사전에 속하는 것들에서도 가끔 보이는 실수다.

 

정리하자면, ‘하무’와 ‘함매(銜枚)’는 같은 뜻의 말이지만, ‘함우’는 잘못이다.

 

2. 재갈과 부리망

 

재갈 1. 말을 부리기 위하여 아가리에 가로 물리는 가느다란 막대. 보통 쇠로 만들었다.

        2. 소리를 내거나 말을 하지 못하도록 사람의 입에 물리는 물건.

 

앞서 나온 전지, 그리고 하무/함매와 비슷하게 사람 입에 물리는 막대나 물건 중에 재갈도 있다. 우리가 잘 알고 익숙하게 쓰는 말이기도 하다. 그 본래 의미는 말의 입에 물리는 것이었다.

 

이와 관련하여, 소개하고 싶은 정겨운 우리말이 있다. 바로 ‘부리망(-網)’이라는 말이다. 소를 부릴 때에 소가 곡식이나 풀을 뜯어먹지 못하게 하려고 소의 주둥이에 씌우는 물건인데, 가는 새끼로 그물같이 엮어서 만든다. 농사철이 되어 소를 끌고 들판으로 나가 일을 할 때, 잘 자란 곡식들을 덥석덥석 물어 뜯는 걸 방지하려고 씌웠던 것인데, 요즘처럼 기계화된 세상에서는 새삼 그리워지는 물건이기도 하다.

 

여기서 ‘-망’ 앞에 쓰인 ‘부리’라는 말은 새나 일부 짐승의 주둥이를 뜻한다. 즉, 일부 동물의 입을 부리라고 하는데, 그 부리에 씌운 망이라는 뜻이므로 암기할 때는 이 ‘부리’의 의미를 기억하면 아주 쉽다.

 

그리고, 이 ‘부리’에는 새나 일부 짐승의 주둥이라는 뜻 외에 다음과 같은 부속 의미가 있다.

 

부리 2.어떤 물건의 끝이 뾰족한 부분.

       3.병과 같이 속이 비고 한끝이 막혀 있는 물건에서 가느다라며 터 진 다른 한끝.

         [유의어] 주둥아리, 주둥이, 입

 

참고로, ‘부리’에는 <민속> 분야의 의미도 있다. 즉, ‘한 집안의 조상의 혼령이나 그 집에서 대대로 모시는 귀신을 무당이 이르는 말’이기도 하다.

 

3. 빈(嬪)과 소의(昭儀)

 

위의 글에 장소의가 왕자를 생산하자 희빈으로 승진(?)했다고 나온다. 여기서 나오는 ‘희빈’이나 ‘소의’는 흔히 방송된 사극을 통해서 자주 듣는 말인데, 장녹수 같은 이들이 나오는 곳에서는 ‘숙원’이나 ‘숙용’이란 말도 들을 수 있다.

 

이때, 주의해야 할 게 있다. ‘희빈’은 품계의 명칭인 ‘빈’ 앞에 붙은 꾸밈말이지, ‘희빈’이란 품계가 있는 게 아니다. 흔히 쓰인 ‘빈’의 명칭으로는 ‘성빈, 효빈, 희빈’ 등이 있는데, 그 앞에 속성(俗姓)을 붙여 구분한다. 즉, 장희빈은 ‘빈’의 품계에 오른 장씨 성을 가진 희빈이라는 이를 구분하기 위해서 후대에 붙인 이름이라고 보면 된다.

 

한 가지 놀라운 것은 이 내명부 품계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엄청나게(?) 높다는 점이다. 지엄하기 짝이 없는 왕의 사랑을 받아서일까.

 

아래에 그 내명부 품계의 이름과 순서를 적었는데 대괄호 안에 적힌 것들이 우리가 흔히 접해온 품계다.

 

빈(嬪) ->귀인(貴人) ->소의(昭儀) ->숙의(淑儀) ->소용(昭容) ->

[정1품] [종1품]         [정2품]        [종2품]          [정3품]

 

숙용(淑容) ->소원(昭媛) ->숙원(淑媛)*

[종3품]        [정4품]         [종4품]

 

[* 이 품계를 암기하기가 쉽지 않은데, 내 경우는 빈과 귀인은 헷갈리지 않으므 로 그 이하를 ‘소숙/의용원’으로 줄여서 외웠다. 즉, ‘소’와 ‘숙’ 다음에 ‘의/용/원’이 번갈아 붙는다는 식이다. 다른 이들에게도 쓸모가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참고삼아 적어본다. ㅎㅎ]

 

  이 내명부 품계가 얼마나 높은 것인지, 당시 남정네들의 벼슬 중 몇 가지를 대입해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예컨대, 소의(昭儀)만 해도 육조 판서들과 동급이고, 당시 한성판윤으로 불리던 오늘날의 서울특별시장은 물론이고, 우리가 떵떵거리던 외직의 대표 격으로 흔히 접해온 ‘평안감사’와도* 동격이었다.

 

[* 이 ‘평안감사’를 가끔 ‘평양감사’로 잘못 쓰는 경우가 있다. ‘평안감사’는 ‘평안도 감사’가 줄어든

    말로,  각 도의 수장으로 배치된 감사(혹은 관찰사로도 불린다. 병마절도사/수군절도사를 겸한

    문관직)인 까닭에 평안감사, 황해감사, 충청감사 등으로 쓰여야 옳다.]

 

대표적인 남정네들의 직급 몇 가지를 품계로 표시하면 아래와 같다.

 

정1품 : 3정승 (영의정 및 좌/우의정)

종1품 : 의정부의 좌/우찬성

정2품 : 6조(曹)의 판서(判書)·대제학(大提學), 겸직의 지사(知事)·제조

          (提調)·판윤(判尹)·좌참찬(左參贊)·우참찬. 각 도의 관찰사/절도사

정3품 : 승정원(承政院)의 승지(承旨), 사간원(司諫院)의 대사간(大司諫),

          성균관의 대사성(大司成), 6조(六曹)의 참의(參議). 목사(牧使)·

 

김철용 님의 우리말 사랑과 베품 글쓰기에 담긴 정성에 거듭 감사드린다.

                                                                                                 [Apr.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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