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태풍과 나무들, 그리고 오르가즘
태풍급이라는 봄바람 앞에서 나무들이 크게 크게 소리를 낸다.
소리만으론 아파서, 무서워서 우는 줄만 알았다.
좌우 앞뒤로 크게 흔들리는 몸짓을 보니
기뻐서, 너무 기뻐서, 온몸으로 흐느끼고 있었다.
나무는 제 힘으로 손가락 하나도 까딱 못하는 전신마비증 환자.
그게 부끄러워서, 밤에만 살짝 살짝 자란다.
새싹 사이에까지 끼어든 때, 전신에 흠뻑 덮어 쓴 미세 먼지.
죄 씻어내지 못한 이런저런 때들로 잔뜩 가려운 몸통.
잘못 겯고 올라가는 바람에 꼬여 얽힌 가지 두어 개.
힘센 바람은 그 모든 걸 한꺼번에 시원하게 해결해주는 전신 마사지사.
씻어내고, 긁어주고, 풀어주고, 도닥여주고...
그것도 건장한 사내가 온 힘을 다해 해주는 듯한.
아. 봄 나무들은 봄 태풍 앞에서
오르가즘을 노래하고 있었다.
특히 중금속 가루를 뒤집어 쓴 채 신음하던 가로수들은.
그 오르가즘을 감당 못한 할머니 고목 하나는
그만 자지러졌다. 뿌리로 하늘에 인사했다.
뿌리에 힘이 없으면 이런 꼴이 된다며
그래도 참으로 오랜만에 시원함을 맛보았다면서,
편안한 자세로 누워 웃고 있었다.
나는 그 고목 할머니에게 손을 흔드는 것으로
그녀의 마지막 귀향길을 축복한다.
내 교주(敎主)님 자연(自然)에게 경배를 담아. [May 2016]
-溫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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