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회(2016.7.11.) 우리말 겨루기(2)
-노익장 홍석기 님의 아쉬운 우승을 축하합니다!
○ 맞춤법 문제 : 일반 문제에서 보인 것들 중 ‘연월일, 뱃멀미, 벌인춤, 짬짜미’ 등이 맞춤법 문제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그중 ‘연월일’은 제대로 공부해두지 않으면 헷갈리기 쉽다. 즉, 원칙에 대한 이해를 제대로 하고, 그 원칙을 기억하는 것이 다른 유사 사례들, 즉 ‘연도/년차...’ 등과 같은 것들과의 구분에서 편리하다.
- 연월일/년월일 : ‘연월일’은 한 낱말의 복합어다. 그러므로 두음법칙의 적용을 받아 ‘연-’으로 표기하여야 한다.
그런데, 이 ‘연(年)’이 들어간 말이라 해서 모두 두음법칙의 적용을 받는 것은 아니다. 우리말에서 단위를 뜻하는 것들은 의존명사로 분류되는데, 의존명사는 두음법칙의 적용에서 예외적일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예컨대, ‘년도/연도, 년대/연대’와 같은 말들은 두 가지 표기 모두가 가능하다. 단위일 때는 두음법칙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아래의 관련 설명들을 차분히 살펴보시기 바란다. 까닭들을 충분히 이해한 다음에는 [암기도우미]에서 정리한 것처럼, 두음법칙을 활용하여 단순화하면 암기에 도움이 된다.
◈[고급]♣‘년도’와 ‘연도’ 그리고 ‘연도’의 합성어들
[예제] 1988년도 출생자/졸업식; 1990년도 예산안 : 맞음. ⇐‘년도’는 의존명사.
그분 등단년도/졸업년도가 언제지? : 등단 연도/졸업 연도의 잘못.
설립년도와 사업 개시한 1차년도가 같겠지? : 설립연도/1차 연도의 잘못.
회계년도 내에 집행되어야 할 예산들 : 회계연도의 잘못.
신연도 사업계획서 작성은 다 됐나? : 신년도의 잘못.
[설명] ①‘년도’는 ‘일정한 기간 단위로서의 그해’를 뜻하는 의존명사. 단 그 앞에 표기되는 해가 숫자일 때가 대부분이어서 붙여쓰기를 하는 것일 뿐임. ②‘연도(年度)’는 사무나 회계 결산 따위의 처리를 위하여 편의상 구분한 일 년 동안의 기간 또는 앞의 말에 해당하는 그해’를 뜻하는 일반명사. 한글 맞춤법 제10항에는 한자음 ‘녀/뇨/뉴/니’가 낱말 첫머리에 올 적에는 ‘여/요/유/이’로 적고, 낱말의 첫머리가 아닐 경우에는 본음대로 적도록 되어 있으며, ‘회계연도’와 같이 ‘회계+연도’의 합성어일 경우에도 이 두음법칙 원칙이 적용됨. <예>‘회계년도(x)/회계연도(o)’; ‘설립년도(x)/설립연도(o)’. ③‘졸업연도/설립연도’ 등을 합성어로 볼 것인가의 문제는 있음. 《표준》에서는 현재 다음 말들만 합성어로 인정하고 있으므로 ‘졸업 연도, 설립연도, 발간 연도’처럼 써야 함. ¶미곡연도(米穀年度)/사업연도≒영업연도/주조연도(酒造年度)/징집연도/행무연도(行務年度)/회계연도/결산연도/식량연도(食糧年度)/시공연도/예산연도/학습연도. ④‘신년도(o)/신연도(x)’는 예외적인 경우인데, 이는 ‘신년(新年)+도(度)’로 분석되기 때문이며, ‘신+년도’의 구조가 아니기 때문. 즉, ‘신년’은 뭉치 말로서 두음법칙과 무관함.
[정리] 단위를 뜻하는 의존명사로서는 ‘년도’, 그 밖의 경우에는 합성어 여부 불문하고 ‘연도’. ☞‘년차/연차’ 참조.
년도[年度]? 일정한 기간 단위로서의 그해. ¶그게 몇 년도였지?; 1975년도 출생자/졸업생; 준공 기한은 그해 년도 말까지.
연도[年度]? 사무나 회계 결산 따위의 처리를 위하여 편의상 구분한 일 년 동안의 기간 또는 앞의 말에 해당하는 그해. ¶회계연도, 사업연도, 예산연도.
◈[고급]♣‘년차/연차’ 그리고 ‘년대/연대’
[예제] 3년차 주부; 오년차 사원 : 3년 차, 오 년 차의 잘못. ←‘차’는 의존명사.
생존 년대 불명 : 연대의 잘못. ←‘연대’는 일반 명사.
구십 연대 말의 현상 : 구십 년대(혹은 90년대)의 잘못. ←‘년대’는 의존명사.
[설명] ①‘년차(年次)’는 ‘연차’의 잘못인데다, ‘연차’에는 단위의 개념이 없이 단순히 ‘년(年)’을 단위로 삼는 ‘차례’를 뜻하는 보통명사임. ②‘생존 년대’에 쓰인 ‘년대’는 ‘연대’의 잘못으로, 이때의 ‘연대’는 단순히 ‘때/시대(년)’를 뜻하는 일반 명사. ‘90년대’에 쓰인 ‘년대’는 단위로서의 기간을 뜻하는 의존명사.
[정리] 단위를 뜻하는 의존명사로는 ‘년대’. 일반명사는 ‘연대’. 단, ‘년차’는 의존명사로서는 없는 말이며, 보통명사로만 ‘연차’의 잘못. ☜[암기도우미] 두음법칙이 무시될 경우에는 단위를 뜻하는 의존명사임.
년대[年代]? 그 단위의 첫 해로부터 다음 단위로 넘어가기 전까지의 기간. ¶80년대 말의 현상.
연대[年代]? 지나간 시간을 일정한 햇수로 나눈 것. [유]때/세기/시대.
년차[年次]? ‘연차[年次]’의 잘못. 북한어.
연차[年次]? 나이/햇수의 차례. ¶연차 총회, 연차 예산.
연래[年來]? 지나간 몇 해. 또는 여러 해 전부터 지금까지 이르는 동안. ‘년래’는 북한어.
-뱃멀미/배멀미 : 멀미에는 그 원인에 따라 ‘차멀미/산멀미/뱃멀미/물멀미/가마멀미/비행멀미(飛行-)’ 등 여러 가지 종류가 있다. 그중 ‘뱃멀미’만 사이시옷을 받친다. 이유는 두어 가지지만, 으뜸 이유는 발음이 {밴멀미}로 나기 때문이다.
-벌인춤/벌린춤 : ‘벌인춤’은 ‘기장지무[旣張之舞]’라는 한자어로도 많이 통용되는데, ‘이미 시작하여 중간에 그만둘 수 없는 것’을 뜻한다. 이 표기에서 ‘벌인-’이 올바른 표기가 되는 것은 ‘벌이다’에 들어 있는 ‘일을 계획하여 시작하거나 펼쳐 놓다. 놀이판/노름판 따위를 차려 놓다.’의 의미 때문이다. 한편, ‘벌리다’는 ‘둘 사이를 넓히거나 멀게 하다. 껍질 따위를 열어 젖혀서 속의 것을 드러내다. 우므러진 것을 펴지거나 열리게 하다.’ 등의 뜻이므로, ‘벌인춤’의 뜻과는 거리가 멀다.
-짬짜미/짬짬이 : ‘짬짜미’는 ‘남모르게 자기들끼리만 짜고 하는 약속/수작’을 뜻하는 말로 ‘짝짜꿍이(끼리끼리만 내통하거나 어울려서 손발을 맞추는 일)’와 비슷한 말이다. ‘짬짜다’라는 동사의 명사형으로 생각할 수도 있으나, 그런 동사는 없다. 이를 ‘짬짬이’로 적게 되면 ‘틈틈이/간간이’와 비슷한, ‘짬이 나는 대로 그때그때’를 뜻하는 부사가 된다.
이와 관련하여, 주의하여야 할 말들 몇 개가 있다. 아래에서 보이는 ‘삽사리/딱따기/굽도리/매가리’ 등이 그것이다. 이번의 ‘짬짜미’처럼 출제 가능성이 높은 말들이니, 반드시 그 올바른 표기들을 기억해 두시기 바란다.
◈저 연못가의 삽살이 : 삽사리의 잘못.
[설명] 어말이 ‘리’이므로, ‘악발이(x)/악바리(o)’, ‘약빨이(x)/약빠리(o)’와 같이 소리 나는 대로 적음. 명사형을 만들 때 ‘-이/-음(-ㅁ)’ 이외의 모음으로 시작되는 접미사가 붙는 말은 원형을 밝혀 적지 않고, 소리 나는 대로 적는다는 원칙에 따른 것. <예>딱딱이(x)/딱따기(o); 짬짬이(x)/짬짜미(o); 굽돌이(x)/굽도리(o); 날나리(x)/날라리(o); 맥아리(x)/매가리(o). ☞♣원형을 밝혀 적는 것과 밝혀 적지 않는 것 항목 참조.
□ 달인 도전 문제
-달인 도전 문제
이번 출제에도 이곳 문제 풀이에서 한 번 이상 다룬 것들이 다수 출제되었다. ‘늘상/노상; 한 움큼/한움큼/한 웅큼/한웅큼; 달디단/다디단; 옷 가게/옷가게’가 그것들이다.
특히 ‘옷 가게’와 같은 경우는 얼마 전 611회의 달인 도전 문제에 나온 ‘꽃 가게’ 설명을 하면서, 이렇게 적은 바 있다 : “이 가게 관련 설명은 오래 전 이곳 문제 풀이에서 다룬 바 있다. 요컨대, 특별한 의미를 가진 가게가 아닌 한, 일반적인 물건을 파는 가게들은 모두 두 낱말! ‘꽃 가게’ 또한 꽃 외에 다른 걸 파는 가게가 아니므로 두 낱말이다. 다른 것들 모두 마찬가지.”
이 ‘가게’에 대한 문제와 설명은 개인적으로도 뜻깊다. 내 맞춤법 책자의 초간본 첫 문제어를 바로 이 가게의 복합어 관련 띄어쓰기 항목으로 했던 때문이기도 해서다.
1편에서 간단히 언급했듯이, 이번 달인 도전 문제 중에는 무척 까다로운 것들도 있었다. ‘가느닿고/가느랗고’와 ‘강말랐다/깡말랐다’가 대표적이었는데, 전자는 별 4개, 후자는 별 5개에 근접할 정도로 고난도의 문제였다. ‘옷 가게/옷가게’와 ‘세 들다/세들다’ 역시 별 3.5개 수준. 그 바람에 전체적인 평균 난도도 3.5~4개 정도라 해야 할 듯하다. 도전자 석기 님은 이래저래 고생하셨다.
- 출제된 문제 : 우리 건물에 ___ 사는 ___ 청년은 몸이 ____ 성격은 ___. 내가 ____를 받으러 가는 날이면 장사가 안된다며 ____ 한숨부터 내쉰다. 오늘은 ____ 사탕이라도 ____ 을 주며 다독여야겠다.
- 주어진 말들 : 가느닿고/가느랗고; 늘상/노상; 한 움큼/한움큼/한 웅큼/한웅큼; 강말랐다/깡말랐다; 달디단/다디단; 가게세/가겟세; 옷 가게/옷가게; 세들어/세 들어
- 정답 : 우리 건물에 세 들어 사는 옷 가게 청년은 몸이 가느닿고 성격은 강말랐다. 내가 가겟세를 받으러 가는 날이면 장사가 안된다며 노상 한숨부터 내쉰다. 오늘은 다디단 사탕이라도 한 움큼을 주며 다독여야겠다.
문제 풀이의 상세 부분은 내 책자 <달인의 띄어쓰기.맞춤법>의 해당 부분 전재분이다. (주기[朱記] 표제어는 신규 추가분). 늘 하는 말이지만, 단순히 이번에 출제된 것들만을 다룬 것이 아니며, 설명에 포함된 것 중에는 무척 까다로운 고급 문제감들도 적지 않다. 그런 것들이 출제되지 말란 법이 없다.
이번에 출제된 것들만이 아니라 그와 관련된 것들도 반드시 한꺼번에 익혀들 두시기 바란다. 그중에는 고난도의 것들도 포함되어 있고, 일상적인 것들도 있다. 그런 것들 중 아직 출제되지 않은 것들에도 주목하여 익혀두시기 바란다.
-가느닿고/가느랗고 : 몹시 까다로운 문제인데, 이런 준말 문제에서는 준말 표기의 원칙을 떠올리면 정답 찾기에 크게 도움이 된다. 이참에 기억해 둘 것으로는 ‘가늘다란’이라는 말도 잘못이라는 점.
◈숨소리가 가느랗게 들려 왔다 : 가느닿게의 잘못.
가늘다란 회초리 하나 꺾어오너라 : 가느다란의 잘못.
[설명] ①‘가느다랗다’의 준말은 준말 만들기의 원칙에 따라 줄어드는 말의 흔적을 밝히기 위해 그 받침을 어근에 붙여야 하므로, ‘가느랗다’가 아니라 ‘가느닿다’임. 즉, ‘가느다랗다 →가느다+ㅎ+다 →가느닿다’. [예]가리가리 →갈가리(o)/갈갈이(x). ②‘가늘다랗다’는 ‘가느다랗다’의 잘못.
- 늘상/노상 : 이미 이곳에서 여러 번(533/537/516/623회) 다뤘던, 기본적인 문제.
◈그는 늘상 웃는 표정이다 : 늘(또는 언제나/노상/만날)의 잘못. 없는 말.
늘상 하는 소리지만, 제발 좀 작작 밝혀라 : 늘의 잘못. 없는 말.
[설명] 위의 예문에서 경우에 따라서는 ‘노상/항상(恒常)/언제나/변함없이/만날/항용/으레’ 등과 바꾸어 쓸 수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늘상’은 ‘늘’의 잘못. ‘늘’을 뜻하는 한자어 ‘상(常)’이 중복되어 쓰인 경우임.
-한 움큼/한움큼/한 웅큼/한웅큼 : 이 또한 이미 이곳에서 다뤘던 내용.
◈한 옹큼/웅큼 크게 해서 주시지 : 옴큼/움큼의 잘못.
크게 한움큼만 주게 : 한 움큼의 잘못. ←복합어로 인정할 이유 없음.
[설명] ‘움키다>옴키다’(손가락을 우그리어>오그리어 물건 따위를 놓치지 않도록 힘 있게 잡다)에서 온 말이므로 ‘옴/움-’.
-강말랐다/깡말랐다 : 몹시 까다로운 고급 문제. 아래 설명 참조.
◈깡마른 논바닥 : 가능한 표현.
[주의] 성격이 저리 깡말라서야 : 강말라서야의 잘못. ←강마르다[원]
[설명] ①일부 사전에서는 ‘깡마르다’를 사람에게만 쓸 수 있는 것으로 잘못 한정. ②‘강마르다<깡마르다’지만, ‘강마르다’에는 아래와 같이 ‘깡마르다’에는 없는 ‘성미가 부드럽지 못하고 메마르다’의 의미가 있음.
깡마르다>강마르다? ①물기가 없이 바싹 메마르다. ②살이 없이 몹시 수척하다. ¶가뭄으로 온 대지가 깡말라 있다; 깡마른 체구; 깡마른 한토(寒土)에….
강마르다? 성미가 부드럽지 못하고 메마르다.
- 달디단/다디단 : 448회 문제 풀이에서부터 이곳에서 8번 이상 다뤘던 말 중의 하나. 그때마다 되풀이한 말이 있다. 출제된 낱말에만 관심하지 말고 해당되는 다른 말들에도 관심하시라고. 이 ‘달디단/다디단’의 경우는 같은 낱말이 다시 출제되었다.
◈♣겹받침 뒤에서의 음운 표기 원칙
[예제] 그처럼 짧다란 걸로 뭘 하나 : 짤따란의 잘못. ←짤따랗다[원]
넓다란 곳에 가서 놀아라 : 널따란의 잘못. ←널따랗다[원]
너무 달디단 건 이에 안 좋다 : 다디단의 잘못 ←다디달다[원]
그건 너무 가느디가느다랗다 : 가늘디가늘다의 잘못 ←가늘디가늘다[원]
[설명] ①‘ㅂ’받침 탈락 : 겹받침 ‘ㄼ’에서 뒤의 받침이 발음되지 않을 때. <예>넓다{널따}→널찍하다; 얇다{얄따}→얄팍하다/얄찍하다; 짧다{짤따}→짤따랗다. 즉, 원형 어간 받침 -ㄼ-에서 -ㅂ-이 탈락하면서 그 다음의 격음/경음(ㅉ/ㅍ/ㄸ)과 연결되는 형식. 즉, 받침이 ‘ㄼ’일 때만 적용됨.
②음운 표기 일반 원칙 : 겹받침에서 뒤의 받침이 발음될 때는 원형을 밝혀 적음. <예>굵다{국따} : 겹받침 -ㄺ-의 뒤인 -ㄱ-이 발음되므로, ‘굵다랗다’. <예>‘긁적거리다/긁죽대다/넓적하다/넓죽하다/늙수그레하다/얽죽얽죽하다’.
반대로, 앞의 받침이 발음되면 소리 나는 대로 적음. <예>넓다{널따}/널따랗다/널찍하다; 말끔하다/말쑥하다/말짱하다; 얄따랗다/얄팍하다; 짤따랗다/짤막하다. 그러므로, 정확한 발음 습관 중요함 : 얇다{얄따}/짧다{짤따}/맑다{말따}. ☞♣'-다랗다'가 들어간 말 중 주의해야 할 것들 및 ♣원형을 밝혀 적는 것과 밝혀 적지 않는 것 항목 참조.
③[고급] 다디달다(o); 머다랗다(o); 자디잘다(o)의 경우는 단음절 어근이(‘달-’, ‘멀-’, ‘잘-’) 그 다음에 ‘디-’ ‘다-’등과 결합하여 동일 계열의 발음이 되풀이될 때, -ㄹ-이 탈락된 연결형을 채택하여 새로운 원형을 만든 것. [주의] ‘가늘디가는’의 경우는 ‘가늘’의 의미소(어근)를 살리기 위하여 ‘가늘디가늘다’를 원형으로 유지한 것. ☞♣겹받침 ‘ㄳ, ㄵ, ㄼ, ㄽ, ㄾ, ㅄ’의 발음 및 ♣겹받침 'ㄺ, ㄻ, ㄿ'의 발음 항목 참조.1) 이 경우처럼 우리말에는 ‘-하다’가 접사로 쓰인 복합어들의 띄어쓰기가 무척 까다로운 편이다. 몇 가지 사례들만 아래에 간단히 보인다. 내 책자를 갖고 계신 분들은 출연 전 꼭 한 번씩은 훑어 두시기 바란다. 2) ‘못하다’가 들어간 말들의 띄어쓰기 또한 여간 까다롭지 않다. 위의 예와 같다. 3) 이와 같은 경우로 흔히 실수하기 쉬운 것으로 ‘주책이다/주책없다’가 있다. 마지막으로 4) ‘안절부절’이 부사로 쓰일 때도 있다. 그럴 때는 이 ‘안절부절못하다’와 무관하니, 주의하시기 바란다.
- 가게세/가겟세 : 약간 까다로운 문제. 사이시옷을 왜 받치는지는 아래 설명 참조.
◈가게집에 딸린 방 한 칸에서 온 식구가 지낸다 : 가겟집의 잘못.
요즘 가게세도 제대로 못 내고 있어 : 가겟세의 잘못.
[설명] ‘가겟방/가겟세/가겟집’ 등에 받친 사이시옷은 소유격 기능으로서, 가게가 {가:게}로 길게 발음됨에 따라 뒤에 오는 형태소들을 경음화함. (예){가:게빵}
- 옷 가게/옷가게 : ‘가게’와 관련된 복합어 문제는 앞서 언급한 대로, 이곳 문제 풀이에서 여러 번, 그것도 정성(?)을 더 들여서 설명했던 낱말이다.
이러한 말들을 한 낱말의 복합어로 삼지 않은 것은 글자 그대로의 의미 외에 다른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말들을 모두 복합어로 삼으면 사전의 표제어들이 엄청 많이 늘어난다.
하지만,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언중의 관행(사용 빈도와 분포, 편의성) 감안하여 이런 것들은 한 낱말로 삼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일 듯하다. 한 낱말이든 두 낱말이든 그 구분의 궁극적 목적은 언중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함이므로... 굳이 까다로운 원칙에 얽매여 사용자들의 불편이나 혼란을 더하는 일은 올바른 방향이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가게’와 같은 의미로 쓰일 때의 ‘-집’을 붙인 말들은 한 낱말로 인정하고 있음에 비춰, 그 형평성 차원에서도 복합어 인정을 고려할 만하다.
◈♣‘-가게’의 띄어쓰기
[예제] 담뱃가게/담배가게에 가서 담배 좀 사오렴 : 담배 가게의 잘못.
반찬가게랑 꽃가게에 들렀다 올게 : 반찬 가게, 꽃 가게의 잘못.
[설명] ①위의 말들은 한 낱말의 복합어가 아닌 구 구성이므로 띄어 씀[한글 맞춤법 제2항]. ②복합어로서 붙여 쓰는 ‘-가게’ : 구멍가게/만홧가게/쌀가게/고물가게[古物-]/땜가게/뜸가게/엇가게/헛가게/난가게/삯가게/셋가게[貰-]/이엉가게≒곡초전.
[주의]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흔히 쓰는, 파는 물건 중심으로 이름 지어진 점포들은 거의 모두 ‘가게’를 띄어 씀. <예>가방 가게, 거울 가게, 담배 가게, 생선 가게, 모자 가게, 옷 가게, 채소 가게, 반찬 가게, 책 가게. ☞일부 사전에 ‘꽃가게, 찬가게, 반찬가게’의 표기가 있으나 ‘꽃 가게’, ‘찬 가게’, ‘반찬 가게’의 잘못.
[참고] 이와 같은 가게의 의미로는 다음과 같이 ‘집’도 많이 쓰임. 이때의 ‘집’은 ‘물건을 팔거나 영업을 하는 가게’를 뜻하는 명사로서 합성어를 만드는 형태소 역할임. ¶꽃집≒꽃방(-房)/중국집/일식집/왜식집/분식집(粉食-)/대폿집/병술집/잔술집/국숫집/기생집(妓生-)/여관집(旅館-)/요릿집(料理-)/가겟집/색싯집/약국집/양복집/선술집/소줏집/갈빗집/음식집/잔칫집/맥줏집(麥酒-)/통닭집/한식집(韓食-)/한정식집/흑염솟집. ☜‘집’ 항목 참조.
땜가게? 뚫어지거나 깨어진 쇠붙이, 그릇 따위를 땜질하여 고치는 가게.
뜸가게? 뜰에 뜸으로 둘러서 만들어 놓은 가게.
엇가게? 지붕 가운데에서 마루가 지지 아니하고 한쪽으로 어슷하게 기울게 하여 덮은 헛가게.
헛가게? 때에 따라 벌였다 걷었다 하는 가게.
난가게? ①일정한 건물 없이 소규모로 물건을 벌이어 놓고 파는 가게. ②≒난전(亂廛)
셋가게[貰-]? 남에게 세를 받고 빌려 주는 가게.
- 세들어/세 들어 : ‘-들다’가 들어간 복합어 판별 문제로서, 무척 까다로운 고급 문제였다. 아래 설명 참조.
◈♣‘-들다’가 들어간 복합어 중 유의해야 할 말들 : 복합어이므로 붙여 써야 하며 띄어 쓰면 잘못.
[예제] 병자를 수발 드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 수발드는의 잘못. ⇐한 낱말.
강물이 되흘러 드는 곳엔 고기가 많다 : 되흘러드는의 잘못. ⇐한 낱말.
골병 드는 건 나뿐이고, 병 들면 고생이야 : 골병드는, 병드는의 잘못.
나이들면 철 들기 마련이지 : 나이 들면, 철들기의 잘못.
세들어 사는지라 애들이 맘놓고 놀지 못해서 : 세 들어, 맘 놓고의 잘못.
(1)용언 활용형+‘~들다’
○감겨들다/감돌아-/감싸-/갈아-/거-1/거-2/걷어-/걸려-/고부라-/곧추-/곱아-/괴어-≒모여-/구부러-/굴러-/기어-/깃-/꺼-/껴붙-/꼬나-/꼬부라-/꼽-/꾀어-/꿰-/끌려-/끼어-/나-≒드나-/날아-/내-/넘나-/녹아-/누그러-≒누그러지다/다가-/닥쳐-/달려-/대-/덤벼-/덧-1/덧-2/덮쳐-/돌아-/되말려-/되-/되돌아-/되흘러-/뒵-/드나-/들떠-/뜀-/말려-/맞대-/먹혀-1/먹혀-2/모아-/모여-/몰려-/몰아-/물-/밀려-/배어-/빗-/빠져-/수그러-/숨어-/스며-/시-/얼어-/엉겨-/엉켜-/오그라-<우그러-/오므라-/옭혀-/옴츠러-/움츠러-/외와-/우므러-/욱여-/울려-/자지러-/잡아-/잦아-/접어-/조여-≒죄어-/졸아-/좨-/죄어-/짜-/쪼그라-/쪼크라-/쭈그러-/쭈크러-/찌-/찾아-/타-/파고-/흘러-/휘어-
○들어 올리다 계통 : 되들다2/떠-2/맞-/받-/떠받-/치받-/붙-/맞붙-/비껴-1/비껴-2/쳐-/추켜-/치-≒치켜-1
(2)명사 등+‘-들다’
○갈마들다/개암-/게걸-/게-/곁-/고뿔-/골병-/곱나-/곱-/공(功)-/길-/노망-/놀-/농(膿)-/늦-/멋-/멍-/밑-/밤-/번갈아-/병-/봉죽-/뼈-/사레-≒사레들리다/산-/새-/선(禪)-/셈-/수발-/승겁-/시중-/알-/앞-/역성-/연-/옆-/위-/은결-/잠-/장가-/정-/조잡-/졸-/주릅-/철-/초-/판-/편-/하리-/헛-/황(黃)-
<주의해야 할 말들>
거들다? 근거를 보이거나 증명하기 위하여 보이다.
꼽들다? 가까이 접어들다.
꿰들다? 남의 허물/약점 같은 것을 들추어내다.
내들다? ①바깥쪽이나 앞쪽으로 내어서 들다. ②예(例)를 들어 말하다.
덧들다? 깊이 들지 않은 잠이 깨어서 다시 잘 들지 않다.
뜀들다? 성난 얼굴로 서로 덤벼들어 말다툼하다.
먹혀들다? 빼앗기거나 남의 차지가 되다.
빗들다? 마음/생각 따위가 잘못 들다.
외와들다? 한쪽으로 감추어 들다.
타들다? ①안/속으로 들어가며 타다. ②일정한 한계를 넘어서 넓게 깊이 번져가며 타다. ③입술/목구멍 따위가 바짝 말라 들다.
되들다? 얼굴을 얄밉게 쳐들다.
개암들다? 아이를 낳은 뒤에 잡병이 생기다.
게들다? 기를 쓰며 달려들다.
곱나들다? 종기/부스럼 따위가 자주 곪다.
뼈들다? ①힘만 들고 끝이 나지 아니하여 오래 걸리다. ②연장을 가지고 손장난을 하다.
산들다? 바라던 일/소망이 틀어지다.
승겁들다? 힘을 들이지 않고 저절로 이루다. ? 초조해하는 기색이 없이 천연스럽다.
은결들다? ①상처가 내부에 생기다. ②원통한 일로 남모르게 속이 상하다.
초들다? 어떤 사실을 입에 올려서 말하다.
하리들다? 되어 가는 일의 중간에 방해가 생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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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달인 도전자가 되신 석기 님은 그동안 공부도 오래 하셨고, 대단히 노력을 많이 하신 분으로 도전자 선정 과정에서도 손에 땀을 쥐게 했다. 석기와 복희 님이 각각 450점과 900점이라는 큰 차이를 보이는 상태에서 2인 대결에 나섰으니까.
그리고 그 결과는 놀랍게도 1250점 대 1100점이라는 뒤집기로 이어졌고, 점수 차도 겨우 150점. 석기 님이 다섯 문제 중의 네 문제 정답을 맞히셨던 덕분이다. 특히, ‘작성자’와 깜짝 부사 문제 ‘일약’의 경우 모두 한자어여서 한자어 기초 실력이 탄탄하신 석기 님이 날렵한 순발력을 발휘하신 게 결정적이었다. 옥희 님이 연거푸 마지막 문턱을 넘지 못하시는 게 참으로 안타까웠다. 불운이라 해야 할지.
지난번 달인 도전자 택형 님은 달인은 하늘이 내는 듯하다고 했다. 하지만, 그런 운도 준비된 자에게만 따른다. 공부를 했을 경우에만 그 공부한 말이 출제되는 행운이 따르는 것이지, 공부를 하지 않은 경우에는 전혀 그렇지 않다. 어제의 문제들이 은근히 까다롭기도 했지만, 맞춤법 공부를 제대로 하지 않고는 달인에 오를 수 없다는 걸 매섭게 가르쳐 준 한판이기도 했다.
날씨가 꽤 무덥다. 슬슬 염초 더위 쪽으로 옮겨가고 있다. 오늘도 성실하고 겸손하게 방방곡곡에서 우리말 공부에 매진하시는 분들에게, 그리고 그 대열에 합류하실 모든 분들에게, 건강과 더불어 행운이 함께하시길 기원한다. [끝]
<고급 한국어 학습 사전> 2015 개정판
-우리나라의 중대형 종이 국어사전 중 유일하게 2000년대 이후의
<표준국어대사전> 수정 내용을 반영한 사전. 2015년 3/4분기까지의
변경 내용이 담겨 있다. 300여 어휘가 이에 해당된다.
여타 사전들은 개정판이 아니라 단순히 증쇄(늘려 찍어내기)만 한 것들.
안타깝게도, 대형 출판사들의 국어사전 편집팀들이 해체된 지도 10여 년이 넘는다.
<달인의 띄어쓰기.맞춤법> 2016 개정판
-70여 쪽이 증면된 개정판이 나왔다.
500여 문례를 추가 보충했고, 2009년 이후 2015년 말까지 바뀐
뜻풀이/용례/복수표준어/문장부호 등을 반영하여 수정/보완했다.
우리나라에서 발간된 맞춤법 책자 중
이러한 변경사항들이 모두 반영된 것은 현재로선 유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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