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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 : 가리기용과 드러내기용

[내 글] 수담(穗談)

by 지구촌사람 2011. 4. 1.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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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옷 : 가리기용과 드러내기용


 성경속의 최초인류인 아담과 이브. 그들은 맨 처음 알몸뚱이를 드러낸 채로 살았다. 그러다가 교접을 하고나서야 뒤늦게 부끄러움이라는 걸 알게 되었고, 서둘러 무화과 잎을 가져다 앞을 가렸다. 그 뒤로, 남녀의 대표 상징으로서 자랑스러워도 좋을 성기가 ‘부끄러운 부위’ (恥部)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 아무 죄도 없이.


 아프리카 적도 지역이나 아열대 지역의 벽지에서 지내고 있는 일부 원주민들. 그들의 복장 역시 아직도 치부만 가린 단출한 것들이다. 주로 날씨 탓이지만, 일상생활에서 거추장스럽기만 해서다. 그처럼 가릴 데만 대충 가리고 대충 살아가도 되는 데에서, 옷가지로 폼 잡고 뭐하고 하는 일은 그래서 웃음거리에 속하기도 한다.

 

성경에 등장하는 세례 요한은 약대 털옷을 걸치고 있다. 낮과 밤의 기온 차이가 극심한 사막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다. 그에게 옷은 보호용이었다. 낙타 가죽을 대충 꿰어서 되는 대로 걸쳤지 싶다. 그처럼 옷의 모양새야 어떻든, 그 으뜸 쓰임이 그 옷을 걸친 이를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대표적인 건 우주복이다. 무중력/무산소 상태와 혹한/고온에서도 살아남도록 하기 위해서 입는 옷. 엄청 비싸다. 한 벌에 130억원도 넘는다. 얼마 전에 발사된 디스커버리호의 승무원들이 착용한 EMU*라는 우주복의 경우, 그 정도이다. 옷에 다이어먼드나 금을 주렁주렁 달아맨 특제복들보다도 더 비싸다. 기네스북에 올라있는 최고가의 옷은 金片과 다이어먼드를 매달아 만든 것으로 3억 원 정도인데, 그것도 착용용이 아니라, 전시용이다.     

  [*註] Extravehicle Mobility Unit. 특수이동장비. 무게가 140킬로 정도여서 무중력 상태가 아니면

           걸칠 수도 없다. 섭씨 -82도에서 135도까지 견디고 온갖 생존장치가 다 들어있다. 두께 9센티.


                                                       *

옷은 이처럼 가리기용으로 시작하여 보호용으로 발전되어 왔다. 그런데, 거기에 괴상하게 끼어들기 시작한 쓰임새가 있다. 바로 드러내기용. 가리는 데에 쓰여야 할 게 거꾸로 드러내기나 과시용으로 쓰이기 시작했으니, 그것은 옷의 기본적 사명(?)에서 한참 벗어난 것이 된다. 변질 내지는 왜곡. 그러니, 자연히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요즘 일부 여학생들의 교복 차림을 보면, 윗도리는 최대한 잘록한 모습으로 변질되어 젖무덤 근처가 미어터질 듯하다. 치마는 말기를 말아올린 건지, 아니면 길이를 자른 건지, 허벅지를 드러내지 못해서 안달하는 듯하다. 보는 이들이 조마조마해진다. 특히, 녀석들의 앉은 자세가 조금이라도 뒤틀리거나 하면... 이처럼 본래의 교복을 자르고 조여서 변질시키는 아이들의 대부분이 조금씩은 문제아들이다. 공부나 조신이라는 말과는 유쾌하게 담을 쌓고 지내기 십상인.    


이처럼 옷으로 젖퉁이를 조이고 허리선을 드러내지 못해서 안달하는 이들은 문제아 학생들만이 아니다. 선정적인 복장으로 먹고 살아가는 연예계의 사람들은 물론 심지어는 뉴스를 진행하는 여자 아나운서들까지도 얼마 전까지 죄다 그 모양들이었다. 그러니, 생각은 건너뛴 채 보이는 것들에만 얼른 관심하게 마련인 단순세포류의 대중들이야, 이내 따라하기 마련. 예전에는 ‘젖 큰 식모’류의 옷차림으로 분류되어 손가락질을 받던 그런 차림새들이 순식간에 번졌다. 미시족들이야 신났고, 일부 아줌마들까지도 가세*했다. 바로 자신들의 딸내미들이 해대는 교복학대 (줄이기를 통한 변형)를 말리고 탓해야 할 이들까지도.     

   [*주] 이처럼 자신감 상실, 절대가치 미확립... 등등으로 인하여 옷차림 따위에 우선 관심하는

             결핍심리를 나는 입성 콤플렉스 (clothing complex)라고 부른다. 


옷의 본래 용도가 무시되고 제대로(?) 오용되어, 조금이라도 더 알몸뚱이에 눈길을 끌까 싶어서 고안된 것 중 대표적인 게 미스코리아 선발대회의 공식 출전 복장이다. 바로 그 말 많은 수영복 심사. 시아버지 앞에서는 감히 입을 수도 없었던 수영복을 걸치고 만천하 남정네들 앞에서, 허연 허벅지를 죄다 드러내고 그 치부 부위로 시선을 끌어모으는 일. 당시나 지금이나 그것은 한 마디로 드러내기의 전형이었다. 지금도 아녀자가 실수로라도 팬티를 드러내면 불벼락이 내리는 판국인데 말이다. (난, 개인적으로 그게 참으로 웃기는 짓이라는 생각을 한다. 팬티 쪼가리보다도 더 위험한 수영복을 걸치고 활보하는 건 괜찮고, 그보다 더 크고 풍성한 트렁크 타입의 팬티를 보이면 소리소리 지르는 일 말이다. 더구나 남의 여자들이 걸친 수영복 차림에는 아예 대놓고 몸매 감상을 하려드는 사내들이 제 것(?)의 경우에는 노발대발 그런 난리도 없다. 웃기지 않는가. 요즘 모 외국회사의 수영복 중에는 거웃이 비치는 것도 있고, 그걸 입고 연습하는 선수와 일반인들까지도 있더라만....)

 

이런 드러내기 용도로 옷을 입는 사람들. 이런 말을 단정적으로 해대서 좀 무엇하긴 하지만, 그들의 삶은 대체로 스산하다. 위에서 예시된 문제아 학생들의 경우 화목한 가정 출신이 아닌 아이들이 많고, 대체로 공부에 무심하며 연예인 이름이나 행사에 더 관심하는 그런 휩쓸리기족들이 대부분이다. 머리 큰 여인네들 역시 마찬가지다. 그러한 차림을 즐겨 해대는 이들치고 조신하거나 진중한 이들 많지 않다. 3류 대중들에 휩쓸리지 않으면 뒤쳐지는 것으로 착각하고 조바심치기에 바쁘다. 진짜배기로 관심하고 매달려야 하는 일들이 천지인데도...


흔들리기 마련인 삶에서 의연하게 든든한 뿌리를 가꾸는 일이나, 숭숭 구멍 뚫린 자신의 내부를 들여다보며 그걸 제대로 메우기를 해야 하는 게 급선무인데도, 그런 게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 게 그들의 공통점이기도 하다. 자신 들여다보기보다도 외부인들의 눈에 자신이 어떻게 보일까를 더 관심하는 주객전도형. 그것은 자신감 상실에서 비롯되는 전형적인 증상이기도 한데, 그렇게 해서 스스로의 삶을 더욱 스산하게 만든다. 옷 입기 하나만으로도.


이러한 드러내기용 옷차림은 외견상 또렷이 구분되는 인간군에게서만 볼 수 있는 게 아니다. 잠재된 의식들이 더 무섭다. 외견상으로는 그럴 듯해 보이지만, 실생활에서 은근슬쩍 발현되는 그러한 싸구려 의식은 놀랍도록 넓게 퍼져있다. 여인들의 경우, 동창회 모임에 입고 나갈 옷과 꾸미개가 관심순위 최우선으로 오르는 일에서부터 심지어는 글쟁이들 모임에서조차도 여인들은 걸치고 나갈 옷부터 관심하는 식이다.

 

내 잡문 중 하나에서 예시한 것처럼,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 유지되어왔던 멋진 시낭송회 모임 하나도, 그곳에 참석한 여인들 사이에서 옷자랑 모임장으로 인식되기 시작하면서 파장(罷場)이 되었다. 뿐이랴,  어느 여인 하나는 글쟁이 모임에 입고 나갈 새 옷들을 꾸준히 마련하기 위해서, 아동문학가라는 허울 좋은 이름을 매달고 있는 70대 영감에게 몸까지 팔기도 했다. 세상 밖에서 그럴 듯한 모습을 유지하기 위해, 정신의 거처인 몸뚱이를 팔았다. 반년이 넘는 세월에 걸쳐. 그것도 자식들의 눈에 뜨일 정도로, 제 사는 동네에서. 나중에는 같은 동네에 있는 영감의 아파트를 오가면서까지... 옷차림 하나에 정신이 나가면 그처럼 쉽게 정신병자가 된다.


                                                                 *

그렇다. 옷의 기본적 용도는 가리기다. 거기서 발전되면 보호용이 되고. 하지만, 드러내기는 아니다. 옷의 쓰임을 드러내기용으로 오도하기 시작하는 순간 그것은 자신의 알맹이를 스스로 잃어버리는 것과 같다. 정신의 실종상태를 스스로 만들어내는 일이다. 망가지는 정도는 거기에 얼마나 어떤 형태로 관심하느냐에 달린 일이지만... 글쟁이 모임에 입고 나갈 새 옷 마련을 위해 매춘까지도 서슴치 않게 되는 여인의 경우는 정신병 치료를 받아야 할 극단적인 경우지만, 옷차림에 신경 쓰느라 정신의 고갱이를 거머잡고 일구는 일에 소홀하게 되는 이들은 아주 흔한 듯하다.                


위에 잠깐 언급한 미스코리아들. 그들은 이 나라에서 드러내기로 옷을 입어 반짝 관심을 받은 이들이다. 허옇게 드러나는 허벅지 살과 허리통, 그리고 젖무덤과 사타구니에 감춰둔 듯 드러낸 치부들의 은근한 융기상태로 사내들의 눈길을 얼마나 많이 끌어들이느냐에 따라서 박수를 더 많이 받기도 하고, 박한 점수를 받기도 했다. 그런 그들. 사내들의 눈요기 전시장에 몸매를 드러낸 이들은 미안하게도 잠깐 동안만 행복했다. 위에서 ‘반짝 관심’을 받았다고 적은 연유다.


지금까지 숱한 미스코리아들이 배출되었지만, 한 마디로 그들의 인생 대부분은 지극히 스산했다. 그들의 모임으로 ‘녹원회’가 있는데, 지금도 그곳에 얼굴을 내미는 소수의 사람들 정도만  그나마 평온한 삶을 영위했다고 할 수 있을까. 하지만,  거기에 늘 얼굴을 드러내는 숫자는 정말 적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최근 10여년 내에 미스코리아 출신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활약한 아나운서, MC, 탤런트, 가수들이 제법 있지만, 그들의 현재를 보라. 결코 평온하지가 않고, 행복한 듯해도 그 행복은 굴곡이 많고 지속적이지 않다는 공통점들이 보인다. (내 옅은 기억에 유일하게 그런 굴곡에서 예외일 듯싶었던 이로 이영현이 있는데 - 1991년 미스코리아- 그녀도 올해 우리 나이 40대에 접어든다. 내 오랜 기억과 소망대로 굴곡 없는 행복한 생활을 해내고 있기를 빈다.)     

                                                               

                                                            (이영현, 경원대 식영과 졸업)


마무리 짓자. 옷은 가리기용이다. 보여주기 위함이 결코 아니다. 아니, 옷가지로 몸매를 드러내려는 짓처럼 어리석은 일도 없다. 그런 이들은 자신이 하급인종이라는 걸 시위하는 것과 같다. 심하게 말하면, “나는 골 빈 여자에요”, “안이 비어있는 여자죠”, “안을 채우기보다는 겉으로만 꾸미는 데에 더 신경 쓰는 그런 여자구요”, "그저 제 살집과 몸매나 구경하세요. 그것밖에 내보일 게 없지만요"... 하고 광고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런 여인들에게서는 대부분 그들의 삶의 고샅에 외간사내들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그것도 끊임없이. 양다리 세 다리 걸치는 일도 다반사일 정도로.) 그리고 그런 여인들의 공통점은 자신의 삶 어느 구석에서도 진실한 자신감이 없다는 점이다.

 

옷가지는 가고자 하는 곳의 분위기나 환경에 맞게 되는 대로 (마음도 편하고 몸도 편하게) 걸치고 가면 된다. 그뿐이다. 걸치고 나가는 옷가지 따위에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것. 그것이 바로 진정한 마음의 여유다. 그것이 무슨 일이든 제대로 해내는 사람들의 기본이기도 하다. 옷가지는 삶에서 기본적인 도구의 하나일 뿐이다. 차림새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정주영 회장. 그는 평생 기성복을 되는 대로 걸친 것으로 유명하다. 지금처럼 맞춤복과 차이가 없이 잘 만들 때가 아니어서, 새 옷을 걸쳐도 마치 시골 영감처럼 이상해 보이곤 하던 시절에 말이다.  박대통령과의 면대에서 늘 후줄근해 보이는, 주름이 제대로 서지 않은 양복을 걸치고 나타나곤 해서, 대통령도 그를 처음에는 오해했다. 대통령 앞이니 근검절약을 꾸미기 위해서 그러는 것으로... 나중에야 그렇지 않다는 것과, 그가 입고 다니는  옷들이 기성복이라는 걸 알게 되자, 대통령이 청와대 지정 양복장이를 미리 불러놓고 있다가 그 자리에서 맞춤옷 한 벌을 선사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옷. 그 따위에 신경 쓸 일 절대로 아니다. 되는 대로 걸치면 된다. 대충... 옷차림 따위에 신경을 쓰는 이들일수록, 얄팍해서 불쌍한 삶을 스스로 굳이 선택한 이들이요, 그 버릇에서 못 벗어날수록 고집스럽게 스산할 삶에 자신을 얽어맨 채, 어둡고 습한 질곡 속으로 자신을 끌고 걸어가는 짓을 고집하는 일이다. 자신의 삶에서 스스로 고달픈 길을 자청하는 일이니, 참으로 바보랄 수밖에 더 있는가?  [Mar. 2010]

 

[덧대기] 위에서 언급한 시낭송회 관련 옷차림 얘기 글은 여기로 가면 있다.

              "입성 콤플렉스 (clothing complex) : 여류시인들의 옷 입기 벗겨보기 (上, 下편)"

              ---> http://blog.naver.com/jonychoi/20087010953

 

                                              ⓒJonyChoi/최종희.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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