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관념 뒤집어 보기]
그들만의 영웅부터 돼라!
-영웅주의에 눌리고 소영웅주의에 치이는 그들만의 영웅들, ‘작은 영웅’ 이야기
영웅! ‘지혜와 재능이 뛰어나고 용맹하여 보통 사람이 하기 어려운 일을 해내는 사람’을 사전에서 그리 부른다. 보통 사람들보다는 한 급 위다.
그처럼, 영웅들은 보통 사람들과는 달라서일까. ‘영웅기인’이라는 말이 있는데, 한자로는 두 가지로 표기되고, 그 뜻도 조금씩 다르다. 하나는 英雄忌人. 영웅은 다른 뛰어난 사람을 꺼린다는 뜻이다. 또 다른 하나는 英雄欺人이라고 적는데, 영웅은 책략을 써서 남을 잘 속인다는 말이다. 그러고 보면 예전부터 영웅이라고 해서 어디서고 늘 좋은 뜻으로만 떠받들린 것은 아닌 모양이다.
그래서일까. 이 영웅이란 말을 슬쩍 비틀어서 쓰게도 되었다. 영웅에다가 꺼먼 칠을 조금 한 것인데, ‘영웅주의’나 ‘소영웅주의’ 같은 말도 그중 일부다. 서양 속담 중에는 은근히 영웅 값을 깎아내리는 표현도 있다. ‘영웅도 자신의 몸종에게는 평범한 사람일 뿐이다(No man is a hero to his valet)라든가, ‘한 사람을 죽이면 악한이 되지만, 백만 명을 죽이면 영웅이 된다(One murder makes a villain, millions a hero)’라는 식으로.
‘영웅주의(英雄主義)’는 ‘영웅을 숭배하거나 영웅적 행동을 좋아하여 영웅인 체하는 태도’인데, 사회학에서는 ‘일반 대중의 능력을 무시하고 영웅적 개인의 사상과 행동을 으뜸으로 여기는 개인주의의 하나’를 뜻하기도 한다. 둘 다 그다지 긍정적이진 않다. 특히, 1%가 99%를 먹여 살린다거나, 국부의 90%를 소유한 5%의 사람들이 권력까지도 좌지우지한다고 말할 때는 그 배경 그림에서 이 ‘영웅주의’의 냄새가 짙게 난다.
영웅이라는 표기와 실물에서 일치되지 않은 사람들도 있다. 그런 이들이 영웅 흉내를 내는 걸 ‘소영웅주의(小英雄主義)’라 한다. 자기가 무슨 큰 영웅이나 되는 것처럼 행동하고 생각하는 태도를 뜻한다. 물들기 나름이긴 하지만, 정작 이 소영웅주의자들의 숫자가 그다지 많지는 않으니 천만다행이다. 너도나도 이 소영웅주의에 꿰여 지내면, 그 거드름에 속상하고 치이는 사람들 숫자도 늘어날 터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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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웅주의나 소영웅주의 중 어디에도 끼지 못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그냥 꼬리를 팍 내리고 살아? 아니면 짹소리라도 해봐? 어느 길을 택하든 그건 임시변통이다. 임시 땜질이라서 얼마 못 가서 답답해지거나, 시간이 흐르면 그 땜질이 저절로 떨어져 나갈 수도 있다. 그럴 때를 대비할 필요도 있다. 그런 때의 좋은 방책 중 하나는 이열치열인 듯하다. 받은 대로 되갚는 거다. 영웅 소리 때문에 받은 열이니 영웅으로 갚아주는 게 가장 확실한 방법이지 않은가.
작은 영웅이 돼보는 일이다. 자신이 속한 소집단 내에서 진짜 영웅이 되는 것이다. 그것이 가족이든, 이웃 간이든, 한 동네에서든... 만약 자신이 ‘진짜 싸나이’로서 아내로부터 제대로 대우받고 싶은 남편이 되고 싶으면, ‘당신’만의 영웅이 되면 된다. 당신이 ‘당신’이라 부르는 사람에게 자랑스러운 영웅이 되는 거다.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해서 영웅의 조건인 ‘보통 사람이 하기 어려운 일’을 해낼 필요는 없다. 그저 ‘보통 사람이 해내는 일들’을 ‘제대로만’ 해내면 된다. 그럴 때는 이런저런 군더더기 핑계 따위 대기 없기다! 그게 당신만의 영웅이 지켜야 할 유일한 규칙이다.
만약 제대로 된 (혹은 멋진) 아빠가 되고 싶으면, ‘너’만의 영웅이 되면 된다. 당신이 ‘너’라고 부르는 아이에게 영웅이 되면 된다. 여기서도 ‘보통 사람이 하기 어려운 일’을 해낼 필요는 전혀 없다. 그냥 보통 사람이 해내는 일을 ‘제대로만’ 해내면 된다. 거기서 다른 이들과 비교할 필요도, 그들을 기준 삼을 필요도 없다.
이제 ‘우리들’의 영웅이 되는 길은 쉽게 알 수 있으리라. 그 동네(이웃)에서 ‘멋진 아저씨’로 불리면 된다. 보통 사람이 해내는 일을 ‘제대로만’ 해서.
글 속에서 여인들이 제외되었다고 섭섭해할 필요 없다. 열외되지 않는다. 위의 모든 경우에서 여성형 명사로 바꾸기만 하면 되므로. '남편'을 '아내'로, '아빠'를 '엄마'로, '아저씨'를 '아줌마'로.
어떤가. 그대도 이제 이 작은 영웅 그룹에 편입되고 싶지 않은지? 그런 마음이 들었다면 지금 당장 오늘부터라도 보통 사람이 해내는 일들을 제대로만 해내면 된다. 그러면 그대는 ‘당신’만의 영웅, ‘너’만의 영웅은 물론이고, ‘우리들’의 영웅도 될 수 있다. 그런 영웅들을 미리 자축하고 싶다. ‘우리들’의 영웅 만세! [Aug. 2016]
-溫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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