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 년 전, 모 그룹의 해외사업담당 임원 시절의 일이다.
자동차 공장 건립과 대단위 도시개발 투자를 위하여 사업성 검토와
부지 물색을 겸하여, 6개월 정도 온 중국을 쓸고(?) 다녔다.
대어(大漁)일 듯한 우리에게 중국 측의 환대는 뻔한 일.
당시 성급(省級)에 한두 대 정도 배치되어 있던, 국빈 접대용 리무진인
<홍치(紅旗)>까지 동원해서 극진히 접객.
<홍치는 러시아의 1950년대 퍼레이드 카를 본떠서 중국이 뚝딱거려 만든 것인데
전장 7미터에 무게만 거의 3톤에 육박하는 괴물.
얼른 감이 잡히려면 우리 차와 비교하는 게 빠르다.
일반적인 중대형 승용차들은 차 길이가 대체로 5미터 안팎이고,
중량은 잘 해야 1.5~2톤 사이. 예컨대, 소나타는 전장 4.8미터에 1.5톤이고,
가장 크고 무거운 에쿠우스(제네시스는 크기로는 작고 가볍다)도 일반형이 5.16미터에
공차중량 2톤이다. 리모형은 그보다 30센티 길고...
위의 사진은 개량형으로, 벤츠를
닮으려고 노력한 최신형이고 , 당시의 것은 저것에 비하여 둔중하기 그지없었다.>
그러니, 선물 공세 또한 만만치 않았는데...
당시는 물론이고, 그 전이나 후 모두에서, '맑은 물'의 표본 격을 자처하던
웃기는 녀석이 바로 나였으니, 모든 현물은 정중히 거절...
(하여, 나와 함께 다니던 녀석들은 항상 입이 댓 자 정도는 나오곤 했다. ㅋ)
그런데, 시안(西安)에서 짬이 났을 때 내가 외사처장과 함께 <비림(碑林)>*을 둘러보고서
그 탁본 모음 - 무게가 10킬로 정도는 되고 남을 정도로 무겁다-을 굳이 내 주머니 돈으로
사는 걸 보고서, 그걸 윗선에 보고했는지, 내게 벼루와 먹, 그리고 내 이름까지 새긴
낙관 하나를 선물로 강권해 왔다. 거절하려고 했지만, 그럴 줄 알고 이름까지 새겼다는데야...
[<비림(碑林)>* : 중국의 명문가들의 글을 100여 개가 넘는 비석에 새겨서 보관한 곳.]
이것이 바로 그 낙관이다.
그래서 내가 다음 방문 때, 답례를 했다.
바로 그 낙관을 찍은 글씨 하나를.
"與朋友 溫故知新 不亦樂乎"
그 효과는 상상 이상이었다.
대뜸 평생 친구로 지내자는 식의 대환영.
(덕분에 정말 그리 되었다.)
내 웃기는 글씨를 즉시 편액으로 만든 그는
낙관은 두 개가 쌍으로 어울려야 한다면서
하나를 더 만들어 가져왔다.
이것이 두 번째의 낙관 선물
두 녀석을 함께 모으면 이렇게 된다.
그리하여 졸지에 두 개의 낙관이 생긴 나.
구색을 맞추려면 제대로 해야 할 일.
아호(雅號)를 새긴 게 있어야 했다.
좀 시건방지지 않을까 싶은 마음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어차피 글씨 선물을 하려면 구색은 갖춰야 하니까. ㅎㅎ
그렇게 해서 생긴 게 맨 왼쪽 녀석이다.
이걸 낙관하면 이런 꼴이 된다.
그 뒤의 일?
심심하면(!) 나는 내 어쭙잖은 한문 글씨를 휘둘러
그걸 중국인들이나 한자권 사람들에게 주곤 했다.
그리고 그들은 고맙게도 모두 나를 기억한다.
이런저런 회사 구입 선물보다는 내 마음이 담긴 어쭙잖은 글씨 한 장들을
더 고맙게 여긴 듯하다.
[보태기] : 1. 내 아호 온초(溫草)는 '溫草而愛世(풀꽃 사랑, 세상 사랑)'를 줄인 것.
내가 좋아하는 말 溫故知新을 내 나름으로 바꿔서 써먹는 중이다. ㅎㅎ
2. 낙관에서 '관(款)'은 음각을 뜻하는 말이다. 그 반대인 양각은 '지(識)'.
그래서 款識라는 말이 있는데, 그것은 음각과 양각을 아울러 이르는 말이 된다.
내 아호는 이런 관점에서 보면 낙관이 아니다. 양각을 했으므로.
그런데, 일부러 그리 했다. 큰 녀석들이 음각이니 작은 놈이라도 양각을 해야
작은 녀석이 기가 안 죽고, 음양도 어울릴 듯해서. 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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