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를 위한 긴급 한문 특강 : 정관정요/순자/중국 속담/맹자/서경
1. 머리맡에 두고 읽었다는 <정관정요(貞觀政要)>부터
박근혜가 티브이나 그 밖의 언론에 노출될 경우에 언급하는 책자 중 빠지지 않는 게 <정관정요(貞觀政要)>다. 늘 머리맡에 두고 읽었다고 할 정도로. 서양에서 군주들의 필독서로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이 있다면 동양에는 <정관정요>가 있다.
<정관정요>의 내용은 물론이고 편찬 의도를 꿰뚫는 정신은 관용이다. 당 태종(이세민)이 왕위에 오르기 전 세력 다툼을 할 때 그를 죽여야 한다고 주장하던 위징을 태종은 후에 재상으로 삼을 정도였다. 관용은 <정관정요> 권이(券二)에 보이는 다음 항목들의 밑바닥을 관통하는 정신이기도 하다 : 어진 사람에게 일을 맡김(任賢), 임금에게 간언하는 자를 구함(求諫), 간언을 받아들임(納諫).
특히 아래 내용은 박 대통령이 새기고 또 새겼어야 할 대목이다. 만약 그녀의 말대로 <정관정요>를 머리맡에 두고 읽었을 정도라면... 하지만, 그녀가 방송과 같은 대중매체를 통해서 한 말들은 99%가 거짓이다. 우리가 잘 알듯이.
“더 크게 귀를 열어라. 하물며 풀을 베고 나무를 하는 사람에게도 물어보라. 군주가 영명한 이유는 자신의 생각과 다른 의견을 널리 듣기 때문이고, 군주가 어리석은 이유는 편협하게 한쪽 이야기만을 듣고 믿기 때문이다. 옛날 요(堯)임금과 순(舜)임금은 사방의 문을 활짝 열어 천하의 현명하고 덕망 있는 선비들을 통해 시야를 넓히고 민간의 소리를 들어 백성의 정서를 살폈다. 반면 진시황(秦始皇)의 아들 진이세(秦二世)는 깊숙한 궁궐에 숨다시피 하며 환관 조고(趙高)의 말만 듣다가 천하가 무너지고 민심이 돌아설 때조차 그 실상을 몰랐다. 현명한 군주는 귀를 열고 항상 자기의 단점을 고치려고 노력해 나날이 좋아진다. 반면 어리석은 군주는 귀를 닫아 영원히 어리석어진다.”
2. 순자(荀子)의 명언 : 물이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뒤집기도 한다.
순자의 말 중 오바마 대통령도 인용해서 더욱 유명해진 명언이 있다. ‘君子舟也 庶人子水也 水則載舟 水則覆舟’(군자는 배요 백성은 물인데,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배를 뒤집기도 한다)이다.
박근혜가 이 말의 후반부, 즉 ‘물이 배를 뒤집기도 한다’라는 말을 자신이 즐겨보는 티브이 화면 옆에 조그만 쪽지로라도 매달아놓고 경구 삼았더라면, 실제로 자신이 그런 꼴을 겪는 일은 없었을 터이다. 진짜 공부는 안 하고, 잔머리로 때우면서 유식한 척하는 사람은 언젠가 제 꾀에 제가 넘어간다.
3. 중국의 유명한 속담 하나 : ‘得民心者 得天下’
중국 속담에 ‘得民心者 得天下’(민심을 얻는 자가 천하를 얻는다)가 있다. 중국의 사극 주제가로도 쓰일 정도이고, 장량이 관중으로 진격하는 유방에게 신신당부한 말이기도 하다. 또 중국 공산당에서 후진타오의 4세대 지도부가 16기 4중전회에서 집권능력 강화를 위해 ‘이민위본(以民爲本·인민을 위하는 것을 근본으로 한다)’이란 구호를 내걸었는데, 그것은 ‘민심을 얻는 자가 천하를 얻는다(得民心者 得天下)’라는 새로운 집권 이념을 요약한 말이기도 하다.
민심을 제대로 읽지도 못하면서, 자신의 뜻대로만 백성을 이끌려는 이들은 항상 무리수를 둔다. 아집/독단의 늪에 더 깊이 빠지게 된다.
3. <맹자()>의 진심장구 상(盡心章句上) 제14장
맹자는 말했다. 善政이 不如善敎之得民也라고. 이 말은 좋은 정치라 해도 좋은 가르침(이끌기)으로 백성의 마음을 얻는 것만 같지 못하다는 뜻이다. 정자의 주석을 보면 여기서 정치란 법으로 금제/규제하여 마름질을 하는 것을 말한다고 되어 있다.
맹자는 또 말한다. 善政民畏之하고 善敎民愛之하나니 善政得民財하고 善敎得民心(선교득민심)이니라. 得民財者는 百姓足而君無不足也이오 得民心者는 不遺其親하고 不後其君也이라고.
이 말들을 풀어보면, ‘백성들이 좋은 정치는 두려워하지만 좋은 가르침은 사랑한다. 그래서 좋은 정치는 백성의 재물을 얻고, 좋은 가르침(이끌기)은 백성의 마음을 얻는다. 백성의 재물을 얻는다는 것은 백성이 족해서 임금이 부족함이 없게 되는 것이요, 민심을 얻는다는 것은 그 어버이를 버리지 않는 것은 물론 그 임금을 뒤로 치지 않는다’이다.
임금을 중심으로 해서 보자면, 민심을 얻어야만 백성들이 임금을 바로 보고 중히 여기게 되고, 그렇지 않으면 뒤로 밀어버리고 거들떠보지 않는다는 뜻이다. 민심을 배반한 박근혜의 말로는 이 말대로 될 게 확실하다.
4. 서경(書經)의 가르침 : 하늘은 백성의 눈과 귀로 보고 듣는다
‘하늘은 백성의 눈으로 보고, 백성의 귀로 듣는다(天視自我民視 天聽自我民聽)’. 서경의 가르침이다. 걸핏하면 ‘하늘의 뜻’에서부터 ‘우주의 기운’까지 운위하던 박 대통령이었는데, 그녀의 하늘은 어떤 하늘이었을까. 문득 궁금해진다.
[마치며]
그런데... 신문 기사조차 잘 이해하지 못하는 백 단어 공주 박근혜, 드라마와 연예인 프로그램에만 코 박고 지내온 박 대통령이 이런 말들을 제대로 이해나 하려나 모르겠다.
아참. 그러고 보니 이 긴급 강의는 이미 엎질러진 물인 박근혜가 아니라 차기 대통령에게 해야 할 것이로구나. 아이고... 그것도 모르다니. 머리 나쁜 그네에게 나도 물들었나 보다. [溫草]
[Dec.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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