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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 465] 일상의 언어생활에서 비약(飛躍)이 버릇되면 정신은 추락하고 맘고생을 사서 하게 될 때도 있다.

유치원으로 간 꼰대의 돌직구

by 지구촌사람 2023. 2. 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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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한마디 465] 

 

일상의 언어생활에서 비약(飛躍)이 버릇되면 정신은 추락하고 맘고생을 사서 하게 될 때도 있다.

 

                                             -溫草 생각[3 Feb. 2023]

 

A: “밥은 먹었는가?” 

B: “내가 끼니를 거르고 다니는 사람으로 보여?”

 

A: “음식이 입에 맞던가?” 

B: “내가 뭘 좋아하는지 물어본 적도 없으면서”

 

일상 대화에서 드물지 않게 관찰되는 것들이다. A는 B의 엉뚱한 대답에 멀뚱해지거나 맘에 빗금이 살짝 그어지기도 한다. 이 대화에서의 문제는 질문을 대하는 B의 심정적 대응 앞세우기 식의 비약 버릇 때문이다. 자신의 답변 앞에다 각각 “응 먹었어. 근데...”와 “그저 그랬어. 근데...”와 같은 사실 전달용 발언부터 하고서 뒷말을 붙이든가 해야 하는데(안 하는 게 더 좋지만) 그 핵심을 생략하고서 그다음으로 그냥 비약해서다. 즉 반드시 해야 할 말은 안 하고, 안 해도 좋은 것을 꺼내든 게 문제다.

 

A: “지금 어디쯤 오고 있는가?” 

B: “잘 찾아가고 있으니 걱정 마. 그 정도는 나도 잘하니까”

 

이 대화에서는 숫제 상대방의 질문 내용 자체를 통째로 무시하고 있다. 

 

A: “와. 그 꽃 참 이쁘다. 사진도 잘 찍었고. 그런데 그 꽃 이름이 뭔지 혹시 아나?” 

B: “이쁘면 됐지. 꽃 이름은 알아서 뭐하게. 내가 꽃 이름을 아나 모르나 시험하는 겨?”

 

A는 이쁜 꽃에 감탄했고 사진 솜씨도 칭찬했다. 문득 꽃 이름이 궁금해져서 혹시나 하는 가벼운 기대감에서 물어본 것뿐인데 상대방은 도리어 그 질문을 자신에 대한 공격으로까지 곡해하고 있다. 

 

이 두 가지 사례는 상대방의 질문 내용 자체에 관심하지 않거나, 그 내용을 심정 쪽으로 성급히 끌어다 붙여서 왜곡하고 있다. 이 두 대화에서도 각각 “중간쯤 왔어”라든가 “나도 꽃 이름은 몰라”와 같은 팩트부터 언급해야 하는데 그걸 건너뛰고 있다. 차려진 밥상은 한 상인데 가장 중요한 밥이 빠져 있다.

 

위에서 보인 모든 사례들의 공통점은 자신의 생각, 그것도 정서 중심의 느낌을 성급하게 앞세운 채 일방통행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자신이 굳이 답하지 않아도 될 것들이고 상대방이 어련히 알아서 새기랴 하면서, 정작 꼭 필요한 핵심을 건너뛴다. 그것이 버릇된 이들도 사실 적지 않다. 그렇다는 걸 당사자는 잘 모른다. 때로는 그러한 비약을 자신의 총명함 내지는 영민함으로 착각하는 이들도 알게 모르게 흔하다. 시쳇말로 머리가 좋다고, 잘 돌아가는 사람이라고 오신(誤信)한 채 자만하기도 한다. 

 

그처럼 일상의 언어생활에서 비약(飛躍)이 버릇되면 그 결과는 자신에게 돌아간다. 정신은 추락하고 맘고생을 사서 하게 될 때도 있다. 언어처럼 그 뒤에 꼭 제 주인을 제대로 찾아가는 것도 없다.

 

일상의 언어생활에서 기본적으로 제일 먼저 신경을 써야 할 것은 상대방의 언어에서 기분/감정 따위의 정서 부분을 찾아내려 하는 대신에 사실적으로 객관적으로 받아들이려는 노력이다. 즉 언어 이해의 중립화가 기본이자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언어가 주어지면 글자 그대로 곧이곧대로 해석하는 일을 가장 먼저 해야 한다. 사실대로 이해하고 사실대로 답하는 일이 최우선이다. 

심정적 해석은 덧붙일 필요도 없지만, 꼭 해야 한다면 그건 나중에 혼자 해도 된다. 그러면서 자신은 그런 식의 언어 사용을 하지 말아야겠다는 다짐을 해두면 더 좋다. 그것이 ‘돈 되는, 영양가 있는’ 타산지석이자 반면교사다.

명심하자. 상대가 묻거나 말한 것에 대해서는 무조건 그것부터 답하거나 응대해야 한다. 그게 최우선이다. 임의로 생략해선 안 된다. 그걸 건너뛰면 돼지고기가 빠진 제육볶음이 된다. 

자기의 기분이나 의견은 그다음이다. 거기서도 기분 따위는 소거하거나 생략하는 게 좋다. 그런 버릇을 들여야 일상의 대화 소통이 밝아지고 쓸데없이 자신에게 버릇처럼 채우는 족쇄가 사라진다. 내가 굳이 답하지 않아도 그 정도야 상대방이 알겠지 하는 독장수 구구는 자신의 값을 떨어뜨리고, 반복되어 쌓이면 관계까지 망친다. 그땐 늦다. 가장 손쉬운 자가 테스트는 역지사지다. 그런 답답한 상황에 자신이 처해보면 답이 훤히 보인다.

 

                                                          -溫草 최종희

https://youtu.be/dlWhvXjJYV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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