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공부] 조개껍질은 잘못이고, 조개껍데기가 옳은가?
답은 아니다이다. 둘 다 맞다(x)/맞는다(o). (‘맞다’는 짐작과 달리 형용사가 아닌 동사다. 그러므로, -는다’ 꼴의 종결어미를 쓴다. 형용사일 경우에는 ‘-다’. 예문에서 형용사인 ‘알맞다’를 대신 넣어보면, ‘알맞는다’는 말이 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이유는 '조개껍질'과 '조개껍데기'가 복수표준어인 때문이다. 즉, 표준국어대사전에는 두 말을 같은 말로 규정해두고 있다. 그러므로 일부 책자에 '조개껍질'은 '조개껍데기'의 잘못으로 해설되어 있는 것은, 현재 기준으로 볼 때 잘못이다. 반면, 껍질은 일반적으로 ‘딱딱하지 않은 물체의 겉을 싸고 있는 질긴 물질의 켜’를 일컫는 말로서, ‘귤껍질’, ‘밤껍질’, ‘나무껍질’ 등은 한 낱말이고, ‘바나나 껍질’ 등은 두 낱말이다.
껍데기의 사전적 정의는 ‘달걀이나 조개 따위의 겉을 싸고 있는 단단한 물질’이다. 정의에도 나와 있듯이 조개는 조개껍데기라고 해야 옳다. 그러나, 조개껍질도 조개껍데기와 같은 대우를 받게 된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언중의 힘이다. 관행적으로 널리 쓰여 굳어지고 있고 그 통용력을 거스르기 어려울 정도일 때는 국어심의회의 논의/심의를 거쳐 표준어 합류를 고려하게 된다. 외래어들인 ‘자장면/짜장면’이 둘 다 표준어인 것도 그 때문이다.
둘째로는 조개의 실상이다. 조개는 대부분 그 껍데기가 단단한 편이지만 그렇지 않은 것들도 있다. 어린 동죽이나 맛조개 등의 껍데기는 손가락 두 개로 조금만 세게 잡아도 깨질 정도로 약하다. 그리고, 지금껏 해안가에서 숱하게 보아온 조개더미들의 주종은 사실 이 두 가지라 할 정도로 흔한 것이 이 동죽과 맛조개이고, 이것들은 ‘껍질’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연약하다.
거기에 굴이 보태진다. ‘바닷가에 쌓인 굴 껍데기’만을 지칭하는 ‘구죽’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흔했다. 굴은 그 딱딱함/단단함의 정도로 보아 당연히 껍데기에 든다. 그래서 ‘굴 껍데기’로 적는다. 아직은 합성어가 아니어서 두 낱말로 띄어 적는다.
‘조개껍질 묶어 그녀의 목에 걸고’라는 노랫말로 널리 알려진 그 ‘조개껍질’은 ‘조개껍데기’에 속하는 것들이 맞는다. 세게 만지면 부서지기 쉬운 동죽이나 맛조개의 그것으로 만든 것이 아니니까. 하지만, 위와 같은 연유로 조개껍질과 조개껍데기는 복수표준어가 되었다. 더 이상 옳은 말인지를 두고 갸웃거리거나 논쟁하기 않아도 된다.
껍질 얘기가 나온 김에 몇 가지를 보태자면, ‘콩을 털어내고 남은 껍질’은 ‘콩깍지’라고 한다. ‘콩껍질’이라는 말은 없다. 굳이 쓰려면(설명 등을 위해) ‘콩 껍질’로 띄어 적어야 한다.
나무의 껍질은 위에도 적었듯 ‘나무껍질’이다. 식물은 연약한 것으로 보아서 그 거죽은 '껍질'로 적는다. 대나무 순을 덮고 있는 것을 ‘대껍질’이라고 한다. 소나무 껍질에는 아름다운 이름이 따로 붙어 있다. ‘솔보굿’이라고 한다. 비늘같이 생긴 모양에서 나온 말인데, 비대 성장을 하는 목본 식물의 줄기나 뿌리의 표피 밑에 형성되는 조직을 통틀어 ‘보굿켜(周皮)’라고 한다.
요즘 우리나라에서도 자주 볼 수 있는 코코넛의 경우는 어떨까. 톱으로 자르거나 힘센 사람이 잘 드는 칼을 들고 달려들어야 겨우 자를 수 있을 정도로 단단한데...... 이 경우도 '코코넛 껍질'로 적는다. 식물이기 때문이다. [Aug.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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