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8회(2014.1.6.)KBS 우리말 겨루기 문제 함께 풀어 보기(2)
-착한 농부, 이은경 님의 우승을 축하합니다!
4. 3단계 십자말풀이 : 11번째 문제 풀이 이후로는 2회 오답 시 탈락.
앞서 간단히 언급했듯이 전반적인 문제 수준은 무난했고, 좋은 출제였다. 몹시 까다로운 고유어도 없었고 출제 분야가 한자 성어, 부사, 속담, 관용구, 표기 주의 낱말 등 골고루 걸쳐 있어서 넓게 공부하도록 이끌었다.
어제 특히 답을 직접 적도록 하는 문제가 유난히 많았는데, 올바른 낱말 익히기와 관련하여 아주 좋은 시도였다. 대충만 알아도 그런 대로 때울 수 있는 일반 퀴즈 방식과 이 프로그램의 큰 차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알려면 확실하게 알아야 한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좋은 문제들이었다.
그중 몇 가지를 짚고 가보기로 하자.
‘허깨비’는 기출 낱말인데, 흔히 ‘헛것’이라고도 한다. 어제 설명에 나온 말이 바로 그 ‘헛것’이었다. ‘허깨비’와 관련하여 ‘허주’라는 고급 낱말이 있다. 무당이 될 사람에게 씌는 허깨비란 뜻인데, 한자어가 아닌 고유어다. 내 사전에 담은 관련어 풀이를 아래에 전재한다.
허깨비*? ①≒헛것. 기(氣)가 허하여 착각이 일어나, 없는데 있는 것처럼, 다른 것처럼 보이는 물체. ②생각한 것보다 무게가 아주 가벼운 물건. ③겉보기와는 달리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몹시 허약한 사람의 비유.
허깨비걸음? 정신없이 허둥지둥 걷는 걸음의 비유.
허주? 무당이 될 사람에게 씌는 허깨비.
경아 님이 재도전해서 성공한 ‘허투루’도 전에 선 보인 적이 있는 말이다. 관련어로 ‘허튼돈’이 고급 낱말에 드는데, 함부로 쓰는 돈이라는 뜻으로 잘못 알고 있는 이들도 많다.
허투루*? 아무렇게나 되는대로. [유]마구, 함부로
허투[虛套]? 남을 속이기 위하여 거짓으로 꾸미는 겉치레.
똥배짱? 허투루 부리는 배짱의 속칭.
허튼돈? 힘들이지 아니하고 허투루 생기는 돈.
문제로 나온 ‘뜨내기손님’의 상대어로 꼭 익혀 둬야 할 고급 낱말에는 ‘정짜’가 있다. 역시 기출 낱말이다.
정짜*? 물건을 꼭 사 가는 단골손님.
‘손톱깎이’는 전에 간단히 언급한 적이 있는데, 상세 설명은 내 책자의 해당 부분 전재로 대신한다. 책자에도 표기했듯이 중요한 사항이니 꼼꼼이 살펴서 제대로 익혀둬야 한다.
[중요]♣[주의] ‘-깎이’와 ‘-깎기
[예제] 손톱깎기 날이 너무 무디다 : 손톱깎이의 잘못.
굽깎이를 잘해야 모양새가 난다 : 굽깎기의 잘못.
굽돌이에는 다른 색깔로 도배했다 : 굽도리의 잘못.
[설명] ①‘-깎이’ : ‘깎는 이/기구’의 의미. ¶‘손톱-깎이/연필-깎이’.
②‘-깎기’ : 깎는 행위. ¶갈아-깎기/굽-깎기/다듬-깎기/돌려~/땅~/막~/모~/밑~. 고로, ‘손톱깎기’(x)는 ‘손톱을 깎는 일’이 됨.
[참고] ①‘쓰레받기’ : ‘쓰레받이’(x)로 하면, 쓰레기를 받는 사람(≒이)이 될 수도 있음. ②‘굽도리’ : ‘굽돌이’(x)로 할 경우, 돌아간 것(≒굽 자체)이 될 수도 있고, ‘굽도리’는 의미소 ‘돌(回)’과 무관. (한쪽 벽만 할 수도 있으므로).
‘수퇘지’. 사회자가 ‘수컷’의 옛말 ‘수’에 남아 있는 잔재 ‘ㅎ’이 그 다음 초성 ‘ㄱ/ㄷ/ㅂ’와 결합하여 각각 ‘ㅋ/ㅌ/ㅍ’가 되기 때문이라고 간단히 설명하고 넘어갔는데, 실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그런 식이라면 ‘수+벌’은 ‘수펄’이 되어야 하는데, ‘수펄’은 ‘수벌’의 잘못이다.
사회자가 설명한 대로이긴 하지만, 암수 표기에서 그러한 변화를 따르는 것으로는 ‘개/강아지’, ‘닭/병아리’, ‘당나귀’, ‘돼지’, 그리고 ‘기와’와 ‘돌쩌귀’만으로 한정되어 있다. 즉, 다른 것들은 모두 ‘수+본래 표기’를 따른다. 그리고 ‘숫-’을 붙일 수 있는 것은 ‘숫양/숫염소/숫쥐’뿐이다. 제법 까다로운 편이므로, 이것들은 암기해둬야 한다. 내 책자에서 여러 군데에 설명해 놨는데, 그중 한 군데 부분을 전재한다.
◈숫소와 수펄은 흔히 잘 틀리는 말이기도 해. ‘수평아리’들과 다른데 : 수소, 수벌의 잘못.
[정리] ①수컷 표기는 접두어 ‘수-’로 통일. 단, ‘숫양/숫염소/숫쥐’만 예외. 따라서, ‘숫소’ 등과 같은 관용발음 우려가 있는 것들의 판별에 적용하면 편리함. ②‘수펄’처럼 격음 발음 우려가 있는 것들은 다음 것들로만 한정됨 : 암․수캐(암․수캉아지); 암․수탉(암․수평아리); 암․수탕나귀; 암․수퇘지; 암․수키와; 암․수톨쩌귀.
‘그늘받이’는 ‘뜨내기손님’과 더불어 어제 처음으로 선을 보인 말인데, 내 사전에 누락되었다. ‘그늘나무’ 등과 어울려 쉬운 말로 여겨진 때문이었다. 관련어들과 더불어 아래에 정리하니 수기로 보완들 하시기 바란다. ‘뜨내기손님’은 처음 나온 말이지만, 예전에 ‘뜨내기’가 출제된 적도 있고 그다지 어려운 말은 아니었다. 관련어들을 내 사전에서 전재한다.
그늘받이? 그늘이 지는 곳.
그늘나무? ≒정자나무(집 근처나 길가에 있는 큰 나무).
그늘집? 그늘이 생기도록 만들어 놓은 간이 건물.
그늘막? 그늘이 생기도록 천막처럼 치는 물건. 텐트와 비슷하나 벽이 없이 삼면 또는 사면이 뚫려 있음.
그늘지붕? 아래에 시원한 그늘이 생기도록 햇빛을 가리게 만든 지붕.
그늘 밑(의) 매미 신세[팔자] ? 부지런히 일하지 아니하고 놀기만 하면서 편안히 지내는 처지의 비유.
뜨내기*? ①≒뜨내기꾼. 일정한 거처가 없이 떠돌아다니는 사람. ②어쩌다가 간혹 하는 일.
뜨내기살이? 일정한 거처가 없이 떠돌아다니며 살아가는 일.
뜨내기손님? 어쩌다가 한두 번 찾아오는 손님.
뜨내기장사? ①늘 하지 않고 어쩌다 한번 하는 장사. ②일정한 거처가 없이 떠돌아다니면서 하는 장사.
어제 십자말풀이 문제가 까다로운 고유어들을 피하여 재미있게 출제된 덕분에 23문제나 열렸다. 풀이판에 해당되는 낱말들을 적어 넣으면 아래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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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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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자 | 그 | 마 | 치 |
| 13.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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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 | 4.구 | 마 |
| 7.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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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늘 |
| 11.산 |
| 두 |
허 | 2.깨 | 비 |
| 지 | 6.화 | 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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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받 |
| 치 |
| 라 |
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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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막 |
| 정 | 8.신 |
| 9.이 |
| 수 | 12.퇘 | 지 |
1.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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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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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 | 14.인 |
| 물 | 에 |
| 이 | 끼 | 가 |
| 낀 | 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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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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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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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물 | 레 | 방 | 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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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배 |
| 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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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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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자 |
| 밀 | 23.뵙 | 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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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 | 18.래 | 성 |
| 21. | 기 |
| 이 |
| 손 | 톱 | 깎 | 25.이 |
| 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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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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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4단계 연승 도전 문제 : 맞춤법/띄어쓰기
-문제 : 하나뿐인딸과술래잡기를하다보면어렸을때함께놀았던소꼽친구가떠오른다.
-정답 : 하나뿐인 딸과 술래잡기를 하다 보면 어렸을 때 함께 놀았던 소꿉친구가 떠오른다.
앞서 얘기한 것처럼 어제의 문제 수준은 무난했다. 출제진들이 연승 도전자를 양산(?)하고 싶어하는 마음이 담긴 듯도 한 것이, 아주 까다롭거나 고급이랄 수 있는 대목이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는 좀 유의해야 했는데 ‘하다 보면’이 그것. 제대로 익히려면 꽤나 까다로운 편이 되기도 하는 말이다.
어제 은경 님은 ‘소꼽친구’의 바로잡기 등을 비롯하여 잘해 나가시다가 ‘놀았던’ 부분의 띄어쓰기를 ‘놀았 던’으로 하셨던가. 아마 이 ‘던’을 의존명사로 착각하신 듯한데, 이 ‘던’은 앞말이 관형어 구실을 하게 하고 어떤 일이 과거에 완료되지 않고 중단되었다는 미완(未完)의 의미를 나타내는 ‘어미’다. 어미는 반드시 어간에 붙여 써야 하므로 ‘놀았던’으로 적어야 한다. 어미 ‘-든지’의 준말인 ‘-든’과 헷갈리기 쉬운 말로 (예: ‘먹든(지) 말든(지) 알아서 해라’) 맞춤법 문제의 또 다른 감초 격 어미.
[내가 요즘 이곳 <우리말 공부 사랑방>에 ‘맞춤법 공부에 도움이 되는 문법 용어 몇 가지’라는 제목으로 이런 어간/어미 따위의 용어 설명을 하고 있는 것은 맞춤법이나 띄어쓰기의 이유를 이해할 때 꼭 필요한 것들인 까닭이다. 위의 문제에서 ‘-던’이 어미라는 걸 알면 주저할 까닭 없이 붙여 적었을 터이므로. ‘던’이라는 의존명사는 없다.]
문제 풀이로 가자.
1) ‘하나뿐인’에서의 ‘뿐’은 조사. 그러므로 앞말에 붙여 적는다. 그러나 ‘뿐’이 의존명사일 때도 있다. 그리고 어미의 구성으로 쓰일 때도 있어서 은근히 까다롭다. 내 책자에서 요약 부분을 전재한다.
-뿐 : ¶빙긋이 웃기만 할 뿐 이야기를 하질 않아요. <=의존명사
¶성품이 곧을뿐더러, 효성이 지극하다. <=‘-을뿐더러’는 연결어미.
¶막연한 심증뿐 증거가 없었다. <=조사
2) ‘술래잡기’에서 간혹 ‘술레잡기’로 잘못 표기하기도 하는데, 이는 ‘강강술레(x)/강강술래(o)' 등에서 영향 받은 때문이다. 이 '술래'의 원말을 순라(巡邏)로 보지만, 또 다른 견해도 있는 바 어원적으로 이 '술래/술레'는 ’돈다‘는 뜻에서 온 말로 輪(수레바퀴)에 해당된다고 보는 것이 그것이다. 하지만, 표준어 사정에서 원말은 물론 어원의 뜻과도 멀어져 '술래'를 택했으므로 '술레'는 잘못이다. (대신 ’수레‘는 그대로 남겨 두었는데, 이 '-레'는 '물레/물레방아/둘레'에서 보이는 '둥글게 돌아가는 모양의 테'를 뜻한다. 북한어에서는 바퀴 모양의 큰 테에 바가지를 여러 개 매달고 거기에 사람을 태우고 빙빙 돌아가는 놀이 기구를 '물레'라고 하는데, 바로 그러한 '테'의 모양을 살린 말이라고 할 수 있다.)
3) ‘어렸을 때’에서의 ‘때’는 명사. ‘어렸을’은 관형어로서 ‘때’를 꾸며준다. 꾸밈말 관형어는 어절이므로 띄어 쓴다. 우리말의 띄어쓰기 단위는 어절이다.
4) ‘소꼽친구’는 ‘소꿉친구’의 잘못으로 ‘소꿉친구’는 ‘소꿉동무’와 같은 말이다. ‘소꿉’의 어원에 대해서는 설이 분분할 정도로 불분명한데, 그만치 어원과 멀어진 말이므로 관용 발음을 좇아 ‘소꿉’으로 표기한다.
5) ‘하다 보면’ : 가장 까다로운 말이었다. 우선 떠오르는 것은 ‘하다보다’라는 합성동사가 있는가 하는 의구심일 게다. 왜냐. ‘해보다’라는 낱말이 있으니까. 나아가, ‘하다’의 활용 꼴 ‘해’를 이용한 ‘해 보다, 공부해 보다, 생각해 보다’를 떠올린 뒤, 이것들은 보조용언 붙여쓰기 허용 조건에 해당되므로 ‘해보다/공부해보다/생각해보다’로 적을 수도 있는 까닭에 ‘하다보면’으로 붙여 적는 유혹에 빠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건 잘못이다. [참, 문맥에 따라 ‘해보다’로 붙여 적을 수도 있지만, 한 낱말로서의 ‘해보다’는 ‘대들어 맞겨루거나 싸우다’라는 엉뚱한 뜻이 되므로 사용 시 주의해야 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하다 보면’에 쓰인 ‘하다’에서의 ‘-다’는 종결어미가 아닌 연결어미다. 즉, 연결어미 ‘-다가’의 준말이 ‘-다’인데, 바로 이 준말로 쓰인 경우다. ‘하다 보면’은 ‘하다가 보면’의 준말 표기라는 말이다.
또한 ‘하다(가) 보면’에 쓰인 ‘보다’는 보조용언이 아니다. 보조용언으로 쓰일 때의 ‘보다’는 ‘해 보다, 먹어 보다’에서처럼 무엇을 시험 삼아 해 보는 것을 뜻하는데 영어로 표기해서 미안하지만 이해의 편의를 위해서 사용하면, ‘try'쯤 된다. 하지만, ’하다 보면‘에서의 ’보다‘는 본동사다. 즉 ’하다+보다‘가 대등한 관계로 연결되어 있다. 비교의 편의를 위해 다시 영어를 사용하자면 do and see이다. ’해 보다‘에서 단순히 try로만 끝나는 것과 뚜렷하게 비교되지 않는가.
이와 같이 본동사로 쓰일 때는 (당연히 보조용언이 아니므로) 보조용언 붙여쓰기를 할 수가 없다. 즉, ‘-다’가 연결어미라는 걸 알아채지 못한 경우에도 ‘하다 보면’은 붙여 쓸 수 없는 경우가 된다는 말이다.
설명이 좀 어려웠을지 모르겠다. 요약하면, ‘하다 보면’은 ‘하다가 보면’의 준말로, 연결어미 ‘-다/-다가’가 쓰인 경우인데다, ‘하다’와 ‘보다’가 대등한 본동사로 연결된 경우이므로 보조용언 붙여쓰기 조건에도 해당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띄어 적어야 한다.
보조용언 붙여쓰기 허용 조건은 생각보다 까다롭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상세히 설명할까 한다. 일단은, 생각과 달리, 붙여쓰기를 제한 받는 경우가 더 많다고 알아두는 게 좋다.
어제의 우승자 은경 님이 160만 원의 상금 용도를 묻자 소고기라고 답하셨던 소박함이 떠오른다. 소박함은 욕망과 꿈이 압축과 정화의 단계를 거쳐 잘 발효된 삶에서 자연스럽게 배어 나오는 또 다른 숨겨진 열정, 숙성된 열정이다. 삶이 숙성되지 않으면 소박해질 수 없다. 과시용 외양이나 겉꾸밈 등에 우선 관심하거나, 관심의 줄을 끊어내지 못한 이들에게서 그러한 소박함을 대할 수 없는 것은 그 때문이다. 은경 님의 숙성된 열정이 또 다른 삶에의 힘찬 도전으로 이어지기를 성원하고 싶다.
끝으로, 오늘도 우리말 공부에 열과 성을 다하는 분들에게는 좋은 결과를 맞이하는 날이 꼭 돌아오게 되리라 믿으며, 소망 성취를 기원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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