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회(2014.1.20.)우리말 겨루기 문제 함께 풀어 보기(1)
-임연주 님의 2연승을 축하합니다!
1. 들어서면서
1) 무대를 빛내신 분들
임연주 (38. 보험설계사. 2연승 도전자. 지난 한 주 동안 공부도 노래 연습도 제대로 못 했다고 하면서도 하얀 이를 드러내며 맑게 웃는 웃음이 일품이신 예쁜 이.) =>2연승 성공
서석민 (36. 회사원. 문을 들어설 때는 ‘침착하게!’를 구호로 외치더니, 뭐든 벼락치기로 공부했다는, 몹시 급하신 분. 대학 입시에서 전국 1%에 들고 국어 과목에서는 전국 석차 23위를 차지하기도 했다는 천재. 불운과 성급한 멈춤으로 애석하게 3단계 진출에 실패.)
김용덕 (50. 회사원. 달리기와 뚝심 하나는 1등이니 내친김에 달인까지 달려보겠노라는 빨간 셔츠의 멋진 사나이)
김홍애 (53. 방통대 유아교육과 2년에 재학 중인 끈기파. 아는 이 하나 없는 전남 무안으로 내려가, 남편과 16세의 아들을 얻어 오게 되었다는 놀라운 재주꾼) =>3단계 진출
박시영 (29. 비전속 아나운서. ‘원래 실력 있는 한국어 영재’라고 자신을 소개. KBS 한국어 능력 시험에서 상위 0.1%에 든 실력자) =>3단계 진출
2) 이것저것
-출제 경향 : 1단계의 관련어 찾기 문제의 출제 경향은 크게 달라진 게 없었다. 2단계 문제가 좀 까다로웠다. 그동안 문제돼 온 변별력 문제를 고려하여 애를 쓴 흔적이 역력했다.
‘아들내미’와 ‘요깃거리’의 올바른 표기를 요구한 것도 그렇고 ‘구석빼기’의 정답 찾기는 고난도 문제였다. (동시에 출제상의 문제도 조금 지니고 있었다. 마지막 도움말이 열리지 않았다면 ‘코너킥’의 우리말 명칭인 ‘구석차기’도 정답에 근접하는 넉자바기였다.)
어제 3단계 문제가 여러 모로 관심을 끌었다. ‘오상고절(傲霜孤節)’이라는 고급한 한자어 명사를 답으로 요구하기도 했고, 불필요한 ‘ㄹ’ 덧대기에 해당하는 ‘떼려야’를 쓰기 문제로 출제했다.
연승 도전 문제인 맞춤법∙띄어쓰기는 평이했다. 아주 자주 출제되는 ‘내로라하다’가 맞춤법 문제로 나왔고, 띄어쓰기에서 어미 ‘듯이’를 알아보는 문제가 나왔다. 보통은 의존명사와 헷갈리기 쉽지만, 어제 주어진 예문에서는 그럴 일이 없는 문장이었다.
-출연자 관련 : 어제 정답 표기에서 ‘아들내미’를 ‘아들래미’로 적은 분이 둘, ‘요깃거리’를 ‘요기거리’로 적은 분도 둘이었다. 또한 3단계에서 ‘떼려야’는 네 번째 도전 만에야 정답을 적었다. 물론 쉽지 않은 문제들이긴 하다. 특히 사이시옷 문제는. (이 사이시옷은 2단계 문제 풀이에서 따로 다룬다.)
그것을 보면서 한 가지 든 생각은 출연자들의 일상적인 쓰기 생활에서 요즘의 ‘손전화’ 문자 문화에 자신도 모르게 엄청 감염되어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혹은 글쓰기 기회가 적거나, 쓰더라도 미심쩍은 것들을 확인하지 않은 채 대충 넘어가는 태도가 몸에 배어 있는 탓일지도 모르겠고.
이 프로그램에 걸린 거액의 상금에 욕심을 내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그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이런 프로그램의 도전을 통해서 자신의 어문생활을 한 단계 높이려는 계기로 삼는 게 더 중요하다. 이참에 좋은 우리말 공부 습관을 들이는 것이 상금 몇 푼을 챙기는 것보다 훨씬 더 알차고 돈 되는(?) 소득이 된다는 걸 깨닫는 이들이 늘어났으면 참 좋겠다.
앞으로 세월이 흐르면 흐를수록, 사람 간의 직접 소통이 적어지면서 의미 있는 의사소통은 더욱 문자에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되는데, 그때 자신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올바르게 표기하는 습관을 들여 두는 일, 그것이야말로 진짜로 든든한 자산이 될 때가 곧 온다. (지금도 퇴직 후 생활들을 들여다보면, 대뜸 윤기 있음과 없음이 구별되는 표지판은 문자 생활량이다. 도시 생활자들의 경우는.)
-지역 예심 합격 관련 : 이번 출연자들은 지역 예심 통과자들이 주축이었다. 서울과 대전 지역 예심 합격자들이 각각 3명, 1명 참가했다. (지역 예심 통과자들은 3주 전, 곧 498회부터 출연하기 시작했다. 498회에 2명, 499회에 3명, 그리고 이번에 네 분이 출연했다.)
그런 합격자들 중에는 예전에 이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이들도 적지 않다. 그리고 지역 예심에서 아주 우수한 상위권 성적으로 통과하신 분도 화면에 보인다. 이번 회의 출연자 중에도 그런 분이 계셨고, 개인적으로 안면이 있는 분들도 보인다. 그런데, 그런 실력자 분들도 막상 직접 답을 적는 ‘표기’ 문제에서는 가끔 실족한다. 쓰기 생활이 몸에 배지 않은 탓이다. 어쩌면 기본적이라 할 수 있는 어미 ‘듯이’의 띄어쓰기 앞에서 연승 도전자 분이 그처럼 불안해하던 것도 올바른 쓰기 생활이 몸에 덜 밴 탓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크게 축하해야 할 500회에서 이런 말을 적게 되어 대단히 미안하지만, 그래도 할 말은 마저 해야 할 듯하다. 즉, 지금까지 배출된 32명의 달인 중에서 맞춤법∙띄어쓰기에서 자유롭지 못한 건 고사하고, 우리말 실력을 발휘하여 멋지고 아름다운 글을 써냈거나 책자 한 권이라도 제대로 엮어낸 이는 아직까지 단 한 사람도 없다. 그게 진실이다. 가리고 싶은 뒤안길의 풍정이지만 미안하게도 그것이 우리의 서글픈 현실이되고 있다. 상금보다도 더 소중한 것이 이 프로그램엔 있다. 그걸 자기 것으로 해야 한다.
잡말이 너무 길었다. 문제 풀이로 가자.
2. 1단계 문제 : 최대 300점
임연주 : 곡식->키(o), 탈 ->사달(o)/무답, 목소리 ->꾀꼬리(o). 200점
서석민 : 은혜->빚(o), 맵시 ->때깔(o), 내숭 ->호박씨(o). 300점
김용덕 : 자국 ->흉(o), 머리 ->댕기(o), 빛 ->개살구(o)/무답. 150점
김홍애 : 세월 ->약(o)/떼(x), 끼니 ->풀칠(o), 불만 ->응어리(o)/무답. 100점
박시영 : 목둘레 ->깃(o), 오누이 ->터울(o), 밤 ->올빼미(o)/무답. 150점
200점이 걸린 3음절어의 연상이 쉽지 않았다. 워낙 대상 폭이 넓었던 탓도 있고, 출연자들의 기본적인 긴장 상태가 연상 순발력을 제약하고 있었던 탓도 있었으리라. 석민 님만 만점으로 출발했다.
3. 2단계 문제 : 5문제, 최대 200점. 최대 총 1000점.
-동장군 : 0눈/밑0/구0수/0살 -> 한/동/설/엄 -> 엄동설한 (정답자 5명)
첫 번째 문제는 전원 정답으로 산뜻하게 출발했다. 첫 번째와 두 번째 도움말은 쉽게 떠올리기 어려운 낱말들이었음에도. 그래도 두 번째 도움말에서 놀랍게도 3명이 멈췄다. (내게는 도움말이 아니라 원수(?)였다. 도움말을 대하자 더 답답해져서 나는 그걸 무시하고, 처음부터 ‘엄동설한’을 찍었다. 출연자들도 그리 하신 분이 계시지 않았을까.)
-자식 : 0역/0귀/나0이/아0 ->미/아/들/내 ->아들내미 (정답자 2명)
앞서 언급한 대로 이 표기를 ‘아들래미’로 잘못 적은 분이 둘. ‘딸래미(x)/딸내미(o)’도 마찬가지로 ‘-내미’로 적어야 한다. 이처럼 흔히 잘못 쓰는 가족 관련 용어로는 ‘애비(x)/아비(o)’, ‘에미(x)/어미(o)’, ‘애기(x)/아기(o)’ 등도 있다.
-새참 : 오0/주0/0사이/공0밥 -> 리/거/요/깃 -> 요깃거리 (정답자 2명)
이 문제에서 답을 ‘요기거리’로 적은 분이 둘이었다. 이 ‘거리’는 본래 의존명사인데 몇몇 명사나 어근에 붙어 복합어를 만들고, 그럴 때 대체로 앞말에 사이시옷을 받쳐야 하는 까다로운 말이다. ‘안줏거리/골칫거리/끼닛거리/기삿거리/놀잇거리’ 따위가 자주 문제에 동원된다. (내 책자에서 ♣‘-거리’가 붙은 한 낱말 중 사이시옷이 들어간 낱말들 항목을 따로 편성해 둔 이유도 그 때문이다.)
특히, 그중에서도 ‘-국’, ‘-길’ 따위의 단음절 낱말들은 그 앞말에 사이시옷을 받쳐야 하는 경우가 아주 흔하므로 아주 조심해야 한다. (예: 냉잇국, 성묫길/휴갓길 따위.)
이 사이시옷은 여간 까다롭지 않아서 정신 바짝 차려서 공부해둬야 한다. 그 분량이 많아 여기서 전부 다룰 수는 없으므로, 이곳의 <우리말 공부방> 게시판에 따로 게시하고자 한다.
어제의 문제 중 마지막 문제와 더불어 가장 까다로운 편이었다.
-억지 : 0식/0발/뒷0/ ->격/다/짐/우 ->우격다짐 (정답자 4명)
첫 번째 도움말을 보고 과감히 멈춘 석민 님만 ‘막무가내’를 적었다. 하기야, ‘격식’이란 말보다는 ‘무식’이라는 말이 더 친근하게 떠오름직하다. 그리고 두 문제만 남겨놓은 상태라서 불안한 마음에서 조급하게 멈추게 된 듯도 하고.
각각 두 번째와 세 번째 도움말을 보고 두 사람씩 멈췄는데, 세 번째 도움말이 결정적이었다.
-귀퉁이 : 장0/자0/말장0/곱0기 -> 기/석/구/빼 ->구석빼기 (정답자 1명)
마지막 도움말이 열리기 전에 모두들 답을 적었는데, 결정적인 힌트는 마지막 말에 있었다. 박시영 님만이 유일하게 정답을 적었다.
이 문제는 앞서 언급했듯이 마지막 도움말이 열리기 전에는 ‘코너킥’의 우리말인 ‘구석차기’도 답일 수 있었는데, 다양하게 나온 오답 ‘구석박기/구석배기/구석치기/구석찾기’ 중에도 그건 없었다.
이 ‘-빼기’의 표기는 두 가지의 전문적인 설명이 필요하다. 하나는 앞말의 의미소(어근이나 실질형태소)를 살려야 할 때(어원을 밝혀야 할 때)는 ‘-빼기’로 적는다. ‘억척빼기/밥빼기/얽빼기/언덕빼기/이마빼기/코빼기/고들빼기’에서 보이는 예가 그것이다. ‘-빼기’와 ‘-배기’의 표기 구분을 할 때 아주 유효하다. 이에 관련된 상세 설명은 내 책자의 ♣ ‘-빼기’와 ‘-배기’의 구별 항목에 있다.
또 한 가지는 받침 ‘ㄱ/ㅂ’ 뒤에서 나는 된소리는, 같은 음절이나 비슷한 음절이 겹쳐 나는 경우가 아니면 된소리로 적지 아니한다는 규정이다. [한글 맞춤법 제5항]. 내 책자에서 해당 부분을 전재하면 아래와 같다.
♣받침 ‘ㄱ/ㅂ’ 뒤에서 나는 된소리 : 된소리로 적지 않음.
[예제] 참으로 쑥쓰러운 일 : 쑥스러운의 잘못.
넙쭉 받아먹을 때 알아봤다 : 넙죽의 잘못.
깍뚝깍뚝 자른 무 : 깍둑깍둑의 잘못.
깍뚜기라 적으면 잘못 : 깍두기의 잘못.
[설명] ①받침 ‘ㄱ/ㅂ’ 뒤에서 나는 된소리는, 같은 음절이나 비슷한 음절이 겹쳐 나는 경우가 아니면 된소리로 적지 아니함. [한글 맞춤법 제5항] 즉, ‘ㄱ/ㅂ’ 받침 뒤에서는 경음화의 규칙성이 적용되는 환경이므로(자연스럽게 된소리로 소리 나므로), 된소리로 나더라도 된소리로 적지 않는 것. <예>쑥스럽다; 작짝거리다(x)/작작거리다(o); 벅쩍하다(x)/벅적하다(o); 싹뚝(x)/싹둑(o); 삭뚝(x)/삭둑(o); 넙쭉(x)/넙죽(o); 깍뚝깍뚝(x)/깍둑깍둑(o); 씩뚝꺽뚝(x)/씩둑꺽둑(o); 씁쓸하다(예외 : 비슷한 음절의 겹침 사례). ②‘뚝배기/학배기’(o)도 위와 같은 원칙에 따라 적은 것. 단, ‘곱빼기’는 ‘ㅂ’ 받침 뒤에서 된소리가 나는 경우지만, 앞의 밑줄 친 ‘같은 음절이나 비슷한 음절이 겹쳐 나는 경우(받침 ㅂ+초성 ㅃ)’에 속하므로 된소리로 적음. <예>‘똑딱똑딱/쓱싹쓱싹/쌉쌀하다/씁쓸하다/짭짤하다’(o); 싹뚝싹뚝(x)/싹둑싹둑(o). 또한 ‘곱빼기’는 ‘곱-’(명사)+‘-빼기’(접사)라는 별개의 두 형태소의 결합이기도 하므로, 경음화 사례와도 무관함. ‘억척빼기/밥빼기/얽빼기/언덕빼기’(o) 등도 이와 같은 경우임.
마지막으로 살펴 볼 내용. 어제 3단계에 진출한 분들의 2단계 최종 점수가 모두 550점이었는데, 뜻밖의 동점 기록보다는 실제로 2단계에서 얻은 점수를 살펴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각각 350, 450, 400점이었다. 이걸 보면, 5문제에서 100점씩만 받아도 (즉, 세 번째 도움말을 보고 멈춘 뒤 정답을 적는다면) 안심권이 된다는 말도 되지 않을까. 2단계 문제가 은근히 까다로워지면서 이런 저득점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그래서, 여기서 배워야 할 점은 조급함과 초조함에 이끌려 불확실할 때조차도 무리수를 두지 말라는 것 아니겠는가. 옆 사람이나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하든, 자기 발걸음은 자신이 알아서 뚜벅뚜벅 천천히 떼어 놔야 한다. 인생에서도 그렇듯.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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